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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23화 (23/191)

제23화

챕터 23.

수련장 겸 연구실에 들어선 테스.

그는 마탑에서 얻은 것들을 늘어놓았다.

연금술 도구들이었다. 미리 마련된 넓은 탁자 위에 도구들이 추가됐다. 휑해 보이던 탁자 위가 가득 찼다.

이번 생에서 테스는 정통 마법사는 아니므로 연금술 도구가 어색할 만도 했지만, 전생의 의선으로선 아니었다.

따로 설명을 볼 필요도 없이 익숙했다.

초반 수련을 위해서 탕약을 제조한 경험도 있으니 실수가 있을 리 없었다.

테스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제 필요에 따른 배치를 완료했다.

“다음으로 이게 제일 중요하지.”

배치가 끝나자,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한 줌도 안 되는 트롤 피, 슬라임 산성액, 하급 구울의 손발톱, 좀비의 타액…….

마법사라기보단 마녀에게 어울리는 재료들이 남은 빈 공간을 채웠다.

“최상급의 물건이라고 해 봐야 트롤 녀석의 피가 다인데, 100골드라. 확실히 대출혈이로군.”

재료를 놓고 도구를 배치하면 일차적인 준비는 끝이 났다.

이다음, 여기서부터는 그의 특색을 살려야 했다.

그는 선천진기를 더한 마나를 일으켰다.

마나. 부여. 변형.

“독 부여.”

룬이 조합되고, 신성력처럼 하얀빛이 녹색으로 변하는 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진득한 액체로 변한 마나가 모아 놓은 재료들에 스민다.

몇 분의 시간.

심장 어림에 가득 찬 마나가 줄어들 때까지 그는 끊임없이 독을 부여했다.

‘여기서 강화가 성공해야 해. 안 그러면…… 실험으로 들어갈 돈이 상상도 안 될 정도니까.’

지금 하는 그의 실험은 단순했다.

몬스터 사체로 구한 독물. 그 독물에 마나로 만든 독을 부여함으로써 독을 강화시킨다는 단순 이론이었다.

본래라면 힘든 일이었다.

독과 독을 섞는다고 해서 무조건 독력이 강화될 리 없었으니까.

약만큼이나 세밀하게 다뤄야 하는 게 독인지라 독과 독을 이용하여 강화시키는 건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나름의 확신이 있었다.

‘마나로 만든 독은 일종의 기운이야.’

마나 독은 일종의 기운.

그가 보기에 마나 독은 기운이기에 다른 독물과는 달리 속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 확신을 믿고서 그는 차분히 깔려있는 독물들에 독을 부여했다.

단순히 기운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는 일종의 감이 필요했다.

기운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단 소리다.

‘살살……. 그리고 세밀하게 주입해야 해.’

의선으로서의 경험, 만독공을 익히며 얻은 현생의 경험도 살려야 했다.

또한, 마법사로 지닌 마력을 선천진기와 함께 사용하면서 끊임없이 주입하여야 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귀하게 얻은 독물이 순식간에 녹아들겠지.

‘후우…….’

그는 크게 숨 쉬는 것도 참으며 주입을 이어 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고작해야 몇 분. 상당한 기운을 소모시킨 그.

“…….”

그의 이마에 땀이 또르르 떨어질 때쯤이었다.

강화되어 있는 그의 기감이 변화를 느꼈다. 독이 스며든 재료들에 독력이 강화되고 있음을 느껴졌다.

성공이다!

“역시 예상대로야. 형태만 변화했을 뿐 기운이라고 하는 건 어디나 스며드는 법이지.”

착각이 아니었다. 가진 독물들의 능력이 대폭 상승해 있었다.

그가 익힌 만독공에 반응이 왔다.

당장이라도 독물을 달라고 단전에서부터 날뛰기 시작했다.

‘독력이 못해도 두 배는 강해진 건가. 미쳤구만.’

작게 긴장했던 테스. 그는 그제야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일차 관문을 넘었으니 이제 그다음이다.

* * *

그는 독력이 강화된 재료들을 거대한 탕에 담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강화된 재료들을 제 감을 믿으며 담았다.

“슬라임 산성 독은 적게 넣는 게 맞겠고, 트롤 피가 적은 게 좀 아쉽네. 일단 다 넣고. 고블린 독액은……. 음, 이번에는 쓸모가 없겠어. 그리고 다음은…….”

약탕을 만들 땐 약력을 강화시켰다면, 지금은 그 반대로 행하면 되었다.

그는 자신이 지닌 노하우를 최대한 발휘하여 순식간에 그만의 독물 레시피를 완성했다.

독이 가득 들어간 탕약을 끓였다. 얼마 후.

“오……. 미친 냄새.”

끓어오르며 더러운 냄새가 풍겼다.

유독 가스나 다름없는 냄새. 달리 이야기하면 이도 기체 형태의 독이었다.

“아깝게 날려 먹을 순 없지. 흐으읍. 하.”

그는 내력을 돋워 만독공을 일으켰다. 독을 흡수하기 위해서다.

‘이야, 상당한데?’

유독가스가 지닌 독기는 생각보다 강력했다. 독력 일부만 스몄을 텐데도, 이 정도 독기라니.

테스는 앞으로 있을 결과물을 기다리며 탕약을 연신 조렸다.

* * *

결과는 성공이었다.

테스는 망설임 없이 완성된 탕약 일부를 들이마셨다.

“크흐읍…….”

내부로부터 올라오는 거부감. 진득한 독기가 내장을 때린다.

강화된 탕약을 그의 노하우로 재차 배합하여 더욱 강화시킨 탕약이다. 가히 최상의 독을 완성시켜 버린 셈. 강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흐으으…….’

