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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30화 (30/191)

제30화

챕터 5.

“후음…….”

그의 기감 아래, 앞서 온 침입자들과 비슷한 기운이 느껴졌다.

더럽고 음습하다.

그러면서 제대로 마나도 다루지 못하는 자들의 썩은 기운이 저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저 아래부터 그의 기감을 간질였다.

“술집으로 위장해 놓은 건가. 보자, 안에 있는 숫자만 백이 넘네? 제대로 된 녀석들은 대다수가 지하에 있고. 후음……. 전형적이야.”

시끄럽게 일을 벌일 게 뭐 있으랴.

“침묵.”

그는 마나를 펼쳐 주변의 소음을 줄였다.

소리가 새어 나가지 않게 방음벽을 만들어 낸 그는 발을 내질렀다.

소리도 없이 발아래에 있던 지붕이 부서진다.

순식간에 만들어진 틈. 그 틈새로 그가 몸을 들이밀었다.

* * *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건 술집의 손님이었다.

“뭐, 뭐야!?”

“웬 놈이야?”

이 일과 상관없는 자들이었다.

놀란 저들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는 술을 마시던 자들에게 손을 뻗어 수혈을 짚었다.

“잠시 잠들어라.”

“흐엇…….”

순식간에 다섯이 잠이 들면서 쓰러졌다.

잠을 재웠으나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건 분명한 터.

‘이쯤이면 되겠지.’

테스는 그들이 쓰러진 탁자 위에 골드 하나를 던져 주고서는 방을 나섰다.

방을 나서자마자 진득한 술 냄새가 그를 반긴다.

술에 취해 여기저기 떠드는 자들, 그들이 만들어 낸 소란,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웃는 억지웃음 소리…….

온갖 소음이 그의 존재를 가려 주고 있었다.

테스는 거침없이 아래를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삼 층, 이 층, 일 층.

걸리는 자는 없었다.

간간이 있는 술집의 가드들도 테스를 손님 취급을 할 뿐이었다.

내려간 그가 향한 곳.

카운터 너머로 보이는 술 창고였다. 그곳에 그가 가야 할 숨은 입구가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넌 뭐야?”

그제야 그의 앞을 가로막는 가드가 있었다.

야만인만 한 덩치를 가진 가드 둘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덩치보다 작은 문을 막고 서 있었다.

당장 소란을 일으킬 필요는 없을 터.

“볼일이 있어서 말이지.”

테스는 조용히 답함과 동시에 손을 내뻗었다. 내뻗은 손이 그들의 마혈과 아혈을 동시에 짚었다.

“우우읍…… 읍.”

“읍…….”

몸이 뻣뻣하게 굳어지고, 입은 마치 접착제를 붙여 놓은 듯 벌어지지 않았다.

그저 서 있을 뿐.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상, 이들은 평소처럼 앞을 지키고 선 듯 보일 뿐이었다.

‘됐네.’

단번에 가드들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보초를 처리했다 여기고, 테스가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스스스스-!

생각지도 못한 마나의 유동이 느껴졌다. 그의 등 뒤에서다!

‘쳇, 이중 방비였나.’

마나의 유동은 아주 은밀했다.

과격한 공격 마법 따위를 위한 마나의 유동이 아니었다.

강한 기감이 아니었더라면 읽지도 못했을 은밀한 유동!

테스는 급히 마나의 궤적을 따라잡았다. 따라잡은 궤적 속에서 그 의미를 읽었다.

‘경계 마법을 응용한 거네. 고단수야.’

경계 마법.

그의 저택에도 심어 둔, 기초적인 보안 마법이다. 필요에 따라 적의 침입을 알리는 데에도 사용되는 경계 마법이 쓰인 의미는 명백했다.

‘어림없는 짓이야.’

궤적을 읽었으니, 이제는 따라잡으면 될 터.

테스는 빠른 속도로 마력과 선천진기를 일으켰다.

두 힘이 빠르게 합일되고, 날아가는 마나를 그물망처럼 잡아챘다!

은밀하게 움직이는 마나 전체가 그의 두터운 마나 막에 갇힌다.

