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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60화 (60/191)

제60화

챕터 10.

원색에 가까운 그의 명령.

그가 내린 명령에 의문을 가지는 자는 이 자리 어디에도 없었다.

적의 기병대 속도를 늦추고. 투창으로 적을 녹여 버릴 때부터. 그는 이미 전장의 지휘관이었고. 그들이 따라야 할 전신이었다.

“우와아아아악!”

“죽여! x바 새끼들아!”

손에 창을 꼬나 쥐고 있던 병사들이 다시 나섰다.

사기가 치솟았다.

그들은 말 아래에서 버둥거리고 있던 페너탄 기병대를 노렸다.

푸우욱. 푹.

제아무리 기병대라도 육신은 인간의 것. 나무로 만들어진 창이 그들의 심부를 꿰뚫는다.

“크아아악!”

“잡것들이 감히!”

뭉툭한 창이 그들의 거죽을 찢어발긴다.

“헹. 이거나 먹으라고!”

“죽여! 어서 죽여! 저놈이 날 죽이려고 했다고!”

한 번이 안 되면 두 번. 두 명이 안 되면 다시 세 명이 달라붙어 기병대를 향해 창을 내지른다. 아귀가 되어 달라붙는다.

방금 전까지 자신들을 죽이고자 달려 왔던 악귀들. 자신들은 그 악귀들을 잡아먹는 아귀였다.

‘전신이 함께 한다!’

‘우리가 무조건 이겨! 죽지 않는다고!’

‘산다. 아니 살아서, 다 죽일 거다. 전리품은 다 내 거야.’

치솟은 사기. 불타오른 욕망. 중심을 잡아주는 테스.

그 모든 것들이 좌익군을 아귀로 만들었다. 테스가 명령하는 것이라면 뭐든 잡아먹는 아귀로.

그들에게 있어 말을 잃은 기병대는 맛있는 먹잇감일 뿐이었다.

“어서 일어나! 어서!”

“크흐…… 모여라.”

기병대 몇이 뒤늦게 정신을 차린다.

기병도를 꼬나 쥐고 살길을 찾으려고 눈을 밝히는 그들도 악에 가득 차 있었다.

말을 잃었어도 그들이 받은 훈련은 여전히 유효했고. 감히 징집병들이 그들을 상대하기에는 그들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하나 그들보다 위력적인 자들이 있었으니. 테스가 데리고 온 병사들이었다.

“제가 선두. 십 부장들은 각자 적들의 십 부장을 노리세요!”

“명!”

테스의 보호를 받아 상처 하나 없는 그들. 아직까지도 부여 받은 마법이 유효한 그들은 여전히 강력했다.

말을 잃은 기마대가 상대하기엔 벽과 같은 차이가 있다는 소리.

“망설임 없이 찔러!”

“다 죽이면 바로 다음으로!”

그들은 훈련받은 그대로 적의 멱을 꿰뚫고. 휘둘러 오는 기병도를 비틀었으며. 달아나는 자를 향해서 테스가 그러했듯 창을 내질렀다.

테스가 전신이라면 이 병사들은 전신의 가호를 받은 친위대였다.

그들이 나서자 순식간에 기병들이 다 녹아 버린다.

남아 있던 적 우익군들이라고 상황이 나을 리는 없었다.

“으아아아!”

“도망쳐!”

오래 전부터 등을 돌리고 도망치는 적 우익군의 등에 아군의 창이 내리 꽂힌다.

손에 들고 있던 비루한 창을 버리고. 기병대의 기병도를 나포한 좌익군 병사가 적을 향해 망설임 없이 휘둘렀다.

완벽히 테스의 아래에 지배된 전장이었다.

‘변수라곤 전혀 없다.’

좌익군 모두가 날뛰고 있는 가운데. 이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적의 카드는 존재치 않았다. 아니, 있더라도 테스가 찢어발겼을 터.

아군 좌익, 적 우익의 싸움은 완전히 승패가 갈렸다.

“우와아악! 이겼어!”

“살았다! 살았다고!”

아군 좌익군의 완승.

적 우익군은 완전히 전멸한 가운데 아군 좌익군은 그 수가 천오백이 넘게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

* * *

‘완벽한 전멸이다.’

그는 기감을 돋워 사방을 느꼈다. 그 가운데 살아남은 적 좌익군은 수십도 되지 않았다. 추격전이 벌어지기도 전에 적의 멱을 다 따버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

완벽한 완승이었다.

좌익군이 전멸한 지금. 이 전장에 변수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아니…… 이제 생겨난 건가?’

