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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의선, 황제되신다-5화 (5/191)

제5화

챕터 5.

그로부터 며칠 뒤.

수련을 하기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친 테스는 이른 새벽부터 눈을 떴다.

“……어째 몸이 시원한데. 이게 단련돼 가는 느낌인가.”

해도 뜨지 않은 시간.

눈 뜰 때부터 느껴지는 개운함이 이전과 달랐다.

저질 체력을 갖고 있던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 용병 활동을 하면서 마법사치고 체력이 좋다고 자부했던 그로서는 새삼 반성이 될 정도다.

남과의 비교보다는 자기 자신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 제일 행복한 성장이라고 했던가.

“으차.”

성장하는 느낌에 힘을 얻은 테스.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방문을 나서자마자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여관 주인이겠지. 의외로 부지런하다니까.’

이른 새벽부터 특식을 준비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거래로 얻은 특식의 질이 생각보다 괜찮은 상황. 테스는 이후 있을 특식에 대한 기대를 하며, 바로 바깥으로 나섰다.

후우욱-!

문을 열자마자, 풍겨오는 새벽 내음이 그를 반겼다.

“자, 시작해야지.”

* * *

후우욱. 후욱.

테스는 규칙적으로 호흡을 하며 근육에 힘을 더했다. 호흡과 움직임 모두에 규칙을 뒀다. 하나라도 빠지는 법이 없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두근- 두근-!

심장이 맥동할 때마다 의생공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졌다.

‘무공이든 뭐든 시작은 하체부터고, 그 시작은 달리기부터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그의 첫 수련은 뛰기. 뜀박질은 기본적으로 폐활량을 강화하고 몸의 근육을 고르게 키우기에 적당했다.

테스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스스스스-!

단순 달리기가 아닌 경공 수련을 더했다.

의생공의 파생 무공인 의생보의 방식에 스텝을 맞추고 호흡을 실었다.

후우욱- 후욱-!

단순히 호흡하는 것을 넘어섰다. 의생공의 기운이 온 몸을 휘돌았다.

호흡, 움직임, 기운. 세 가지의 균형을 완성하며 계속해 발을 밟았다.

그러며 한 가지를 더 더했다.

‘제대로 차오르는데. 확실히 동공이 시간 절약엔 좋은 방식이야.’

스스스-!

일어난 기운이 온몸을 휘돈다.

대기의 기운을 빨아들이고, 이를 치환하여 자신의 내공으로 삼았다.

동공이다.

쉽게 말해 누워서 심법을 행하면 와공, 가부좌를 취하면 좌공, 그처럼 움직이며 행하면 동공이다.

가장 안정성이 떨어지는 방식이 동공. 동시에 가장 성과가 빠른 게 동공이기도 했다. 언제 어디서든 가능하니까.

동공은 아무 심법이나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의생공 같은 상승절학 정도나 돼야 감히 시도해 볼 법한 상승의 비기 중 하나였다.

‘의외로 의생공의 공능 덕분에 안정성도 최상이고 말이지.’

그런 비기를 바로 사용함으로써, 테스는 제 능력을 개화시키기 위한 시간 소모를 최대로 줄이고 있었다.

이른바 최소 시간 최대 효율의 수련법이랄까.

동시에 여럿을 행하는 수련 방식을 그는 온몸이 욱신거릴 때까지 반복하곤 했다.

이른 새벽이 지나 어느덧 해가 떠오르고.

‘크흐…….’

폐는 찢어질 듯 날뛰고, 다리는 연신 후들거렸다. 맥동하는 내력은 더 채워 달라고 마구 난동을 부려 대고, 몸은 더 움직이길 거부했다.

그때가 그가 잠시 멈출 수 있을 때였다.

“후우…… 미친……. 벌써 다 젖었나.”

온몸이 땀에 다 젖도록 몇 바퀴를 돌고 나면, 그의 몸은 잔뜩 더러워져 있었다.

‘지독해. 정화 마법이라도 어서 배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단순히 땀 냄새 정도의 수준이 아니었다.

뜀박질, 경공술, 동공.

