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영역의 각성
152. 영역의 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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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을 말하고 있지 않았나?』
바오는 고개를 갸웃했다.
분명 영역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하온이 무기를 꺼내더니 마나를 둘렀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무시무시하군.’
바오는 오늘 강하온이 보여주는 것을 볼 때마다 놀라고 있었다.
매번 보여줄 때마다 새로웠다.
‘강한 거야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강했었나?’
바오는 지금까지 강하온이 한 번도 자신을 진심으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검에 둘린 진홍빛 마나, 보는 것만으로 죽을 수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사실 죽음이란 강하온의 검에 둘린 힘을 말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영역을 사용하는 것이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니까.”
『영역을 전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가?』
바오가 아는 것은 자신의 공간을 펼치는 것이 전부였다.
“직접 봐.”
강하온은 대답 대신 아공간에서 한 자루의 검을 꺼냈다.
과거에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강하온한테 시비를 걸던 왕에게 빼앗은 보검이었다.
그는 양손에 든 검을 서로 천천히 가져다 댔다.
진홍빛 마나가 둘린 검과 그렇지 않은 검이 서로 맞닿았다.
그리고 이후 보인 모습에 바오는 두 눈은 휘둥그레졌다.
『!!!』
바오는 단순히 검이 베일 것 정도로 생각했다.
단순히 검에 오러를 둘렀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땡그랑-!
검, 정확히는 진홍빛 마나가 닿은 부분은 지우개처럼 지워지면서 검신의 윗부분이 바닥에 떨어졌다.
소멸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강하온의 영역에서 본 죽음의 땅, 그 죽음이 검에 마나에 담긴 듯했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살아온 거냐······.’
바오는 강하온이 보여준 힘에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영역은 자신이 근원, 마음을 반영한다.
강하온이 지금 보여준 힘은 모든 것을 무로 돌리는 죽음 그 차제였다.
“이렇게 자신의 마나에 영역을 담아서 공격하는 방법도 있다.”
강하온은 바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설명을 이어갔다.
『영역을 마나의 담는다고? 그게 가능한가?』
“지금 눈으로 봤잖아.”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바오는 할 말이 없었다.
분명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지금 그에게는 너무 막막한 문제였다.
“일단 무기에 의지를 담는 것부터 시작해, 영역을 무기에 담은 건 그다음이다.”
사실 두 번째 보여준 기술은 지금 바오의 수준으로는 불가능했다.
강하온도 이런 기술을 사용하는 존재는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하나는 판게아를 멸망으로 이끌려 했던 마신룡, 다른 하나는 은순이.
은순이는 마법에 자신의 영역을 담을 수 있었다.
마지막은 세주였다.
세주가 만들었던 번개의 창 아스트라페가 영역을 무기로 실체화한 것이다.
‘이 녀석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지도.’
불가능할 거로 생각하면서도 바오에게 보여준 이유는 있었다.
지금 보여준 힘은 바오가 가진 영역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일이기도 했고, 이걸 봄으로서 녀석이라면 다른 해결 방안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서였다.
앞서 말했지만, 바오의 재능은 뛰어났다.
“그럼 우선 맞자, 아니 피하는 훈련부터 시작하자.”
『그, 그게 무슨 말이냐? 너 방금 맞는다고······.』
“내가 의지를 담은 공격을 계속 시도할 테니까 넌 피하겠다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피해 봐.”
강하온은 곧바로 나뭇가지를 주워서 휘둘렀다.
이번에도 아주 느린 속도였다.
『끄아악!』
하지만 속도만 느릴 뿐 위력은 달랐다.
훈련도 실전처럼, 그래야만 실력이 늘었다.
한동안 마당에서는 바오의 괴로운 비명이 들렸다.
“고생했다.”
그렇게 특훈은 바오가 3번의 공격을 피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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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의 특훈까지 끝낸 강하온은 곧바로 세주를 찾았다.
은순이야 알아서 잘하니 패스였고, 이제 남은 것은 세주 뿐이었다.
“준비는?”
『기다리는데 졸 뻔했다.』
세주는 다시 예전처럼 장난기 있는 말로 대답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은 편하지 않은지, 크게 웃지는 못했다.
“좋네, 그 전에 자리부터 옮기자.”
강하온은 마법을 사용해서 자리를 옮겼다.
드라쿨과 바오 때와는 다르게 결계가 위험할 수도 있었다.
세주의 힘을 생각한다면 격렬한 특훈이 될 테니 말이다.
번쩍-!
둘이 도착한 곳은 아주 높은 하늘의 상공, 이 정도면 방해꾼 걱정 없이 편하게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지잉-!
강하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생겨나는 거대한 결계, 특훈할 연습장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네가 할 수 있는 전력을 다해서 공격해봐, 나는 이 자리에서 가만히 막아볼 테니까.”
강하온의 말은 세주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는 말이었다.
『알았다, 내가 가진 전력을 다해서 공격하지. 』
하지만 세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데미안과의 전투에서 느꼈다, 자신의 전력이라도 상대할 수 없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이번 전투로 그의 무뎌졌던 감이 살아나서일까? 강하온이 얼마나 강함은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최소 데미안보다 강하다.’
그렇기에 세주는 자존심이 상하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 놓고 공격할 수 있었다.
파지직-!
세주는 곧바로 번개로 이루어진 창, 아스트라페를 꺼냈다.
‘역시 저 무기 자체는 영역을 한 차원 높게 활용한 게 맞네.’
강하온은 세주의 무기를 보고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보여줬던 영역을 무기에 담는 방법, 그것보다 더 고절한 방법으로 만든 무기다.
굳이 따지자면 영역 자체로만 만들어진 무기였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거 같지만.’
