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분노한 세주
141. 분노한 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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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무시무시한 벼락이 내려쳤지만, 강하온의 집 내부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집 안에 있는 자들은 보통이 아니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지만, 가장 약한 나래마저 인류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강자였다.
전부 강력한 벼락의 힘은 느끼고 있었다.
“이모, 아저씨 괜찮아요?”
“사탕 괜찮아?”
나래와 레아는 밖에 있는 세주가 걱정됐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은순이한테 물었다.
“당연히 괜찮지, 큰 문제 없을 거니까 걱정하지도 않아도 된단다.”
은순이는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얼음 마녀라고 불리던 은순이가 아이들은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은순이 모습에 두 아이는 안정을 찾았다.
둘 다 은순이가 드래곤이라는 것은 모르지만, 그녀가 엄청나게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둘 다 자고 일어나면 전부 괜찮아질 거야.”
은순이는 두 아이를 품에 안았고, 마법으로 재웠다.
“호이야.”
“네!”
호이는 은순이의 물음에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여전히 호이한테는 가장 은순이가 가장 무서운 존재였다.
“애들하고 방에서 같이 있어 줄래?”
“네! 알겠어요.”
호이는 존댓말까지 하며, 재빨리 두 아이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너희 둘도 전부 긴장하고 있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은순이는 바오와 드라쿨한테도 말했다.
처음 강하온에게 계획을 들었을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을 거로 생각했는데, 조금 전부터 뭔가 불안한 느낌이 스멀스멀 올라왔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걱정이군, 내가 죽는 한이 있어서라도 지킬 거니까 명령하지 마라.”
『간만에 뜻이 통했군.』
둘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들 역시 강하온에게 무사하지 못했다.
“레이나, 무슨 일이라도 있어?”
은순이는 레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나는 평소에도 피부가 창백했지만, 지금은 어디가 아픈지 평소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게다가 식은땀도 흐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나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했지만, 은순이의 눈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조금 피곤할 텐데 쉬고 있어.”
“그럼, 조금만 쉴게요.”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이 느낌이 빗나갔으면 좋겠는데······.”
은순이는 자신의 예상이 빛나가길 빌며, 밖에서 전투 중인 세주와 교단의 전투를 유심히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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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주는 자신의 힘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상대를 향해서 정확히 내려꽂히는 강력한 번개, 또한 일대를 감싸는 강력한 살기.
최초의 12신, 그중에서도 고강했던 구름의 신을 운 좋아서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엿볼 수 있는 순간이었다.
“······.”
수많은 신자, 광인들은 전부 세주의 분위기에 압도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역시 강하네요, 조금만 늦었어도 위험할 뻔했어요.”
그때, 정적을 깨고 고운 미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또한, 번개로 인한 강력한 열기로 생긴 연기가 바람에 흩날렸다.
그 안에서 목소리의 주인공인 벨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벨크스는 처음 모습 그대로였고, 옷의 팔 끝에만 살짝 그을린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다른 옷을 입고 올 걸 그랬네요.”
벨크스는 그을린 팔 끝을 털어내며 계속 말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외모뿐만 아니라 시종일관 웃는 모습까지, 벨크스는 세주와 많이 닮아있었다.
『재수 없군.』
동족 혐오일까? 세주는 진심으로 벨크스가 재수 없다고 느꼈다.
당장이라도 눈앞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다.
“종종 그런 소리 듣습니다. 뭐, 잘나서 그런 거라 생각해야죠.”
벨크스는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
그 모습에 세주는 말을 아꼈다.
‘나도 저렇게 재수가 없었나?’
그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됐다.
‘그럴 리가, 저 녀석이니 그런 거겠지.’
하지만 완전한 반성은 아니었다.
자신과 달리, 벨크스의 외모가 재수 없게 생겨서라는 결론을 냈다.
그래도 앞으로는 행동하면서 조금은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안 되겠는데?』
세주는 고개를 저었다.
