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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32화 (132/186)

132. 정령왕들

132. 정령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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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이딴 짓을 했다가는 이 정도로 안 끝난다.”

『······네.』

가이아는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

차마 얼굴에 든 멍 때문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

그리고 강하온은 그런 가이아의 모습에 다시 한번 느끼는 게 있었다.

말보다는 주먹이고, 매에는 장사가 없다는 것을.

그 덕에 수호자라는 짐 덩어리 직업도 조금 바뀌었다.

『지구에서 모든 능력치의 10%가 상승합니다.』

가이아의 힘으로 상시 버프 능력을 얻게 됐다.

고작 10%였지만, 훨씬 강해진 것을 느꼈다.

“그럼 조심해라.”

강하온은 다시 한번 가이아를 주의시키면서 가이아의 낙원, 에덴을 떠났다.

“······흐흑.”

강하온이 떠난 에덴에서는 한동안 서러운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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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온 강하온은 자신이 안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어.”

그는 바오와 두 정령왕을 믿었다.

셋만 나래의 옆에 있다면, 누가와도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문제가 있어도 충분히 자신이 오기 전까지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약 녀석이 진짜 나래를 해하려고 했으면 위험했을지도 몰라.”

강하온은 오랜만에 두려움을 느꼈다.

세주가 마음만 먹는다면 나래가 위험해질 수도 있었다.

물론, 강력한 위험이 있을 때를 생각해서 강하온이 절대 방패가 담긴 목걸이를 안배해놓긴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금 위험할 수 있었다.

그만큼 세주는 강했다.

지금까지 판게아를 포함에서 만난 상대 중에서 최고로 말이다.

“일단은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게 만들어야겠어.”

강하온은 은순이를 찾았다.

앞으로 혹시나 이런 일을 대비해서 준비해야 할 게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 물건들 손 좀 봐줄 수 있겠어?”

강하온의 손등에서 빛의 구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교단의 문양에서 나온 빛의 구체는 형태를 유지하면서 있었다.

“사도들이 말하는 신물인가?”

은순이는 단번에 강하온이 꺼낸 구체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맞아, 이걸 레아니 바오, 드라쿨이 쓸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나래와 제일 붙어 있는 동료들에게 신물을 맡길 생각이었다.

“그냥은 안 되더라고.”

강하온도 여태 시도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사도의 신물은 엄청난 효과를 가진 물건이었다.

그 어떤 보물과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강하온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었다.

사도의 신물은 상당한 마나를 필요로 했는데, 강하온 같은 경우 마나 자체가 절세의 보검이고 갑주였다.

그런데 그런 마나를 신물에 소비하니 방해가 될 뿐이었다.

그 때문에 현재 있는 동료들에게 옮기려고 시도했었다.

하지만 마나를 떠나서, 바오나 드라쿨, 레아까지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신물을 제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아마 격 때문에 그럴 거야, 신물의 주인인 누스라는 신, 아주 격이 높은 존재니까.”

은순이는 단번에 그 이유를 알아차렸다.

“하온, 너 같은 경우에 그의 신격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격이 높으니까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던 거지.”

게다가 은순이는 광인이 아닌, 강하온이 누스의 신물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까지 추측했다.

“그래서 된다는 말이지?”

“재밌을 거 같네, 그 누스라는 신의 물건에는 아주 고차원적인 지식으로 이루어져 있거든.”

은순이의 눈이 반짝였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나래나 맛있는 음식을 발견한 레아 같았다.

이건 강하온이 부탁하지 않아도 알아서 원해서 할 거 같았다.

“나는 필요 없으니까, 전부 너희들이 쓸 수 있게 만들어줘.”

“알았다.”

은순이는 빛의 구체를 챙기면서 곧바로 연구에 돌입했다.

“고맙다.”

강하온은 그런 은순이를 보고 웃으면서 연구실을 나왔다.

“이제 다음 일을 해봐야지.”

강하온은 아직 할 일이 남았다.

“전부 나와줄래?”

마당에서 강하온이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 순간, 갈색과 푸른빛이 생기며 사람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나래 일은 잘 해결됐나?』

『그 신은 어떻게 됐나요??』

둘은 노아스와 엘라임, 물과 땅의 정령왕이었다.

『······.』

그리고 그 옆에는 하늘하늘한 초록 드레스에 금발의 머리를 한 사람, 아니 정령도 하나 있었다.

그 정령은 새침한 표정으로 조용히 입을 꾹 닫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봐도, 나 삐졌어 하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런데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꼭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볼을 빵빵하게 하는 거 같았다.

그 모습에 강하온은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세피로스, 미안.”

