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 다섯 번째 사도, 크로네.
139. 다섯 번째 사도, 크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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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사도, 크로네.
그의 시작은 다른 광인들과 달았다.
최초에 누스가 만든 다섯 광인을 제외하면, 모든 광인은 누스가 만든 빛의 나무에서 맺힌 열매에서 태어난다.
하지만 크로네는 열매가 완전히 개화하지 전, 불행인지 빛의 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원래는 빛의 힘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서 자연스럽게 소멸해야 했지만, 생존 본능 때문인지 크로네는 완전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났다.
정상적으로 태어난 광인들 사이에서도 차이가 있는데, 애초에 제대로 태어나지 못한 크로네는 약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의 생존본능을 더욱 자극했다.
그도 그럴 게, 일반적인 사회처럼 광인의 사회도 약육강식의 사회였다.
조금 다르기야 하겠지만, 누스가 만든 특별한 신물들은 대부분 광인을 매개체로 사용했다.
유체의 광인은 신물의 제물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성체가 된다면 빠르게 제물이 되어 소멸하여야 했다.
약자가 도태되는 것은 자연의 이치였으니 말이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어······.』
하지만 크로네는 그대로 죽음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시작점이 다른 그는 다른 광인과 다르게 행동했다.
몇몇 광인이야 다르겠지만, 보통의 광인은 체술을 연마했다.
그들은 빙의하면 신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거기서 아바타를 사용한다면 신의 육체에 버금가는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신 공격에 면역된 초월적인 전사, 누스가 광인을 만들 때 생각한 이상적인 그림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광인은 유체 때부터 앞으로 나갈 전장에서 활약하기를 꿈꾸며 체술을 연마했다.
하지만 애초에 광인 자체로서의 기댓값이 낮을 수밖에 없는 크로네는 자신이 또래 광인들을 체술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자신만의 무기가 될 수 있는 새로운 뭔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크로네는 광인의 기억 창고에 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광인이 탄생한 이후, 모든 것이 기록된 정신의 공간이었다.
보통의 광인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곳이었지만, 크로네에게는 노다지 같은 곳이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힘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의 힘을 다루는 정령? 이런 것도 있었나?』
크로네가 처음에 알게 된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정령이었다.
신체 능력이 아닌, 정신적인 능력과 마나를 사용하는 힘이었기에 광인인 크로네에게는 안성맞춤인 힘이었다.
『왜 안 되는 거지······.』
광인의 기억 창고에 있는 기록들은 대부분 빙의한 대상의 기억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령에 대한 정보도 실제 정령을 사용하던 엘프의 기억을 토대로 남겨져 있었던 것이었다.
크로네는 분명 기억에 있는 토대로 한 치의 오차 없이 정령을 소환했지만, 그의 소환에 정령은 응하지 않았다.
후에 알게 된 것이지만, 광인에게는 정령을 사용하기 위해 가장 중요시되는 자연친화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사실 이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빛의 신 누스와 정령의 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라는 것도 알게 됐다.
결국, 크로네는 다른 쪽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것도 안 되는군.』
하지만 세상에 만능이라는 것은 없었다.
창조주가 만든 세상은 생각 외로 평등한 곳이었다.
태생부터 초월체인 광인은 여러 힘을 익히는데 제약이 있었다.
그러다 한 가지 힘을 찾았다.
『마법? 이거라면 나도 사용할 수 있겠어.』
바로 마법이었다.
마나를 일정한 규칙으로 배열해서 자연의 힘을 사용하는 방법, 이거라면 광인도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외부로 마나를 방출시킨다면 충분히 가능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크로네는 마법에 광적으로 집착하며 연구하기 시작했다.
『내가 가진 힘에 맞게 계량해야 해.』
광인이 가진 힘은 일반적인 마나랑은 달랐다.
그들은 가진 힘은 빛의 성질을 띤 마나, 그렇기에 기존에 사용하던 체계로는 마법을 발동시킬 수 없었다.
