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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48화 (148/186)

148. 세주의 과거

148. 세주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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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과 전투 이후, 세주는 애써 떠올리지 않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주 오랜 과거, 시온이 사라지고 코라손은 카잔이라는 차원에 자리를 잡았다.

카잔에는 코라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를 따르는 하위 신들도 전부 같이 정착했다.

당연히 그중에는 세주도 존재했다.

『혹시라도 허튼짓은 하지 않은 게 좋을 거다.』

코라손의 성정은 원래도 난폭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의심까지 많이 생겼다.

자신들의 힘을 합쳐서 창조주를 묻어버린 것처럼,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폭군 같은 신이었다.

그래도 많은 신이 그를 따랐다.

어차피 혼자서는 위험했고, 강한 그늘 아래 있는 것이 안전한 법이었으니까.

원시의 존재, 그들도 죽음을 두려워했다.

『이곳에 사는 인류를 전부 관리하도록 해라, 그들에게 우리가 신이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시켜야 한다.』

폭군 같은 성정을 가지고 있는 코라손이었지만, 그는 똑똑했다.

인간의 신앙이 자신들의 힘이 된다는 것을 파악하고, 자신을 따르는 신들에게 시켜서 철저하게 인류가 신을 믿고 따르게 했다.

『너는 혹시라도 저놈들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감시해라.』

그곳에서 세주의 역할은 신들의 감시였다.

하지만 말이 감시지, 사실 세주가 할 일은 없었다.

『저런 겁쟁이들이 작당 모의를 할 리가 없지.』

세주가 생각할 때, 코라손을 따르는 신들은 죄다 겁쟁이였다.

시온에서 최상위 신들이 창조주를 해한 것처럼 코라손에게 덤빌 용기를 가진 위인은 없었다.

물론, 그중에는 세주 자신도 포함이었다.

코라손에 의해서 탄생해서인지, 세주 역시 코라손에게 무의식적인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심심하군.』

겁쟁이 신들이 사고를 일으킬 일은 전무했고, 유일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의 신 오르스는 코라손을 따라오지 않았다.

세주에게 카잔에서의 삶은 무료함 그 자체였다.

그때, 할 것도 없었던 세주는 인간들을 지켜보고 시작했다.

『재미없어.』

인류의 삶은 세주에게 큰 흥미를 주지 못했다.

오히려 답답했다.

『어차피 전부 부질없는 짓이거늘.』

코라손은 문명이 일정 이상 발달하는 것을 경계했다.

그래서 일정 주기마다 시련을 내려서 문명을 망가트렸다.

그때마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간, 흔히들 영웅이라 부르는 자가 나타나서 인류가 멸망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거의 무너진 문명은 다시 재건해야했고, 인간은 다시 묵묵히 재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몇십 주기가 넘는 동안 그러한 모습을 지켜보니 답답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특별한 날이 찾아왔다.

이날은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바람도 많이 불고, 하늘에서는 벼락이 수시로 떨어져 내렸다.

『응? 저 인간은 뭘 하는 거지?』

세주의 시선을 끄는 인간이 있었다.

『죽으려는 건가?』

세주의 시선을 끈 인간은 젊은 여자였는데, 여자는 손에 쇠붙이를 들고.

“x발! 그냥 죽을 거야!”

하늘을 향해 악에 받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세주는 오랜만에 피식 웃었다.

“생긴 거랑 다르게 입이 거치네.”

죽으려고 악을 쓰는 여자의 외모는 시온에서 봤던 미의 여신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입에서 나오는 말은 꼭 거친 삶을 살아온 중년을 보는 거 같았다.

쿠르릉-! 쾅-! 쾅-!

“그래! 이쪽으로 오라! 나한테 내려쳐!”

그녀는 번개가 칠 때마다 손에 든 쇠붙이를 더욱 높이 들어 올리며 흔들었다.

“정신 나간 년이네, 벼락에 온몸에 타 죽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고 저러는 걸까?”

신조차 벼락에 맞는 고통을 두려워했다.

피부는 물론, 신경, 근육, 몸 안에 있는 수분까지 일순간에 타버리는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기 때문이다.

