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 지구의 수호신들.
185. 지구의 수호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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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갈라지며 보이는 푸른 낙원, 가이아의 공간 에덴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무슨!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가이아는 다급하게 차원을 닫기 위해 힘을 사용했다.
하지만 데미안과 길가메시의 힘이 가이아를 방해했다.
지이잉-!
가이아가 가진 힘은 태초신의 힘, 아무리 둘의 힘이 강하더라도 막을 수는 없었다.
단지, 그 속도가 느려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먹이를 노리는 셋에게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열렸다.”
『드디어 느껴지는군. 』
『크르르, 그곳에 숨에 있었구나.』
길가메시, 데미안, 짜증이 가득했던 라온까지.
셋의 안광을 번쩍이며 푸른 낙원에 보이는 가이아를 쳐다봤다.
『빌어먹을 놈들 ······. 』
그 모습에 가이아는 입술을 깨물며 이를 악물었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녀가 가진 힘은 태초신의 힘이라고 해도 파편의 일부였다.
지금 상황에서 저 셋을 감당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제대로 다룰 수 없는 힘을 가진 것만큼 어리석은 것은 없지, 그 힘을 짐에게 넘겨라.”
『그냥 포기하고 넘긴다면 죽이지는 않겠다. 』
『그곳에 같이 있었다니, 잘 됐구나. 』
셋은 곧바로 가이아가 있는 차원으로 넘어가기 위해 움직였다.
이대로 셋 중 하나라도 가이아가 가진 태초신의 힘이 넘어가면 세상에 혼란이 찾아온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행히 늦지 않았군.”
『데미안이라고 했나? 오랜만이군. 』
“인간? 신기한 놈이군.”
『응? 저 녀석한테 꼬맹이 냄새가 나는데? 』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급하게 움직인 은순이 일행이 그들을 막았기 때문이다.
“······.”
당장에라도 태초신의 파편을 얻을 생각에 들떠 있던 셋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 짧은 사이, 길가메시와 데미안의 힘으로 연결됐던 가이아의 차원이 닫혔기 때문이다.
“ ······짐의 앞을 막은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또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
『크르르, 죽여버리겠다. 』
태초신의 파편을 얻을 기회를 날리게 된 셋의 분노는 은순이 일행에게 향했다.
쿠구구구-!
셋의 분노가 얼마나 큰지, 주변의 대기가 흔들렸다.
하지만 그런 강력한 힘에도 은순이 일행 담담했다.
『죽인다! 』
태초신의 힘을 얻어 복수를 꿈꿨던 라온은 그 꿈을 막아선 은순이 일행을 향해 분노의 포효를 뱉으며 달려들었다.
“셋이서 저 백호를 맡아라.”
은순이는 곧바로 드라쿨과 바오, 호이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았다.”
셋은 군말 없이 은순이의 말을 들었다.
현재 그들의 앞에 있는 셋 중, 가장 약한 존재가 라온이었다.
『고양이 새끼가 어딜! 』
바오는 수인 모드가 아닌, 라온 만큼 거대한 크기의 팬더로 변해서 라온을 막아섰다.
거대한 짐승 둘이 싸우는 모습은 괴수 영화를 방불케 했다.
『크르릉, 곰탱이 새끼가 귀찮게 하는구나. 』
『빌어먹을 고양이 새끼가 무식하게 힘만 강해서는······.』
둘 사이에 힘 차이는 명확했다.
라온이 부상을 입은 상태기는 했지만, 괜히 태초의 짐승이 아니었다.
힘으로 바오가 이기는 것은 힘든 상황이었다.
『먹이로 사라져라. 』
라온은 거대한 아가리를 벌려 바오의 목덜미를 노렸다.
하지만 바오는 혼자가 아니었다.
“곰탱이 녀석, 귀찮게 하는 군.”
드라쿨이 그 모습에 곧장 혈마법을 사용했다.
그러자 바오의 목덜미에 갑옷과 날카로운 가시가 생겨나며 라온을 공격했다.
