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 두 번째 사도, 벨크스의 등장
140. 두 번째 사도, 벨크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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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항할 틈도 없이 강하온의 영역 안으로 교단의 사도들은 전부 흔들리는 눈으로 주위를 살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황무지, 피가 쏟아질 거 같은 붉은 하늘, 쩍쩍 갈라진 땅에 보이는 무기와 전투의 흔적.
투박한 영역이었지만, 그 흔적에서 느껴지는 힘은 전혀 투박하지 않았다.
『꿀꺽······.』
교단의 사도들은 전부 마른침을 삼켰다.
이 중에서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스테락이었다.
‘이 녀석이 인간이라고······?’
스테락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누가 보면 자만, 오만하다고 할 수 있지만, 자신의 강함을 확신한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되온 차원 정복 전쟁을 겪으면서 수많은 신격과 싸웠으며, 그 힘을 흡수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웬만한 원시의 신이라도 이길 수 있고, 그만큼 자신의 격 또한 올라와 있다고 자부한다.
실제로 최초의 12신, 그중에서도 강자에 속했던 구름을 관장하는 코로손의 힘을 흡수한 세주에게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세주가 자신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았지만, 자신도 목숨을 건다면 적어도 치명상은 입힐 수 있을 거라는 확신에서 나오는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지금 강하온의 영역에 들어온 그는 그런 생각 자체도 들지 않았다.
거대한 벽, 눈앞에 거대한 벽에 세워진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스테락은 이런 비슷한 기분을 느낀 적이 있다.
이 기분은 마치.
‘형님······.’
그와 같이 탄생했던 최초의 광인, 교단의 진정한 검, 첫 번째 사도였다.
그리고 사도 중, 스테락 만큼이나 놀란 존재도 있었다.
‘어째서······.’
바로 다섯 번째 사도, 크로네였다.
그는 스테락이나 다른 사도와는 다른 의미로 놀라고 있었다.
크로네, 그는 완전하지 않은 광인이라 그런지 빛의 신 누스에 대한 절대적인 충성심이 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언제든지 교단을 버릴 생각을 하는 자였다.
그런 그가 진정으로 숭배하는 자가 있었다.
비록, 실제로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를 살게 만들어 준 자.
최초의 12신, 죽음을 다스렸던 죽음의 신이다.
‘그분의 힘이 느껴지는 거야······.’
그런데 지금, 강하온이 영역을 전개하자 죽음의 힘이 느껴졌다.
다른 존재는 모르겠지만, 죽음의 신이 죽었던 차원, 데스번에서 죽음의 편린을 느낀 크로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설마······.’
순간, 크로네의 머릿속에 데스번에서 봤던 뭔가가 떠올랐다.
‘······일단은 상황을 지켜봐야겠어.’
그는 일단 강하온을 지켜보기로 했다.
『전부 준비해라, 영역을 전개한다.』
스테락은 강하온에게 벽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당할 생각은 없었다.
그는 사용하게 될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않았던 최후의 수단을 꺼내기로 했다.
『네.』
『알았어요.』
『알겠습니다.』
『클클클, 알겠네.』
스테락의 말에 남은 네 명의 사도가 대답했다.
그들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도로 있어 온 존재로, 전부 영역을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강자들이었다.
번쩍-!
스테락을 필두로 남은 네 명의 사도는 각자 영역을 전개했다.
광인의 특성 때문인지, 전부 새하얀 공간에 각자를 상징하는 무기가 있는 영역이었다.
물론, 크로네는 수많은 무덤이 존재하는 하얀 공간으로 좀 특이했지만, 나머지는 전부 엇비슷했다.
『연결한다.』
전부 영역을 전개하자, 스테락이 말했다.
그러자 다섯 사도의 영역이 합쳐지기 시작했다.
“영역을 합쳐? 별 특이한 짓을 다 하는군.”
강하온은 그런 사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이가 없으면서도 신기해했다.
