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 호이의 첫 등원.
135. 호이의 첫 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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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일 학과장의 허리 부상을 재발시키는 불상사가 일어나기는 했지만, 호이의 입학시험은 순조롭게 통과했다.
그렇게 호이는 신화 아카데미 어린이반에 입학했다.
“네? 이 아가씨, 아니 아이 분이, 아니 아이가 나래 아버님의 딸이라고요? 그보다 다섯 살이라고요?”
평소 차분한 모습을 보여주는 어린이반 담당 교사인 한지만은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각성자 아카데미다 보니까 생긴 지 오래되지는 않았어도 그녀는 특이한 아이들을 많이 봤다.
그런데 지금 같은 상황은 그녀 역시 처음이었다.
“다섯 살은 맞고, 친딸은 아닙니다. 사정이 있어서 입양하게 됐습니다.”
“아······, 그렇군요.”
한지민은 강하온의 말을 들었지만,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게 어떻게 다섯 살이야······.’
한지민은 호이를 쳐다봤다.
얼굴만 빼면 자신보다 어른인 호이를 보이를 보자, 이해가 아닌 인정이 하기 싫었다.
“선생님?”
“아, 네!”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졌던 한지민은 강하온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호, 호이야, 갈까?”
“응!”
호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맑은 호이의 모습에 레아와 뭔가 다르지만, 레아를 처음 봤을 때 느낌을 받았다.
한지민은 본능적으로 몸을 살짝 움츠리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호이야, 말한 거 잊지 말고.”
“응!”
강하온은 다시 한번 호이한테 조심한 것을 당부하고 아카데미를 나왔다.
“······.”
한지민과 호이가 교실 안으로 들어가자,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물론, 호이를 아는 나래와 레아는 평온했다.
아이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호이에게로 향했다.
새로운 선생님이 온 게 아닐까 궁금해하며 말이다.
“애들아, 오늘부터 같이 우리 어린이반에서 지내게 될······친구에요.”
“친구?”
“엄청 크다!”
한지민 교수의 말에 아이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호이는 나래랑 레아의 동······생이니까, 친하게 지내요.”
한지민은 말을 하면서도 계속 멈칫했다.
호이한테 느끼는 패배감, 그녀는 생각해봤지만 당분간 호이를 편하게 대하기는 힘들 거 같았다.
“우와, 나래 동생이야?”
“그러면 레아 동생이네?”
“그런데 엄청 크다, 꼭 우리 누나 같아.”
아이들은 반에서 인기 스타인 나래와 레아의 동생이라는 말에 엄청난 관심을 보였다.
“안녕! 나는 호이야! 친하게 지내자!”
호이는 눈을 반짝이며 반갑게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돌고래였을 때부터 호이는 워낙 사람을 좋아하기도 했고, 특히 어린 아이들을 좋아했다.
그래서 친구가 많이 생겼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호이는 저기 앉을까?”
한지민은 레아 때 일을 겪고, 이제는 자리를 직접 정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 레아의 옆을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옮긴 영기 때문에 레아의 옆자리가 비어 있었다.
“응!”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레아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레아는 이번에는 짝꿍이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게 웃었다.
호이가 항상 레아가 원하는 걸 해줬기 때문에 레아는 호이를 좋아했다.
“응이 아니라 네라고······.”
한지민은 호이의 말투에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지금까지 레아한테 수차례 교육했지만, 어차피 안 통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로 앉아서 좋아하는 호이와 레아를 보자, 호이한테도 레아의 짙은 향기가 났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레아는 백설 공주 연극 때 말고는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잘 지내고 있었다.
말투만 빼면 말이다.
“자자, 애들은 첫 시간은 수영 수업이니까 전부 수영복으로 갈아입어 주세요.”
“네!”
한지민은 수영장으로 아이들을 데려간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여자아이들이 갈아입은 곳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우와! 엄마 같다.”
“호이는 어른이야? 엄마가 어른이 되면 그렇게 된다고 했는데?”
한지민은 신경 쓰고 싶지는 않았지만, 저절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주제였다.
그때, 한지민의 신경을 건드는 말이 들렸다.
“아니야, 바보야. 한지민 선생님은 어른인데도 안 그러잖아.”
