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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47화 (47/191)

제47화

챕터 22.

재주는 에나가 부리고, 돈은 테스가 번다고 할까.

계획의 시작을 들은 에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때 같이 짰던 육체 단련 계획, 정작 그걸 실행하는 건 저라고요?”

“맞아.”

단호한 테스의 말에 에나는 혼란을 느꼈다.

“제 수준으로 가능할까요?”

“물론. 내 보기에 지금의 네 수준이라면 충분히 가능해.”

테스가 인정을 해 줬으니 좋아해야 할까, 아니면 일을 떠넘기는 거 같으니 불쾌하다고 느껴야 할까.

그녀는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테스가 보기에 에나는 충분히 자격을 갖췄다.

인간 낚시를 하며 몇 번의 실전을 겪은 에나다.

도적 중에서도 용병 출신. 개중에서도 가장 악질이다 싶은 것들을 에나와 붙였다.

그 결과는 당연히 그녀의 낙승.

상처 하나 없이 승리를 쟁취했을 정도다.

그때마다 그녀의 연류검은 성장했다.

심법은 4성, 검은 5성에 이르렀을 정도.

이 수준이라면 중원 기준에서 이류에서 일류 사이. 내력만 받쳐 주면 확실한 일류다.

그가 보기에도 자신감을 가질 만했다.

“자신감을 가져. 충분히 가능한 수준이니 시키는 거니까.”

“……제가 누구 때문에 자신감이 없는데요?!”

“후음, 왜 나를 보는 거냐?”

“알잖아요?”

“무얼?”

“에이, 됐어요.”

정작 그녀의 자신감을 잡아먹는 건 테스이지만, 그것까지는 세심히 신경을 쓸 성격은 못 되는 테스였다.

‘내가 앓느니 죽지……. 그래도 인정은 받았으니까 상관없으려나.’

에나는 그가 알아주기를 기다리기보단 자신의 할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여간 제가 충분히 저들을 가르칠 수준은 된다, 이거죠?”

“내가 장담하지.”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최선을 다해 볼게요. 테스 님이 그러했듯이, 잔뜩 괴롭혀 주죠, 뭐.”

“너, 너. 괴롭히다니. 그런 말은 오해가…….”

“먼저 가 볼게요!”

바로 지금껏 배운 대로 잔뜩 굴리기다.

* * *

에나는 테스의 예상 이상이었다.

체력 단련을 시키는 그녀는 지독했다.

“더 앞으로! 어서!”

“크흐……. 죽겠단 말입니다!”

“진짜로 죽여 줄까?”

“히익!”

그녀는 이미 숙련된 조교였다.

훈련병들의 앞뒤로 따라붙으며, 그들을 독하게 몰아붙였다.

‘미쳤군. 한데 성과는 확실하단 말이지. 후음……. 확실히 재능이 있어.’

옆에서 지켜보던 테스도 고개를 저을 정도의 지독함이었다.

그들은 에나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테스로부터 지배 권능의 일부를 그녀가 물려받았기 때문이었다.

딱 죽지 않을 만큼. 어제보다 오늘 더 강하게.

그녀는 지독한 눈을 하고서 103명이나 되는 훈련병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성과는 확실히 나오고 있었다.

테스는 그러한 성과를 가만 지켜보다가, 저들의 다음 단계를 위해서 슬슬 자신이 움직여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달았다.

‘이 속도라면 육체 단련 속도는 빠르겠어. 이다음은 내력인데……. 이건 내가 준비해 줘야겠지.’

육체 단련 이후 내력의 단련.

바로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였다.

이 준비는 제아무리 에나라고 해도 준비하는 게 불가능했다. 바로 그만이 할 수 있는 수단을 필요로 했으니까.

‘재화수련진. 이걸 설치하는 건 오랜만인데. 후음……. 어디 해 볼까.’

바로 진법이었다.

재화수련진.

흔히 오행(五行)이라 불리는 다섯 속성을 돌려 서로 상승효과를 일으키도록 만들어 낸 진법 중 하나.

이 수련진의 출처는 본디부터 진법으로 유명한 제갈가의 것이었다.

의선이었던 그가 특별히 문파원들의 수련을 위해서 구해 왔던 상승 진법 중 하나였다.

쉽게 구한 건 아녔다.

당시로서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하고서 얻은 게 바로 이 수련진이었다.

‘제갈무 그 노인네가 워낙에 수전노였어야지. 씁.’

