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34화 (134/186)

134. 호이 입학시험

134. 호이 입학시험

#

“호이야, 친구들하고 싸우면 안 돼. 알았지?”

강하온은 아카데미에 도착하기 전, 호이에게 신신당부했다.

정신연령이 어리다고 하지만, 호이는 신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직 그런 적은 없지만, 혹시라도 폭주하거나 힘을 잘못 사용했다가는 누구 하나 다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응! 알았어.”

호이는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강하온은 그 모습에 불안감을 느꼈다.

의사소통은 레아보다 낫지만, 레아보다 더 불안한 호이였다.

“혹시라도 원래 모습으로 변해도 안 되고.”

게이트며 각성자도 있지만, 돌고래가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은 아직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사실이었다.

“그래, 호이는 착하니까 말 잘 들을 거야.”

“응!”

강하온은 호이를 칭찬하며 신화 아카데미로 들어갔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입학처였다.

신분 문제를 해결했으니, 당연히 입학 신청을 해야 했다.

이건 필수 절차였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따님이요? 따님이 또 있으셨나요?”

입학처의 직원이 놀라서 물었다.

갑자기 강하온이 딸이라고 다 큰 처자를 데려왔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저 여자가 딸이라고?”

“어릴 때 실수하신 건가?”

“그나저나 강하온 헌터님은 능력도 좋으시네요, 딸들이 하나 같이 다 예쁘네.”

뜬금없는 상황에 엿들은 입학처 직원들이 웅성거렸다.

“크흠, 친딸은 아니고 수양딸입니다.”

강하온은 직원에게 작게 속삭이며 말했다.

뭐, 호이의 부모를 모르긴 하지만 데리고 있는 건 사실이었으니까.

“아, 그렇군요. 하긴 강하온 헌터님 나이도 있는데 친딸일 리가 없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는 직원을 본 강하온은 어이가 없었다.

그의 지구 나이는 아직 서른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호이의 나이는 못해도 중고등학생으로 보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빠가 되기에는 너무 이른 나이었다.

“으음, 그럼 여기 간단하게 입학 신청서 좀 작성해주세요.”

강하온은 직원이 건네는 신청서를 받아서 곧바로 적었다.

이미 나래와 레아, 두 번이나 작성해봤기 때문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기 있습니다.”

“잠시만요.”

신청서를 받은 직원은 전산으로 입력하기 시작했다.

“어······.”

그러던 직원은 갑자기 멈칫했다.

“제대로 적으신 거 맞나요?”

직원이 멈칫한 이유는 나이 때문이었다.

신청서에 나이가 다섯 살로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이 제대로 달린 사람이라면 호이를 보고 다섯 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실수로 열다섯을 잘못 적었다고 생각했다.

“맞습니다.”

“네? 열다섯이 아니고, 진짜 다섯이라고요?”

“응! 호이 다섯 살이야.”

그때 옆에 있던 호이가 해맑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

호이의 목소리에 입학처 직원들은 찬물이라도 끼얹진 듯 조용해졌다.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 다섯 살 맞아요.”

강하온은 간만에 억지 좀 부리기로 했다.

아니, 억지가 아닌가? 사실 호이의 나이는 다섯 살이 맞았다.

단지, 돌고래와 사람의 차이라는 게 있을 뿐.

“각성한 힘이 조금 빨리 성장하는 힘입니다.”

각성과 게이트도 존재하는데, 그런 힘이라고 없을까.

자신이 말하고도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냥 무시했다.

“아······, 조금이요?”

직원은 당황스러웠다.

조금으로 설명할 정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사례는 매뉴얼에 없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결국,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군요, 그러면 어린이반으로 입학하시겠네요?”

상대 지구 최강의 헌터이자, 인류의 수호자.

최근 들어서는 신으로 추앙까지 받는 강하온이었다.

사실 그가 하겠다는데 거부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입학시험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침 오늘 김규일 학장님이 계시기는 하는데.”

“그래요? 잘됐네요. 학장님이 봐주시면 저야 좋죠.”

나래와 레아의 입학시험을 봤던 것도 김규일이었다.

호이를 감당하려면 적어도 기본은 된 헌터가 필요한데, 김규일 정도면 괜찮았다.

