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7. 다시 만난 사이펜
167. 다시 만난 사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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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사도, 사이펜은 뱀 같은 눈으로 강하온늘 노려봤다.
어찌 강하온은 잊을 수 있을까.
사이펜에게 강하온은 잊을 수 없는 상대였다.
사도 중에서도 강자였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던 사이펜의 자존심을 부서트린 존재였으니 말이다.
그는 ‘테스’의 신물을 사용한 꿈의 공간, 그곳에서 강하온은 만날 그날부터 지금은 기다렸다.
강하온을 다시 만나면, 꼭 죽여버리겠다고.
그리고 지금 그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눈에 살기가 가득하네, 그때는 질질 짜더니만.”
『······.』
강하온의 도발에 주변에 있던 암인들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
안 그래도 날카로운 성격을 지닌 사이펜이었기에 더 눈치를 보는 것도 있었다.
『건방진 놈, 이번에는 그때처럼 되지 않을 거다.』
사이펜은 곧바로 전력을 다했다.
그때 당시에는 아바타를 사용하지 못했다.
방심.
사이펜은 패배의 원인이 거기에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몸에서는 어둠이 일렁거리면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그의 몸을 집어삼키고 덩치를 키웠다.
그는 전보다 훨씬 커졌지만, 그렇다고 몸이 두꺼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스릉-!
그의 손에 생겨난 어둠의 검, 검을 사용하는 그의 몸에 가장 어울리는 체형으로 변해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당장 준비해!』
『네, 네!』
사이펜의 호통에 암인들은 재빨리 아바타를 사용했다.
‘어떻게든 놈을 죽인다······.’
사이펜은 부하들이 덤벼봤자, 전부 고기 방패가 될 거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자신이 강하온을 죽이는 데 도움이 되면 그만이었다.
그는 강하온을 죽일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생각이다.
그게 자신을 위한 일이고, 더 나아가서는 교단과 테스를 위한 일이었다.
쿵-!
수십이 넘어가는 정예 암인들이 전력을 다하자, 일대의 대기가 무거워졌다.
그리고 주변의 빛까지 빨아들이면서 어두워졌다.
“귀찮게 하네, 내가 그때 너무 살살 했나 보네.”
강하온은 자신을 두 번 보고도 다시 이빨을 드러내는 사이펜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대수림에서 나온 후, 확실히 자신이 유해졌다고 생각했다.
“빨리 끝내자, 시간 아까우니까.”
『오만한 인간 녀석이······.』
강하온의 말에 사이펜은 분노했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곧바로 공포로 바뀌었다.
파사삭-!
그의 주변에 있었던 암인들이 전부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
어둠으로 이루어진 사이펜의 몸이 거칠게 일렁거렸다.
그는 자기 생각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방심해서 진 게 아니었어······.’
그는 강하온이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상대라는 것도.
대교주가 왜 그렇게 강하온을 두려워했는지도 전부 깨달을 수 있었다.
『고, 고작 인간 따위한테 이 몸이 공포를 느낀다고······?』
하지만 곧바로 사이펜의 감정은 변했다.
공포는 다시 분노로 바뀌었다.
벌레라고 생각했던 인간, 그 인간에게 자신이 본능적인 공포를 느끼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이러한 계기는 그의 한계를 부수는 열쇠가 되었다.
두드득-!
사이펜는 자신의 내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순간, 머리가 맑아지고 몸을 잠식했던 공포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그사이 강해져? 웃긴 놈이군.”
강하온은 그러한 사이펜을 보면서 웃었다.
이미 숱한 전투를 경험해본 강하온이었다.
그렇기에 사이펜 같은 자들을 본 적이 있었다.
목숨이 달린 경각의 상황, 그러한 상황에 두려워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부딪혀서 벽을 부수는 자들이 있었다.
그것은 재능이었다.
일렁거리던 사이펜의 어둠은 잔잔해졌으면, 더욱 짙게 변했다.
주변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느낌으로 말이다.
힘도 배 이상 강해졌다.
