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누스의 계략
176. 누스의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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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를 위한 강하온의 특훈은 일출이 보일 때 즘이 돼서야 끝이 났다.
“고생······.”
훈련의 끝을 알리려는 강하온은 말을 멈췄다.
그가 말하려던 세주는 바닥에 정신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기 때문이다.
“신이라는 족속들은 하나 같이 나약하네.”
“······.”
순간 기절한 세주의 몸이 움찔했지만, 강하온은 그냥 모른 채 세주를 들쳐메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세주를 방 안으로 옮겨 놓고, 아침 밤을 준비했다.
“오늘은 전부 좋아하는 음식으로 준비하자.”
강하온은 곧바로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잠시 떨어져야 하는 상황.
“빛나는 파스타, 나래는 계란말이, 레아는 갈비찜, 은순이는 김치찌개······.”
전부 좋아하는 음식들이 제각각 달라서 손이 많이 가기는 하겠지만, 잠시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해주는 음식이었기에 신경 쓰지 않았다.
“제시간에 먹으려면 빨리빨리 움직여야겠어.”
강하온은 마법을 사용해서 요리 시간을 단축했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평소 기상 시간에 맞춰서 모든 음식을 준비했다.
덕분에 아침상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잔칫집 식탁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아침상이 준비됐다.
“전부 일어나, 밥 먹자!”
강하온은 음식이 식기 전에 가족들을 전부 깨웠다.
“응? 웬일이야? 전부 한 번에 일어나고.”
평소와 달랐다.
한빛나는 물론, 나래에 레아까지 잠꾸러기들이 한 번에 일어나서 방을 걸어 나왔다.
“일찍 일어나도 뭐라고 하네? 그냥 늦게 일어날까?”
“끔찍한 소리를 하네, 빨리 않아서 밥이나 먹자.”
퉁명스럽게 말하는 한빛나의 모습에 강하온은 피식 웃었다.
“우와! 엄청 많아요!”
“맛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찜이다!”
“이거 아침 맞아? 상다리 휘어지겠네.”
“과하군.”
강하온에 집에 사는 가족들은 전부 꽉 찬 아침상을 보고는 놀라 했고, 음식을 먹은 뒤에는 전부 맛있다고 좋아했다.
그렇게 아침 식사가 끝이 났고, 강하온은 한빛나와 함께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등교시키고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 갈 거야?”
집으로 돌아온 한빛나가 강하온에게 물었다.
그녀의 표정은 어두웠다.
불과 하루 전까지만 해도 쿨하게 갔다 오라고 했지만, 막상 곧 떠난다고 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게, 5년이 넘는 시간을 떨어져 있다가 만난 지 며칠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또 떨어지게 생긴 것이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것이 확실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강하온이 레이나를 구하러 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머리로는 생각했지만, 가슴으로는 반대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강하온과 나래였기에 이기적인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가이아의 파편이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평범한 사람과 다를 게 없었으니까.
“이제 곧 가야지, 은순이가 곧 준비 끝났다고 했어.”
“꼭······.”
포탈이 열리고 떠나면 막을 수 없었다.
한빛나는 아직 포탈이 열리기 전에 꼭 가야겠냐고 말하려고 했지만, 입 밖으로 말을 나오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강하온은 한빛나를 꼭 끌어 안아주면서 말했다.
그는 한빛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금방 돌아올게, 그때는 다 같이 여수 놀러 갈까? 저번에 나래랑 같이 갔다 왔는데 좋아하더라.”
“······진짜지?”
강하온은 울먹이며 말하는 한빛나를 보자, 그러면 안 되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나올 거 같았다.
판게아로 소환되기 전에만 해도 나를 지켜주는 여장부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그녀 역시 마음 여린 여자였다.
“당연하지.”
“약속해.”
“알았어.”
강하온은 한빛나의 약속 요구에 웃으면서 약속을 했다.
“나래가 이걸 누구한테 배웠나 했더니 너한테 배웠구나.”
강하온은 약속은 물론, 복사에 도장까지 확실히 약속을 끝냈다.
『차원 연결 준비는 끝났다.』
때마침, 은순이의 의념이 들려왔다.
“갔다 올게.”
“알았어, 빨리 와.”
강하온은 한빛나를 안아주고 은순이의 실험실 앞인 마당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은순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생했어.”
강하온은 은순이를 보자마자 말했다.
드래곤인 은순이의 눈 밑에 조금이었지만 다크서클이 생긴 것을 보면, 그녀가 하루 사이 얼마나 많은 심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생은 무슨, 이번에는 저번처럼 차원을 비트는 방해를 하지 못할 거야.”
은순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그녀는 다시는 저번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강하온을 위한 것도 당연히 있었지만, 그녀의 자존심 문제도 있었다.
“언제 갈 거지?”
“지금 바로.”
“알았다.”
은순이는 마법을 전개하자 포탈이 생겨났고, 강하온은 곧바로 포탈 안으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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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사슬에 묶인 대교주는 데미안을 보며 소리쳤다.
『데미안! 마침 잘 왔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달라졌군.』
대교주와 달리, 육체에 빙의한 상태인 데미안이 말했다.
지금까지 알던 대교주는 항상 침착한 존재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이곳에 갇힌 거지?』
데미안이 물었다.
그를 포함한 광인은 대교주가 갇혔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 이유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단순히 대교주가 누스에 뜻에 반했다는 사실 말고는 말이다.
『태초신의 파편을 포기하라고 했다, 그리고 네가 이곳에 데려온 레이나라는 인간 여자를 돌려보내야 한다고 했지. 참, 그 인간 여자는 무사한가?』
대교주는 레이나부터 걱정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재 누스와 광인의 안전은 레이나에 신원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기껏 강하온에게 한 번 얻은 기회를 놓치면, 그다음은 방법이 없었다.