적어도 죽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네.”

강하온과 호이는 잠시 대기하다, 입학시험을 하러 움직였다.

#

김규일.

그는 비록 나래와 레아에게는 상대도 되지 못했지만, 세계적으로 유능한 인재였다.

그가 가짐 직함만으로도 그의 유능함을 엿볼 수 있다.

신화 아카데미 이능계 학과장, 세계적인 명문 아카데미에서 한 분야의 학과장을 맡고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이러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의 진짜 유능함은 이능력 활용에 있었다.

그는 자연계, 그중에서도 희귀한 빙결계 쪽으로는 권위 있는 각성자였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김규일은 아카데미에 있기보다는 외무 업무가 많았다.

그를 초빙해서 도움을 받으려 하는 곳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김규일은 한 달에 3분의 2 이상을 외무에서 업무를 본다.

“오랜만에 티 타임이나 즐겨야겠네.”

그런 김규일이었지만, 오늘은 일정이 갑자기 취소 되면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었다.

그는 선물로 받은 비싼 차를 꺼내서 우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때가 가장 좋다니까.”

뜨거운 물로 찻물을 조금씩 우리는 이 순간, 김규일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다.

지친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기분이랄까? 이 시간만은 가정도 없고, 온전히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똑똑-!

그때, 그가 있는 학장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평온하던 김규일의 표정이 굳었다.

힐링하는 자신만의 시간이 깨져서가 아니다.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를 찾아올 만한 직원 중, 그가 이 시간에 티 타임을 갖는다는 것을 모르는 직원은 없었다.

그래서 업무 상 보고가 있어도 이 시간은 피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찾아왔다는 것은 분명 급한 일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근래에 이런 적은 두 번이 있었다.

세계 최강의 헌터, 강하온의 딸 아이, 나래와 레아의 입학시험 때이다.

“혹시 바람이 두드린 게 아닐까?”

김규일은 헛된 망상을 하면 숨을 죽였다.

그게 아니라면 자신이 잘못 들었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똑똑-!

다시금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학과장님, 급한 일입니다.”

“······들어와요.”

목소리만으로 입학처 직원이라는 것을 알고 잠시 멈칫했지만, 김규일은 대답했다.

“죄송해요, 쉬고 계신 거 아신 데 급한 일이라서 찾아왔어요.”

입학처 여직원은 학과장실로 들어오자마자 사과부터 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죠?”

“그게 새로운 입학생이 있는데, 시험을 봐주셔야 할 거 같아요.”

“······오늘?”

김규일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신화 아카데미는 기본적으로 정해진 날에만 입학시험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입학시험을 볼 수 있는 날이 아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런 예외를 벗어난 적이 있었다.

강하온의 둘째 딸, 레아의 시험이었다.

그가 크게 허리를 삐끗한 적도 있는 날이었기에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여기 입학하려는 아이 신청서요.”

“······.”

직원이 건네는 신청서를 확인한 김규일의 표정은 더욱 굳었다.

학생의 부모 이름에 적힌 강하온이라는 이름 석 자를 봤기 때문이다.

“제가 생각하는 그분이 맞습니까?”

“네, 셋째 따님이 입학하신다고 하시네요.”

김규일은 제발 아니기를 바라면서 물었지만,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는다.

“셋째 따님이요? 대체 숨겨놓은 자식이 얼마나 많으신 겁니까?”

“네?”

“아닙니다.”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으면서 화가 났던 김규일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상대는 강하온, 화를 낼 대상이 아니었다.

명부의 이름이 적히고 싶지 않은 이상에야 말이다.

“그런데 왜 저한테 오셨습니까? 다른 교수님들도 계실 텐데요?”

원래 오는 일은 굳이 막지 않은 김규일이었지만, 이번만은 막았다.

나래 때 살짝 다치고, 이번 레아 때 단단히 삐끗했던 허리 때문에 아직도 고생 중이기 때문이다.

강하온이 존경받을 사람이기는 하지만, 그는 웬만하면 엮이고 싶지 않았다.

“강하온 헌터님께서 김규일 학과장님이 해주시면 좋을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

“저를요? 왜요?”