제갈가에서도 아낀 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수련진 내에서 수련을 하면 회복 효과가 상승할뿐더러 내력을 상승시키기 위한 심법을 돌리면 그 효과는 배가 됐다.

이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뼈는 더 옹골차게 되고, 근육은 더 차오르게 만들었다.

수련의 효율만 따지면 만능에 가까운 진법이었다.

효과는 확실한 만큼 단점도 컸다.

바로 비용이었다.

‘후, 내가 돈지랄을 이렇게 또 하게 될 줄이야.’

홀스 파워를 통해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대는 그로서도, 학을 뗄 만큼 상당한 비용이 드는 게 바로 이 수련진의 단점.

스스스스-!

그러한 진법을 테스는 이 세계의 방식으로 다시 그려 내고 있었다.

* * *

몬스터를 수십 마리 죽여도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마력석 가루와 귀한 재료로 기초를 쌓고.

그 위에 중급의 마력석으로 포인트를 잡는다.

그도 모자라 그가 직접 정제한 약초들을 진법 사이사이에 깔아야 했다.

어디 그것으로 끝이랴.

‘선천진기를 꽤나 뿌려 넣어야겠어.’

그에게 보물이나 다름없는 선천진기를 매일 차오를 때마다 듬뿍듬뿍 진의 동력원에 채워 넣어야 했다.

강력한 내기를 담아 진법을 꾸릴수록 그 효과가 지대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위안 삼을 게 있다면 하나.

재화수련진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더는 내력을 불어넣을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결국 돈과 시간.

그 모든 걸 다 들여서 이 강력한 수련진을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예상대로면……. 수련진 하나 가지곤 턱도 없다. 더 많은 걸 설치해 놔야 해.’

그가 강대한 힘을 얻기 위해서 병사를 얻은 건 단지 그가 가진 수단 중 하나일 뿐이지 않은가.

그들을 단련시키는 거 말고도 그가 취해야 할 것들은 많았다.

그가 부릴 힘도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힘을 낭비 없이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나가 더 필요했다.

바로 이 거대한 영역을 다 뒤덮고 남는 감시망이다.

‘이건 필수지.’

제 영역에 수많은 사람을 두고 부리다 보면, 그도 예상하기 힘든 수많은 일들이 생겨나기 마련이다.

‘의선문 하나를 이끌 때도 온갖 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는데……. 장원에서는 그 이상이 되는 게 당연할 테니까.’

문제가 일어나고 나서 해결하는 건 하수나 하는 짓.

그는 앞으로 장원에 일어날 몇 가지 문제를 상정하고 미리 대비하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재화수련진을 설치하는 것 말고도 다른 여러 일들을 같이해야 했다.

바로 진법의 추가 설치였다.

오행을 상승시키는 재화수련진을 응용하여 오행 강화를 시켜 놔야했고.

‘이건 오행진으로 때우고, 연단로는 삼풍진을 가져와야 하려나…….’

영지를 떠도는 강대한 마력을 새로 만드는 연단로에 집중되도록 흐름을 만들어 줘야 했다.

단지 흐름만으론 부족했다.

강대한 힘이 잘 흐르도록 조절해 만들어야 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서 감시 진법을 설치하고, 동시에 함정을 설치하는 것은 필수였다.

‘쉽게 해자를 넘지 못하도록 해야 해. 우선 환영미리진부터 해자 안에 심도록 하고, 차차 강화시켜야겠어.’

하나가 아닌 여럿.

하나를 설치하는 것도 쉽지 않은 진법을 몇 개나 설치하는데 일이 쉬울 리가 없었다.

“크흐……. 머리가 빠개지겠네.”

이 세계에만 있는 개념이 마법진과 마법.

이 둘을 진법에 섞고 응용하여 사용하는 데도 한참 심력을 소모해야 할 정도였다.

허나 결국 외부를 완벽하게 그의 영역 아래에 두기 위해서는 안 할 수도 없으니.

“……씁, 내 언젠가 이 세계에도 진법가 몇 명은 더 키워서 만들어 놔야지. 어디, 재능 있는 놈 하나만 걸려 봐라.”

그는 철저한 준비를 하는 제 성질에 이를 바득바득 갈면서, 끊임없이 일을 실행했다.

* * *

봄에 낚시를 해 왔던 노예병들의 육체가 옹골차게 변화하기 시작하고.

슬슬 여름이 다가오면서 곡물들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할 때.

지난 시간 동안, 진법으로 장원을 영역화해 나가던 테스는 기어이 성과를 냈다.