『됐다!』
크로네는 그렇게 광적인 집착으로 마법을 자신에게 맞게 개량시켰다.
손에 생겨난 빛의 구체, 일반적으로 광인이 빛을 다루는 것과 다른, 마법으로 생겨난 흔적이었다.
하지만 광인이라는 제약 때문에 정신체일 때 생겨난 마법은 그 어떤 물리력도 가지지 못했다.
『한 번이라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크로네는 자신에게 맞는 마법을 만들었지만, 그것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했다.
보통의 광인은 성체가 되기 전까지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크로네는 자신이 다른 광인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왜 그래야 하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은 성체만 가능하다는 것은 광인들의 몸속에 새겨진 하나의 법칙이었다.
그렇기에 그것에 대한 의심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완전하지 못하게 태어난 영향이었을까? 크로네는 그 사실에 의문을 가졌다.
『가보자.』
결국, 크로네는 규칙을 어기고 다른 차원으로 이동했다.
애초에 이런 규칙을 어기는 광인이 있을 리 없었기 때문에 다른 차원으로 가는 입구를 지키지도 않았고, 주변에서 그에게 관심도 없었기 때문에 그가 차원을 이동했다는 것에 대해 아는 광인은 없었다.
『저들이 인간이구나.』
크로네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기록으로만 읽던 인간을 볼 수 있었다.
숲속에 버려진 어린아이였다.
아이는 흉악한 맹수한테 먹히기 직전이었는데, 죽지 직전의 상황 때문이었을까? 공교롭게도 크로네와 파장이 맞았다.
크로네는 곧바로 아이에게 빙의했다.
번쩍-!
그리고 최초로 마법을 사용했다.
어린아이에게 빙의한 크로네의 앞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화살 다섯 발이 만들어졌고, 그대로 흉악한 맹수에게로 날아갔다.
“크르르······.”
빛의 화살은 무참히 맹수를 꿰뚫었고, 맹수는 그렇게 삶을 마감했다.
그때부터 크로네는 마법을 더 완벽하게 개량하기 위해 노력했다.
마법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결국 육체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의 힘을 감당하지 못한 육체가 붕괴했고, 크로네는 새로운 육체를 찾아다녀야 했다.
그래도 애초에 광인으로서 힘이 약해서일까? 원래 광인들과 다르게 크로네는 자신과 맞는 파장의 인간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성체가 됐을 때 크로네는 차원 정복 전쟁에 참여했고, 그간의 경험으로 엄청난 신예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누구보다 빠르게 사도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하지만 크로네는 그때부터 한계에 도달하기 시작했다.
『별거 없군, 하찮은 존재한테만 통하는 힘일 뿐이야.』
크로네의 힘은 한계가 있었다.
사도급에 도달한 강자들에게는 크로네의 마법은 위협적이지 못했다.
『이걸로는 안돼······.』
크로네는 한동안 잊고 살았던, 죽음이라는 것이 떠올랐다.
결국, 힘이 약하면 도태되고 소멸하는 것.
그것이 광인의 운명이었다.
하지만 크로네는 그 운명을 수긍하고 죽기 싫었다.
『죽음의 신?』
그의 시작이었던 기억 창고에 다시 틀여 박힌 크로네는 특별한 정보를 찾게 됐다.
광인에게 멸망한 차원 중에 죽음의 신이 다스렸던 차원이 있다는 정보였다.
그곳에 존재하는 인간들은 죽음을 다스리는 강력한 힘을 사용했다고 했다.
『바로 이거야······.』
크로네는 본능적으로 운명의 이끌림을 느꼈다.
태생부터 죽음의 그림자를 봤던 그에게, 죽음을 다스리는 힘은 그 어떤 것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곧바로 이미 멸망한 차원, 죽음의 신이 다스렸던 데스번으로 향했다.
