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 드라쿨의 변화
150. 드라쿨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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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제법인데?”
강하온은 달라진 드라쿨의 영역을 보며 감탄했다.
검을 들고 난폭하면서도 정제된 기운을 뿜어내는 피의 기사.
하나하나가 최소 소드 마스터 수준의 위압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역시 재능 하나는 뛰어난 놈이야.”
드라쿨의 재능을 인정할 수 밖 없었다.
누군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생겼다고 해서 그것이 영역에 바로 적용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것 또한 새로운 심상이었고, 그것을 깨닫고 활용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드라쿨은 불과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영역의 변화를 줬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그동안 영역을 다루는 데 있어서 게으름 없이 노력했다는 뜻이었다.
“으음, 어떻게 생각해보면 느린 건가?”
잠시 생각해봤지만, 어찌 보면 드라쿨의 성장은 느린 것일 수 도 있었다.
태생이 초월 종족인 드래곤, 그들은 노력하지 않아서 그렇지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거기에 원시의 존재, 피의 신 블미르.
그는 원시의 존재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한 신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강하온의 피를 벌써 몇 방울이나 흡수했다.
이미 이보다 강해져도 한참 강해졌어야 하는 것이 당연했다.
“내가 그동안 너무 풀어줬군.”
결론은 드라쿨이 노력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 났다.
재능과 지원까지 빵빵했는데, 이제 고작 저 정도의 수준이라면 노력이 부족한 게 맞았다.
물론, 강하온이 약간의 감탄을 하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약간이다.
“대, 대체 뭐라고 하는 거냐······.”
혼자서 뭔가를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혼자 결론까지 내려버리는 강하온, 그런 모습을 본 드라쿨은 등골이 서늘해지면서 소름이 쫙 끼쳤다.
안 그래도 차가운 피가 더 차가워지는 느낌, 그의 본능이 경고하는 것이다.
앞으로 그리 머지않은 시간 내에 큰 위험이 오리라는 것을.
“특별히 원래보다 강도를 높여서 움직여줄게, 네 재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강하온은 모습이 원래 없던 것처럼 사라졌다.
방어만 하던 강하온이 움직인 것이다.
“뭔 말도 안 되는······.”
갑자기 왜 그런 결론이 난 지는 모르겠지만, 드라쿨은 곧바로 사라진 강하온의 공격을 대비했다.
“전부 방어 진형을 강화해라.”
드라쿨의 말이 떨어지자, 피의 기사들이 움직이며 방어 진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척-! 척-!
그들은 절도 있는 움직임으로 움직였고, 진형이 갖춰지는 순간에
거대한 피의 방어막이 생겨났다.
드라쿨이 자신의 혈마법과 진법이라는 지식을 결합해서 만들어낸 진형이었다.
“아······.”
드라쿨은 이 순간 후회했다.
자신이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다는 것을, 상대는 강하온인데 말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방어막 앞에 있는 강하온은 가볍게 주먹을 내질렀다.
쨍그랑-!
수백 명의 소드 마스터가 모여 만들어낸 방어막보다 더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방어막이 유리 깨지듯 가볍게 깨져버렸다.
“애초에 방어가 아닌 공격을 해야 했어······.”
상대는 강하온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애초에 방어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아니, 자신뿐만 아니라 그 어떤 존재도 강하온의 공격은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먼저 움직여서 공격해야 했다.
애초에 자신은 강하온의 몸에 작은 생채기라도 만들면 되는 것이었으니까.
『전부 결사 진형으로!』
드라쿨은 의념까지 사용해가며 기사들에게 명했다.
결사 진형, 죽음을 불사하고 오로지 공격 일변도로 움직이는 극한의 공격 진형이다.
화아악-!
수백 이 넘어가는 기사의 눈에서는 붉은 안광이 번쩍이며, 몸에서는 붉은 기운이 솟구쳤다.
생명의 기운을 담보로 힘을 얻는 혈폭화, 그의 혈마법과 블미르의 권능을 사용해서 새롭게 만든 힘이었다.
광폭화의 상위 개념으로 훨씬 강한 힘을 얻는 대신에 그만한 대가도 분명한 힘이었다.
일반 생명체가 사용한다면 피가 증발해서 죽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드라쿨의 기사들은 예외였다.