셋을 한 번에 행하며 만들어지는 노폐물 덩어리의 냄새는 지독했다.

하기야 그간 그가 살아오면서 쌓인 모든 찌꺼기의 총화였으니 더러울 수밖에.

더러움의 총화를 잔뜩 묻히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오자, 특식을 들고 나오는 여관 주인이 코부터 가렸다.

“크흐, 냄새. 대체 무얼 하는데 이런 냄새가 나는 거야? 하수구라도 청소하는 거냐?”

“……준비는 됐죠?”

당장에라도 그가 준비한 특식을 먹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더 있었다.

바로 목욕 재계. 아침저녁으로 준비하는 목욕물은 여관 장기 투숙을 위한 몇 가지 조건 중 하나였다.

용케 준비를 해 놨는지, 여관 주인은 위부터 가리켰다.

“해 놨으니까 냄새 풍기지 말고 썩 위로 올라가! 청소 또 하기는 싫으니까!”

“흐흐. 고맙습니다.”

미리 준비되었단 그 말에 테스의 얼굴에는 웃음이 어렸다.

뜨뜻한 목욕물은 그에게 최상의 보상 중 하나. 그는 당장 달려가 따뜻한 물에 몸부터 담갔다.

차르르륵-.

“크흐. 심하네.”

모든 노폐물을 쫙 빼내고, 욕탕을 나설 즈음은 해가 슬쩍 올라오는 아침.

“다 먹으라고.”

“당연한 소리를! 접시까지 싹싹 긁어먹을 겁니다.”

툭 하고 내던지는 특식을 테스는 기쁜 마음으로 받아 들었다.

잘 썰린 돼지고기가 담긴 수프, 닭다리 하나, 신선한 야채.

‘제대로야. 의외로 신용이 있단 말이지.’

여관 주인이 만들어 준 특식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았다. 그간 실력을 다 발휘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다.

“잘 먹겠습니다!”

으적. 으적.

말 그대로 접시를 거의 핥을 기세로 특식을 먹어 치운다.

테스는 소화 시간을 대신하여 곧바로 밖을 나섰다.

경공술을 수련하였으니 이 다음을 수련하기 위함.

‘오늘은 권장법이렷다.’

머리에 있는 지식들을 제 몸에 체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직접 몸으로 움직이는 건 필수였다.

후우우웅-! 후웅-!

여관 뒤 공터에 간 그는 곧바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리는 의생보의 보법 형식에 끼워 맞춘다. 그 위의 몸은 기본 권각술을 시작함으로써 그가 원하는 몸의 형(形)이 만들어졌다.

초반에 어리숙하던 움직임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점차 익숙해져 갔다.

초보의 수준에서 금세 숙련자의 수준으로 올라선다. 얼마 가지 않아 몇 년은 권장법을 수련한 듯 그의 움직임이 유려해져 갔다.

중원의 무인이 보았더라면 깜짝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

그에겐 당연한 속도였다.

영혼에 박혀 있는 지식을 뽑아, 몸에 심는 것만으로도 그의 숙련도는 금세 차올라 갔으니까.

하루하루 몸에 체화를 시키며 그가 얻고자 하는 것은 단 하나.

‘십팔반병기부터 시작하여 어지간한 움직임은 다 익혀 놓고 봐야 해. 기초가 중요하니까.’

중원 무인들은 어린 나이부터 해 왔을, 몸의 기초를 쌓는 일이었다.

후우우욱-!

창, 검, 도, 권, 봉…….

지금부터 쌓은 모든 것이 그의 부족함을 채워 줄 터.

이로부터 시작하여 내력을 싣는 다음 단계에 이르게 되면, 그가 원하는 무인으로서의 1단계는 충분히 이뤄지게 될 거였다.

고작 몇 달만 돼도 삼류 무사의 수준에 이를 수 있겠지.

‘사기로 보일 정도로 빨라.’

하지만 거기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또한 고작해야 이 정도 속도에 만족할 이유도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테스는 매일매일 수련을 계속 했다.

* * *

시간은 무심하고 무상하여 사람의 의지로 잡지 못하고 흘러만 간다고 했던가?

테스는 묵묵히 수행을 계속해 나갔다.