『끔찍한 곳이군.』
이미 멸망한 차원인 데스번은 끔찍했다.
그 어떤 생명도 살아남지 못했으며, 마나 자체도 죽어가고 있었다.
게다가 아직 차원을 구성하는 잔해물은 전부 죽음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런데 묘하게 마음에 드는군.』
하지만 이러한 죽음의 흔적에서 크로네는 친숙함을 느꼈다.
크로네는 곧바로 죽음을 다스리는 힘에 대해서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이거인가?』
그는 그렇게 죽음의 다스리는 힘, 네크로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어.』
많은 정보가 소실되기는 했지만, 지금 남은 흔적만으로도 충분했다. 대충 힘을 다스릴 수 있는 원리에 대해서는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그는 죽음을 다스리는 힘, ‘네크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여기선 써먹을 수 없겠어.』
하지만 마법과 달리, ‘네크로’는 연구 조차 불가능했다.
힘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했는데, 주변에 광인밖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멀어졌던 전장을 다시 찾았다.
『혼자서는 힘들겠어.』
죽은 시체를 일으키고는 것 정도는 가능했지만, 그 이상은 힘이 들었다.
크로네는 그때,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인간들에게 전수해야겠어.』
혼자서 힘들다면, 인간의 도움을 받으면 됐다.
실제로 지금 그가 손에 넣은 ‘네크로’는 죽음의 신을 추앙하던 인간이 만들어낸 힘이었다.
그때부터 크로네는 여러 차원을 돌아다니면서, 몰래 ‘네크로’를 전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계획은 대성공이었다.
『이제야 완벽해졌군.』
아주 오랜 세월이 걸리기는 했지만, ‘네크로’는 수 많은 방향으로 뻗어나갔고, 결국에는 완성됐다.
크로네는 그렇게 완성된 궁극의 ‘네크로’를 일명 광암전쟁, 빛의 신 누스와 어둠의 신 테스가 창조한 광인과 암인, 지금까지 있던 그 어떠한 전투보다 광인에게 큰 전쟁이었던 곳에서 사용했다.
거기서 사도임에도 그동안 무시 받았던 크로네는 엄청난 활약을 해냈다.
하지만 그런데도 광인들 사이에서 크로네의 평판은 좋지 않았다.
광인을 매개체로 하는 힘이었기 때문이다.
빛의 신, 누스가 만든 신물의 제물이 되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었기에 그들은 크로네를 변절자처럼 생각했다.
『클클클.』
하지만 크로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자신을 경멸하며 본 놈들은 전부 자신의 제물이 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바로 지금 눈앞에 보이는 기괴한 거인, 광인들의 집합체, 광인 어보이메니션처럼.
『쿠오오!』
기분 나쁜 광인 어보미네이션의 포효가 돔 안을 가득 채웠다.
분명 광인의 수는 확실하게 줄어들었지만, 그 위압감은 지금까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단순히 느껴지는 위압감만 생각하면, 세 번째 사도 스테락보다 강할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광인은 인간이 상상할 수도 없는 오랜 시간을 살아온다.
그런 존재가 겪어온 모든 감정이 포호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강하온이기에 버텼지, 만약 보통의 인간이었으면 포효만으로 정신이 붕괴할 정도의 수준이었다.
“끔찍한 결과물이군, 계획에서 좀 어긋나기는 했지만 빨리 처리해야겠어.”
강하온의 원래 계획은 현 상황에서 힘을 최소한으로 아낀 뒤,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서 광인의 은신처로 이동해서 대교주를 사로잡을 생각이었다.
이때 몸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마나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적을 보면 그렇게 여유 부릴 상황이 아니었다.
“준비한 건 알겠는데, 더는 못 봐줄 거 같다. 시간이 없거든.”
강하온은 지구로 온 뒤로, 진심으로 영역을 전개 시켰다.
그 순간, 강하온을 중심으로 진홍빛 마나가 뿜어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돔, 교단의 성전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