『어디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줘 볼까?』

세주는 오르스로 인해 생겨난 장난기가 발동했다.

쿠르릉-! 쾅-!

하늘에서 무시무시한 한 줄기의 벼락이 여자가 있는 곳을 향해 내려 꽂혔다.

“x바 깜짝이야!”

여자는 놀라 소리쳤다.

그리고는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타다다닥-!

그곳에는 벼락으로 인해 완전히 타버린, 지금 타는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

그 모습에 여자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쿠르릉-!

그리고 하늘은 여자를 맞추지 못해서 성이 난다는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이러한 상황에 여자의 다리는 덜덜 떨렸다.

“그래! 죽여! 나한테 내려치라고! 엄한 나무 건드리지 말고!”

여자는 다리는 덜덜 떨었지만, 목소리는 전보다 더 커졌다.

그리고는 당장에라도 벼락을 떨어트리라고 비가 쏟아지는 하늘을 노려봤다.

『······언제까지 그러나 보자.』

세주는 괜히 자존심이 상했다.

신들도 무서워하는 번개의 힘인데, 고작 인간이면서 두려움을 이겨내려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주가 손가락을 까닥일 때마다 벼락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쿠르릉-! 쾅-! 쾅-!

벼락은 거짓말처럼 여자가 있는 쪽으로만 내려쳤다.

하지만 교묘하게 여자를 빗나가며 주변에 떨어졌다.

“꺄악!”

결국, 여자는 무식하게 떨어지는 벼락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럼 그렇지.』

세주는 자신의 생각대로 굴복한 여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여자는 세주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여자는 덜덜 떠는 몸으로 바닥을 기면서 바닥에 떨어진 쇠붙이를 주었다.

“내려······ 쳐라······, 이 몸에게! 내려치란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쇠붙이를 머리 위로 올렸다.

죽고 싶은 여자의 간절함은 여전했다.

하지만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여자의 목소리가 아주 작아졌다는 것과 쇠붙이의 높이가 현저히 낮아졌다는 것이다.

여자는 도망가지 않았다.

『뭐 때문에 저렇게 죽고 싶어 할까?』

이러한 여자의 모습은 세주의 관심을 더 끌었다.

과연 무엇이 그렇게 싫어서, 저렇게 두려워하면서도 죽음을 바라는 지가 말이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체 죽을 거면 그냥 죽지, 왜 벼락에 맞아서 죽으려는 지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딱-!

세주가 손가락을 튕기자 먹구름이 사라지고 비가 그쳤고, 그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지상에 강림했다.

『대체 왜 그렇게 죽으려는 거냐?』

죽으려 했던 여자는 그가 난생처음 말을 걸어 본 인간이었다.

“x바! 누구냐!”

쏟아지는 빗속에서 명확하게 들리는 목소리에 여자는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

세주를 확인한 여자는 넋을 놓은 채 멍하니 바라봤다.

『이봐, 혹시 말귀를 못 알아먹나? 그럴 리가 없는데.』

세주는 여자가 자신의 말에 대답하지 않자 고개를 갸웃했다.

의념으로 말했기에 못 알아들을 리는 없었기 때문이다.

“아, 아니다! 듣고 있다.”

『그래? 그럼 묻는 말에 대답해야지. 왜 그렇게 죽으려는 거지?』

“이 몸은······”

여자의 이름은 라헬, 제르카 왕국의 2 왕녀였다.

그녀가 죽으려고 했던 이유는 정략결혼 때문이었다.

그녀는 앞으로 한 달 뒤, 자신의 생일 때 제국의 망나니 황태자의 첩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는 절대로 그건 싫었고, 차라리 죽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으음, 그런데 굳이 왜 벼락을 맞아서 죽으려는 거야? 저기 절벽을 뛰어내리거나, 독을 먹으면 되지 않나? 그게 아니면 목을 매거나 스스로 베어버리는 것도 있겠군.』

“x바, 끔찍해.”

세주의 말을 들은 라헬은 소스라치면서 놀랐다.

『x바?』

“크흠, 미안하다. 습관적으로 상스러운 말이 나왔군.”