되레 이 전장에서 최대의 변수가 된 건 테스였다.

못해도 하루. 잘하면 삼, 사 일은 돼야 끝이 날 게 이 지루한 전투의 정체였다. 그러한 전장에서 좌익의 병사를 단 네 시간 만에 녹여 버렸다.

안 그래도 적 병사들의 수보다 아군이 더 많은 상황.

고작해야 징집병 수준이라고 하지만, 테스의 지휘를 받은 좌익군은 여전히 사기 만만 했다.

모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후욱- 훅-

전장에서 흥분한 그들은 피를 더 원했다.

그가 오른편을 가리키면 오른편에서 창을 휘두를 것이고. 왼편을 가리키면 왼편의 멱을 딸 것이다.

즉, 이들 전체가 그가 이끄는 변수요. 적들 앞에서는 재앙과 같은 위력을 지닌 새로운 전력이나 마찬가지라는 소리.

“적 전부 전멸했습니다! 패잔병을 쫓을까요?!”

“고작해야 수십도 되지 않는 걸 쫓을 필요는 없지.”

어느새 적의 수급을 수없이 베고 온, 레므나 장원주가 명을 기다렸다. 지휘관급의 인물들 전체가 언제부턴가 그의 옆을 지켰다.

“그렇다면 명령을!”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이 전장에서 그에게 감화되었고. 그를 따르는 게 너무도 당연하게 돼버린 지금이니까.

테스는 멈추지도 쫓으라 하지도 않았다.

살아남은 적 소수를 죽이는 거보다, 더 맛있는 먹잇감이 있었으니까.

“모두 한데 모여! 그대로 적 중앙군을 밀어붙인다!”

바로 적 중앙군이었다.

* * *

적을 녹였다.

이름 높은 페너탄 기병대도 상대가 되지 못했다.

“중앙이다!”

“가자!”

사기가 잔뜩 오른 좌익군이다.

그들은 중앙군을 뚫으라 명함에도 의문을 느끼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이미 이들 모두 전장의 피에 취했고. 광기에 젖어 있었으니까.

“우와아아아!”

“달려!”

테스가 칼을 든 방향으로 달려 나갈 뿐이었다.

말을 탄 그의 뒤를 따라 그의 병사들과 좌익군의 살아남은 병사들이 따른다.

지친 와중에서도 따라 달릴 수 있는 건 그들에게 실린 전장의 광기 덕분!

쿠웅. 쿵. 쿠웅.

심장에서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 분출된다. 지친 몸을 억지로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분출이 멈추는 순간 저들 모두 몸이 퍼질 터였다.

그런 광기는 약한 광기였다.

‘지금 힘을 실어 줘야 해.’

테스는 광기만 믿고 있지 않았다.

중앙군과 부딪치는 순간, 좌익군의 징집병들이 전력 차이를 느끼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리 돼서야 애써 만들었던 전장의 변수가 사그라질 터.

그는 변수를 더 키우길 원했다.

이 전장을 다 잡아 먹을 정도의 변수가 되길 원했다.

그러자면 그를 따르는 좌익군의 전력을 끌어 올려야 했다.

‘해 볼까.’

천이 넘는 병사들이 따름에, 잔뜩 끌어 올리는 전능감에 그는 마력을 더했다.

흡수하는 손길로 채워 넣은 모든 마력과 내력. 올올이 뭉쳐있는 선천진기마저도 전부 풀어헤쳤다.

두근-

5클래스 마도사라 할지라도 조율하기 힘들 거대한 기운들이, 그의 맥동에 같이 움직인다. 거대한 기운을 만끽하며 그는 새로운 힘을 꺼내 들었다.

바로 그의 품에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물의 정령이었다.

-이제야 찾는 거냐?

“그럴 때가 되었으니까. 대가는 충분히 지불할 터이니, 아군에게 재생을.”

-그 말 기억하겠어.

물의 정령. 그가 지닌 또 다른 힘들 중에 하나.

그는 남은 마력과 선천진기 전부를 물의 정령에게로 주입했다.

순간 물의 정령의 몸이 네 배로 커지고. 가진 바 기운은 족히 다섯 배로 늘어났다. 늘어난 그 기운을 정령은 아낌없이 주변으로 흩뿌렸다.

스스스스-

좌익군 주변에 존재하던 수기. 수증기 상태로 있던 모든 수기에 물의 속성이 부여된다.

재생력. 활력. 회복.

흡사 작은 포션과 같은 위력을 지닌다.

