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수상한 존재.
145 수상한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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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으로 이루어진 거인 형태, 일명 뇌신 모드.
사용하는 것만으로 생명력을 깎아 먹는 힘이었다.
대신 대가가 있는 만큼 위력도 강력했다.
세주의 최고 전력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세주는 확신할 수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데미안을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이봐, 보고 있지?』
세주는 집 안에 있는 은순이한테 의념을 보냈다.
『······그래.』
은순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녀 역시, 데미안이 나타난 이후부터 느끼고 있었다.
데미안에게서 강하온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시간을 벌어볼 테니까, 하온이 돌아오기 전까지 최대한 멀리 도망가라.』
세주는 데미안을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버렸다.
대신에 시간 정도는 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생명력을 대가로 하는 힘인데 시간마저 끌지 못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평소에 힘 좀 갈고 닦을걸······.
세주는 나태했던 과거를 후회했다.
그는 코라손을 죽이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이후로는 딱히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탄생부터 누구보다 막강한 힘을 가졌으니 말이다.
『······알아서 하지.』
『뭐라고? 빨리 도망가라니까? 하온과 약속했다, 너희들을 위험하게 하지 않겠다고.』
세주는 마치 도망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은순이의 말에 다급하게 말했다.
『앞이나 봐라, 저 녀석 움직인다.』
하지만 은순이는 세주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빌어먹을······.』
그리고 세주 역시, 다른 쪽에 더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데미안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묻지, 그냥 떠나라. 그것이 아니라면 그대도 태초신의 파편을 노리는 것인가?』
그때, 천천히 걸어오던 데미안의 손에 초고속으로 진동하는 물의 검이 생겨났다.
과거, 바오와의 전투에서 비비가 권능을 활용해서 만들었던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생김새만 비슷할 뿐, 그 안에는 훨씬 거친 파괴력이 들어있었다.
데미안은 검에 비의 신과 바다의 신의 힘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아가리 좀 닥칠 수 없나?』
세주는 천천히 다가오는 데미안을 향해서 창을 내려찍었다.
거대한 번개의 창이 그대로 내려 찍히는 모습은 세상을 반으로 쪼개버릴 것처럼 강력했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군.』
데미안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대로 손에 들린 물의 검을 휘둘렀다.
파바박-! 파지직-!
물의 검과 뇌전은 그대로 부딪혔고, 물방울과 스파크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세상을 쪼개버릴 거 같았던 뇌신의 창은 데미안이 휘두른 물의 검을 넘어서지 못하고 막혀버렸다.
지잉-!
오히려 물의 검은 더욱 빠르게 진동하더니 뇌신의 창을 점점 파고들기 시작했다.
『귀찮은 새끼······.』
세주는 인상은 팍 쓰고는 ‘아스트라페’의 출력을 높였다.
팔에서 신경이 타들어 가는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 효과는 있었다.
파지직-!
뇌신의 창은 덩치를 키워나갔으며, 데미안의 검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역시, 그 창은 귀찮아.』
데미안은 곧바로 검을 회수하고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는 검게 변한 손끝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스트라페’의 번개가 살짝 스쳤을 뿐인데, 입은 상처였다.
『잠시 뒷면 귀찮은 게 아니라 두려워질 거다.』
세주는 순간적으로 빠져나간 많은 양의 생명력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일부러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 도발하듯 말했다.
『말이 많아졌군, 불안한가?』
『······.』
세주의 미간에서 스파크가 일어났다.
그는 다시 한번 느꼈다.
누스를 닮은 새끼하고 대답하는 것은 손해였다.
쿠르릉-! 쾅-! 쾅-!
세주는 곧바로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의 영역 안에 있던 먹구름들이 공명하며 전부 번개를 내뿜기 시작했다.
먹구름에서 비처럼 쏟아져나오는 번개의 표적은 데미안이었다.
하지만 번개는 데미안에게 닿지 못했다.
