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 세주 vs 벨크스
142. 세주 vs 벨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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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는 강함은 원시의 차원, 시온에서도 주목받을 정도였다.
그래서 원시의 존재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 있었다.
“아버지가 번개를 만드는 신을 따로 만들지 않았던 이유는 그 힘이 너무 파괴적이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럴지도? 12신 중에 번개를 관장하는 신은 존재하지 않잖아.”
창조주가 어떤 마음으로 번개를 관장하는 신을 만들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세주의 강함은 확실했다.
원시의 존재라면 두려워할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원시의 존재에게 두려움을 줬던 세주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었다.
쿠르릉-!
검은 먹구름이 가득한 공간에서 뇌전이 번쩍였다.
“크윽······.”
그때마다 고통스러운 신음에 터져 나왔다.
신음의 주인공은 벨크스였다.
‘무슨······.’
공격을 받아 튕겨 나가는 벨크스는 지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공간의 벨크스, 교단에서 수호자라 불렸다.
그가 가진 공간의 권능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사실 공간이라는 힘은 아주 고차원적인 힘이었다.
그 때문에 웬만한 신들은 그 개념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고차원적인 만큼, 공간이라는 힘은 엄청나 힘이었다.
공간을 열어 상체 신체를 넣게 만든 후, 강제로 닫아서 신체를 절단시키는 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공간을 열어서 상대의 공격을 흘리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었다.
그 외에도 이동하거나 회피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힘이었다.
즉, 시전자의 성향에 따라 조금은 달라지겠지만, 공방이 전부 뛰어난 훌륭한 힘이었다.
그런데 벨크스의 성향은 공격보다는 방어에 더 치중된 스타일이었다.
공간을 열어 상대의 공격을 흘리고, 공간을 접어 상대를 공격을 회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때문에 그는 교단의 수호자라 불렸다.
하지만 그를 수호자라 불리게 했던 장기가 전혀 통하지 않고 있었다.
번쩍-! 파지직-!
신출귀몰하게 나타나서 파괴적인 뇌전이 실린 공격에 벨크스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강력한 광인의 신체 능력도, 그의 자랑인 공간을 이용한 방어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현재 세주가 펼친 영역으로 인해서 공간을 여는 것조차 제약이 생긴 상황인데, 겨우 공간을 열어서 세주의 공간을 흘려보낸다고 해도 완전히 흘려낼 수가 없었다.
근원을 파괴하는 뇌전의 힘이 너무 강력했기 때문이다.
“크윽······, 아주 빌어먹을 힘이군요.”
쉬지 않고 터져 나오는 뇌전에 견고한 벨크스라는 방패에 점점 균열이 생겨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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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틈새, 그곳은 미지의 공간이다.
그도 그럴 게 일반적으로 차원을 넘어갈 때는 출구가 정해져 있다.
물론, 그 출구의 위치가 어디인지는 모를지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차원을 이동한다는 것은 출구가 정해져 있었다.
게다가 이동하는 시간은 찰나였다.
이러한 이유로 보통 차원을 넘는다고 차원의 틈새를 인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애초에 그 찰나의 순간조차, 차원의 틈새를 지나는 여파로 신체에 엄청난 부담을 줬다.
그렇기에 육체를 지닌 존재에게 차원의 틈새는 미지의 공간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 강하온은 그런 차원의 틈새에 들어와 있었다.
“······끔찍한 곳이군.”
찌푸려진 미간, 현재 강하온은 상당히 짜증이 난 상황이었다.
그도 그럴 게 사방에서는 엄청난 압력이 느껴졌다.
만약 오기 전, 다섯 사도를 잡고 얻은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위험할 수도 있는 곳이었다.
거기에 시드 때도 없이 좌표가 바뀌었다.
도르륵-!
정확히 방향을 가리키던 나침반의 바늘이 뱅그르르 돌기 시작했다.
“또 이 지랄이네.”