그 순간, 그는 손을 꽉 쥐었다.

꽈득.

마나는 그의 의지를 이해했고. 제 안에 가둔 은밀한 마나를 붙잡아 분쇄했다. 완벽한 마법의 파훼였다.

“크윽…….”

그때, 뒤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테스가 고개를 돌려 보니, 카운터를 지키고 있던 웨이터가 신음하고 있었다.

‘저놈이었구나!’

기억에 남은 자다.

지닌바 마력이 워낙 적기에 갈 길 없는 마나 수련생이 주점 직원 노릇이나 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아니었다.

저 안을 지키려고 남겨 놓은 또 다른 가드였다.

‘이중 보안이란 건가. 하기야 길드의 아지트치고는 보안이 너무 허술하다 싶었다.’

이 정도는 돼야 재밌어지는 법이겠지.

테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덜덜 떠는 카운터의 점원을 향했다.

“이중 보안에 대해선 못 들었는데. 뭐, 상관없겠지.”

“자, 잠깐…….”

누가 마나를 파훼했는지 이미 알고 있는 마법사는 테스를 보고 덜덜 떨었다.

그의 상식에 마법의 파훼는 최소 3클래스부터 가능한 일. 테스처럼 쉽게 마나를 파훼하는 경우는 4클래스였다.

그의 눈엔 테스가 이미 4클래스의 마법사로 보였다.

몸이 덜덜 떨린다.

‘대, 대체 4클래스가 이런 데를 왜 오냐고!’

3클래스만 돼도 전투 마법사라고 할 수 있는 수준. 4클래스의 마법사는 그에게 상정 외의 적이었다.

잔뜩 겁을 집어먹을 수밖에 없다. 그의 눈으로 보기에 테스는 공포스러운 절대자였으니까.

“너도 잠시 잠들어 있어라.”

“……컥.”

급히 몸을 내빼려 하지만 실패.

테스가 날린 지법이 더 빨랐다.

손가락 끝에서 뻗어나가는 내력이 마법사의 온몸을 두드린다.

장풍보다 작게 지력을 이용하는 게 지법의 묘리. 작은 힘이나 상대를 조종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쿠우웅.

사내가 쓰러진다.

주변에 작은 소란이 일었지만, 소동이 더 커지진 않았다. 주점에서 누가 쓰러지는 일 따윈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일어나는 일이었으니까.

‘됐다. 입구는 끝이야.’

마지막까지 기감을 살피던 테스.

그는 입구를 완벽히 제압했음을 깨닫고 안으로 들어섰다.

적이 방심하고 있으니 이제 제압만 하면 될 거라고 여겼다. 완벽한 기습이라고 생각했는데.

‘망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를 반기는 건 적의 방심 따위가 아니었다.

쒜에에엑-! 쒜엑-!

화살 다발이 그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쏘아진 화살의 다발. 수십 발이 그에게 날아들고 있었다.

‘미리 기다린 건가? 방심한 게 아니었군.’

미리 준비를 하지 않고서는 쏠 수 없는 화살들이다.

적들이 미리 모여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제야 테스는 깨달았다.

‘베빈의 말대로 내가 오만했을지도.’

처음 저택을 나섰을 때.

왜 주변에 아무도 저택을 정찰하지 않고 있나 싶었다.

그걸 보고 적이 방심했다고 여겼다. 적이 어리석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정찰을 안 한 게 아니다.

침입자들의 실패를 보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달려온 거다.

그러곤 대응을 했겠지.

실패를 보고받자마자 빠르게 움직였을 것이고, 여기에 이 많은 인원들을 모았을 것이다. 그 수가 백이 넘었다.

각개격파를 당하느니 한 번에 휘몰아칠 생각인 게 엿보였다.

‘제법 똑똑해.’

휘몰아치기.

약자가 강자를 상대하기 위한 최상의 방법.

상대는 방심은커녕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 자신은 순간 방심해 버렸다. 적이 방심이 아닌 방비를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야 했다.

그러니 베빈의 말대로 자신은 오만했을지 모른다.

상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이쪽은 방심을 한 게 돼 버린 셈이니까.