“저 녀석이······.”
순간적으로 화가 났지만, 여기서 화를 내면 괜히 더 이상해지는 상황이었다.
“장난치지 말고 빨리 갈아입으세요.”
결국, 한지민은 화를 삭이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잠시 후, 아이들이 모두 수영복을 갈아입었다.
“······.”
한지민은 하나씩 나오는 아이들을 보고 멈칫했다.
수영 수업에 사용되는 수영복은 전부 같은 것이었는데, 가슴 쪽에 신화 아카데미를 상징하는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유독 호이의 수영복에만 있는 마크가 자신의 마크보다 커 보였기 때문이다.
‘수영은 못하겠지.’
한지민은 다른 쪽으로 선생님의 위엄을 보여주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수영 수업이 시작된 뒤, 한지민의 결심은 무너졌다.
“우와! 호이 수영 엄청 잘한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수영 선수 같아!”
호이가 물 만난 고기처럼 물속에서 엄청난 수영 실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호이는 물 만난 고기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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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가 아카데미에 입학함에 따라서 드라쿨의 일상은 바뀌었다.
해가 떠 있는 아침, 자야 할 시간이었지만 드라쿨의 관은 비어 있었다.
“웃는 모습이 보기 좋군.”
드라쿨은 신화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나무에 앉아서 어린이반, 정확히는 호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저번 광인의 습격 이후 신화 아카데미의 경비가 삼엄해졌지만, 그런 경비로 드라쿨을 막을 순 없었다.
하지만 드라쿨의 존재를 눈치챈 존재도 있었다.
바오였다.
『저 새끼 아침부터 관짝에 안 들어간 이유가 이거였군.』
바오는 멀리서 느껴지는 드라쿨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한쪽으로 시선이 향했다.
그곳에는 아이들과 즐겁게 수영장에서 노는 호이가 보였다.
『저 암컷 물고기가 뭐가 좋다고.』
물론 외모가 예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바오는 이해할 수 없었다.
“바오야, 왜?”
그때, 호이의 시선이 바오에게로 향했다.
“······.”
하지만 바오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저, 저 버릇 없는 팬더 녀석, 감히 호이 양이 말을 거는 데 무시를 해?”
드라쿨은 그런 바오의 모습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바오를 상대로 서열을 한 번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바오가 말도 안 되는 영역을 깨닫기는 했지만, 그에게도 아직 비밀 무기가 남아 있었다.
아직 완벽히 다룰 수는 없지만, 조만간 가능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참 친절하군.”
드라쿨은 아이들에게 수영을 가르쳐 주는 호이를 보면서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도 드라쿨은 호이를 지켜봤다.
어차피 신의 경지에 오른 드라쿨은 굳이 잠이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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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가 아카데미에 가면서 강하온의 아침은 훨씬 더 바빠졌다.
“아빠! 나래 교복이 없어졌어요.”
“레아도! 레아는 배고파!”
“알았어, 금방 교복 꺼내줄게. 그리고 레아는 식탁 위에 밥 있으니까 밥 먹고 있어.”
원래도 두 아이 때문에 정신이 없는 것도 있었지만.
“하온! 이거는 어떻게 입어?”
거기에 호이까지 가세하자 배 이상은 바빠졌다.
게다가 한 명이 더 늘어서 그런가? 평소보다 뭔가 더 신나서 들떠 있었다.
“부모님들은 대단하네.”
강하온은 마법이라는 힘 덕분에 그나마 편하게 해결하며 준비를 했지만, 만약 그런 힘이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피곤했다.
이러다 보니 그는 자연스럽게 육아를 하는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생겨났다.
특히 세쌍둥이 이상의 자녀를 낳은 부모들은 더욱 대단해 보였다.
“휴······, 그래도 애들 다 보내고 나니까 좀 편하긴 하네.”
호이가 입학한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침이 좀 복잡하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아카데미 등원이 끝이 나면 한가로웠다.
강하온은 지금 집으로 이사 온 지 처음으로 베란다에 놓아둔 의자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고요하네.”
강하온은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 보며 말했다.
“그러니까요, 지나칠 정도로 고요해요.”
옆에 의자에서 같이 쉬고 있던 레이나도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시력은 지금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돌아와서 풍경의 형태 정도는 확인할 수 있었다.
