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칠죄종 사냥(2)
156. 칠죄종 사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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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죄종, 죄의 근원을 상징하는 그들의 영역은 상당히 강력했다.
비록 강하온을 만나서 허무하게 죽었지만, 레비아탄과 마몬의 영역도 강력했다.
질투의 레비아탄의 경우는 대상에 비례해서 강력한 힘을 얻었고, 탐욕의 마몬은 대상의 오감 중 하나를 랜덤으로 빼앗는다.
각자 자신이 상징하는 죄의 근원을 투영하는 힘을 사용한다.
색욕의 군주, 아스모데우스도 그랬다.
그는 자신의 영역 안에 들어온 존재에게 색욕을 자극하는 환각을 건다.
그리고 환각 속에 빠진 존재가 색욕에 빠져 서서히 말려 죽게 만드는 힘이었다.
살아있는 생물이라면 색욕은 기본적이 감정이었기 때문에, 특히나 아스모데우스의 힘은 강력하게 작용했다.
“환각?”
게다가 마신 데이아스의 힘을 받아 권능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강력해진 영역은 강하온이라고 해도 환각을 보게 했다.
강하온에게 보이는 것은 집이었다.
그는 집 안에서 혼자 있었다.
“뭐 하자는 거지?”
강하온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감각을 확장 시켜 살폈다.
하지만 아무것도 느껴지는 것이 없었다.
물론, 들어오기 전에 들렸던 아스모데우스의 기분 나쁜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온아.”
그리워했던 한빛나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토록 보고 싶었던 한빛나가 있었다.
“······이런 거였나?”
강하온은 한빛나의 모습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한빛나가 조금 봤던 헐벗은 여자 마족처럼 하고 있었다.
“너는 선을 넘었어, 후회하게 해주지.”
강하온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그는 진심으로 분노했다.
『웃긴 놈이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지 지켜보지.』
환각 밖에서 그 모습을 지켜본 아스모데우스는 비웃었다.
한낱 인간이 자신의 환각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자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빛나야, 조금만 기다려. 금방 찾으러 갈게.”
강하온은 아련한 눈으로 한빛나를 보면서 말한 뒤,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서걱-!
강하온의 앞에 있는 모든 것이 베이면서, 환각 또한 사라졌다.
『크윽······.』
이어서 고통스러운 신음이 뒤를 이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자신의 잘린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강하온 흔들리는 눈으로 강하온을 쳐다봤다.
『네놈, 정체가 뭐냐······.』
아스모데우스는 당황스러웠다.
자신의 영역이 쉽게 깨진 것도 그랬지만, 정확히 자신을 보고 베어버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많은 강자와 싸워봤지만, 처음 있는 일이었다.
“내가 말했지,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강하온은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저, 저게 무슨······.』
강하온이 한 걸음 한 걸음 가까워질 때마다, 아스모데우스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저, 전부 저 괴, 괴물을 막아라!』
어느새 아스모데우스의 입에서는 강하온이 인간이 아닌 괴물이 되어 있었다.
지금 그의 눈에는 강하온은 인간이 아닌, 죽음의 사신이었다.
그의 휘하에 있는 마족들이 강하온을 막아섰지만, 진심으로 공격하는 강하온의 공격을 버틸 수 없었다.
서걱-!
지척에 다가가지도 못한 채, 목과 머리가 분리되어 생을 마감했다.
“내가 말했지, 후회하게 해주겠다고. 선을 넘은 대가를 똑똑히 느끼게 해줄게.”
아스모데우스의 지척으로 다가온 강하온은 그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나지막하게 말했다.
『사, 살려······끄아아악!』
아스모데우스는 목숨을 구걸하려 했지만, 머리부터 온몸으로 퍼지는 끔찍한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아스모데우스는 체내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체액을 뿜어내며 목숨을 잃었다.
“내게 시간이 없음을 감사해라.”