기본적인 육체 수련을 통해서 군살을 빼고 근육을 만드는 데 정확히 삼 개월.

그 이후에는 단순히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닌, 외공의 수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외공 수련을 하면서 무공 초식의 수련까지 같이 한 것이 다시 삼 개월이다.

외공이란 기가 육신 전체에 고르게 스며들어 육체를 단련시키는 것.

강호인들 대다수가 외공을 등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진정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외공 수련도 일정 경지 이상은 해야 했다.

‘균형이 무너지면 고꾸라지니까.’

외공의 가장 대표적인 공능으로는 내공이 없어도 강건함을 유지한다는 것이지만, 강호인들이 잘 신경 쓰지 않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증폭율’이었다.

내공을 운용하면 육신의 능력은 증폭된다.

천근의 무게를 사람의 손으로 들어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내공으로 근력을 증폭시키면 가능해 진다.

그것이 내공의 힘. 내가진기가 소모되면서 일시적으로 초월적인 힘을 손에 넣는다.

그런데 외공을 익힌 자가 내공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

증폭되는 힘이 배가 된다. 그거도 최소다.

‘육신의 힘만으로 천근을 들어 올리는 자가, 내력도 더해지면 얼마가 되겠어? 미친 증폭률이지.’

그러나 시간은 한정적이고 외공과 내공 중 어느 쪽을 먼저 수련하는 게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강호에서는 언제나 다툼과 논란 거리였다.

아예 내공을 등한시하고 외공에만 모든 수련을 쏟아 붓는 문파도 있을 정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외공을 수련하는 동안에는 내공이 쌓이지 않는다.

내가진기가 쌓이지 않는 대신에 외공의 깊이가 점점 더해져서 육신 자체가 흉기가 되는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테스는 운이 좋았다.

테스의 전생은 바로 의선문의 문주였으니까.

‘외공을 먼저 단련하고 내공 수련은 약으로 대체한다! 미친 발상 같지만, 실제로 효과적이니까.’

의선문주는 천하에서 의술이 가장 드높은 자.

그는 외공 수련을 우선하고 모자란 내공은 약으로 때운다는 미친 생각을 실천에 옮긴 인물이었다.

그리고 성공했다.

왜냐.

돈이 많고, 의술이 뛰어나니까.

그는 소림사의 대환단에 버금갈 만한 영약을 제작해 내는 데 성공했으며 그걸 만들 재료를 모을 수 있는 자금력이 있었다.

때문에 죽어라 외공 수련을 해서 육신을 만들고, 내공을 약으로 채워 넣어 ‘천하십대고수’의 반열에 오른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래서 내가 우화등선에 실패한 거 아닌가. 생각해 보니까 체계적으로 강해지다 보니, 깨달음이고 뭣도 거의 없었잖아?’

물론 지고의 경지라는 현경에 오르긴 했었다.

나이 일흔쯤에 불숙 찾아온 깨달음으로 약간의 반로환동-약 십 년 정도 젊어졌었다-을 겪고 현경이 되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불완전한 깨달음이 아니었나 싶다.

‘그게 패착이었으려나. 그래도 지금은 전생보다야 유리하지. 시행착오 겪을 것도 없고, 이미 현경까지 가는 길은 다 알고 있으니까.’

전생의 그와 현생의 그는 같은 영혼을 가졌으나 동일인은 아니다.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나, 깨달음까지 체화 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전생의 기억을 따라서 수련을 하고 전생에 겪은 시행착오를 피하며 빠르게 수련하면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주 목표다.

그리고 육체 단련 삼 개월에 외공과 검법과 보법의 수련까지 삼 개월 하여 약 육 개월의 시간을 수련에만 매진한 끝에 그는 노련한 검사라 할 수 있는 모습이 됐다.

이제는 누가 보면 마법사라기보다는 검사나 전사라고 봐줄 법한 그런 상태가 된 것이다.

‘후……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 지금 내 성취가…….’

테스는 자신이 육 개월간 수련한 결과를 생각하며 검을 내렸다.

저 멀리로 석양이 지고 있다.