그들을 이루고 있는 것은 드라쿨이 가진 피의 마나, 피의 마나만 무한히 공급된다면 그들은 죽지 않은 불사의 군대가 된다.
쿵-!
일순간 영역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만큼 피의 기사단이 뿜어내는 힘은 엄청났다.
“이건 인정이군.”
강하온은 이번에는 진심으로 드라쿨을 인정했다.
조금 전까지 소드 마스터였다면, 지금은 전원이 그랜드 소드 마스터 정도의 수준이었다.
판게아 기준으로 일반적인 인간이 평생을 걸쳐도 되기 힘든 것이 소드 마스터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소드 마스터 중에서도 극히 소수만 오를 수 있는 경지로 여기부터는 초월자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경지였다.
그런 초월자를 일순간에 수백이나 만들었느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잔머리가 좋아서 그런가? 확실히 힘에 대한 이해도가 좋아.”
강하온이 뛰어나다고 본 부분은 이해도였다.
그가 가진 투신의 눈에는 혈폭화의 원리가 보였다.
혈마법과 권능을 적절하게 섞어 만든 버프 계열의 힘.
생명체가 아닌 피의 마나로 이루어진 기사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힘이었다.
“하지만 양보다는 질이지.”
그 순간 드라쿨의 마나로 가득하던 영역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허공에 떠 있던 강하온의 하늘을 가리키던 손가락이 아래로 향했다.
쿵-!
살벌한 기운을 흩뿌리며, 매섭게 달려들던 드라쿨의 기사들이 멈춰 섰다.
우드득-!
그것도 잠시, 괴로운 소리를 내면서 전부 우그러졌다.
마나 프레셔, 마나의 종족이라 불리는 드래곤의 힘을 응용한 투신 강하온 만의 힘이었다.
주변에 있는 마나와 자신의 의지를 동조시킨 뒤, 그 마나로 짓누르는 기술이었다.
무식하지만 그 효과만은 훌륭한 기술이었다.
콰지직-!
점점 짓눌리며 형태를 잃어가던 기사들이, 이제는 완전히 형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변해 있었다.
“드라쿨, 참고로 이 특훈은 내 몸에 작은 상처를 하나라도 내지 못하면 끝나지 않는다.”
강하온은 드라쿨이 회심 차게 준비했던 피의 기사를 무력화시킨 뒤, 드라쿨을 보며 말했다.
드라쿨은 자신이 준비한 피의 기사가 너무 쉽게 무력화 당한 것이 충격이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조용히 있었다.
“그렇게 실망한 척 해봤자 소용없다.”
강하온은 드라쿨이 큰 실망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나약한 의지를 고치기 위해서 훈련의 강도를 더 올릴 생각이다.
“크크큭.”
그때, 드라쿨은 등까지 들썩이며 웃기 시작했다.
“미쳐서······.”
미쳐서 실성이라도 했나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강하온에게 마나는 손의 연장선이라고 해도
마나로 짓누르고 있던 수많은 기사, 그 반발력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슉-!
바닥에 생겨난 거대한 포탈 안으로 바닥에 있던 피의 기사들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드라쿨이 혈마법으로 만들어낸 포탈이다, 그리고 그 포탈이 연결되는 위치는 강하온이 있는 위쪽의 상공이다.
척-!
이미 드라쿨의 마나로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온 수백의 기사가 강하온을 노리고 떨어져 내렸다.
땅 쪽과 달리, 상공은 마나의 농도가 짙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들의 움직임에는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그들은 하나하나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 필적하는 힘은 가진 존재들, 허공에서 움직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후욱-!
기사들은 일제히 검을 휘둘렀고, 허공은 붉은 반월 오러로 가득 찼다.
붉은 초승달을 연상케 하는 아름다운 오러, 그러한 오라는 전부 강하온을 노리고 매섭게 날아갔다.
“크하하하.”
드라쿨은 광소를 터트리며 기뻐했다.
그가 기사를 소환하고, 결사 진형까지 사용한 것, 강하온이 전부 그것을 무력화하는 것까지.
그는 전부 예상했고, 지금의 상황을 그렸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할 거다.”
드라쿨이 준비한 것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바닥의 마나 농도가 옅어지면서 강제로 땅에 박혀 있어야 했던 말뚝이 일제히 하늘을 노렸다.
정확히는 강하온에게 모든 말뚝의 송곳이 집중했다.