파지직-!
그와 동시에는 손에 번개를 둘렀다.
말했다가는 당장에라도 번개를 쏘아버리겠다는 표현이었다.
“어째서 배신한 거죠?”
하지만 벨크스는 세주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말을 했다.
한 성격 하는 세주가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이 새끼가 내 말을 무시해?』
세주는 번개가 둘린 손을 그대로 휘둘렀다.
번쩍-! 파지직-!
그의 손이 움직인 방향에 따라서 푸른 번개가 흩뿌려졌다.
그 모습에 벨크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아까의 기습과 달리, 세주의 공격에 확실히 반응했다.
딱-! 쩌어억-!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갈라지면서 그대로 세주의 번개를 그대로 집어삼켰다.
그렇게 생겨난 공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세주의 모든 번개를 집어삼킨 후 다시 닫혔다.
이러한 상황에 세주의 표정은 더욱 싸늘하게 굳었다.
“제가 공간을 다루는 것을 보고 놀라셨나요?”
공간 조작, 두 번째 사도 벨크스의 힘이었다.
처음 세주의 번개도 작은 공간을 만들어 흘려보낸 것이었다.
“하긴 익숙한 힘이시죠?”
벨크스는 싸늘한 세주의 표정이 재밌는지, 소리까지 내며 웃었다.
『······오르스는 어떻게 됐지?』
세주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무거웠다.
지금까지 봤던 세주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공간의 신 오르스, 그는 세주에게 특별한 존재였다.
그도 그럴 게, 시온에서 세주는 탐탁지 않은 존재였다.
창조주가 아닌, 창조주가 만든 코라손이 만든 존재였기 때문이다.
물론, 코라손과 세주의 강함으로 대놓고 뭐하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그렇다고 먼저 다가오는 존재는 없었다.
그때 다가온 것이 오르스였다.
오르스는 최초의 12신은 아니었지만, 그에 버금가는 힘을 가진 존재였다.
원시의 존재 중에서도 지고한 위치에 있는 존재였지만, 그 어떠한 편견도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신이었다.
그는 외로웠던 세주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그때부터 까칠하고 날카로웠던 세주의 성격도 지금처럼 바뀌게 한 존재였다.
“역시 친한 친구라 그런지 단번에 알아차리시네요?”
벨크스는 시종일관 웃으면서 말했고, 그런 모습에 세주의 심장은 빠르기 뛰기 시작했다.
『······말해.』
세주의 분노를 말해주듯, 강하온의 집에 펼쳐진 결계 안으로 붉은 번개가 일렁거렸다.
쿠르릉-!
번개는 당장이라도 광인들을 전부 씹어 먹을 거 같이 붉은 엄니를 들어내는 맹수 같았다.
이런 모습에 처음으로 벨크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지어졌다.
벨크스는 싸늘한 눈으로 분노한 세주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알고 있으시잖아요? 뭘 듣고 싶은 거죠? 어떻게 죽어갔는지? 어디서 죽었는데?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것도 아니라면 시신이 어디······.”
벨크스는 끝까지 말을 할 수 없었다.
쿠르릉-! 파지직-!
주위를 둘러싼 붉은 번개가 벨크스와 광인을 향해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벨크스는 세주의 번개를 막아내기 위해서 공간을 열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양의 번개에 속도로 빨랐기 때문에 완전히 막는 것은 실패했다.
“크아악!”
반응하지 못할 정도의 번개 공격에 광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그나마 벨크스의 빠른 대체로 절반 이상은 세주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주는 거기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쿠르릉-! 파지직-!
하늘에서 벼락이 내려치고, 세주의 팔이 휘둘러 질 때마다 벼락이 쏘아졌다.
그때마다 벨크스가 공간을 열어서 공격을 막아냈지만, 한계는 있었다.