데미안의 주변에 생겨난 물의 검 수십 개가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번개를 사전에 차단했다.
파직-! 파지직-!
먹구름에서 뿜어져 나오는 번개는 물의 검에 막혀 힘을 잃으며 사라졌다.
쾅-! 쾅-!
세주와 공명하며 먹구름에서는 계속해서 번개를 뿜어냈지만, 단 한발의 번개도 데미안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변화가 생겨났다.
쩌저적-!
순간 데미안 근처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더니, 그가 만든 물의 검이 얼어붙었다.
『······또 다른 누군가가 있었군.』
데미안의 표정이 다시 한번 굳었다.
자신의 권능을 얼려버린 힘, 단순한 마법 따위가 아니었다.
강력한 권능에 가까운 힘, 자신의 권능을 완전히 얼려버렸다.
『도망가라니까······.』
세주는 지금 도움을 준 존재가 은순이라는 것을 단번에 파악했다.
『그럴 시간에 빨리 공격이나 해.』
세주한테 날카로운 은순이의 의념이 들려왔고, 세주는 곧바로 번개의 출력을 올렸다.
쿠르릉-!
그러자 먹구름에서 엄청난 양의 번개가 쏟아져 내렸으며, 세주는 뇌신 상태에서 ‘뇌신의 성창’을 다시 한번 준비했다.
『죽어라!』
잠시였지만, 전력을 모으기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세주는 다시금 데미안을 향해서 창을 뻗었다.
오색 빛 찬란한 뇌전의 창이 데미안을 당장이라도 집어삼키려는 기세도 달려들었다.
『귀찮게 하는군.』
데미안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하며 손을 뻗었다.
어차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텐데, 굳이 이렇게 덤비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투드득-!
이번에는 데미안을 주변으로 천지가 창조되듯이 땅과 물, 나무들이 생겨나면서 벽을 세우기 시작했다.
동시의 여러 권능을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그때 새로운 방해꾼이 나타났다.
파바박-!
붉은 회오리가 단단한 벽이 세워지는 것을 막았다.
『이 몸은 드라쿨, 이곳을 지키는 존재지. 감히 겁도 없이 이곳에 침입했구나.』
데미안을 방해한 것은 강하온네 집을 지키는 경비, 드라쿨이었다.
『칩입한 죄로 특별히 네놈의 피를 맛봐주도록 하지.』
드라쿨은 데미안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그에게서 강하온 만큼은 아니지만, 군침이 돌게 할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방해꾼은 드라쿨 하나가 아니었다.
투드득-!
데미안의 주변에서는 푸른 대나무가 솟구쳐 오르더니, 데미안이 만든 권능의 벽에 빨대를 꽂아서 빨아먹는 것처럼 권능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아주 맛있구나.』
바오는 인간 형태, 전투 모드로 변해서 황금빛 죽창을 들고 있었다.
그는 실시간으로 흡수하는 권능을 맛보면서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
데미안의 표정이 굳었다.
은순이, 드라쿨, 바오.
방해꾼으로 인해서 세주의 공격을 막을 방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방어를 준비하기에는 세주의 공격이 코앞이었다.
파지직-! 콰앙-!
오색 찬란한 뇌신의 성창은 그대로 데미안을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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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틈새.
그곳은 정신을 갉아먹는 곳이었다.
스쳐 지나가면서 보이는 차원의 편린은 순간적으로 많은 정신력을 소모하게 했다.
“x 같은 곳이네.”
원치 않은 것을 봐야 하는 것은 강하온으로서도 고역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인간의 정신을 아득히 초월한 지 오래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그가 역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차원의 틈새는 만만치 않은 곳이었다.
“그냥 나침반을 따라갈 걸 그랬나?”
아무것도 없는 허무를 따라 걷는 느낌에 강하온은 괜히 불안해졌다.