슉-!
말뚝도 일제히 강하온을 향해서 날아갔다.
위에서는 끊임없이 내려오는 피의 기사, 아래로는 붉게 물들어 보일 정도로 빽빽한 말뚝 공격.
사방에서 공격이 쏟아졌다.
“크큭, 피나 두둑하게 준비하라고.”
드라쿨은 이번 공격으로 강하온의 몸에 상처를 입힐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강하온, 드라쿨은 방심하지 않고 철저하게 준비했다.
채앵-!
아름다운 붉은 검신의 화려한 손잡이, 그의 소울 웨폰이라 할 수 있는 마검 타르빙을 꺼냈다.
그는 타르빙으로 강하온의 명치를 조준하듯 칼을 겨눴다.
조금이라도 공격을 막으려고 생기는 틈을 노려서 강력한 찌르기를 준비할 셈이었다.
우웅-!
타르빙도 강하온의 피가 맛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검신을 떨었다.
말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당장 강하온의 피를 먹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거 같았다.
“알았으니까 진정해라, 확 넣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드라쿨은 당연히 타르빙을 넣을 생각은 없었지만, 협박하듯 말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떨리던 진동이 사라졌다.
어지간히 강하온의 피가 먹고 싶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주인과 닮은 검이었다.
“잔머리 하나는 알아줘야겠군.”
강하온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붉은 오러를 피하면서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훌륭한 공격 연계였다.
상대를 방심하게 만든 뒤, 사방에서 쏟아지는 공격 연계.
게다가 확실한 마무리까지 하기 위해서 긴장을 끊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고 있었다.
지금 드라쿨의 모습은 맹수의 숨통을 끊기 위해서 한 방을 노리고 있는 노련한 사냥꾼을 보는 거 같았다.
“그럼 어디 한 번 당해줘 볼까.”
강하온은 드라쿨이 준비한 수를 받아주기로 했다.
진솔한 대화는 그 뒤로 미룰 생각이었다.
그는 양손에 마나를 집중하고는 양팔을 위아래로 벌렸다.
그러자 그의 움직임에 따라서 마나가 위아래로 분리되며 움직였다.
쾅-!
그렇게 움직인 마나는 하늘에 있던 피의 기사들을 전부 찌그러트리며 막아냈고, 아래로는 수많은 말뚝을 다시 땅에 밖에 만들었다.
강하온은 한 수가 드라쿨의 공격을 전부 무력화시켰다.
하지만 드라쿨의 공격은 피의 기사와 말뚝이 전부가 아니었다.
“됐다!”
드라쿨은 쾌재를 부르며 타르빙을 그대로 내질렀고, 지금까지 모으던 피의 마나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속도의 찌르기가 시전됐다.
콰앙-!
공기를 가르고 소닉붐을 일으킬 정도의 강력한 찌르기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강하온의 명치를 노리고 있었다.
“매섭네.”
어떠한 기교도 없이 오로지 한 점을 노리는 단순한 공격답게 그 위력은 대단했다.
드라쿨의 타르빙은 강하온의 명치에 닿았다.
“······.”
원하는 대로 강하온의 명치를 공격한 드라쿨이었지만, 그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분명 강하온은 피하지 않았지만, 상처가 생기지 않았다.
애초에 정해진 결과였다.
지금 드라쿨의 힘으로는 강하온의 몸을 두르고 있는 마나를 뚫을 수 없었다.
그걸 뚫을 수 있는 힘을 얻으라고 시작한 특훈이었으니까.
“이제 준비한 건 다 끝났지?”
강하온은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드라쿨에게는 그 어떠한 말보다 무서웠다.
끝났다는 순간, 미래가 자연스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이, 이건 말도 안 된다! 애초에 상처를 낼 수 없었던 것 아니냐!”
드라쿨은 이대로 밀려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큰소리를 쳤다.
전력을 다한 공격이 분명 적중했음에도 상처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끝난 거지”
하지만 강하온은 드라쿨이 뭘 말하든 들을 생각이 없었다.
뭐든 맞다보면 답이 나오는 법이다.
“자, 잠깐! 아직 끝이 아니다.”
드라쿨은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이대로 끔찍한 미래를 보기는 싫었다.
“그래? 더 해봐.”
드라쿨은 재빨리 거리를 벌리고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비장의 수를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