사이펜의 재능은 강하온이 봤던 자들 중에서도 아주 높은 축에 속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상대를 잘못 만났어.”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상대 나름이다.
그 상대가 강하온이라면, 지금 같은 깨달음을 몇 번이나 한순간에 얻는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다.
『상대를 잘못 만나? 인간, 너야말로 잘못 만났다.』
사이펜의 자신감은 다시 하늘을 찌르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확실히 강해졌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당장 네놈의 반으로 죽여주마.』
사이펜은 자신의 장기인 발도를 준비했다.
강하온을 베기 위해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의 검은 엄청난 속도로 움직였다.
그리고 이어서 무엇인가 베이는 소리가 들렸다.
툭-!
이어서 떨어진 것은 강하온이 아닌, 사이펜의 머리였다.
파사삭-!
어둠이 흩어지면서 머리가 드러난 사이펜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강하온을 바라보면서 최후를 맞이했다.
“운이 좋은지 알아라.”
강하온은 죽어가는 사이펜을 보면서 신전으로 몸을 돌렸다.
마음 같아서는 더 고통스럽게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 그는 그럴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모든 신전에 있는 여신의 힘을 얻은 뒤, 한빛나를 찾아야 했다.
『생명의 여신, 테메르의 근원 중 일부를 흡수했습니다. (3/12)』
『신체 능력치 +50이 상승합니다.』
강하온은 여신의 힘을 얻고는, 곧바로 다음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상황을 볼 수 있었다.
“하긴, 바보도 아닌데 그대로 있을 리가 없지.”
지금까지와 달리, 신전이 존재하는 도시에서는 어떤 암인도 존재하지 않았다.
신전은 텅 비어있었다.
“어디 한 곳에서 나를 기다리기라도 하려는 건가?”
생각해보면 그게 맞았다.
암인 녀석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정신체, 오히려 똑똑하면 더 똑똑했지 멍청하지 않았다.
지금처럼 각개격파를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까지 그렇게 행동한 것은 오만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지금에서야 정체불명의 적이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고.
“뭐, 그렇게 나와준다면 나야 고맙지만.”
강하온은 신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여신의 힘을 보면서 웃었다.
너무 힘이 강력해서인지, 그게 아니라면 조금이라도 힘을 보내는 일을 멈추면 안 되는지, 그대로 남기고 사라졌다.
『생명의 여신, 테메르의 근원 중 일부를 흡수했습니다. (4/12)』
『신체 능력치 +50이 상승합니다.』
강하온은 기분 좋게 여신의 힘을 흡수했다.
그 순간, 강하온은 몸의 변화를 느꼈다.
투드득-! 뚜드득-!
근육이 터지고 뼈가 부서지면서 다시 붙는 소리, 피부도 터지면서 새 피부가 자라났다.
“설마 환골탈태를 또 겪을 줄이야.”
이번에 열네 번째인가?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충 그 정도일 것이다.
“몇 번이든 좋군.”
뭐가 됐든, 강해지고 잘생겨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괴물 같은······.』
그 모습을 영혼석에서 지켜보는 대교주는 치를 떨었다.
안 그래도 괴물 같다고 생각하는 강하온이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모습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발······.』
대교주는 기도했다.
자신이 누스한테 돌아가기 전까지, 제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말이다.
“생각보다 빨리 끝났군.”
강하온은 불로 불순물과 옷을 태운 뒤, 아공간에서 새 옷을 꺼내서 입었다.
보통은 1시간 정도는 걸리는 환골탈태였는데, 이번에는 별로 바뀔 것이 없는지 5분 정도 만에 끝이 났다.
물론, 그렇다고 강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강하온은 육체와 정신의 괴리가 확실히 줄어든 것을 느꼈다.
“그럼, 녀석들의 준비한 걸 보러 가봐야겠군.”
강하온은 곧바로 다음 신전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괜찮나?』
“뭐가?”
강하온이 움직이려는 데, 대교주가 말을 걸어왔다.
『만약에 놈들이 네 아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대교주의 물음에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강하온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빛나가 안전하다는 것은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다.