여전히 자신을 섬뜩하게 만들었던 감각이 느껴지는 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반면에 나침반은 정 반대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면 나가린데······.”
이번 작전은 얻을 수 있는 게 확실한 만큼, 위험도 컸다.
자신이야 괜찮지만, 나래와 그의 동료들이 위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주와 은순이가 같이 있다면 누구 대적하겠느냐마는 교단을 상대하면서 워낙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뭔 일이 있을지 몰랐다.
그 때문에 빨리 일을 해결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어?”
그때였다, 저 멀리서 뭔가가 보였다.
강하온은 빠르게 접근했다.
그리고 확실히 차원의 틈새에 존재하는 뭔가를 발견했다.
“사람?”
강하온이 발견한 것은 사슬로 온몸이 묶여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눈과 코, 귀까지 모든 곳은 특이한 문양이 그려진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거 때문에 그런 거라고?”
강하온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을 섬뜩하게 만들었던 감각, 하지만 눈앞에 인간은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정확히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죽은 사람 같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늦었구나.』
그때, 강하온의 머릿속으로 의념이 들렸다.
“!!!”
강하온의 눈이 배는 커졌다.
의념을 듣는 순간, 눈앞의 존재가 보통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의념에서 느껴지는 격, 그것은 자신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이라고 할 정도의 느낌이 들었다.
“당신이 나를 부른 건가?”
『그래, 내가 너를 불렀다.』
사슬에 묶인 인간, 아니 인간이라 부르기에는 너무나 지고한 존재는 몸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대답했다.
“어째서지?”
『깊은 잠을 깨우기 위해서지, 내 몸을 감싼 사슬을 끊을 수 있느냐?』
“······내가 이곳에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나?”
강하온은 수상한 존재와 대화를 하면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수상한 존재는 마치 자신을 알고 있다는 듯, 정확히는 자신이 이곳에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알고 있었다, 그리고 네가 이 사슬을 끊게 되리라는 것도 알고 있지.』
“웃기고 있네, 누가 봐도 수상한 상황인데 내가 그럴 거 같아? 당신 목을 베는 거면 몰라도.”
차원의 틈새, 그곳에서 누군가 강제로 봉인해 놓은 흔적.
누가 봐도 수상했다.
그런 봉인을 강하온은 풀 생각이 없었다.
“괜히 시간 낭비했군.”
강하온은 그대로 몸을 돌려, 나침반이 있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사슬을 푼다면, 네가 원하는 곳으로 찾을 수 있게 도와주지. 이차원의 틈새에서는 길잡이가 있다고 해도 원하는 곳을 찾기가 힘들 거다.』
수상한 존재는 강하온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당신이 거짓을 말하는 거라면?”
『그게 아니라는 것은 그대가 더 잘 알 텐데?』
“······.”
강하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역시 수상한 존재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높은 격을 유지할수록, 의지를 담아서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했다.
그것은 높은 격을 유지할수록 지키지 않으면 크게 부담이 생긴다.
심지어는 존재 자체의 위협이 될 정도의 위험이 생긴다.
자신과 달리, 의지를 담고 말하는 수상한 존재의 말은 거짓일 확률이 현저히 적다는 것이다.
『어떻게 거래하겠느냐?』
“······사슬을 베다 다치는 건 책임지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게나.』
“······.”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기분 나쁘라고 말한 것인데, 저렇게 나오지 괜히 짜증이 났다.
강하온은 검을 꺼내고는 그대로 사슬을 베었다.
까앙-!
하지만 그가 생각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손에서 느껴지는 강한 반탄력, 사슬은 멀쩡했다.
『생각보다 단단할 거야.』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진짜 다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하라고.”
강하온은 이번에는 자신의 마나를 제대로 담아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약간의 저항이 있기는 했지만, 사슬이 베였다.
당연히 수상한 존재가 다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차원의 틈새에 있던 수상한 존재는 사슬에서 풀려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