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3. 첫 번째 사도, 데미안의 등장
143. 첫 번째 사도, 데미안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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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의 수호자, 두 번째 사도 벨크스는 호기심이 많은 광인이었다.
그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알아내려고 행동했다.
한 번은 과연 짐승에게 빙의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궁금증에 파장이 맞는 짐승에게 빙의했다가 파장이 뒤틀려서 고생한 적도 있었다.
또 한 번은 인간의 파장을 강제로 광인과 맞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수억이 넘어가는 인간을 가지고 실험을 한 전적도 있었다.
물론, 실험은 실패했지만.
하여튼 벨크스는 뭔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지리 않고 알아내야 했다.
한창 차원 정복 전쟁 중, 원시의 신과 전투를 하던 벨크스한테 궁금한 것이 생겼다.
『시온? 아버지가 태어난 차원이라고 했지······.』
우연히 원시의 차원, 창조주가 최초로 만든 차원인 시온에 대해 듣게 된 것이다.
시온은 벨크스의 호기심을 제대로 자극했다.
그는 곧바로 누스를 찾아갔다.
『아버지, 시온이라는 곳은 어떤 곳이었습니까?』
『이미 사라진 곳을 뭣 하러 궁금해하지? 알 필요 없는 곳이니 궁금해하지 마라.』
하지만 누스는 시온에 대해 일부러 말하지 않으려는 것인지, 굳이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이러니 더 궁금해지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벨크스가 포기하지는 않았다.
그는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시온에 대해서 얘기해줄 존재는 누스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벨크스는 그때부터 원시의 신을 만나게 되면 바로 죽이지 않았다.
최대한 사로잡는 곳을 목표로 했으며, 고문을 시도해서 시온에 대한 정보를 듣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있는 곳이라······, 아름다운 곳이었구나.』
하나둘, 시온에 대한 얘기를 들어갈 때마다 벨크스는 시온이 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럴수록 시온에 대한 궁금증은 더 생겨났다.
직접 가볼 수 없고, 볼 수도 없는 곳이지만 그곳의 주민이었던 원시의 존재들에게 시온의 모든 얘기를 듣고 싶었다.
『세주?』
그러던 중 번개의 신 세주에 대한 얘기들 듣게 됐다.
창조주가 아닌, 구름의 신이 만든 존재, 그러면서도 원시의 차원 시온의 주민이었던 세주에 대한 얘기를
『그래, 세주라는 자가 그 자구나.』
누스는 최초에 벨크스를 포함한 다섯 명의 광인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중에서 유독 특별했던 존재가 있었다.
바로 교단의 진정한 검이자 첫 번째 사도라 불리는 데미안이었다.
데미안은 다섯 사도 중에서도 특출날 정도로 강했으며, 누스를 가장 닮은 존재였다.
누스가 말하길 데미안은 후에 강력한 적이 광인을 공격할 때, 지켜야 할 존재라고 했다.
벨크스는 본능적으로 세주가 누스가 말한 강력한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궁금하네, 세주라는 그 존재.』
벨크스의 관심은 시온에서 세주로 옮겨갔다.
『대단한 존재구나.』
세주에 대해 알아가던 벨크스는 세주의 수많은 일화를 들으며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게, 벨크스가 상대하는 원시의 신은 대부분이 시온에서 그렇게 힘이 있던 존재들이 아니었다.
시온에서 힘을 썼다고 할 정도의 존재들은 그가 아닌 첫 번째 사도가 상대했기 때문이다.
약한 신들에게 세주는 재앙 같은 존재였다.
그러다 보니 벨크스한테 세주는 엄청나게 강한 존재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렀을 때, 그는 공간의 신 오르스를 만났다.
『당신한테 들으니 더 보고 싶어졌어요.』
공간의 신, 오르스는 강한 신이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전투로 벨크스는 더 강해진 상태였다.
『그 세주라는 분을 꼭 망가트리고 싶어졌어요.』
그는 오르스한테 세주에 대한 얘기를 듣고, 더욱 세주를 만난 날을 고대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났다.
세주를 처음 봤지만, 벨크스는 세주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 세주가 든 황금빛 번개로 이루어진 창에 대해서도.
『그 창이 그 유명한 ‘아스트라페’ 군요.』
순수한 번개로만 이루어진 창, 아스트라페.
벨크스가 세주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항상 궁금했던 무기였다.
