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호이의 고민
133. 호이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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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의 축복은 말만 보면 그냥 축복만 내리면 될 거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힘을 소모하는 상시 유지되는 버프를 걸어주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 대상이 계약자라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더욱 많은 힘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래서 정령왕이 계약자가 아닌 존재에게 축복을 걸어준다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걸어주지.』
『하온이 원한다면 당연히 할 수 있죠.』
『서운하려고 하네? 그게 뭐라고 부탁까지 하는 거야? 설마 우리가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
노아스, 엘라임, 세피로스는 강하온의 부탁을 한 치의 고민 없이 수락했다.
그들에게 강하온은 단순한 친구 이상의 존재였다.
당연히 그의 아이를 돕는 일인데 거절할 리가 없었다.
『······.』
하지만 이그니스는 아직 대답하지 않았다.
강하온을 비롯한 세 정령왕의 시선이 이그니스한테로 쏠렸다.
그렇게 되자 이그니스는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안 해준데? 당연한 걸 뭐 대답까지 원하는 거야?』
그리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그 모습에 강하온과 세 정령왕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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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안에 흰 돌고래에서 이제는 바다의 신까지 되어버린 호이는 베란다에 앉아서 둥근 달을 봤다.
그녀가 잠도 안자고 이러는 것은 한 가지 고민 때문이었다.
“나도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이번에 세주가 나래에게 접근했을 때, 옆에 있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어린 돌고래이기도 했고, 정신 연령이 나래와 엇 비슷한 호이였지만 자신이 강하다는 것은 알 고 있었다.
물론, 동물의 본능으로 세주가 자신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대로 곁에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나래의 옆에 항상 붙어 있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나도 바오처럼 작게 변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호이는 바오를 부러워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호이는 작은 크기로 변할 수가 없었다.
호이는 자신에게 바다의 신이 되게 해준 트라이던트에게 물었다.
“트라이던트 안 돼?”
『크흠,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작은 크기로 변했다가 한 번에 잡아 먹히면 어쩌려고?』
트라이던트는 애써 화제를 돌렸다.
그 역시, 호이가 말한 방법을 몰랐으니 말이다.
“쓸모없어, 분명 그때는 원하는 거 다 해준다고 했으면서.”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자, 호이는 뾰로통한 표정으로 말했다.
『······.』
트라이던트는 기분이 나쁠 만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호이의 말대로, 뭐든 해줄 수 있다는 말로 꾀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어찌 저리 아름다울까, 달빛에 비친 모습이 미의 여신을 보는 것 같군.”
야간 경비를 서고 있는 드라쿨이었다.
드라쿨은 호이를 흐뭇하게 바라봤다.
위잉~, 짝-!
그 와중에도 모기를 잡는 것은 잊지 않았다.
“뭔 놈의 모기 새끼들은 곧 겨울이 다가오는데도 살아 있어?”
모기를 잡은 드라쿨은 인상을 팍 썼다.
뭔 놈의 모기가 잡아도 잡아도 계속 나왔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무슨 고민이 있는 표정이네.”
드라쿨은 울상인 호이의 얼굴을 봤다.
“레이디가 어려운 것이 있으면 도와주는 것이 신사의 의무지.”
드라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호이에게 다가갈 이유가 필요했는데, 마침 발견했기 때문이다.
“호이양, 무슨 고민이라도 있소?”
드라쿨은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멋있게 베란다로 착지했다.
“드라쿨?”
“그렇소, 그대의 표정을 보아하니 고민이 있는 거 같은데, 나에게 말해보시오. 이래 봐도 뱀파이어들 사이에서 현자라 불렸던 몸이오.”
드라쿨은 꼰대 로드였지만, 드래곤의 피를 흡수한 그의 두뇌가 뛰어난 것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드라쿨은 교양이면 교양, 지식이면 지식에서 뛰어났다.
단지 그의 단점은 그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정도로 오만하다는 것이었다.
“고민 말해도 돼?”
호이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처음 집에 왔을 때, 강하온이랑 같은 방에서 자고 싶다고 했다가 그날 은순이한테 지칠 때까지 설교를 들은 뒤, 자기 생각을 말할 때 항상 조심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트라이던트한테 말고는 눈치를 보면서 말했다.
“당연하오, 고민은 나눌수록 빨리 해결되는 것이오. 그러니 언제든지 나한테 말하시오.”
“고마워, 드라쿨.”
드라쿨의 말에 호이는 고민도 말하지 않았지만,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어떻게든 뭘 해보려고 별 수작을 다 부리는군.』
이러한 드라쿨을 모습을 호이 안에서 지켜보는 트라이던트는 한심하게 봤다.
『그래 봐야 헛수고일 텐데.』
트라이던트는 인간이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인간을 지켜봤었다.
당연히 그와 계약했던 인간들도 다 사랑을 하고 아이도 낳고 그랬다.
그래서 적어도 눈치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렇게 봤을 때, 드라쿨의 행동은 헛수고였다.
호이가 보는 쪽은 드라쿨이 아닌 강하온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트라이던트는 호이도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강하온에게 호이는 딸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될지도 모르겠군.』
트라이던트는 드라쿨을 응원했다.
강하온의 집으로 온 뒤, 지켜본 드라쿨은 너무 짠했기 때문이다.
“고민이 무엇이오? 일단 고민을 해결하려면 고민부터 들어야 하지 않겠소.”
“내 고민은······.”
호이는 드라쿨한테 편하게 고민을 털어놨다.
“그러니까 호이양의 고민은 나래와 아카데미를 같이 다니고 싶다는 거군요.”
“응, 맞아.”
호이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답군.’
