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 최고의 미끼
182. 최고의 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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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위 신이라 부르기에 부족함 없는 마신 데이아스의 존재감에 숨어 있던 침략자들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무시무시한 힘이다······, 존재감만으로 피부가 저릿하군.”
“저놈한테 덤볐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군.”
“역시 저런 괴물도 넘어왔군, 조심해야겠어.”
“기회가 올 때까지 숨죽여서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일반적으로 약한 존재들, 그들은 강자의 등장에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큰 보상에는 큰 위험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 지구로 넘어왔으니 말이다.
그들은 강자들의 싸움에 휘말리지 않게 더욱 깊숙이 숨어들었다.
그들은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이곳으로 넘어온 순간, 그들에게 포기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태초신의 파편.
그만큼 보물은 탐스러웠다.
보물을 얻기만 한다면, 지금 존재감을 발산하는 데이아스보다 강해질 수 있는 물건이었으니까.
“저리 강한 힘을 가졌으면서도 참을성이 부족하군, 역시 신이라는 족속들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어떻게 길가메시, 지금 바로 움직일 생각인가?”
“아니, 일단은 상황을 기다린다. 곧 제대로 된 판이 깔릴 거다, 우리는 그때 움직인다.”
길가메시처럼 상황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크하하하, 녀석도 이곳에 와 있었나? 재미있겠군.』
『오랜만에 느끼는 두근거림이군. 』
데이아스의 존재감에 호승심을 느끼고 같이 존재감을 발산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지구는 전쟁터로 바뀌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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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순이를 비롯하 동료들은 집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새로운 놈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기다린다.”
마신 데이아스가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하나로는 부족했다.
은순이는 데이아스와 함께 판을 크게 키울 존재를 기다렸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되겠네, 반가운 녀석 하나가 또 움직였다. 』
“이번에도 그대가 같은 원시의 신인가?”
은순이의 말에 세주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강력한 존재감이 지구 전체에 퍼져나갔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이었다.
『불의 신 불타르, 데이아스와 앙숙인 녀석이다. 다른 하나는 누군지 모르겠군. 그나저나 곧바로 움직일 생각인가? 』
“움직여야지, 거래하는 쪽에서 지구가 파괴되는 걸 원치 않으니까.”
가이아의 계약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지구의 안전이다.
애초에 은순이의 목적은 침략자 처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구에 피해가 오지 않은 것이었다.
그래서 은순이는 가이아한테 한 가지를 제안했고, 가이아는 울며 겨자먹는 식으로 은순이의 요구를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녀석들이 싸울 전쟁터를 만들러 갔다 오지.”
은순이는 일행에게 말하고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 ······생긴 것만큼이나 섬뜩하네, 적이 아니어서 다행이야. 』
세주는 은순이가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 ······.”
다른 셋도 세주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은순이가 어떤 일을 하려는 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무서워 ······.’
특히 안 그래도 은순이에 대한 두려움이 심한 호이는 앞으로 더 은순이의 말을 더 잘 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전부 은순이를 생각하면서 섬뜩하다고 할 때, 은순이는 태평양 한가운데 도착했다.
“먹이는 여기있으니까, 여기서 놀아라.”
은순이는 아공간에서 작은 수정 하나를 꺼냈다.
가이아, 정확히는 가이아가 가진 태초신의 파편의 힘 일부가 담긴 수정이다.
“ ······힘에 관심이 없는 나도 탐이 날 정도야.”
수정을 꺼낸 은순이는 멈칫했다.
수정에서 느껴지는 힘은 그녀에게 없던 욕망까지 만들어내 자극 시킬 정도였다.
지금 지구를 전쟁터로 만들려는 괴물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한 먹이일 게 분명하다.
“!!!”
은순이의 생각대로 지구로 넘어온 침략자들에게 그 어떤 것보다 달콤한 먹이였다.
침략자들은 전부 행동을 즉각 멈췄다.