강하온은 선을 넘은 대가를 더 주고 싶었지만, 지금 그는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한빛나를 빨리 찾고 싶은 것도 있지만, 혹시나 지구와 연결된 마계의 포탈이 닫힐 수도 있었다.
그래서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다음은 저쪽이군.”
강하온은 곧바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운을 찾아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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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의 일곱 군주, 그들의 관계는 묘했다.
전부 마신 데이아스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추앙하면서도 서로 같은 편은 아니었다.
언제든지 상대방을 잡아먹기 위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마신 데이아스의 뜻이 그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선뜻 전쟁을 일으킬 수는 없었다.
먼저 움직일 경우, 뒤에서 다른 군주가 공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곱 군주는 어느 순간부터 서로 견제만 하면서 힘을 키워왔다.
그렇게 그들의 관계는 팽팽하게 유지되었다.
하지만 이변이 생겼다.
레비아탄이 사라졌을 때도 팽팽하던 균형은 강하온이 등장하자 급격하게 변화됐다.
『마몬에 이어 아스모데우스까지 죽었다고?』
가장 먼저 위기를 느낀 것은 분노의 사탄이었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서 두 명의 군주가 죽었다.
마몬이나 아스모데우스의 강함이 남은 군주 중 가장 약하다고는 하지만, 마계 군주 중 최강의 무력을 가진 사탄으로서도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남은 군주들에게 서신을 보내라.』
사탄은 다른 군주들을 소집했다.
서로 언젠가는 죽일 경쟁자라고는 하지만, 그건 서로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들은 마신 데이아스를 공통으로 모시고 있었고, 서로를 죽여 잡아먹는다면 강해질 수 있었다.
강해지는 것은 결론적으로 데이아스한테 좋아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정체불명의 적에게 그냥 죽을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사탄 휘하의 마족은 곧바로 움직였다.
그는 사탄을 제외하고 남은 세 마족에게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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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서신은 빠르게 군주들에게 전해졌다.
『정체불명의 적이 나타났으니 협력을 하자는 건가?』
『그렇습니다.』
『웃기는 군, 그 뻣뻣한 놈이 이렇게 나오다니. 곧바로 움직이도록 하지.』
마계에서도 엉덩이가 무겁기로 소문난 오만의 루시퍼였다.
평소였다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테지만, 그는 사탄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 역시도 지금이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마웠다.
그 역시도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선뜻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아쉽군, 사탄 그놈은 먹는 건 뒤로 밀어야겠어.』
성정이 난폭한 폭식의 바알제붑도 마찬가지였다.
평소였다면 사탄의 말을 절대로 따르지 않았겠지만, 그 역시 지금은 위험한 상황이라 생각했다.
『귀찮군······, 여기 뭐 먹을 게 있다고 쳐들어오는 거야.』
마지막으로 마계의 게으름뱅이라 불리는 나태의 벨페고르까지 모이면서 남은 마계 군주들이 모두 사탄의 성으로 모여들었다.
『이렇게 모이는 것도 오랜만이군.』
사탄의 말대로 그들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경쟁자, 이렇게 만날 일이 없었다.
이들은 싸우지 않고 한자리에 모인 것은 아주 오래전, 마신 데아이스를 영접하던 날이 마지막이었다.
『쓸데없는 감상은 집어치우고, 우릴 부른 이유나 말하지? 네 녀석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으니까 불렀을 거 아니야.』
루시퍼가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고, 그 모습에 바알제붑과 벨페고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목숨을 노리며 경쟁하는 사이이기는 해도, 한 가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있었다.
사탄이 마법적으로 아주 뛰어나며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불렀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는 거였다.
『이럴 때만 나한테 떠넘기다니, 너무하다 생각 안 하나?』
『······.』
사탄의 말에, 다른 마계 군주들을 멀뚱히 쳐다봤다.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다는 거였다.