진짜 궁금했다, 왜 굳이 자신을 고집하는지 말이다.

대충 신청서를 봤지만, 강하온이 셋째 딸, 강호이의 각성자 등급은 S였다. 잠재력은 SSS급.

하지만 이건 그냥 형식적인 등급이라는 것은 레아를 상대할 때부터 알게 됐다.

솔직히 누가 시험을 봐도 어차피 통과인데, 굳이 자신을 찾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글쎄요? 일단은 기다리고 계신 데 가실까요?”

“그럽시다.”

하지만 어떻겠는가, 학부모가 원하면 해야지.

그것이 아카데미의 일원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다.

“안녕하세요, 학과장님. 오랜만입니다.”

“안녕하세요.”

김규일은 먼저 인사를 건네는 강하온의 태도에 조금 전까지 괜한 생각을 했나 싶었다.

현재 강하온은 인류에게 신으로 추앙받는 존재였다.

사실 살아있는 신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했다.

실제 그는 능력까지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강하온은 김규일을 볼 때마다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옆에 있는 분은 아내분이신가요?”

김규일의 시선을 강하온의 옆에 있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향했다.

‘역시 능력 있는 남자 옆에 미녀는 당연한 건가?’

그리고 부러워했다.

능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어린 시절 일찍 결혼했기 때문이다.

뭐, 결혼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진짜로······.

“아내는 아니고, 오늘 입학시험을 볼 제 딸입니다.”

“강호이야.”

강하온은 웃으면서 대답했고, 호이는 기다렸다는 듯 인사를 했다.

“아······, 딸이시구나······.”

김규일은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꼈다.

그가 본 입학 신청서에는 분명 다섯 살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호이는 얼굴이야 어려 보이지만, 절대 다섯 살로 볼 수 있는 외모는 아니었다.

그 말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거였다.

“성장이 빠르게 되는 능력이 있어서요.”

“그렇군요.”

강하온이 그냥 둘러대며 말을 해줬지만, 김규일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솔직히 나래나 레아, 두 아이 역시 그가 살아온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뒤부터는 강하온에 관한 것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바로 입학시험을 하러 갈까요?”

김규일은 솔직히 그냥 합격을 시켜주고 싶었지만, 그래도 아카데미 원칙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시험을 치르는 것이 자기 일이었기 때문에 비싼 월급을 받는 거였기도 했다.

돈 받은 만큼 일한다, 그의 신념이었기에 할 일을 피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죠.”

“빨리! 나도 나래랑 레아랑 다니고 싶어!”

강하온과 김규일, 두 사람은 신난 호이와 함께 시험장으로 향했다.

“혹시 따님분의 능력이 뭔가요?”

김규일은 호이의 능력에 대해 물었다.

그래야 거기에 맞춰서 시험을 치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을 사용할 겁니다.”

“수계 능력자군요, 아주 좋네요.”

김규일의 표정이 밝아졌다.

능력에는 상성이 있는데 물은 그가 사용하는 얼음에 상성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물은 방어적인 성향에 가까운 능력, 그렇기에 나래나 레아 때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호이······양? 바로 물을 사용해서 나를 공격해보세요.”

김규일은 호이의 외모에 선뜻 반말하지 못했다.

“네!”

호이는 큰 소리로 대답하고는 힘을 사용했다.

‘살살, 죽지 않게.’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강하온이 당부한 말을 잊지 않았다.

“얍!”

호이가 손을 뻗었고, 그에 따라서 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물은 점점 덩치를 불려가더니, 어느새 파도처럼 김규일을 덮치기 시작했다.

“이 정도라면.”

김규일은 여유로웠다.

지금 보여준 모습이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충분히 막을 자신이 있었다.

쩌저적-!

그가 손을 뻗자, 순식간에 호이가 만든 파도가 얼어붙었다.

“훌륭한 능력이네요, 하지만 능력을 조금 더 활용······.”

김규일은 기분 좋은 미소와 함께 호이에게 부족한 부분을 설명하다, 갑자기 멈칫했다.

쩌저적-!

얼어붙었던 파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자, 잠깐!”

김규일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균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였다.

화악-!

파도는 그대로 김규일을 덮쳐버렸고, 그날 김규일은 다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