『파편이다!』
데이아스를 비롯한 전투를 벌이려던 최상위 신들 모두 은순이가 있는 곳으로 향하기 시작했고, 잠시 숨죽여 기다리던 강력한 신들도 전부 너나 할 것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교적 약한 존재들은 눈치를 보기는 했지만, 그들도 전부 파편의 힘이 느껴지는 곳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제대로 된 미끼네.”
은순이는 사방에서 자신이 있는 곳으로 향해서 오는 기척을 느꼈다.
그 압박감이 얼마나 큰지, 은순이조차 피부가 저릿했다.
“힘 자랑은 이곳에서 하지 마라, 무대는 만들어 줄 테니까.”
은순이는 태초신의 파편을 매개체로 마법을 사용했다.
쩌저적-!
태초신의 힘이 담긴 수정은 공중으로 떠올랐고, 수정이 깨져나가면서 거대한 포탈은 만들었다.
포탈은 은순이가 파편을 매개체로 창조해낸 차원과 연결 된 곳이다.
“후 ······.”
창백해진 은순이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태초신의 힘이 담겨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사용해서 하나의 차원을 창조해낸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은순이도 상당한 심력을 소모했다.
“마음껏 싸워봐라.”
은순이는 그대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할 일은 여기까지 였다.
남은 일은 달콤한 먹이에 눈이 먼 괴물이 미끼를 물기 기다리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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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순이가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누군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존재는 마신 데이아스였다.
『이건 너무 노골적이라 웃기는군.』
데이아스는 포탈을 보고 웃었다.
갑작스럽게 느껴졌다 사라진 태초신의 힘, 그 자리에는 포탈이 생겨져 있었다.
누가 봐도 그 안으로 들어가라는 뜻, 뻔한 함정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포탈? 함정이군. 』
두 번째로 도착한 존재는 데이아스와 전투를 벌이려고 했던 불의 신 불타르였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
불타르는 포탈 앞에 서 있는 데이아스한테 물었다.
갑작스러운 포탈의 등장으로 둘의 전투는 잠시 소강사태로 빠졌다.
『뭘 묻지? 이딴 뻔히 보이는 미끼를 물고 싶어서 묻는 건가? 』
『블미르와 마찬가지로 힘에 미친 너라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
『역시 네놈은 뇌가 불로 타버린 듯하군, 도발이라고 생각한 것이 고작 그정도니까. 』
둘은 서로 으르렁거리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정작 포탈로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뻔한 함정에 들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바보도 존재했다.
『뭐야? 꽁지 빠지게 달려가서 뭔가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말싸움하려는 거였나? 』
그때, 뒤늦게 도착한 금빛 털의 늑대 인간이 둘을 보면서 이죽거렸다.
늑대 인간의 정체는 광기의 신 펜타르, 데이아스와 불타르와 마찬가지로 존재감을 들어냈던 강력한 신이었다.
『그러면 나는 먼저 들어가지, 겁쟁이 녀석들아. 』
펜타르는 금빛 줄기를 남기면서 그대로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저런 무식한······.』
그 모습에 데이아스는 인상을 팍 썼다.
그래도 신격을 얻은 존재가 설마 이런 뻔히 보이는 함정에 몸을 들이밀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개새끼 같으니라고 ······. 』
불타르 역시 데이아스와 비슷한 반응이었다.
설마 포탈을 확인하자마자 저렇게 몸을 던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타르 넌 어떻게 할 ······, 저런 개 같은 놈. 』
데이아스는 불타르한테 말했지만, 이미 불타르는 포탈 안으로 모을 던지고 있었다.
『그래, 마음껏 욕해라, 나는 그 시간에 파편의 힘을 손에 넣을 테니까.』
『멍청한 불덩어리 새끼가 ······. 』
데이아스는 포탈 안으로 사라지는 불타르를 욕하면서 자신도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함정인 걸 알았지만, 포탈 안에서는 분명히 태초신의 힘이 느껴지고 있었다.