“꼭 폭풍이 오기 전 같네요.”
레이나의 말에 강하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폭풍전야, 폭풍이 몰아치기 전 일시적으로 날씨가 평온해지는 것처럼.
교단의 습격이 있기 전 평온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하온 님의 아내분은 어떤 분이셨나요?”
“빛나?”
“네, 한빛나 씨요.”
“그러고 보니 궁금할 수 있겠네, 어떻게 보면 도플갱어? 그런 느낌이잖아.”
머리 색이나 그런 부분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한빛나의 레이나는 둘 다 가이아를 쏙 빼닮았다.
실제 도플갱어는 아니지만, 거의 비슷한 느낌이라고 볼 수 있었다.
강하온은 궁금증이 생겨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레이나는 그런 이유로 궁금한 것이 아니었지만.
“빛나는 용맹하고 리더쉽도 있고, 책임감도 넘치고.”
“네?”
강하온의 말을 듣던 레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강하온이 말하는 한빛나는 여자라기보다는 장군의 자질을 가진 사람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농담이야.”
당황한 레이나의 모습에 강하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하늘을 보면서 한빛나를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외모도 닮았지만, 성격도 레이나랑 닮은 거 같기도 하네.”
“저랑요?”
“응, 물론 행동 같은 건 다르지만. 빛나는 아까 말한 대로 여자지지만 장군감 같이 활기찼거든.”
“그럼 뭐가 닮았나요?”
레이나는 궁금한지, 앉아있던 몸까지 강하온한테 돌리며 물었다.
“으음, 뭔가 성격? 아니 마음이라고 봐야 하나?”
“마음이요?”
“그래, 빛나도 힘든 상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항상 밝게 행동했거든. 그냥 밝은 사람이었어.”
솔직히 한빛나와 레이나, 두 사람의 외모는 닮았지만, 성격은 정반대였다.
한빛나가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레이나는 내성적인 성격이다.
하지만 한빛나는 불우한 어린 시절부터 항상 밝게 행동했고, 레이나도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은 지옥 같은 상황에서 항상 밝게 행동했다.
강하온의 눈에 두 사람은 둘 다 빛나는 사람 같았다.
“꼭 만나보고 싶네요.”
레이나는 강하온에게 얘기를 들으니, 더욱 한빛나가 보고 싶었다.
“그래, 곧 찾아올 거니까 그때 봐. 둘이 만나면 웃기겠다.”
강하온은 한빛나를 찾아올 날을 생각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을 생각하자 웃음이 나왔다.
아마 한빛나가 무서워서 자신의 뒤에 숨을지도 몰랐다.
한빛나는 다른 건 몰라도 미신은 굉장히 믿었으니까.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어떻게 같이 갈래?”
강하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느새 아카데미로 아이들을 데려갈 시간이었다.
“네! 저도 같이 갈게요!”
레이나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대답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아카데미로 향했다.
“뭐야? 집에 왜 없나 했더니 여기에 있었냐?”
강하온은 그곳에서 드라쿨을 만날 수 있었다.
“크흠, 그냥 경비 일에 대한 연장이랄까?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애들이 걱정돼서 경계중이었다.”
“그래.”
강하온은 드라쿨이 호이 때문에 왔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냥 웃으면서 넘겼다.
어차피 이렇게 알아서 경호해준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응? 운동회가 있다고?”
집으로 돌아온 나래가 말했다.
“네! 가족들이 같이 참여하는 운동회래요.”
“하긴 운동회에 가족들이 참여하는 거긴 하지.”
당연한 거였지만, 고아였던 강하온에게는 당연한 게 아니었다.
“아빠가 뭘 준비하면 될까?”
“도시락!”
강하온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레아가 대신했다.
“알았어, 도시락 제대로 준비해줄 게.”
강하온은 그런 나래를 보며 웃었다.
그때, 강하온에게 넌지시 드라쿨이 다가왔다.
“으음, 그 운동회라는 거 나도 같이 가도 되나?”
“뭐, 안 될 건 없지.”
그 뒤로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은순이까지 운동회에 같이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강하온네 집에 있는 모든 식구가 신화 아카데미 운동회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