결국 함정에 걸린 건 자신이었다.

순간, 테스는 상황이 재밌어졌다.

‘어떻게 깨부순다?’

방심으로 당하는 건 한 번으로 족했다.

이다음은 자신이 주도권을 잡아 휘둘러야 한다.

그러기 위해 테스는 다음 수를 생각했다.

적이 준비하기 전에 깨부수는 게 상수(上手)라면,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움직이는 게 최상의 수일까.

최상의 수를 위한 답을 내야 했다.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압도적인 힘으로 한 번에 깨부수는 압살(壓殺)이다.

“어디 신나게 놀아 보자고.”

테스는 날아드는 화살들을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게 압살의 수가 될 수는 없으니까.

적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있는 이때, 피하기보다는 부숴 내야 했다. 부숴서 적의 의지를 꺾어야 했다.

이를테면 지금처럼!

‘금나술의 수법으로…….’

수단을 정한 그의 손이 늘어난다.

하나, 둘, 셋…… 열.

부처라도 된 듯 늘어난 손들이 화살들을 잡아채기 시작했다.

“저, 저저!”

“어떻게! 화살을!”

적들의 눈에 놀람이 번진다. 사람이 어찌 화살을 잡아채느냔 생각이 들고 있겠지.

그저 그의 눈에는 보일 뿐이었다. 화살들 사이의 빈틈이.

‘머저리들. 제대로 쏘았어야지.’

적들은 동시에 쏘았다고 생각하겠지만, 전혀 아니었다. 각각의 시간 차가 있었다.

너무도 미세한 시간 차인지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구분도 안 될 수준. 하지만 그에겐 매우 큰 틈이 될 수밖에 없었다.

단지 그 틈을 노렸을 뿐이다.

“쏴! 쏘라고!”

“한계가 있을 거다! 쏘란 말이다! 두 번째 열도 바로 쏴! 준비되는 대로 쏘라고!”

상대도 이를 가만 지켜보고만 있진 않았다.

‘호오? 포기를 안 한다?’

강자를 상대할 줄 아는 것인가.

적은 전의를 상실하기는커녕, 날리는 화살의 개수를 더욱 늘리기 시작했다.

한계점을 찾으려는 거다.

그의 손들로 잡지 못할 만큼 많은 수를 날리면 된다고 여기는 거겠지.

하, 물론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눈으로 포착한다고 해도, 손만으로 모든 곳을 막는 건 그에게도 한계가 있었다.

정면이 아닌 옆구리나 사각지대.

그 사이로 날아들기 시작하는 화살을 금나술만으로 막는 건 명백히 무리였다. 금나술도 틈이 있으니까.

하지만.

틈이 있으면 틀어막으면 될 게 아닌가.

“마법사의 손. 다중.”

그는 마력을 돋웠다.

돋아난 마력이 양팔로 쑤욱 뽑아 나가며, 팔의 형상을 베끼었다. 마나로 만들어진 두 개의 팔이 생성됐다.

순식간에 늘어난 두 개의 팔.

평범한 마법사는 모자란 제 손을 대신하여 사용하는 수준의 마법이지만, 그에게 사용되자 두 손은 무기가 되었다.

츠츠츠츠-!

그의 팔을 본떠 생성된 두 개의 팔이 금나술을 펼쳤다.

정면, 옆, 뒤.

그의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고, 뒤덮었다.

사각지대가 사라진다.

흡사 검으로 만들어 내는 검막이 생성된 듯, 모든 틈이 가려진다.

후두두두둑.

화살이 쏘아지는 족족, 그가 만들어 낸 벽을 뚫지 못하고 튕겨 나간다.

그는 그 상태로 한 발자국씩, 앞으로 발을 놀리기 시작했다.

압도적인 광경!

“…….”

그 광경에 적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물리 공격을 방어하는 마법을 쓰는 자는 보고 들었어도 저런 식으로 화살을 막는 자를 저들은 지금껏 듣도 보도 못했다.

놀라서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그들.

“더 없나?”

무감각한 표정을 하곤, 네 개의 팔을 놀리며 그가 다가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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