사실 영역은 자신의 존재, 근원을 투영해서 만든 독립적인 공간이다.
그런데 그런 공간이 서로 반발하지 않고, 합쳐진다는 것은 신기한 현상이었다.
강하온이 신기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런 현상은 원래 근본이 정신체인 광인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순한 더하기가 아니군.”
강하온은 순간적으로 덩치를 키워나가는 영역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영역 다섯 개에서 느껴지는 힘보다, 훨씬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재주는 여기까지만 보도록 하지.”
강하온은 신기한 현상을 봐서 가만히 놔두기는 했지만, 나래의 재롱잔치면 몰라도 끝까지 봐줄 생각은 없었다.
“허락하지 않는다.”
영역은 또 하나의 세계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인 강하온은 광인들이 하는 잔재주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순간 영역, 또 다른 작은 세계에는 절대자의 새로운 법칙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사르륵-.
덩치를 키우던 다섯 사도의 영역은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지기 시작했다.
『무슨······.』
아바타 형상을 한 다섯 사도의 빛이 떨리기 시작했다.
지금 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하나였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힘 차이, 그렇지 않은 이상 영역이라는 고절한 깨달음을 함부로 강제할 수 없었다.
『아······.』
이 순간, 스테락은 자신이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님이 아니었구나······.』
스테락는 강하온에게 첫 번째 사도를 느꼈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그는 강하온에게서 그를 창조한 아버지, 쳐다볼 수조차 없는 절대자, 누스의 편린을 느꼈다.
“전부 죽어라.”
강하온의 법칙이 떨어졌다.
서걱-
그 순간, 다섯 사도의 목과 몸은 전부 분리되었으며.
파사삭-.
빛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아바타는 다시 되돌아가지 못하고, 영역이 사라졌던 것처럼 입자화돼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피곤하게 하네.”
죽어가는 광인을 본 강하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로서도 지금의 힘을 사용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그의 깨끗한 흰자에는 붉은 실핏줄이 올라온 상태였다.
만약 각성으로 인해 육체를 강화하지 않았다면, 최소 몇 주는 쉬어줘야 할 정도의 상태였다.
하지만 이내 표정을 풀었다.
“그래도 경험치 하나는 끝내주네.”
부담이 있기는 했지만, 그만큼 보상도 엄청났다.
강하온은 단번에 레벨이 30개 이상 올라갔다.
“다행히 별문제는 없나 보네.”
분명, 은순이가 있는 곳에도 습격이 일어났을 텐데 아무런 신호가 오지 않았다.
현재 강하온의 감각에도 특별한 것이 잡히지 않았다.
그의 한껏 예민해진 감각으로 은순이와 아이들이 있는 집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둘이서 충분하겠어.”
강한 기운이 하나 느껴졌지만, 세주와 은순이만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정도였다.
그 외에도 바오나 드라쿨, 호이도 있었다.
현재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요새나 다름없었다.
“금방 갔다 올게, 저녁은 맛있는 거로 먹자.”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데카에게 받은 빛의 나침반은 꺼냈다.
그리고는 마나를 주입했다.
쩌억-!
그 순간, 그의 앞에는 차원의 틈이 벌어지며 틈새가 생겨났다.
“무시무시하군.”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강하온의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압력이 느껴졌다.
“빨리 움직여야겠어.”
강하온은 레벨 업으로 얻은 포인트를 전부 육체에 올린 뒤, 차원의 틈새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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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떠난 신화 아카데미.
휘익-.
그곳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고, 스산한 바람 소리만 들렸다.
그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작은 빛의 입자가 모이기 시작했다.
두둥-.
빛의 입자는 작은 구체를 이루더니, 아주 작은 형태의 빛의 인간으로 변했다.
마치 그 모습을 빛의 요정을 보는 것처럼 작았다.
『클클클.』
음침한 웃음소리, 빛의 요정의 정체는 다섯 번째 사도 크로네였다.
그는 실제로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자신의 목숨을 여러 개로 나눠둔 상태였다.
