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4. 차원을 열기 위한 준비
154. 차원을 열기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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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야 할 것이라도 있나?”
강하온은 플라스크 안에 있는 대교주를 보며 물었다.
『육체를 묻는 것인가?』
“그래.”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라도 육체가 필요하다면 상당히 곤란했다.
광인이 빙의할 육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
다행히 강하온이 걱정한 일은 없었다.
『대신에 강력한 에너지원이 필요하다.』
대교주가 다른 차원에 있는 위치를 찾는 것은, 차원 넘어 자신의 영향력을 펼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원을 넘어서까지 힘을 유지할 에너지원이 필요했다.
“이거면 충분한가?”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사람 머리 크기 정도 되는 보랏빛 보석을 꺼냈다.
과거 나래와 여수에 갔을 때 나타난 레비아탄의 심장이었다.
드래곤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은 마나를 담고 있었다.
물론, 마기가 섞인 탓에 정화 작업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말을 잘못했군, 일단 내가 가진 힘에 대해서 말해줘야겠어.』
대교주는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내가 가진 힘은 제3의 눈이다.』
빛의 형태로 이루어진 대교주의 미간에 교단, 누스를 상징하는 문양이 떠올랐다.
『네가 알다시피 이 힘은 찾은 대상과 연결된 뭔가가 있으면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이 힘은 일반적인 힘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
강하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일반적이지 않은 힘, 그게 광인의 생명력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이런 물건을 몇 번 봤다.
공간을 이동하는 수정이나, 세 명을 동시에 죽이지 않으면 계속해서 재생하는 성전 같은 경우.
이건 보통 사도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 형태의 신물과 다르게 자신의 힘으로도 대체해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마나로도 그랬다.
이런 상황인데 강하온은 대교주와 전투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광인을 모두 경험치화 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해했나 보군.』
“그 수가 얼마나 필요하지?”
『많이는 필요 없다, 대략 50명 정도?』
강하온이 그 기준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많은 수는 아니었다.
그가 듣기로 데카와 스테락과 전투에서 사용된 거대한 돔, 성전에 들어간 광인의 수는 최소 수백이 넘어갔으니 말이다.
“남은 광인은 전부 어디 있지?”
다른 누구도 아닌 광인의 대교주한테 제물로 쓸 광인의 위치를 묻는 상황.
이상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방법이 따로 없었다.
『······.』
대교주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현재 모든 광인은 누스와 같은 차원에 있다.
그곳의 위치를 강하온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괜한 걸 물었군.”
강하온은 민망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애초에 교단과 누스가 먼저 건들지만 않는다면 건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 말한 건 그 약속에 위배되는 상황이었다.
“잠깐.”
그때, 강하온의 머릿속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뭐지?』
“혹시 강한 광인이 있으면 수가 줄어드나?”
『그렇다, 어차피 필요한 것은 광인이 가지고 있는 빛의 에너지니까.』
필요한 것은 힘의 총량만 같으면 상관없었다.
“만약 그 대상이 사도라면 어떻지?”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대교주는 어이가 없었다.
지금 강하온이 물은 것은 광인을, 더 나아가서는 누스를 무시하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 대상이 강하온이라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었다.
강하온에게 사도는 별로, 아니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였으니까.
“어느 쪽으로 당연하다는 거지?”
『그야 당연히 가능하다, 사도는 나를 포함한 최초의 광인 다섯을 제외하면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광인 중에서도 강한 자들이다, 남으면 남았지 부족할 일은 전혀 없다.』
“그래?”
간 강하온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골치가 아플 만한 일을 해결할 방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참, 그 녀석이 네게 있었군······.』
대교주도 뭔가 생각이 났는지, 씁쓸하게 말했다.
“그래, 그 녀석이면 충분하겠지.”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오랜만에 영혼석 하나를 꺼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니우다의 영혼석이었다.
『오랜만이군.』
오랜만에 아공간에서 나온 니우다는 강하온을 보며 인사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떨떠름했다.
니우다는 굳이 아공간 밖으로 나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곳보다 안전하고 조용한 곳, 아공간은 니우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왜 부르긴 오랜만에 손님이 찾아왔거든.”
『손님? 그게 누······, 대, 대교주님!』
말을 하던 니우다는 대교주를 발견했는지, 놀라서 소리쳤다.
『오랜만이군, 니우다.』
『······.』
니우다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온은 그가 지금 겁을 먹었다는 것을 알았다.
손에 들인 영혼석이 떨렸기 때문이다.
‘하긴 두려울 수도 있겠군.’
무려 상대는 대교주였다.
갑자기 자신이 배신한 나라의 왕을 만났으니 두려울 만했다.
“어떻게 하면 되지?”
『니우다를 이곳으로 옮겨줬으면 하는군.』
『자, 잠깐······.』
대교주의 말에 니우다는 놀라서 대답했지만, 강하온은 굳이 들을 생각이 없었다.
지금 그에게는 빠르게 한빛나가 있는 차원을 찾은 것이 중요했다.
『대, 대교주 ······, 으아악!』
니우다는 대교주가 있는 플라스크 안으로 이동되는 순간, 대교주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는 다급하게 대교주를 불렀지만, 끝까지 말을 잊지 못하고 그대로 빛의 구술이 되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하온은 레벨이 올랐다는 메시지로 니우가다가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광인들에게 종족에 대한 정 따위는 없었다.
게다가 니우다는 대교주 입장에서 살기 위해서 누스를 배신한 자.