그 모습에 드라쿨은 잠시 멈칫했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건 그렇게 고민할 건 아닌 거 같소.”
“그래?”
호이는 눈을 크게 떴다.
“어차피 호이양의 나이는 다섯이라 하지 않았소?”
“응! 맞아. 나래랑 호이는 친구야.”
그렇다, 호이의 나이는 나래와 동갑이었다.
사실 돌고래의 나이와 인간의 성장률을 똑같이 볼 수는 없지만, 살아온 시간은 비슷했다.
물론, 이미 신격을 얻은 호이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지만.
“그러면 그냥 하온에가 말하면 될 거요, 아카데미에 가고 싶다고.”
“그래도 돼?”
“물론이오, 어차피 나이도 같고, 호히양도 아카데미 시험을 합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니 말이오. 그리고 호이양이 나래와 같이 아카데미에 다닌다면 하온도 더 좋아할 거요.”
드라쿨은 세주가 나타났을 때 잠을 자고 있기는 했지만, 대충 얘기는 건너 들었다.
“고마워! 드라쿨.”
“크흠, 그렇게 고마우면 식사라도 같이 하는 건 어떻소?”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호이의 모습에 드라쿨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
하지만 그의 물음에 대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헤헤, 내일 말해야지.”
이미 기분이 좋아진 호이는 자기 위해서 방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쉽게 꺽이는 꽃은 매력적이지 않지.”
그 모습마저 좋게 보는 드라쿨이었다.
콩깍지가 씌이면 답도 없다는데, 드라쿨이 딱 그짝이었다.
『나는 널 응원하마.』
트라이던트는 드라쿨의 끈기에 응원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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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나래랑 레아랑 아카데미 가고 싶어!”
다음 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호이는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당당하게 말한 것 치고는 금방 눈치를 봤다.
마주보고 앉은 은순이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은순이한테 훈계를 받은 것도 있었지만, 은순이는 드래곤이었다.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종의 정점.
신이 되었다고 해도 그녀의 본질은 돌고래, 본능적으로 은순이를 두려워했다.
“갑자기?”
밥을 먹으려던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너무 뜬금없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아니야, 나도 계속 가고 싶었어······.”
호이는 지금까지 계속 가고 싶었지만, 말하면 안 되는지 알고 조용히 있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식탁에 있던 강하온과 바오, 레이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은순이한테 향했다.
나래와 레아는 몰랐지만, 셋은 호이가 은순이의 눈치를 본다는 것을 알았다.
“······.”
하지만 은순이는 전혀 신경쓰지 않고 밥을 먹었다.
“뭐, 가고 싶으면 가야지.”
강하온은 흔쾌히 수락했다.
딱히 집에만 있어서 호이의 신분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현재 강하온에게 신분을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 입학시키는 것도 말이다.
이미 광인의 습격 때, 아카데미는 강하온에게 큰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습격자체가 강하온 때문에 일어난 거였지만, 강하온은 굳이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오늘 신분증을 만들고 바로 등록하자.”
“응!”
호이는 아카데미를 갈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으음, 고등부면 되려나?”
강하온은 잠시 호이를 보다 생각했다.
지금 모습 정도면 고등부면 딱 적당했다.
요새 애들이 성장이 빨라서 그런지, 위화감이 없을 거 같았다.
“아니! 나도 나래랑 레아랑 같은 반가고 싶어.”
“······같은 반?”
강하온은 멈칫했다.
순간 어린이반 의자에 앉아 있는 호이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것도 그거지만, 어린이반 애들 교복을 입은 호이를 생각했는데, 확실히 위화감이 있었다.
“나도 다섯 살이잖아.”
“그렇긴 한데······.”
호이의 말대로 나이가 다섯 살은 맞았다.
문제는 호이를 아무도 다섯 살로 보는 사람은 없다는 거였다.
“호이도 우리랑 같이 다녀? 나도 좋아!”
“나도 다 좋아.”
레아는 호이와 같은 반으로 다니는 것이 좋은지 웃었다.
“나도!”
나래, 레아, 호이는 셋은 이미 같은 반이라도 된 것처럼 껴 안고 좋아했다.
‘······일단은 말해봐야겠네, 나이상으로는 다섯 살이 맞긴 하니까.’
강하온은 저렇게 기뻐하는데 안된다고 초를 칠 수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호이가 나래의 곁에 계속 같이 있어 주면 오히려 좋았다.
호이는 바다의 신이었고, 그 힘은 뭔가를 지키는 데 특화되어 있었다.
“그래, 일단은 애들 아카데미 보내고 신분부터 만들자.”
“응!”
강하온은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등교시키고, 호이의 새로운 신분을 만들었다.
호이의 신분을 만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전화만 해 놓았을 뿐인데 이미 신분이 만들어져있었다.
현재 지구에서 강하온이 하지 못할 것은 없었다.
“이거 호이거야?”
호이는 자신의 각성자 카드를 보면서 좋아했다.
아직 나이가 어려 주민등록증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강호이, 네 이름이야.”
당연히 신분을 만들기 쉬운 방법을 찾았고, 그건 호이를 호적에 넣은 거였다.
당연히 아내나 형제는 아니었고, 본의 아니게 딸이 하나 더 생기게 됐다.
‘이거 빛나오면 잘 설명해야겠네.’
강하온은 나중에 한빛나와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헤헤! 강호이, 좋아.”
호이는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된 것은 전혀 모른 채, 그저 하온과 앞 글자가 같고, 신분이 생겨났다는 것에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럼 바로 가보자.”
“응!”
강하온은 신난 호이, 새롭게 생긴 막내 딸을 데리고 신화 아카데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