‘네크로’에서 있는 리치화를 응용해서 만든 그 만의 생존 기술이었다.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예상 밖이군.』
크로네는 언제든지 도망갈 수단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것이 강하온의 영역이라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투가 불리해지는 순간, 언제든지 도망갈 생각하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틈도 없이 죽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군.』
그는 자신이 생각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강하온이 보여준 강함과 자신의 생각은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틀렸을 수도 있겠어.』
지금 조금 전, 말로서 자신의 포함한 다섯 사도의 목숨을 한 번에 앗아간 섬뜩한 상황에 확신하던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은 가서 확인해보면 되겠지.』
크로네의 몸은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는 자신의 고향 같은 죽음의 차원, 데스번으로 이동했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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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순이가 대피한 곳은 강하온의 집이었다.
일행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 은순이는 기다리고 있는 손님을 볼 수 있었다.
『행동이 빠르네.』
은순이와 일행을 보고 웃으면 손을 흔드는 존재, 번개의 신 세주였다.
『나래랑 레아, 호이도 안녕?』
저번에 아이들과 친해진 세주는 웃으면서 아이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 모습에 은순이가 앞으로 나서면서 세주를 막아섰다.
“멈춰.”
은순이는 세주가 동맹인 것은 알았지만, 그대로 완전히 믿을 생각은 없었다.
그것은 은순이를 제외한 바오와 드라쿨도 마찬가지였다.
은순이의 옆에서 잔뜩 경계했다.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오케이.』
세주는 은순이와 바오, 드라쿨을 이해했다.
아직 그들과 자신 사이에는 신뢰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세주 아저씨, 안녕하세요.”
“사탕 있어?”
“나도 안녕.”
반면에 세주와 친해졌던 아이들은 웃으면서 인사했다.
『역시 너희들밖에 없구나, 안녕.』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에 세주는 섭섭한 마음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
그때, 갑자기 은순이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
뒤를 이어 세주의 말도 들렸다.
『빨리도 왔군, 어떻게 된 게 예상을 벗어나질 않네.』
세주는 지금은 아무것도 안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으음, 그쪽들은 그냥 안에 들어가 있어. 여기는 나 혼자도 가능하니까.』
세주는 은순이와 아이들을 보면서 말했다.
은순이 일행을 배려해준 것이기도 했지만,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그의 힘은 번개였다, 파괴적인 힘답게 정교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세주가 본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혼자서 싸우는 것이 더 유리했다.
“사양하지 않지.”
은순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부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실제로 강하온의 집은 자택 내부가 제일 안전했다.
강하온의 마나와 은순이의 지식의 결정체로 이루어진 결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정도는 사양해주는 게 미덕 아닌가? 잠든 사이 세상이 많이도 변했군.』
세주는 망설임 없이 들어가는 은순이를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봐, 이미 다 아니까 그냥 나와. 귀찮으니까 한 번에 끝내자고.』
세주는 아까 은순이가 봤던 허공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허공에서는 차원이 열리면서 젊은 광인을 필두로 수많은 교단 신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부 광인들이었다.
“설마 들킬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역시 세주님이시네요.”
선두에 있던 광인이 앞으로 나오면서 말했다.
그의 정체는 교단의 두 번째 사도. 벨크스였다.
실실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 그의 분위기는 세주와 닮아있었다.
『구린내가 너무 나서 말이야, 내가 또 한 후각 하거든.』
세주는 조각 같은 코를 만지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차원의 틈에 있는 우리의 냄새까지 맡을 정도의 후각이라? 과연 코라손께서 만든 역작이십니다.”
벨크스는 그런 세주를 보며, 비릿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쿠르릉-! 번쩍-!
그 순간, 하늘에서 빛이 번쩍하며 푸른 번개가 그대로 벨크스한테 내려 꽃혔다.
『누스한테 배웠나? 도발 하나는 잘 배웠어.』
세주는 싸늘한 얼굴로 벨크스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