『시온에서 재앙의 상징이라 불렸다죠?』
창조주는 만든 시온에는 번개는 존재하지 않았다.
애초에 창조주의 개념에 없는 힘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창조주는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가졌지만, 전지하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자신이 만든 원시의 존재들이 싸우게 될 것, 블미르 같은 존재가 나오게 되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번개 역시, 창조주가 의도한 힘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번개를 관장하는 신을 만들지 않았었다.
번개는 원시의 존재들이 전투하면서 우연히 발생한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최초로 발견한 구름의 신 코라손, 그가 최초로 발생했던 번개의 정수를 사용해서 만든 것이 번개의 창, ‘아스트라페’ 였다.
어찌 보면 창조주처럼 최초로 생겨난 개념과 같다고 하는 힘이었다.
실제로 최초의 번개에는 신격을 무시하는 강력한 힘이 존재했다.
그 때문에 ‘아스트라페’에 스친 대상은 치명상을 입을 정도였고, 자연스럽게 재앙으로 불렸다.
『궁금하네요, 그 소문이 사실일지.』
『궁금하면 직접 겪어봐.』
세주는 번개의 창, ‘아스트라페’를 휘둘렀다.
창의 움직인 궤적을 따라, 오색의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파지직-!
뿜어져 나온 뇌전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수많은 새가 지저귀는 소리처럼 들렸다.
소리 만큼이나 위력도 엄청났다.
오색 뇌전이 지나간 자리에는 대기가 탄 흔적은 검은 연기가 남았다.
『무시무시하군요, 그렇지만 어차피 맞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벨크스는 여유로웠다.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그는 공격을 막아내고 피할 자신이 있었다.
지잉-!
아바타 상태가 되면 단순히 신체 능력만 강화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신적인 능력치도 향상됐고, 그로 인해 당연히 권능을 발휘하는데도 훨씬 수월해진다.
그 덕에 벨크스가 공간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찰나였다.
오색 뇌전 앞에 어두컴컴한 공간이 열렸고, 검은 공간의 입은 그대로 오색 뇌전을 집어삼켰다.
『별거 없네요? 역시 부풀려진 소문이었나요?』
가볍게 공격을 막아낸 벨크는 다시 또 세주를 도발했다.
『······.』
하지만 그런 도발에서 세주는 말 없이 그저 벨크스를 지켜봤다.
『!!!』
그 순간, 벨크스의 얼굴이 굳었다.
쩌저적-!
그도 그럴 게, 멀쩡하던 허공에서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파직-!
균열의 틈으로는 맹수가 날카로운 이빨을 들이밀 듯, 오색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이어서 세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뒤를 이었다.
『이 녀석이 왜 재앙이라 불리지는 정확히 못 들었나 보네?』
세주는 손에 들린 ‘아스트라페’를 흔들면서 말했다.
하지만 벨크스는 대꾸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는 다급하게 굶주림 짐승처럼 자신을 노리고 달려드는 오색 뇌전을 피해야만 했다.
『무슨······.』
공간을 뛰어넘어서 오색 뇌전의 궤적에서 벗어났지만, 뇌전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벨크스를 노리고 움직였다.
지잉-!
벨크스는 공간을 이동해 피하고, 다시금 공간을 열어서 뇌전을 집어삼키게 해봤지만 소용없었다.
바로 이것이 세주의 ‘아스트라페’가 재앙이라 불린 이유였다.
앞서 말했듯, ‘아스트라페’를 이루고 있는 것은 최초의 번개 정수였다.
신격은 물론 자아까지 존재하는 정수였기에 한 번 타겟이 된 적이 놓치지 않는다.
즉, 세주가 노린 적은 무조건 공격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격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은 방법은 비슷한 힘이나 더 강한 힘으로 막아내는 수밖에 없었다.
『설마 이런 힘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군요, 원하는 대로 받아주죠.』
차원의 벽마저 깨부수고 달라붙은 공격이었다.
벨크스는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자세를 잡았다.
그의 기괴하게 긴 두 팔로 낫의 끝을 잡고는 몸을 비틀었다.
그 모습 또한 굉장히 기괴했다.
마치 사람을 몸을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꼬아놓은 느낌이었다.
『당신의 공격을!』
한계까지 돌린 고무줄을 놓는 것처럼, 엄청난 속도로 벨크스의 몸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손에 들린 거대한 낫은 큰 원을 그리더니, 맹수처럼 달려드는 오색 뇌전을 향에 날아갔다.