대교주는 어떤 이유가 있어도 니우다는 가만히 놔둘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기회가 생겼고, 바로 없앤 것이다.
“바로 시작하나?”
『그러도록 하지.』
대교주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바로 힘을 사용했다.
빛의 구슬은 그대로 대교주의 미간에 흡수됐고, 그의 미간에 있던 문양이 덩치를 키웠다.
『그대의 아내, 한빛나라 했지?』
“그래?”
『알았다, 곧바로 찾도록 하지.』
“여기, 빛나의 머리카락이다.”
대교주는 강하온에게 한빛나의 머리카락을 건네받고, 곧바로 정신을 집중했다.
차원을 넘어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3의 눈은 시공간의 고차원적인 구조로 만들어진 힘답게, 엄청난 집중력을 소모했다.
그는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면서 제3의 눈을 사용했다.
곧바로 정신을 집중해서 제3의 눈을 사용했다.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
그 모습을 강하온은 긴장하며 기다렸다.
그렇게 한동안 은순이의 실험실 안은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대교주가 눈을 떴다.
“어떻게 됐어?”
『찾았다, 그대의 아내.』
강하온은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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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교주와의 거래 이행은 한빛나를 찾은 이후로 하기로 했다.
애초에 강하온의 목적은 한빛나를 찾은 것, 대교주도 그것을 이해했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한빛나가 있는 차원을 찾았지만, 아직 준비할 게 더 남아 있었다.
“얼마나 필요해?”
바로 차원을 여는 데 필요한 마나가 문제였다.
차원의 틈새가 강제로 열 수가 있었지만, 정확한 좌표가 존재하는 곳까지 한 번에 이동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마나가 필요했다.
판게아에서 세 개의 달이 일직선을 이루면서 생겨나는 마나 스트림 정도의 많은 양의 마나가.
물론, 저번에 데카에게 받은 특정 좌표를 가리키는 나침반 같은 것이나 틈새에서 만난 수상한 존재 같은 도움이 있으면 모르겠지만, 괜히 무작정 틈새를 이동하겠다고 돌아다녔다가는 미아가 될 수 있었다.
강하온은 이번에 대교주를 찾으러 차원의 틈새 안으로 갔을 때 확실히 느꼈다.
“여섯 개 더?”
은순이는 손에 들린 보랏빛 보석을 보면서 말했다.
“여섯 개나?”
강하온에게 건네받은 레비아탄의 심장이었다.
웬만한 드래곤과 비견해도 부족하지 않은, 오히려 뛰어난 마나의 결정체였다.
그런데 그런 게 무려 여섯 개나 더 필요하다니, 차원 이동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 마법인 지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지구에 강제로 차원을 열어서 습격했던 누스에 대한 경계도 강해졌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대교주의 반응을 보면, 자신보다 약하거나 비슷한 수준일 게 분명했다.
물론, 대교주의 반응이야 그랬고, 강하온은 자신이 더 강하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놈은 상식을 벗어나는 잔재주가 많았다.
차원을 여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렇게 많은 마나가 드는 차원 이동을 자신의 신물로 손쉽게 사용했으니 말이다.
어떤 비장의 한 수가 있을지 몰랐다.
“그나저나 저런 물건이 여섯 개나 필요하다니······, 진작에······.”
‘판게아에서 드래곤이나 잡아서 드래곤 하트나 모아놓을 걸 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했지만, 드래곤인 은순이 앞에서는 말을 아꼈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겠는데······.”
이제 금방 한빛나를 찾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난관이 생겨났다.
현재 그의 아공간에는 진귀한 영약들이 많이 존재했지만, 드래곤 하트 정도의 물건은 없었다.
게다가 저런 물건은 구하고 싶다고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그리 어렵지는 않을 거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강하온은 솔깃한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네가 준 이 물건, 미세하지만 연결된 힘이 있어.”
차원 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정순한 마나가 필요했다.
그래서 은순이는 물건을 건네받고, 곧바로 정화하려고 하다 특이한 힘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 그런데 여섯 개나 더 필요하다면서.”
한 개를 구할 수 있다는 것 좋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그래, 연결된 힘은 여섯 개야.”
공교롭다고 할까? 레비아탄의 심장에 연결된 힘은 여섯 개였다.
“그런데 결국 그 녀석들을 잡으려면 차원을 열어야 하는 거 아니야?”
만약 강하온의 생각이 맞는다면,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았다.
한 개를 구하려고 몇 개를 소모해야 했으니 말이다.
“원래라면 그렇겠지만, 지금은 굳이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응? 그게 무슨 말이야?”
강하온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금 지구와 이 녀석들이 사는 차원은 연결이 되어 있어, 물론 열린 곳은 한쪽이야. 지구가 아닌 반대쪽이지.”
“아······.”
강하온은 대충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지금 여섯 존재는 지구를 침략하려고, 그곳에서 차원을 연 것이었다.
즉, 이곳의 문만 열어준다면 두 차원을 잇는 게이트가 자연스럽게 열린다는 말이었다.
“지금 상태에서는 네가 강제로 차원을 베어서 열어버리면 자연스럽게 차원이 연결될 거야.”
“알아서 들어와 준다는 말이군, 어디 있지?”
강하온은 은순이한테 게이트의 입구를 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전부 죽여서 구해올 생각이었다.
“며칠만 기다려봐, 닫혀 있는 게이트의 입구가 있는 곳을 찾아줄게.”
“어쩔 수 없지······.”
강하온은 은순이의 말대로 기다렸다.
다시 만날 한빛나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