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 누스의 최후
187. 누스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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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이루어진 권좌에 앉은 빛의 신 누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권속을 없애면서 다가오는 강하온 때문이다.
『피곤한 녀석이군. 』
그가 만든 권속은 후에 어둠의 신 세트 같은 녀석을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패였다.
그런 권속들이 한낱 인간에게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으니 신경이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이쯤 되니 누스는 강하온이 궁금했다.
지금까지 태초신의 파편을 얻기 위해서 준비했던 모든 계획을 망친 인간이 과연 누구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어째서 인간이 그리 강해질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나를 움직이게 한 것에 대한 대가는 치러야 할 것이다.』
누스는 강하온을 막기 위해서 보내 놓은 권속을 모두 회수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스슥-.
누스는 빛의 신에 걸맞게 빛으로 입자화되면서 강하온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응?”
이번에는 어떤 귀찮은 것이 앞을 막을까 하면서 움직이던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도 그럴 게, 막 상대하려 했던 광인이 빛이 되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뿐만 앞이라 앞에서도 느껴지는 힘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런 강하온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 ······드디어 놈의 낯짝을 볼 수 있겠네.”
빠득-.
강하온은 이를 꽉 물었다.
자신이 있는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는 강력한 존재, 지금까지 자신을 귀찮게 만들었던 누스였다.
번쩍-!
강하온의 앞에는 눈이 부실 정도의 빛이 생겨났고, 빛이 사라지자 그 자리에서 누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대가 강하온이라 하는 인간이군.』
새하얀 피부의 뾰족한 귀, 짧은 금발에 머리 색과 같은 눈동자, 탄탄한 몸까지.
데미안과 꼭 닮은 모습의 누스는 강하온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예상했던 대로네, 예상했던 대로야.”
강하온은 누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무슨 말이지, 인간. 』
“예상대로 재수가 없게 생겼다고, 한 치의 예상도 빗나가지 않았어.”
강하온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누스는 그런 강하온의 말에도 여전히 무심한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으음, 생각보다 반응이 별로인데?”
내심 지금까지 봤던 오만한 신들처럼 분개할 거라 기대했던 강하온은 너무 담담한 누스의 반응에 실망했다.
『인간, 그대는 벌레가 크게 짓는다고 벌레에게 진심으로 분노하는가? 그럴 리가 없겠지, 시끄러워 짜증이 날 수야 있겠지만 말이야. 나한테는 그대가 그런 존재네, 화가 나겠는가?』
“내가 너한테 벌레 같은 존재라는 건가? 역시 화법도 아주 거지 같단 말이야? 재수 없는 거 하나는 타고났네, 세주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누스의 재수 없는 화법에 강하온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전에 만들었던 물건이나 했던 짓을 보고 재수가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보다 더 재수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네 말이 맞는 거 같기도 해.”
『 ······. 』
누스는 강하온이 갑자기 자신의 말에 동조하자 의문의 눈으로 쳐다봤다.
“나도 너한테 분노보다는 살짝 짜증이 나는 정도네.”
지금까지 변동이 없던 누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강하온, 그도 어디 가서 입심으로 밀리지 않았다.
번쩍-!
강하온의 도발에 돌아온 것은 대답이 아닌 공격이었다.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이 강하온을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탕-!
강하온은 손으로 가볍게 튕겨냈다.
『······.』
누스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단번에 죽일 수 있다고 생각은 안했지만, 설마하니 저렇게 가볍게 공격을 막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거 알아?”
강하온은 누스의 공격을 막아낸 손등을 슬쩍 보고는 누스에게 물었다.
“벌레가 물면 간지럽다는 거, 생각보다 더.”
강하온은 누스에게 손등을 보이며 말했고.
『네놈! 죽여버리겠다!』
그 모습에 분노를 참지 못한 누스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번쩍-!
그 순간 누스의 등 뒤로 셀 수도 없는 무수히 많은 빛의 무기가 나타나더니, 엄청난 속도로 강하온을 향해 쇄도했다.
“재밌네.”
그 모습에 강하온은 웃으면서 검을 꺼냈다.
그렇게 빛의 신 누스와 강하온의 악연을 종지부 찍을 전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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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신 누스, 태초신이 만들었던 열두 명의 신이 모두 죽은 지금, 그의 격은 모든 차원을 통틀어서 가장 높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 그는 곧바로 여러 차원을 정복하며 자신의 신격을 상승시켜 그만한 강함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전투는 너무 일방적으로 끝이 났다.
결과는 당연히 강하온의 승리였다.
『이, 이게 무슨······. 』
강하온의 일격에 옆구리 큰 상처를 입은 누스는 주어 앉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금 전 상황을 떠올렸다.
강하온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 빛으로 입자화해서 피해냈다.
분명 그랬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아득한 통증이 느껴졌고 정신을 차리니 지금과 같이 옆구리에 큰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누스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입힌 것도, 강하온이 무슨 수로 자신을 공격했는지도 전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간! 무슨 사술을 사용한 것이냐!』
누스는 시뻘게진 눈으로 강하온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강하온은 그런 누스의 모습에 어이없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너 같은 놈들이 있지. 항상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놈들, 그런 놈들은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닥치면 항상 부정하더라고. 어디 같은 학원이라도 다니는 건가?”
『이놈! 죽여버리겠다! 』
강하온의 말에 누스는 분노했다.
첫인상을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그 분노를 받아줄 생각도, 이해시켜줄 생각도 없었다.
“죽여버리는 게 아니라 ‘죽어버리겠다.’ 가 어울리겠다.”
강하온은 싸늘한 눈으로 누스를 바라보며 검을 휘둘렀고.