사아악-!
세주의 뇌전만큼이나 벨크스의 낫도 위력도 엄청났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낫에 공간이 찢겨 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세주의 뇌전과 벨크스의 낫이 격돌했다.
콰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세주의 영역은 흔들렸다.
게다가 두 공격이 부딪히면서 생긴 열기로 인해서 대기의 수분이 전부 증발하면서 엄청난 연기가 생겼으며, 영역 안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했다.
잠시 후, 연기가 사라지면서 둘이 모습을 드러냈다.
둘의 모습은 상반되어 있었다.
『······.』
세주는 공격했을 때와 같이 평온했다.
『허억, 쿨럭······,』
반면에 벨크스는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그의 몸 곳곳은 그을려 있었고, 스파크도 튀고 있었다.
『진짜 재앙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힘이군요.』
호흡이 조금은 진정 됐는지, 벨크스가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히 소문일 거라고 치부했다.
그도 그럴 게, 최상위 신들조차 두려워할 힘을 가진 존재라고 했는지, 그건 말이 안 됐기 때문이다.
그가 본 누스는 절대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소문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소문보다 더 지독한 힘이군요.』
분명 세주의 뇌전이 강력하기는 했지만, 벨크스의 낫도 강했다.
그 힘은 엇비슷했고, 벨크스는 세주의 뇌전을 상쇄시켜 없앨 수 있었다.
하지만 무기를 맞닿는 순간, 낫을 타고 흐른 뇌전 일부가 벨크스에게로 흘러 들어갔다.
아주 소량이었지만, 그 위력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량의 뇌전은 벨크스를 양분 삼아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만약, 벨크스가 강제로 뇌전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다면, 그의 몸은 이미 뇌전의 먹잇감으로 전락했을 게 분명했다.
백발백중하는 무기이면서, 상대를 양분 삼아서 덩치를 키워나가는 무기.
왜 세주의 ‘아스트라페’가 재앙이라고 불렸는지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 지독함 힘으로 너는 고통 속에 죽어갈 거다.』
『끔찍한 말이군요, 하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을 겁니다.』
세주의 섬뜩한 말에도 벨크스는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아직 그는 전력을 다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저도 이제는 장난은 그만하도록 하죠, 그 힘 탐나기 시작했거든요.』
벨크스의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면서 영역을 만들기 시작했다.
순백의 공간은 덩치를 키워나가더니 어느새 세주의 영역만큼이나 거대해졌다.
단순히 가진 힘으로는 벨크스의 힘이 세주에 비해서 크게 떨어지지 않은 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반증이었다.
하긴 약한 것이 이상했다.
세주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는 오랜 시간 잠들어 있었고, 반면에 벨크스는 끊임없이 성장해왔기 때문이다.
사실 그 오랜 시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둘의 힘이 엇비슷하다는 것은 세주가 얼마나 강했다는 것을 보여 주는 증거였다.
『그래, 그렇게 끝까지 발악해라. 절대 쉽게 죽지마, 부탁이다.』
세주는 다시 ‘아스트라페’를 휘둘렀다.
그 모습에 벨크스도 곧바로 빛의 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크아아악!』
벨크스는 지금까지 모습과는 다르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아스트라페’가 뿜어내는 더 강해진 오색 뇌전을 막아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이건 처음부터 정해진 승부였다.
‘아스트라페’를 막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으로 완전히 막아내는 것뿐인데, 힘이 엇비슷한 벨크스가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끄아악!』
벨크스는 결국, 고통 속에 죽게 됐다.
수많은 차원의 신을 죽이고, 차원을 정복하는 데 앞장섰던 자치고는 허무한 최후였다.
『이런 빌어먹을 놈한테 죽다니, 바보 같은 놈.』
죽어 사라진 벨크스를 본 세주는 허탈했다.
분명 오르스의 복수를 했지만, 그래 봐야 죽은 친구는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걱-!
그때였다, 그의 영역이 일부가 무엇인가에 베였다.
세주는 섬뜩한 감각에 곧바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영역 안으로 들어온 광인을 경계했다.
“으음, 늦었나 보군.”
광인은 빛의 입자가 되어서 흩어지는 벨크스를 보면서 말했다.
첫 번째 사도, 데미안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