지난번 용병들의 독기를 뽑아낼 때보다 더 지독했다.

백독불침에 가까워져 가는 그의 내부가 순식간에 진탕이 된다.

알싸한 고통. 어지러움. 구토 욕구.

이 둘을 느끼면서 테스는 바로 가부좌를 틀었다. 기운을 흡수해 내력과 선천진기를 늘리기 위해서였다.

* * *

까드드득-!

바닥까지 긁어내니, 한 스푼의 독약이 나왔다.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군.”

앞서 한 달.

한 솥이나 되는 독탕을 몇 번이고 끓여 먹은 그였다. 가져온 재료를 강화하고, 최대한 배합하여 버텨 낸 한 달이었다.

그사이, 그는 내력이 강화됨은 물론이고 선천진기와 독의 저항력까지 몇 배나 상승하였다.

“꺼흑, 이제 이걸론 독력이 늘어나는 느낌이 좀 약한데.”

가득 차오른 내력은 어느덧 반 갑자를 넘은 지 오래. 선천진기는 고작 한 달에 6년 치에 도달했다. 이것만으로도 전생보다 스무 배는 빠른 속도.

더 큰 수확도 있었다.

어설프게 도달하지 못했었던 백독불침에 완전히 다다랐다. 이제 어지간한 독을 갖고는 그에게 타격을 주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다.

오죽하면, 눈앞에 독력을 강화시킨 독약으로도 작은 속 쓰림만 느끼는 정도일까.

반 갑자의 내공. 선천진기. 독 저항.

‘여기에 서클도 슬슬 올라갈 시점이야.’

끊임없는 독 부여 마법의 사용으로 마법도 발전해 가고 있는 상황이니, 그의 발전 속도는 가히 놀라울 정도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흐으, 이 성장 속도를 계속 유지하려면 더 강한 독기가 필요하다는 건데.”

강대해져 가는 만큼 성장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었다.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해결해야 했다.

“적당히 조절해야 했는데, 너무 흥을 내 버렸을지도. 이렇게 되면……. 결국 방법은 하난가.”

* * *

바로 돈이다.

약을 위해서 계속해 몬스터 사체를 구입해간 그였다. 덕분에 몇 년은 버틸거라 여겼던 자금이 똑 떨어졌다.

빈털터리나 다름없어진 현재의 상황을 해결해야 했다.

“또 벌어야겠는데.”

그에게 남아 있는 자금은 고작해야 10골드.

에나와 함께 생활하는 데도 무리가 있는 금액이다.

수련을 하는 그녀에게 들어가는 돈도 상당하니까. 제대로 수련 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소모되는 돈은 더욱 늘어날 거다.

여기서 더 소비하지 않고 버틴다고 해도 최대 두 달이 한계.

‘이제 막 흥이 오르는데, 그럴 수가 있나. 쯧.’

한계가 보이나 여기서 멈출 순 없었다.

독 부여로 독력을 강화하고 새로 탕약을 만드는 걸로도 얻는 바가 많았다.

내력이 올라감은 당연했고 새로운 방식의 실험을 하다 보니 계속해 얻어 내는 지식도 상당했다.

일종의 지적 허영심을 잔뜩 채웠다고나 할까.

실전형 마법사임을 자부하지만, 그도 결국 본질은 마법사.

지식을 탐하는 게 즐거웠다.

전생의 의선의 탐구욕과 합쳐지면서 그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있었다.

오죽하면 잠까지 줄여 가며 연구를 지속할 정도다.

“할수록 재미있단 말이지. 하여간 내가 이래서 문제지. 전생에서도 흥이 오르면 막 써 댔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단 말이야. 쯧……. 전생을 잇는 습관이라니 이거 안 좋은데.”

약을 만드는 것보다 독약을 만드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연구할 거리가 넘쳐났다.

마력도 강화시키고 싶었다.

마력은 같은 중단전을 사용하는데도 그 힘의 종류가 달랐다. 내력이라고 말하는 기운과는 또 다른 매력이 보였다.

지금 그의 마력은 고작해야 2서클. 그것만으로도 전에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고, 응용을 할 수 있게 됐다.

곧 있을 3클래스에만 도달해도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겠지.

그러기 위해선 주문이 필요했고 주문을 구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다.

결국 필요한 건 돈이다.

이 돈으로 주문과 실험 재료, 내력 상승을 위한 탕약을 구해야 했다. 덤으로 에나의 수련을 위한 도구들도.

못 해도 수천 골드는 필요하다.

“어떻게 번다? 문제는 여기를 떠날 생각은 안 드니 이곳에서 해결을 해야 한다는 건데.”

의뢰를 나갈 순 없다.

연구를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데, 의뢰를 나가서야 연구를 하기 어렵지 않은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이 안에서 머무르며 돈을 벌 방법을 찾아야 한다.

“후음…….”

탁자를 툭툭 쳐 대며 그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돈도 벌 수 있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마탑 의뢰도 결국 용병과 비슷할 테지. 거기다 마탑의 베빈은 왠지 꺼려져. 가진 힘도 그렇고, 비밀이 많아 보이는 녀석이야.’

테스는 한참 머리를 굴렸다.

마법사. 용병. 흉가 마법사의 위명. 어쭙잖은 명성이다.

당장 이 안에서 돈벌이를 해야 하는데, 먹힐 만해 보이진 않았다.

그렇다고 한곳에 머무르는 호위 의뢰 같은 걸 할 수도 없다. 연구할 시간이 잔뜩 줄어들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전생에까지 이르렀다.

“아아! 그게 있었지!”

새로운 방법이 생각났다.

타앙, 그가 앉아 있던 의자를 내팽개치고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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