“후으읍!”

좌익군이 호흡하며 주변 수증기를 끌어들일 때마다, 그들의 몸에 지닌 활력이 되살아났다.

작은 생채기들이 사라지고 아드레날린 분비의 속도를 끌어 올린다.

온몸이 회복되어, 전장에 서기 전보다도 더 힘이 치솟아 올랐다.

좌익군이라는 거대한 덩어리가 그의 손짓 한 번에 덩치를 키웠다.

‘아아…… 좋군.’

그 가운데는 이 힘을 시전한 테스조차도 끼어 있었다.

온몸을 단련한 그로서도 취할 만큼 강력한 회복력이었다.

그도 그러할진대 병사들은 어느 정도이겠는가.

“으아아아아!”

“달리자아!”

달리던 병사들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몸에 힘이 넘치기 시작한 듯, 핏줄이 치솟아 올랐다.

그 순간 선두 좌익군과 적 중앙군이 부딪친다.

“찔러!!”

“으어! 언제 여기에!?”

놀라는 적 중앙군. 분기탱천한 아군 좌익이 마주했다.

* * *

이 전쟁 최대의 변수가 된 좌익군이 적 중앙을 꿰뚫었다.

그가 만들어 낸 변수는 확실한 효과를 보였다.

앙스와 휘슬 연합군이 결국 수세를 이기지 못했다.

분투를 벌이던 중앙군의 우익이 찢어졌다. 남아 있던 우익은 분투를 벌이나 한계가 금방 있었다.

그들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기사도 병사도 가릴 게 없었다.

사기는 곤두박질쳤고. 수는 여전히 부족했다. 제아무리 잘난 귀족 나리라도 여기서 병사를 더 이끄는 건 무리.

“후, 후퇴하라!”

“후퇴를!”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앙스와 휘슬 연합군이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들을 상대로 지휘관 역할을 하던 기사들은 곧바로 반응했다.

“추격대를 구성하라!”

“페너탄을 끌어들인 놈들이다! 봐줄 것이 없다!”

“한 놈도 남기지 마라! 어서!”

기다렸다는 듯, 추격대를 형성하여 적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물고 물리던 전쟁이 일방적인 추격전으로 뒤바뀌었다.

“어서 따라가!”

“북쪽이다! 북쪽! 특히 앙스의 것들이 문제야!”

급격히 만들어진 추격대의 기세는 맹렬했다.

하나라도 더 죽여 적의 수급을 채울 생각인 듯 보였다. 테스만큼 압도적인 공적은 아니더라도, 공적을 세울 생각이겠지.

“바로 안 가십니까?”

“내가 낄 곳은 아닌 거 같아서.”

숨을 내쉬며 사그라지다시피 한 기운들을 고르고 있던 테스. 그는 억지로 추격대 무리에 끼지 않았다.

이미 채운 공이 넘쳤다.

적 좌익군 사기를 죽였고. 적의 기병대 급습을 막음은 물론, 압살을 해 버렸다.

그 뒤는 또 어떤가.

살아남아 있는 병사들을 수습하고 이끌어 좌익을 치도록 명하였다.

살아남은 좌익군은 적 중앙군보다는 확실히 약하였다. 그러나 지쳐 있는 그들의 사기를 무너트리는 덴 충분한 힘을 갖고 남았다.

사기가 무너지는 순간, 데프 백작은 손수 나서 적 기사단의 수급을 땄다.

그가 좌익이라는 변수를 만들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 없는 일.

여기서 더 탐해 봐야 문제였다. 장원군이 공을 세웠다고 힐난하는 귀족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니까.

그 옆에 자리하고 있던 레므나 장원주. 그로서는 원치 않는 결과.

그는 테스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그렇다면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아직 모자란지라!”

“이해하네.”

“감사합니다!”

테스가 그를 하대하는데도 그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했다.

더 고개를 숙여왔다.

“가자!”

그러곤 저가 데려온 병사들을 데리고 추격대 무리에 합류했다. 미리 이야기를 해 둔 건지, 추격대 무리는 별다른 소음 없이 그를 끼워 줬다.

‘재주도 좋군.’

순수 힘을 떠나, 수완 하나는 알아줄 만한 레므나 장원주였다.

마지막까지 아쉬운 듯 테스를 바라보는 레므나 장원주를 보내고. 테스는 데려온 병사들의 상태를 살피며, 슬슬 때가 됐다는 걸 알았다.

“이제 빠져도 되겠어.”

“명!”

빠질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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