하지만 세주는 그것이 얼마나 대단한 방법인지 모르는 거 같았다.
아마 영역을 활용한다는 것보다는 본능적으로 사용했을지도 몰랐다.
그게 아니라면 무기 자체에 있는 강력한 존재감, 그 존재감으로 인해 그런 거일 수도 있었다.
파지직-!
세주의 몸에서 눈부실 정도로 방대한 양의 뇌전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번개로 이루어진 거인으로 변했다.
세주의 최고 전투 형태인 뇌신 모드였다.
“확실히 힘을 다루는 데에는 능숙하네.”
번개는 파괴적이면서 그 형태가 제대로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다루기 어려운 힘이었다.
그런데 세주는 그런 번개의 힘을 자유자재로 형태까지 유지하며 다루고 있었다.
지금 보여준 모습도 뇌신 모드도 영역과 마나를 섞어 만든 활용법이었다.
“가능할 수도 있겠어.”
원래 강하온이 오늘 가르치려는 것은 세주라고 해도 성공할지 반반이었다.
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자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다.』
“언제든지.”
강하온의 말이 떨어지자, 세주는 양발을 적당한 넓이로 벌렸다.
그리고 한 손은 앞에 무형의 벽이 있는 것처럼 뻗었고, 다른 한 손으로는 창을 잡고 던질 자세를 잡았다.
가장 빠르면서 강하게 던질 수 있는 자세였다.
파지직-!
자세 준비가 끝나자, 손에 들린 창에서는 오색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그 상태로 세주는 강하온을 향해서 강하게 창을 던졌다.
찌르르르-!
수 천마리의 새가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뇌신이 날려 보낸 성스러운 창.
“섬뜩하네.”
강하온은 매섭게 날아오는 뇌신의 성창을 보며 생각했다.
사방에서 압박해오는 섬뜩한 소리와 반드시 꿰뚫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담긴 창.
확실히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한계가 명확하네.”
강하온은 손을 뻗어서 그대로 세주의 공격을 막아냈다.
파지직-!
처음에는 강하온의 손바닥을 뚫어버릴 것 같이 더욱 날뛰듯 반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파지직-.
세주가 날린 뇌신의 성창은 점점 힘을 잃더니 흩어지며 사라졌다.
강하온의 몸, 옷깃 조차에도 어떠한 상처도 남지 않았다.
“별로 놀라지 않는 것을 보니까 이미 겪어봤나 보네.”
강하온은 인간 형태로 돌아온, 담담한 세주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데미안과의 전투에서도 지금 같은 상황을 겪었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
세주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미안 역시, 처음을 제외하면 자신의 공격을 별다른 타격 없이 막아냈다.
물론, 강하온처럼 손쉽게 막아내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 네가 배워야 할 힘은 바로 이거다.”
강하온의 손에는 진홍빛 마나가 옅게 둘러 있었다.
『네가 가진 마나를 배우라는 건가?』
세주는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지금 강하온 손에 둘린 마나, 분명 강력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특별한 것을 느껴지지는 않았다.
“아니, 네가 배울 힘은 영역의 각성이다.”
강하온도 이론적으로 완성을 해놨지만, 최근에서야 각성으로 육체의 제한이 풀리면서 사용할 수 있게 된 힘이었다.
영역을 한 단계 강화, 아니 강화라는 말보다는 그 힘의 강도가 너무 강해지기에 각성이라는 말을 썼다.
“각성한 영역은 그렇지 않은 영역의 힘을 거의 무시한다.”
그렇기에 아무리 강력한 뇌전의 힘이라고 해도 데미안한테 통하지 않았다.
은순이를 통해서 전투의 기록을 전부 봤고, 앞으로 놈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필요하다고 생각한 힘이다.
『각성이라······, 좋다. 어떻게 하면 되나?』
세주의 표정이 밝아졌다.
막막했던 데미안이라는 벽, 끔찍했던 기억을 전부 없앨 빛이 보이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기는 그냥 계속 쓰는 방법밖에 없지.”
『그게 무슨······.』
세주는 불길한 기분을 느꼈지만, 이미 그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강하온은 어느새 세주의 옆으로 이동한 상태였고, 그의 주먹은 세주의 옆구리에 닿아 있었다.
『커억!』
두 사람이 있는 곳에서는 고통스러운 세주의 비명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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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과 그의 동료들이 데미안의 패배 이후 힘을 키우고 있을 때, 데미안과 레이나는 교단의 은신처에 있었다.
『결국, 이렇게 됐군.』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고, 교단을 상징하는 신전은 무너져 있었다.
데미안은 대교주가 강하온에게 끌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데미안에게 특별한 일이 있어도 별로 감정에 동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최초에 탄생했던 다섯 광인 중, 남은 것은 자신 하나였으니 말이다.
묘한 쓸쓸함이 느껴졌다.
“괜찮으신가요?”
뒤에 있던 레이나가 데미안을 보며 물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눈에 보인 데미안의 힘은 흔들리지 않은 단단했는지, 지금 순간적으로 미세한 떨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넌 참 태평하군, 남을 걱정할 때인가?』
데미안은 레이나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인간 여자는 자신을 걱정하고 있었다.
“제가 워낙 다사다난하게 살아와서요.”
레이나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어렸을 때부터 죽음의 기운이 항상 도사리고 있었다.
그녀에게 죽음은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하지만 살짝 두려운 이유는 다시 강하온을 보지 못할 거란 것 때문이다.
만약 다음에 만난다면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할 생각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가지.』
데미안은 잠시 말없이 레이나를 쳐다보다, 차원을 열어서 이동했다.
누스가 있는 차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