한 가지, 강하온과 전투를 하는 것이 있었지만, 대교주는 그것만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진짜 많이 달라졌군.』
데미안은 대교주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설마 인간 여자를 걱정할 거라는 생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데미안!』
대교주는 소리쳤다.
빨리 묻는 말에 대답하라는 의미였다.
『시끄럽다, 여자는 무사하다. 아직 까지는.』
『무사해? 다행이군.』
데미안의 대답을 들은 대교주는 안도했다.
아직은 강하온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그나저나 ‘아직은’이라니, 그건 무슨 말이지?』
대교주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말 그대로 아직은 무사하다는 거다, 하지만 이제 곧 달라지겠지. 누스께서 인간 여자를 제물로 사용할 생각이니까.』
『제물이라니? 아니, 그보다 누스께서 준비하시려는 게 무엇인가.』
『그 전에 먼저 대답해야 할 것이 있다, 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데미안은 궁금했다.
누구보다 누스의 뜻을 잘 따랐던 대교주가,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달라진 것인지 말이다.
『그건 나중에 말해줄 테니까 일단 누스께서 무슨 일을, 아니 나를 일반 풀어주게. 전부 이동하면서 말해주겠네.』
『대답이 먼저다,』
『이런 고지식한 놈이······.』
단호한 데미안의 대답에 대교주는 분노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한 가지뿐이다.
데미안에게 강하온에게 잡힌 이후부터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잘 들어라, 한 번만 얘기할 테니까.』
대교주는 데미안에게 강하온과 만난 상황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빠른 진행을 위해서 짧게 요약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믿을 수가 없군.』
모든 얘기를 들은 데미안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표정 변화가 없는 데미안의 표정이 달라질 정도였다.
누스조자 완전히 소멸시키지 못했던 어둠의 신 테스를 죽이는 강력한 인간이라니, 그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옆에서 보는 나도 그랬다.』
대교주는 데미안을 이해했다.
그 역시도 강하온의 옆에 있으면서 매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래도 강한데 더 빠르게 강하지는 성장 속도, 대교주는 매번 강하온이 인간이라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보다 누스께서는 무슨 일을 하시려는 건가? 일단 그것부터 말해주게.』
『나도 정확한 것은 몰라, 단지 가이아의 파편인 그녀를 제물로 사용해서 지구에 여러 차원을 연결하려는 것밖에.』
『제물? 당장 멈춰야 해, 나를 이곳에서 풀어주게.』
대교주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다.
『데미안!』
대교주가 다급하게 불렀지만, 데미안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대교주는 이상함을 느꼈다.
『애초에 나를 풀어주러 온 것이 아니군, 누스께서 죽이라고 하시던가?』
대교주는 데미안이 자신을 죽이기 위해서 이곳에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데미안은 담담하게 말했다.
애초에 누스는 자신을 본뜬 하나의 광인을 만들고, 그것을 다섯으로 쪼갠 것이 대교주와 데미안을 포함한 광인이었다.
『그렇군······.』
대교주는 씁쓸하게 웃었다.
애초에 그도 어느 정도는 감안 하고 있었다.
사실 그도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데미안의 말대로 광인은 누스의 말을 듣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
그렇기에 존재했다.
다른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아는 대교주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말한다고 한들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해야만 했다.
그것이 누스와 광인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고생했다.』
데미안은 씁쓸하게 있는 대교주를 보면서 검을 뽑았고, 그것이 대교주가 보는 마지막 모습이었다.
가슴에 검을 찔린 대교주는 그대로 빛의 입자가 되어서 데미안에게 흡수되어 사라졌다.
『형제여.』
데미안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진심을 말하고는 빛의 감옥을 나와서 누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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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스는 태초신의 파편에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이유는 힘이었다.
하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면 본능적인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대상은 다른 신들이 아닌 자신이 봉인시킨 태초신, 창조주였다.
그는 언젠가 자신이 봉인한 태초신이 깨어나서 자신을 벌하러 찾아올 거라고 생각, 아니 확신했다.
그러한 두려움이 그를 광기에 휩싸이게 했다.
『과연 이번에도 네년이 버틸 수 있는지 보겠다.』
누스는 태초신의 파편을 구하기 위해서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자신처럼 태초신의 파편이나 지구를 노리는 존재들이 있는 차원과 지구를 연결하는 것이다.
과거에 한 번 사용했던 방법이기는 했지만, 그때와 달리 이번에는 훨씬 강력한 존재들을 불러들일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 가이아의 파편인 레이나를 잡아 온 것이다.
태초신의 파편만큼은 아니지만, 그 힘을 가진 가이아의 파편인 만큼 인과율을 어길 만큼 강력한 재료였다.
그리고 그 준비는 다 끝이 났다.
신전 앞에 있던 거대한 마법진과 그 중앙에 있는 레이나, 마법진을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광인까지.
이제 곧 지구로 수많은 차원이 연결되게 된다.
『일을 해결하고 왔는가.』
그때, 대업을 시작하기 전 마지막 열쇠가 도착했다.
데미안이었다.
그는 자신을 대신해서 지구로 가서 파편을 가져오는 역할이었다.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바로 시작하지.』
누스는 곧바로 마법진을 가동했고.
“꺄아악!”
마법진 중앙에서 정신을 잃고 있던 레이나는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잠시 후, 거대한 마법진에서 빛의 기둥이 솟아올랐다.
『크하하하!』
그 모습에 누스는 광소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