“돼…… 됐다! 성공이다!”

거의 두 달.

지난 시간 홀스 파워를 통해 모아 놓았던 상당한 자본을 소요해 마탑에서 재료를 구매했다. 그도 모자라 직접 멀리 나가 사냥을 해 가면서 재료를 수급했다.

어마어마한 돈들을 마치 금칠하듯 영지에 쏟아 부은 결과.

그 결과물들이 높이 떠올라 있는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스스스스-!

거대한 마나의 흐름들이 영지를 관통했다.

‘좋다. 좋아.’

도도하게 흐르는 영지의 마나들은 그에게 계속해서 속삭였다.

영지 내외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정보. 영지에서 흐르는 마나의 흐름을 끊임없이 가져다줬다.

어디 그뿐이랴.

영지 바깥에 있는 마나는 마치 블랙홀이라도 되는 듯했다. 계속해서 마나를 영지 안으로 빨아들였다. 외부의 마나가 내부로 계속해서 들어왔다.

들어온 마나는 계속해서 영지에 고이고, 휘돌았다.

‘당장만 해도 영지 바깥보다 농도가 족히 두 배야.’

마나의 농도가 상승했다.

상승된 마나는 영지 내의 모든 힘들에 효과를 가져다주었다.

땅의 지력이 상승했다.

영지의 곡식이 더 빠르게 자라나게 만들었고.

수련을 하는 병사들은 더 강력한 육체를 지니도록 만들어 주었다. 그들을 이끄는 에나의 심법은 전보다 더 경지가 올랐다.

장원인들 중 일부는 재능을 개화하기까지 했다.

처음 게일의 자식 중 하나인 셀리움이 마법사의 재능을 꽃피웠듯이, 저들 중 일부가 제 재능을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엄청난 효과였다.

중원에 있는 신령스러운 땅이라는 영지(靈地)!

영지와 같은 효과가 테스의 장원에서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

‘역시 계산대로다.’

영지는 이제 막 피어나고 있는데도 효과는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영지의 기운들이 계속 영글면 영글수록 효과는 더 크게 드러날 터.

이 모든 일들을 행하는 데 성공한 테스.

그는 높이 떠오른 채로, 이 모든 변화들을 일목요연하니 신처럼 살피었다.

“아주, 좋아.”

뿌듯했다. 가만 자신의 영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후후……. 의선문에 이어서 새로운 영역의 구축인가.’

인공적으로 영지(靈地)를 만들어 내는 이 일.

그는 전생의 의선이던 시절에도 한차례 해낸 전력이 있었다.

바로 의선문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에서였다.

전생에 의선문을 세우던 그때, 의선으로 활동하며 입힌 여러 은혜를 볼모로 꽤 많은 것들을 끌어왔었다.

재화수련진, 환영미리진은 물론이고.

간단하게는 지력을 강화하는 토행진이라든지 수력을 강화시키는 수행진도 따로 가져와 설치를 했었다.

그때의 그는 홀로 해낼 수가 없었다.

제갈가의 사람들을 데려와 상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했고, 그제야 인공 영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그때는 마법이 없었으니까.’

지금은 아니다.

그때도 수많은 진법가를 데려와 해야 했던 일을 지금은 홀로 해내는 데 성공했다.

몇 년도 아닌, 단 두어 달 만에 해낸 성과!

거대한 성과를 얻어 냈는데 그가 뿌듯해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 그의 영지는 가만있는 것만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며, 더욱 강력해져 갈 것이다.

그게 인공 영지가 가져다주는 효과였다.

‘중원의 명가들이라면……. 다 이런 식으로 영지를 설치하곤 했지.’

전생에서 중원의 오대 세가, 구파일방, 마교 등 수많은 거대 세력들이 제 영역에 설치하는 영역을 이곳에 구축한 거다.

전생과 지금이 다른 점이 있다면 단 하나.

‘그때는 어지간한 명가라면 인공 영지를 설치했다만……. 과연 이 세계도 그러할까.’

바로 독점!

명가라면 영지를 가지는 그때와 다르다. 지금은 오롯이 그만이 영지가 심어져 있는 거대 구역을 가졌다.

이러한 독점이 가져다주는 이점은 상당할 터.

그는 한참이고 제 자신이 만들어 낸 거대한 영역의 속삭임을 듣고 보며 즐기었다.

“이제 씨는 뿌렸으니 자라게 만들어야지.”

그러곤 몇 시간을 보내던 그는 다시 땅을 내딛고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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