슬슬 저녁을 먹을 시간. 테스는 식당으로 걸으며 생각을 이어 나갔다.

‘외공인 강체공이 이성(二成). 영류비법은 삼성(三成). 보법도 삼성(三成).내공인 의생공은 사성(四成)인가.’

성취.

무공은 보통 이걸로 경지를 나눈다. 성취가 올라갈 때마다, 쓸 수 있는 기술도 늘었다.

예를 들어 강체공 일 성. 이때는 가죽이 질겨진다. 이 성부터는 근육이 더 질겨지고, 삼 성에서는 뼈가 단단해 졌다.

오 성의 성취를 얻으면 이때부터는 근골과 피륙이 모두 단단해지고 재생력이 생겨나며 체력 회복이 보통 사람의 세 배 가까이 오른다.

팔 성이면 각종 저항능력에, 평범한 날붙이론 상처도 입지 않았다.

‘팔 성부터 정말 괴물이지.’

대성하면 검기 같은 기격-기를 이용한 공격 기술-에도 피해를 입지 않을 정도다. 이 수준만 되도 강호에선 상승외공이었다.

아쉽게도 테스가 알고 있는 외공인 강체공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강체공을 익힌 다음 익히는 다음 외공이 존재하지만, 그것도 강기를 견딜까 말까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 수준이면 강호의 이류 무인 정도는 되겠는데. 이쪽 세계 기준으로는…… 오러 유저 상급 정도일 테고.’

오러 유저 상급이라.

소규모 영지를 가선, 기사 대접을 받을 수 있을 정도 무위였다.

‘그러고 보면 기사들이 쓰는 오러는 내공하고 비슷한 듯하면서도 달랐단 말이지……. 나중에 그것도 연구해 보면 좋을지도. 음. 또 딴생각을 해 버렸네. 전생이나 현생이나 이런 버릇은 똑같구먼. 영혼이 동일해서 그런 건가.’

경지를 가늠하며 들어간 식당 안.

이미 그를 위한 특식이 준비돼 있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서 테스는 식사를 시작했다.

우물우물.

‘육 개월 만에 이류 무사라……. 전생이었으면 다들 기절초풍하겠군.’

자신은 삼류 무사라고 칭할 수준. 하지만 강호에서는 삼류도 못 된 자들이 모래알처럼 많았다.

삼류도 쉬운 게 아니었다.

외공의 단련이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거나 내공을 몇 년 치는 가지고 있어야 했다.

내공을 고작 일 년도 가지지 못한 자가 수두룩했다. 제대로 제어할 줄 아는 자는 더더욱 없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제대로 된 내공 심법도 익히지 못한 자들이 많았으니까.

스스로를 삼류 무인이라고 칭하지만, 제대로 돼먹지 못한 자들이 수두룩하니 많았다.

고작 반년 넘는 수련 시간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가 아니었다.

그러한 성취를 그는 짧은 시간에 얻어 냈다.

‘의생공도 슬슬 다음 성취가 보이고 있긴 한데……. 이걸 끝마치지 못한 건 아쉽네.’

의생공만 하더라도 어느덧 오 성 끄트머리. 사실 다른 무공에 비해서 이것만 성취가 높은 것은 전생의 기억이 큰 역할을 한 점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마법사이기 때문이었다.

마나 친화력의 공능은 내공 수련을 하는 데 어마어마한 이점이 있었다.

기초라 칭하나 일절로 보기에 무방한 의현지권이 사성.

영류비검은 기초라고 할 수 있을 스물일곱의 초식을 익혀 냈다. 삼 성에 가까워져 가고 있었다.

가장 오래 익힌 의생보는 말할 것도 없었다. 곧 오 성이다.

누가 보더라도 기염을 토할 만한 상황.

지독히 빠른 성과였다.

‘자…… 그러면. 이제 다음 단계다. 수련을 마음 편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물우물.

식사를 이어가면서 그는 골똘히 생각했다. 이내 결론이 나왔다.

‘역시. 정착을 하고 세력을 만들어야겠어. 장원을 하나 구입하는 정도가…… 적당하겠지. 전생처럼 문파 같은 게 있는 세계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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