『······크흠, 내가 괜히 쓸데없는 말을 했군.』
사탄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고대의 괴물을 소환하고자 하네.』
『······.』
조금 전까지 기대하고 있던 마계 군주들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그도 그럴 게 마족에게 고대의 괴물은 재앙이었다.
마신 데이아스가 마계를 지배하기 전까지 마계를 지배하던 존재였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잠시 후, 정적을 깨고 루시퍼가 말했다.
이어서 바알제붑도 입을 열었다.
『괜히 더 강한 적이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들이 이러는 이유는 하나였다.
고대의 괴물이 마신 데이아스를 위협할 정도로 강력했기 때문이다.
『그럼 방법이라도 있는가? 지금 이곳을 향해서 빠르게 다가오는 존재를 이길 수 있을 방법 말이야.』
사탄의 말대로 강하온은 엄청난 속도로 자신들이 있는 사탄의 성으로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굳이 숨기지 않아서, 그들은 느끼고 싶지 않아도 느끼고 있었다.
『······.』
다른 마계 군주들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솔직히 더 강한 적을 불러내는 것이 아닐까 불안한 것도 있었지만, 딱히 새로운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데이아스님 께서는 허락하셨나?』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벨페고르가 처음으로 말했다.
마계의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일이었다.
그들은 죽을지언정, 마신의 허락이 없다면 그냥 순순히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물론,』
사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계 군주의 수장 격인 그는 유일하게 마신과 직속으로 연결되는 존재다.
그래서 그는 아스모데우스까지 죽는 순간, 곧바로 마신 데이아스한테 뜻을 전했다.
이대로 있으면 마계 멸망은 확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바로 고대 괴물이 잠든 곳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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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군주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강하온은 느긋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슬슬 다 모인 건가?”
가장 가까운 강한 기운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는데, 갑자기 그 기운 한쪽으로 움직였고, 다른 기운들도 한 곳으로 모이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찮게 여러 곳을 돌지 말고, 한 번에 모였을 때 일망타진하기 위해서 녀석들이 전부 모일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다.
“뭐야? 모인 게 도망이라도 칠려고 한 건가?”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런 경험이 많기에 아는데, 보통은 이렇게 모이는 경우는 하나다.
미리 함정을 깔아 놓거나,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넷의 기운은 한 곳을 향해서 도망가고 있었다.
심지어는 그들의 부하로 느껴지는 기운들은 가는 길목마다 강하온을 막기 위해 배치되어 있었다.
“그럴 수는 없지.”
평소 강하온이었다면 그냥 느긋하게 움직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에게 시간은 빠듯했다.
『적이 나타났다! 전부 목숨을 걸고 막아라.』
강하온의 앞에는 마계 군주들의 부하들이 나타났다.
“원래 이렇게 초월자들이 흔했나? 웃긴 세상이네.”
판게아에 있을 때도 쉽게 볼 수 없던 초월자들이었는데, 이곳에는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초월자 정도로는 강하온에게 시간 벌이용도 되지 않았다.
서걱-!
강하온은 가볍게 가로로 검을 휘둘렀고, 그대로 있던 모든 마족은 반으로 몸이 베어졌다.
초월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법 많은 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그 뒤로도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조금 더 강한 마족들이 막아섰지만, 강하온의 일격을 막는 존재는 없었다.
그렇게 강하온은 쏠쏠한 레벨 업과 함께 마계 군주 넷이 있던 곳에 도착했다.
“대체 뭘 하나 했더니, 여기서 고사라도 지내고 있었나?”
강하온이 도착한 곳에는 마계 군주 넷이 거대한 마법진 위에서 마기를 뿌려대면 주문을 외우고 있었다.
“그대로 끝내자.”
강하온은 넷을 향해서 검을 휘둘렀고, 그의 검은 빠르게 넷을 향해서 날아갔다.
깡-!
하지만 처음으로 강하온의 검은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마법진 위에서 불길한 검은빛이 솟구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