『날파리 같은 놈들이! 』
갑작스러운 공격에 목을 돌려 피한 라온은 분노했다.
하지만 바오를 돕는 건 드라쿨 뿐만이 아니었다.
풍덩-!
바다에서 물로 이루어진 거대한 촉수가 올라면서 라온과 바오를 그대로 잡은 채 바다로 끌고 들어갔다.
바다의 신, 호이의 힘이었다.
“드라쿨, 나 잘했어?”
“아주 잘하셨소.”
“응!”
드라쿨의 칭찬에 호이는 기분 좋아했다.
『이 빌어먹을 연놈들아! 뭐하는 짓이냐! 』
그때, 밑에서 바오에 처절한 의념이 들려왔다.
그러한 바오의 반응에 드라쿨은 피식 웃었다.
“호이 양, 갑시다.”
“응!”
그렇게 둘은 곧바로 바다 안으로 들어갔다.
바다 안에는 한창 사투를 벌이는 바오와 라온이 보였다.
둘 다 신의 격을 얻었다고는 하지만 그 본질은 육지 생물이었다.
호흡하는 데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둘은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그 문제는 곧바로 사라졌다.
『호이양. 』
드라쿨은 제집처럼 편안해 보이는 호이한테 의념을 보냈다.
그러자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오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후! 뒤지는 줄 알았네. 』
그 순간, 바오의 얼굴이 편안해졌다.
호이는 바다의 신, 그녀의 권능으로 바다 안에서 호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고양이 새끼가 감히 내가 누군 줄 알고! 』
바오는 잠시의 설움을 갚아주기 위해서 주먹을 말아 쥔 채 라온의 배를 공격했다.
호이의 권능으로 인해 호흡은 물론, 육지에서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이 움직이는 그의 주먹은 가볍게 라온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커억! 』
정확히 옆구리를 가격당한 라온의 입에서 물보라가 일었다.
평소 라온이었다면 이런 공격에 당하는 일이 없었을 테지만, 이건 라온의 본질에 있었다.
라온은 백호, 그의 권능은 땅을 다루는 데 있었다.
상성 상 물에 약할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새끼들이! 』
라온은 죽일 듯 셋을 당장에라도 공격할 듯 노려봤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말과 달랐다.
곧바로 바다를 빠져나가기 위해서 헤엄쳤다.
그 역시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깨달았고, 당장에 바다를 벗어나려 했다.
육지에만 나간다면 저들은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오는 그걸 가만히 지켜볼 생각이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
바오는 호이의 권능 덕에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고, 그대로 라온의 꼬리를 붙잡아서 끌어당겼다.
『멍청한 놈, 내가 괜히 네놈을 물로 끌고 왔을까 봐? 어디 한 번 끝까지 발악해봐라.』
상대가 누구든 정해진 작전이었다.
이미 오기 전, 셋의 힘을 합쳐서 길가메시, 데미안, 라온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에 최대한 유리한 환경에서 싸워야 했다.
『호이양, 저 곰탱이를 계속 지원해주시오.』
『응! 』
드라쿨과 호이는 뒤에서 바오를 지원하기 시작했고, 전투의 흐름은 일방적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오 일행이 전투를 버리고 있을 때, 다른 곳에서도 전투가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이봐,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하지.』
세주는 데미안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의 눈 깊숙한 곳에는 엄청난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알았다.”
은순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주가 움직였다.
파지직-!
세주는 엄청나 속도로 움직여서 데미안을 붙잡고 그대로 하늘로 솟구쳤다.그렇게 라온과 데미안이 사라지고, 허공에는 길가메시 일행과 은순이만 남게 됐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짐을 상대하는 것은 그대가 되겠군.”
길가메시는 혼자 남은 은순이를 보며 말했다.
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만, 그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아까 말했듯이 짐의 앞을 막아선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드래곤이여.”
길가메시의 입에 남아 있던 미소마저 사라지면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가만히 지켜보던 은순이가 입을 열었다.
“오만한 인간이군.”
그녀의 싸늘한 목소리가 퍼지는 순간, 일대의 공기도 차갑게 식었다.