차원의 틈새, 그곳은 시드 때도 없이 좌표가 바뀌고 있었다.
강하온은 정확히 이런 이유를 알지는 못했지만, 밖에서 무슨 일이 있거나, 혹은 하나의 차원이 소멸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부작용이라고 판단했다.
“슬슬 진정될 때가 됐는데.”
처음에는 강하온도 당황했지만, 지금은 몇 번이나 겪어 봤기 때문에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이러한 것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금방 진정됐다.
문제는 이러한 시간이 지나가면 좌표가 제멋대로 바뀐다는 거였다. 심지어는 이런 적이 있고 난 뒤, 왔던 길로 나침반이 움직인 때도 있었다.
“이번에는 그냥 좀 가자.”
강하온은 나침반을 보면서 좌표가 크게 바뀌지 않기를 기도했다.
툭-!
그때, 나침반의 바늘이 멈췄다.
“다행이네.”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은 원래 가리키던 쪽을 가리켰다.
“그나저나 진짜 미로가 따로 없네.”
강하온이 결정을 내렸을 때, 은순이가 말했었다.
차원의 틈새는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 같은 곳이라고.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곳이라고.
물론, 강하온이야 다시 빠져나올 방법을 만들어 놨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때만 해도 그냥 은순이가 걱정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겪어보니 은순이의 말이 맞는다 생각했다.
이곳만큼 미로랑 어울리는 곳은 없었다.
“으음, 미로보다는 무덤이라 하는 게 맞겠네.”
다시 생각해보니 미로는 이곳은 너무 미화하는 거였다.
이곳은 무덤이었다.
사실 강하온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 아니 초월자나 신이 들어왔어도 모두 죽었을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데······.”
강하온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도 그럴 게 엄청난 압력을 버티기 위해서는 마나가 필요했는지, 강하온의 마나는 무한하지 않았다.
만약 차원의 틈새가 아닌, 안정된 차원이었다면 괜찮았다.
그곳에서는 대기의 마나가 강하온의 의지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재 이곳은 공간 자체가 불안해서 그런지, 마나가 강하온의 의지에 제대로 반응하지 않았다.
“!!!”
그때였다,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따라서 움직이던 강하온은 갑자기 느껴지는 섬뜩한 감각에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감각이 얼마나 섬뜩한지 강하온이 반사적으로 검을 꺼내서 공격을 준비할 정도였다.
“······잘못 느꼈나?”
강하온은 자신의 감각에 걸린 쪽을 쳐다봤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았다.
“······.”
무시하고 다시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가려던 강하온은 걸음을 멈췄다.
“뭔가 찝찝한데.”
사실 강하온에게는 그리 많은 시간이 있지 않았다.
현재 차원의 틈새에 무지막지한 압력을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교단의 은신처를 찾아서, 대교주를 사로잡아야만 했다.
그런데 그의 직감은 그래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화장실에 갔다가 마무리를 제대로 안 한 느낌이랄까? 이대로 가면 후회할 거 같았다.
“후······.”
강하온은 숨을 크게 내쉬고는 고민했다.
이대로 나침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할지,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감각을 믿고 차원에 틈새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 나설지.
고민은 짧았다, 강하온은 한 가지 선택을 했다.
“나를 믿자.”
강하온은 자신의 섬뜩하게 만들었던 감각, 그것을 믿기기로 했다.
그는 나침반의 방향이 아닌, 다른 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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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와 벨크스의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전투에 관해서 완전히 문외한이라 해도, 누가 이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파지직-!
붉은 뇌전이 창이 되어 그래도 벨크스를 향해서 쏘아졌고, 벨크스는 힘겹게 세주의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완전히 피할 수는 없었고, 그 때문에 그가 좋아하는 옷은 형태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그 뒤로도 같은 패턴으로 상황이 흘러갔다.
세주의 파괴적인 번개 공격이 사방에서 쏟아지며 벨크스를 압박했고, 벨크스는 최소한의 피해만으로 막아내기 급급했다.