괜히 들어가지 않았다가 안에 진짜 태초신의 파편이 있다면 큰일이었기 때문에 들어가지 않을 수없었다.
“빌어먹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군.”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던 존재들은 셋이 들어간 모습에 어쩔 수 없이 포탈 안으로 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존재가 있었다.
이미 수 십이 넘는 초월자 무리를 이끌고 있는 영웅왕 길가메시였다.
“그때 그 드래곤인가?”
길가메시는 지구로 넘어온 초월자와 신을 죽이던 은순이를 떠올렸다.
“재미있군,”
누가 봐도 뻔히 보이는 함정인 포탈을 보며 길가메시는 웃었다.
“힘에 미친놈들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했어.”
뻔히 보이는 함정이든 아니든 상관 없었다.
어차피 이곳에 넘어온 존재들은 힘에 대한 갈망으로 넘치는 녀석들이다.
그중에 미친놈이 없을까? 무조건 존재한다.
그 미친놈은 함정이어도 신경 쓰지 않고 들어간다.
경쟁자가 넘쳐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나머지는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왜냐고? 함정 속에는 누구나 먹고 싶음 맛있는 음식의 냄새가 나고 있었으니까.
혹시나 그 안에 태초신의 힘이 담긴 파편이 있으면 어떻하지 하는 생각이 들 테니까.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때, 옆에 있던 초월자가 물었다.
길가메시의 제안을 받아들인 다크엘프 디에고였다.
“우리도 들어가는 건가?”
디에고의 말에 주변에 있는 초월자들의 시선이 길가메시에게 향했다.
신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저기 보이는 포탈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 안에 그들이 원하는 태초신의 힘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늦지 않게 들어갔으면 하는 생각중이었다.
“아니, 우리는 들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기대와 달리, 길가메시는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대로 힘을 빼앗길 생각인가?”
길가메시의 힘에 두려움을 느껴 굴복하기는 했지만,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초월자가 말했다.
안 그래도 비슷한 감정을 품던 초월자들도 길가메시를 비슷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하지만 네가 말한 것처럼 힘을 빼앗길 생각은 없다.”
“그게 무슨 말이지?”
길가메시에게 불만을 표했던 초월자가 물었다.
그 순간, 길가메시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짐이 일일이 그대에게 말을 해줘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길가메시의 몸에서는 지독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며 일대를 지배했고, 그는 섬뜩한 붉은 눈으로 말을 한 초월자를 쳐다봤다.
“ ······.”
단순한 살기만으로 보여주는 압도적인 힘에 주변에 있던 수십의 초월자는 전부 마른침을 삼키며 긴장했다.
같은 초월자인 것은 맞았지만, 힘의 격차는 아득했다.
“짐의 행동이 불만이라면 떠나라, 굳이 붙잡지 않겠다. 어떻게 떠나겠느냐?”
“ ······.”
길가메시의 말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당연했다.
그들은 이곳에서 떠난다고 하면 길가메시가 자신들을 죽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대들이 떠난다고 해도 해코지를 할 생각은 없다.”
길가메시는 그들의 생각을 읽고 말했다.
“진짜냐?”
“약속하지, 떠날 자는 지금 떠나라.”
길가메시의 말이 떨어지자 무리에서 아홉의 초월자가 나왔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은연중 길가메시에게 불만을 표했던 자들이다.
“ ······.”
무리에서 나온 초월자들은 길가메시의 눈치를 보다가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었나?”
그들이 떠나고, 옆에 있던 다크 엘프 디에고가 길가메시에게 물었다.
“어차피 저들은 있었어도 방해만 됐을 뿐이다.”
디에고도 길가메시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고기 방패들이 사라진 게 아쉬울 뿐이었다.
“그나저나 안 들어가는 이유는 뭐지?”
“그야 저곳에는 그대들이 원하는 태초신의 힘이 없으니까.”
길가메시의 확신의 찬 어조에 주변에 있던 초월자들은 전부 눈이 커졌다.
“그러니 우리는 진짜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길가메시는 푸른 하늘을 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