만약 벨크스만 공격했다면 보호할 곳이 적어서 다 막아냈을지 모르겠지만, 공격 대상은 광인 전체였다.
그가 아무리 공간을 다룬다고 해도 모든 공격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1분 정도도 되지 않은 시간에 벨크스를 제외한 모든 광인은 전멸했다.
“혹시나 해서 데려왔는데······, 역시나 쓸모가 없군요.”
벨크스는 자신의 앞에 검게 타버린 광인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검게 타버린 광인을 머리를 발로 밟았다.
파삭-!
광인의 머리는 부서지며 가루가 되었다.
“······단순히 육체가 아닌 근원까지 소멸시켜버리는 힘이라니, 역시 세주님은 위험해요,”
빙의된 육체가 죽었음에도 광인의 본체인 정신체가 나오지 않았다.
육체는 물론 정신까지 파괴해버리는 강력한 번개, 이것이 세주의 진정한 힘이었다.
즉, 세주는 광인의 천적인 존재였다.
“교단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죽어주셔야겠어요, 하지만 오늘은 그게 아니라 아쉽네요.”
벨크스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찾았다. 그는 웃으면서 세주를 보며 말했다.
세주는 그런 벨크스를 싸늘한 눈으로 보며 말했다.
『내가 한 가지 약속하지, 넌 고통 속에 죽여주마. 이건 내 존재를 걸고 하는 약속이다.』
세주의 말이 끝나는 순간, 대기가 진동했다.
원시의 신, 그중에서도 최초 12신에 버금가는 격을 가진 세주가 목숨을 건 약속에 세계의 법칙의 새겨지면서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뭐, 가능하시다면요.”
하지만 이런 세주의 분노에도 여전히 벨크스는 여유만만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는 세주를 이길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에게 죽지 않을 자신은 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공간의 신 오르스한테서 빼앗은 공간을 다루는 힘을 믿었다.
『도망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세주는 벨크스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그게 허튼 생각이라는 것을 알려주마.』
하지만 세주는 보여줄 생각이었다.
자신에게 공간의 힘은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파지직-!
세주는 곧바로 영역을 전개했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번개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퍼져나간 번개는 세주와 벨크스를 동시에 집어삼켰다.
“······.”
세주의 영역 안으로 들어가는 벨크스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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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먹구름으로 가득한 공간, 먹구름에서는 간헐적으로 파지직, 스파크가 일어났다.
오로지 번개와 구름만 가득한 곳, 세주의 영역이었다.
『아직도 나한테서 도망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세주는 굳은 표정의 벨크스를 보며 말했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리,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조금 전 둘의 표정이 서로 바뀐 것처럼.
하지만 세주의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거죠?”
벨크스의 장난스러웠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과거에 하던 놀이가 도움이 될 줄이야.』
세주는 벨크스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혼잣말을 이어갔다.
그것은 시온에서 있을 때 일이었다.
『오르스, 그 녀석하고는 내기를 자주 했어.』
내기는 술래잡기였다.
한 명은 잡고, 한 명은 도망가는 것이었다.
세주는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
자신은 번개의 신이었으니까, 하지만 상대는 공간의 신 오르스,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공간을 통해서 이동하는 오르스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세주는 천재였다.
지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그렇게 찾아낸 것이 전기를 이용해 자기장을 만들어 공간의 흐름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네가 이곳에서 나갈 방법은 나를 죽이는 것뿐이야, 어디 한 번 노력해봐.』
세주는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고, 순식간에 벨크스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그대로 주먹을 뻗었다.
파지직-!
벨크스는 곧바로 공간을 열어서 방해하려 했지만, 스파크가 일어나며 공간이 열리는 것을 방해했다.
“커억!”
벨크스는 고통스러운 신음과 함께, 배를 부여잡고 뒤로 튕겨 나갔다.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쉽게 끝나지 말라고.』
세주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자리에서 사라졌다.
파지직-!
그가 사라진 자리에는 스파크만 튀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