금방이라도 벨크스가 세주의 번개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창 일방적인 전투가 일어나던 그때, 매섭게 몰아치던 세주가 공격을 멈췄다.
파직-, 파직직-.
전투가 소강사태에 빠지자, 검은 먹구름만 가득한 공간에서는 간헐적으로 튀는 스파크 소리만 들렸다.
“휴······, 이제야 조금 여유가 생겼네요.”
벨크스는 숨을 크게 내쉬며 호흡을 진정했고, 심각하던 얼굴에 미소도 되찾았다.
“강자의 배려? 그런 건가요?”
거기에 장난기 가득한 입도 살았는지, 세주를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배려? 내가 굳이 널 배려할 이유가 있을까?』
“하긴 저는 세주님의 가장 친한 친구를 죽인 원수인데 그럴 리가 없죠.”
벨크스는 여전히 세주의 심기를 거스르는 단어를 선택해서 말을 꺼냈다.
그리고 그의 도발은 제대로 성공했다.
파지직-!
간헐적으로 튀던 스파크가 크게 튀기 시작했다.
쿠르릉-!
게다가 번개를 머금은 먹구름은 금방이라도 파괴적인 번개를 쏘아낼 수 있다고 말하듯 소리를 냈다.
『이제 장난은 그만하지?』
“티가 났나요? 나름대로 연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벨크스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장난은 그만해야겠네요.”
그는 실제로 처음에는 당황하기는 했다.
설마 번개의 힘으로 공간을 여는 것을 방해할 것은 예상 밖에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상황이 지나면서 그는 세주의 공간에 적응했고, 공간을 여는 데도 필요했던 제약을 전부 해결했다.
그 뒤로부터는 지금처럼 일부러 힘든 척을 하면서 버틴 것이다.
그는 적에게 희망을 주고, 그것을 부숴 절망을 주는 악취미가 있었다.
“알고 계셨다니 이제 장난은 그만해야겠네요.”
벨크스는 아바타를 사용했다.
번쩍이는 빛과 함께, 벨크스의 본 모습이 드러났다.
『기괴하게도 생겼군.』
세주는 빛으로 이루어진 인간 형태로 변한 벨크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벨크스의 생김새는 기괴하긴 했다.
대략 3m 정도의 마른 몸에 팔다리가 비상식적으로 길었다.
『기괴하다? 보는 눈이 없으시군요.』
벨크스의 얼굴에 있는 입이 크게 벌려졌다.
이러한 모습은 그를 더욱 기괴하게 만들었다.
『전투에 특화된 모습입니다,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라 할 수 있죠.』
『미친 소리를 당당하게도 하는군, 그나저나 고맙다.』
세주는 비웃으며 대답했고, 뜬금없는 대답에 벨크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고맙다고요? 미친 건 제가 아니라 세주님 같군요.』
『지금까지 죽을까 전력을 다하지 못했거든, 그런데 이제는 제대로 힘을 사용해도 되겠어.』
파지지직-!
순간, 세주의 몸에서 자색의 뇌전이 뿜어져 나왔다.
세주 역시 지금까지 완전한 전력을 꺼내지 않았었다.
『일찍 죽지 말아라, 넌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어 줘야 하니까.』
혹시라도 전력에 벨크스가 죽을까 봐서였다.
그는 절대로 벨크스를 쉽게 죽일 생각이 없었다.
끔찍한 고통 속에 죽어가게 할 생각이었다.
『재미있군요,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지 지켜보겠습니다.』
『나도 지켜보도록 하지, 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파지직-!
세주의 손에는 강하온을 처음 봤을 때 사용했던 번개의 창이 생겨났다.
그의 신기, 번개의 창 ‘아스트라페’였다.
세주의 모습을 본 벨크스도 누스에게 받은 자신의 신물을 꺼냈다.
지잉-!
그의 손등에 그려진 교단의 문양이 공명하며, 거대한 빛의 낫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