“놈들은 빛나한테 무슨 짓도 하지 못할 거야.”
『어째서지?』
“쉽게 생각하면 된다, 네가, 광인이 지금 암인의 상황이라면 너는 빛나를 건들 건가?”
『내가 왜 그딴 미친 짓을 하지? 네놈과 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수단이 그 인간 여자인데.』
정답은 대교주의 입에서 나왔다.
“그래, 놈들이 나와 할 수 있는 유일한 협상 수단은 빛나야. 놈들은 절대 빛나에게 무슨 짓도 할 수 없어. 만약에라도 그런 짓을 한다면 무조건 멸족하게 될 거니까.”
『······.』
다른 누구도 아닌, 태초의 12신, 그리고 그 12신 중 한 명인 어둠의 신 테스가 만든 종족 암인.
그들의 멸족이라니, 고작 인간이 말하기에는 오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교주는 전혀 오만하지 않다고 느꼈다.
오히려 공포까지 느꼈다.
저러한 강하온의 생각이 광인에게도 향할 수 있다는 사실에.
“뭐, 대충 그런 이유지.”
강하온이 빛나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한빛나와 레이나, 태초신의 파편을 가진 가이아의 파편인 그녀들이 본 미래 때문이었다.
미래는 수십 번 바뀌지만, 아주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걱정하지 마라, 약속만 지킨다면 네놈의 종족은 살려주지.”
『······고맙다.』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대교주는 강하온의 말이 오히려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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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예상한 대로 남은 어둠의 교단 사도들은 대교주의 명에 따라서 대신전에 모여 있었다.
『결국에는 가장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상황이 찾아왔다, 그자가 이곳에 왔구나.』
대교주는 남은 아홉의 사도를 보면서 말했다.
그들은 모두 대교주가 말하는 자가 강하온이라는 것을 알았다.
대교주의 말을 들은 사도들의 표정은 제각각이었다.
『그깟 인간 때문에 우리가 이렇게 모이는 게 맞습니까?』
『맞습니다, 지금이라도 명만 내려주시면 당장에 가서 목을 베어오겠습니다.』
몇몇 사도는 고작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대교주가 두려움을 느끼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당장이라도 강하온을 죽이겠다는 호전적인 태도를 보였다.
『닥쳐라, 사이펜보다 약한 녀석들이 오만에 지껄이는군.』
『언제부터 그대들이 대교주의 말에 대꾸할 수 있었지?』
그리고 몇몇은 대교주의 말에 따르며, 호전적인 사도들을 꾸짖었다.
『그놈이 찾아온 인간 여자를 가지고 협박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어떤 사도는 다른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교주는 그 어떤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한 여자 사도 말을 꺼냈다.
『차라리 빛나를 그자한테 그냥 넘겨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말을 꺼낸 사도는 한빛나와 가장 친하게 지낸 아홉 번째 사도, 로즈였다.
『로즈 미쳤나? 벌레한테 이름까지 붙여서 부르는 건가?』
『그자가 죽인 사도가 셋에, 죽인 암인은 수백이 넘어가는데 그냥 여자만 넘기고 끝내자? 벌레 같은 인간과 붙어 있더니 너도 그렇게 변한 거냐?』
다른 사도들은 전부 로즈를 비웃었다.
그것이 암인을 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도 모른 채 말이다.
『그만.』
잠시 소란스러워졌을 때 즈음, 대교주와 가장 가까운 곳에 앉아 있던 사도가 입을 열었다.
그는 빛의 교단 데미안과 대척점에 있는 어둠의 교단 첫 번째 검, 카이칸이었다.
시끄럽던 신전 내부는 일순간 조용해졌다.
사도 사이에 카이칸의 위세를 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지금 녀석은 여신의 힘을 흡수하고 있다, 더 힘을 흡수하기 전에 지금이라도 전부 힘을 합쳐서 막아내는 것이 좋겠다. 테스님이 깨어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번다.』
카이칸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 모두 카이칸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
유일하게 로즈만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