그녀가 만들어낸 이러한 변화는 길가메시를 비롯한 모든 초월자를 긴장케 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초월자였다.
드래곤이 강하다고 하나, 자신의 차원에서 드래곤 한두 마리는 쯤은 찜 쪄 먹은 경험이 있는 드래곤 슬레이어였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드래곤, 은순이는 그 격을 달리했다.
분명 신은 아니지만, 그녀의 강함은 최상위 신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았다.
“한 번 보여봐라.”
은순이의 푸른 눈동자가 세로로 갈라지면서 종의 정점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존재감만으로 사방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오만한 인간, 그대가 말한 대가가 무엇인지.”
은순이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녀를 중심으로 시간마저 얼어붙은 듯 모든 게 멈췄다.
이어서 푸른 빛이 번쩍이며 그녀를 포함한 길가메시 일행을 전부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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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을 목을 움켜쥔 채, 그대로 높은 하늘까지 올라가던 세주는 목을 놓은 채 뒤로 크게 물러섰다.
서걱-!
그가 있던 자리에는 공기가 베었고, 데미안의 손에는 어느새 날카로운 검이 들려 있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강해졌군.』
데미안은 자신의 공격을 가볍게 피해 낸 세주를 보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 지금이라도 물러서라. 』
『빌어먹을 새끼가 여전히 재수 없네. 』
마치 아랫사람 대하듯 말하는 데미안의 태도에 세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세주는 화를 삭였다.
지금 그는 데미안에게 확인할 것이 있었다.
『레이나, 그 인간 여자는 어떻게 됐지? 』
처음 데미안의 습격이 있었던 그 날부터 지금까지, 세주에게 레이나는 후회로 남아 있었다.
『내가 굳이 대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
『그래, 할 필요는 없지. 하지만 곧 대답하게 될 거다, 네놈의 입으로 직접. 』
말을 끝으로 세주의 몸에서 황금빛 뇌전이 솟구쳤다.
일대의 마나가 그의 의지를 받아서 뇌전의 성질을 띠기 시작했다.
파지직-!
뇌전은 세상을 뒤덮을 기세로 사방에 퍼져나갔다.
데미안은 자신에게로 뇌전이 다가오자 손을 뻗어 막아냈다.
『 ······. 』
하지만 뇌전을 막아낸 데미안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그가 간단하게 손을 뻗은 거 같았지만, 그의 손에는 그의 육체를 만든 여러 신의 신성, 그 근본이 담겨 있었다.
영역을 그의 손에 담아서 막은 것이다.
파지직-!
그런데 세주의 뇌전은 그의 영역을 뚫은 채 그의 손에 그을림을 만들었다.
단순히 마나가 뇌전을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닌, 마나 하나하나의 영역, 그의 근원이 담겨 있었다.
그 말은 세주 역시 자신과 같은 경지에 올랐다는 증거였다.
『단순한 뇌전이 아니었군, 그때 그 창인가? 』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르군. 』
세주는 재수 없다는 듯 데미안을 노려봤다.
데미안의 말이 맞았다.
세주는 그동안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고, 번개의 근원을 담고 있는 아스트라페를 완전히 흡수했다.
그는 모든 것을 근원적으로 파괴하는 뇌전의 힘을 온전히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고 달라진 것은 없다. 』
빠직-!
자신의 변화를 눈치챘음에도 여전히 담담한 데미안 태도에 세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누가 누스의 새끼 아니랄까 봐 역겨울 정도로 얄밉군. 』
세주는 데미안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누스가 떠올랐다.
아니 그 이상의 재수 없음을 느꼈다.
『과연 잠시 후에도 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보자고.』
세주는 처음부터 전력을 다했다.
파지직-!
그의 몸에서 뇌전이 뿜어져 나오면 몸 전체를 뒤덮었다.
세주는 순식간에 뇌신의 모습으로 변화했고, 그의 변화에 동조하면서 주변에 있는 구름에 뇌전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쿠르릉-! 쾅쾅-!
그 순간, 세상이 황금빛 뇌전으로 번쩍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