세주는 x바 뭔 말인지 궁금해서 물은 거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욕하는 걸 지적한다고 생각하고는 얼굴을 붉혔다.

사실 그녀가 하는 말들은 평생 그녀가 배웠던 교양과는 한참 거리가 먼 행동이었으니까.

“하여튼 내가 벼락을 맞아 죽기로 선택한 것은 덜 고통스럽기 위해서다.”

『덜 고통스럽기 위해서?』

세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한 벼락에 타죽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것은 없었다.

영혼까지 전부 타 버리는 그런 느낌일 테니 말이다.

“그래, 다른 건 죽어가면서 고통을 느껴야 하지만 벼락에 맞으면 바로 죽지 않느냐.”

당당하게 말하는 라헬의 말에 세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볼 때야 단번에 죽으니 그럴 수 있지만, 죽는다고 고통이 느껴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육체는 죽어도 그 고통은 한동안 지속된다, 그렇기에 번개에 죽는 것이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그나저나 결혼한다는 것이 그렇게 죽을 정도로 싫은 것인가? 원래 인간은 번식하기 위해서 당연히 갖는 행위가 아니었나?』

“어머, 너 말 참 x같이 한다.”

『뭐, 뭐?』

세주는 처음으로 당황했다.

자연스럽게 라헬이 한 말은 그도 시온에서 애용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다른 존재도 아니고, 한낱 인간 여자한테 그런 말을 들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너무 어이없는 말이 들려서 실수했네, 미안.”

세주는 바로 실수를 인정하는 라헬의 태도에 화를 내기도 뭐했다.

“하여튼 나한테는 결혼이 단순한 그런 행위가 아니야, 나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 하고 싶어.”

라헬은 아주 결의에 찬 표정으로 힘차게 대답했다.

세주도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이라······.』

세주는 잠시 고민했다.

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건 어떤 감정이지?』

“뭐야? 너 총각이구나? 얼굴값을 못하네, 아니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

라헬은 세주의 반응의 피식 웃으면서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

세주는 뭔가 기분이 나빴지만, 딱히 반박은 하지 못했다.

“사랑을 모르는 어린 늑대를 위해서 이 몸이 사랑이라는 것을 직접 알려주지, 사랑은 같이 있으면 좋고, 그 사람이 자꾸 보고 싶고 그런 거란다.”

『별 시답지 않은 감정이군.』

뭔가 특별할 거로 생각했는데, 별 것 없었다.

그냥 친구랑 노는 거랑 비슷한 것이었다.

“어머 시답지 않기는? 이렇게 우리가 사는 것도 전부 사란 때문에 생겨난 거거든. 신들이 사랑하지 않았으면 우리 인간이 있었겠어? 애초에 모든 생명은 사랑이 있어야 태어나는 거야.”

세주는 동의하지 않았다.

자신의 탄생은 사랑이 아닌, 단순히 코라손이 자신의 권능을 사용해서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

“응, 없었는데 생겼어.”

『그래? 누구지? 말하면 내가 도와주도록 하지,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게.』

세주는 처음으로 대화한 인간에게 선물을 주기로 했다.

굳이 말하자면 신의 축복이랄까? 무료한 삶을 조금이라도 재밌게 해준 보답이었다.

“진짜?”

『그래, 거짓이 아니니까 편하게 말해라.』

세주의 말에는 의지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의지를 어길 경우, 자신의 격의 훼손이 일어났기에 굳이 어길 이유가 없었다.

“좋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그건 무슨 말이지.』

세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에 멈칫했다.

“내가 얼굴을 좀 보는데, 너 완전 내 스타일이야.”

라헬은 해맑게 웃으면서 세주를 보고 웃었다.

그 모습에 세주는 처음으로 다른 느낌의 두근거림을 느꼈다.

『너랑 있으면 재미는 있을 거 같군.』

“야! 재미는 있을 거 같아? 재미 말고도 좋은 거 많이 알려줄게.”

라헬, 그녀는 세주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사랑했던 여자였다.

세주는 라헬을 만난 뒤, 하루하루가 색달랐다.

둘은 결혼도 했고, 둘 사이에서는 아이도 생겨났다.

하지만 세주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코라손이 세주를 불러들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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