서걱-!
누스는 마지막으로 반전되는 세상과 덩그러니 놓여있는 자신의 몸을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시작은 누구보다 찬란했던 빛의 신의 마지막은 초라하게 끝이 났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누스의 죽음을 확인시켜 주듯 강하온의 눈앞에는 무수히 많은 알림창이 나타났다.
“많이도 오르네.”
지금까지 죽여왔던 그 어떤 신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
꼭 게임 속에서 치트를 쓰고 레벨을 올리는 것 같았다.
충분히 기뻐할 만한 상황, 하지만 강하온에게 기뻐할 시간이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금방 찾으러 갈게.”
현재 강하온에게 중요한 것은 레벨이 아니라, 레이나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빨리 찾지 않으면 레이나가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쪽은 조금만 더 있다 봅시다.”
강하온은 구름 한 점 없이 빛나는 하늘을 잠깐 봤다가 레이나의 기운이 느껴지는 빛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때, 그를 막아서는 것이 있었다.
『가, 감히 누스님을! 죽여버리겠다!』
『당장 저 인간 놈을 죽여라!』
누스를 잃은 광인은 절망과 증오, 그 외에도 분노와 슬픔 같은 여러 감정이 섞인 얼굴로 강하온을 막아섰다.
강하온에게 비할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기세는 살벌했다.
“전부 꺼져.”
그들의 기세가 살벌하기는 했지만, 강하온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강하온은 단칼에 전부 베어 넘기면서 기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러서지 마라! 』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을 죽인다! 』
그런데도 광인들은 멈추지 않았다.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짓이었지만, 이미 모든 것을 잃은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없었다.
“그래, 전부 와라. 어차피 전부 죽일 생각이었으니까.”
강하온은 막아서는 모든 광인을 베면서, 무소의 뿔처럼 전진했다.
어차피 적이 된 이상, 그는 모든 광인을 죽일 생각이었다.
굳이 후환을 남길 생각이 없는 강하온이었다.
“끈질긴 새끼들.”
강하온의 얼굴에는 진한 짜증이 서렸다.
목숨을 도외시하고 달려드는 광인이 위협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는 목적지인 빛기둥까지 도착했다.
“이 안에 있구나.”
강하온 빛기둥 안에서 레이나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금방 꺼내줄게.”
레이나의 기운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강하온은 지체할 시간 없이 곧바로 빛기둥부터 확인했다.
“끝까지 귀찮은 짓을 해놨네.”
분명 빛으로 이루어진 게 맞았지만, 빛기둥은 강하온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결계였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결계.
“베어버릴 수도 없고.”
마음 같아서는 단칼에 베어 없애고 싶었지만, 안에 있는 레이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강하온은 조금 느리더라도 안전하게 레이나를 구하기 위해서 결계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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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활약한 만큼, 지구에서도 그의 동료들은 큰 활약을 하는 중이었다.
“곰탱아, 잘하고 있다.”
『곰탱이가 아니고 바오야. 』
“알겠소, 바오.”
은순이가 길가메시와 그를 따르는 초월자 무리를 처리한 것처럼, 드라쿨 일행도 태초의 짐승인 라온을 상대로 잘 해주고 있었다.
호이에게 바다의 가호와 드라쿨의 혈마법으로 버프 마법을 받은 바오는 라온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불리한 환경과 부상으로 인해 바오가 유리한 상황이었고, 그로 인해 바오는 혼자서도 잘 싸우고 있었다.
물론, 보기에는 그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이 미친 연놈들아! 염병 떨지 말고 얼른 돕기나 해!』
바오는 도울 생각은 안 하고 구경하는 둘을 보고, 분노 가득한 외침을 뱉었다.
온갖 유리한 상황 덕분에 조금 이기고 있기는 했지만, 중간중간에 섬뜩한 라온의 공격 때문에 바오는 한 시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췄다가는 라온의 무시무시한 아가리에 어디 하나 물려 날아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쳇, 빌어먹을 곰탱이 새끼. 그게 뭔 대수라고 혼자 못해내고는. 』
드라쿨은 호이와 즐거운 시간을 방해한 바오에게 의념으로 불만을 터트렸다.
바오는 드라쿨의 태도에 속으로 다짐했다.
‘저 빌어먹을 모기 새끼, 넌 내가 꼭 죽인다.’
이 다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겠다고.
“호이 양, 이제 돕도록 하죠.”
“응!”
그제야 둘은 바오를 돕기 시작했다.
둘의 도움이 있자, 팽팽하던 전투의 균형은 한 번에 무너졌다.
라온의 몸에는 점점 상처가 늘어갔다.
『그분의 복수도 하지 못하고 이리 허무하게 죽다니······.』
그렇게 태초의 짐승 라온은 복수를 하지 못했다는 진한 안타까움을 남기고 떠나갔다.
“잘 해냈군.”
마침 지구로 돌아온 은순이는 내심 걱정했던 드라쿨 일행이 라온을 이겨내자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저쪽이네.”
은순이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황금빛 뇌전이 번쩍이는 먹구름이 쌓은 곳, 세주와 데미안이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는 곳이었다.
『전부 노닥거릴 시간 없으니까, 준비해라. 』
은순이는 바닷속에서 다투는 일행에게 의념을 보냈다.
“······.”
한창 다투던 바오와 드라쿨은 행동을 멈추고 군말 없이 바닷속에서 나왔다.
호이야 대놓고 은순이를 두려워하지만, 둘은 은연중 은순이를 두려워했다.
“이번에는 이긴다.”
그렇게 은순이 일행은 지난 설욕을 하기 위해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