강하온은 일단 그녀에게 사과했다.

여자의 이름은 세피로스, 바람의 정령왕이었다.

『미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 나한테는 그러면 안 되지!』

세피로스는 어이가 없어 하며 얘기하다 감정이 북받쳤는지 언성을 높였다.

“그래, 다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어.”

강하온은 노아스 때와 달리, 화를 내는 세피로스한테 협박이 아닌 사과를 했다.

두 정령왕도 강하온한테 소중한 친구였지만, 세피로스는 더 특별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내가 첫 번째가 아닐 수 있어? 내가 분명 첫 번째였잖아!』

그렇다.

세피로스, 그녀는 강하온이 처음으로 계약했던 정령이었다.

『저 연놈들이 날 얼마나 약 올렸는지 알아? 하온, 네 딸인 나래를 보고 왔다면서, 나는 보지 못했다면서 말이야······.』

화를 내던 세피로스는 자신이 첫 번째로 나래를 보지 못한 것이 무척이나 서러웠던 거 같다.

말을 하다가 결국에는 눈물을 글썽였다.

강하온은 그런 세피로스가 동생 같아서 귀여웠지만, 웃지는 않았다.

생긴 건 귀엽고 동생 같아도, 성질은 지랄 맞았다.

웃었다가 괜히 태풍 발생할 수 있었다.

“미안, 이제라도 자주 부를 테니까 용서 좀 해주라.”

강하온은 사과하며 세피로스를 달랬다.

『······.』

하지만 한 번의 사과로 화가 풀리지 않는지, 세피로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딱 한 번만 봐주는 것이다, 다음부터는 이러지 마.』

그래도 강하온이 계속해서 달래주자, 그제야 세피로스의 화가 풀렸다.

“그나저나 한 놈은 어디 갔어?”

급한 일이었던 세피로스 화 풀기를 성공한 강하온은 세 정령에게 물었다.

세트로 나타나야 할 녀석 하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 갔긴, 삐져서 마그마 탕에서 박혀 있겠지.』

대답한 것은 노아스였다.

이어서 엘로임도 대답했다.

“으음, 그 녀석 안 본 사이에 다시 버릇이 안 좋아졌네.”

강하온은 세피로스때와 달리, 이번에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렇긴 하지, 그 녀석 버릇이 없긴 해. 어린놈이 힘 세다고 너무 막 나간다니까? 좀 혼 좀 내줄 때가 됐지.』

노아스는 이때가 기회라도 된 것처럼 강하온을 부추겼다.

물론, 강하온도 노아스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 나오지 않은 한 녀석은 버릇이 없기는 했다.

“이그니스, 당장 텨 나와라.”

불의 정령왕, 이그니스.

아직 나오지 않은 강하온의 친구였다.

그리고 노아스의 말대로 네 정령왕 중에서 가장 어린 정령왕이면서 강한 정령왕이었다.

『······.』

하지만 강하온의 부름에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생각해보니 안 맞은 지 오래됐네.”

강하온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마치, 가이아한테 훈계할 때 같은 표정이었다.

『크크.』

그 모습에 노아스는 기분이 좋은 듯 웃었고.

『참, 어리석네요. 고집을 부려봐야 후회만 할 텐데.』

『그냥 바보라고 그래, 바보.』

엘라임과 세피로스, 두 정령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화르륵-!

허공에 붉은 불꽃이 생겨났다.

강하온이 강제로 이그니스를 불러내는 과정이었다.

물론, 저항도 만만치 않았다.

화르륵······.

힘차게 타올랐던 불꽃이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화르륵-!

강하온은 더 강력한 의지로 이그니스를 소환했고, 더 불꽃은 더 크게 타올랐다.

불꽃은 사람의 형상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화르륵-.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강하온의 의지를 이길 수는 없었다.

붉은 머리에 반항기 많아 보이는 잘생긴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야?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나오기 싫다는 거 알아 먹어야 할 거 아니야!』

정령계의 폭군답게 이그니스는 강하온을 보자 인상을 팍 쓰면서 말했다.

“그래서 지금 불렀잖니?”

그래도 강하온은 한 번의 기회는 줬다.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이제? 진작 부르던지 정령 차별해? 저 늙은이들 부를 때 나도 불렀어야지.』

이그니스는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면서 노아스와 엘라임을 가리켰다.

『늙은이? 저 새끼가······』

『참아, 어차피 곧 뒤지게 처맞을 녀석인데.』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는 엘라임이 발끈했지만, 옆에서 노아스가 그녀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사과를 할 거면 제대로 해라, 정중하게.』

이그니스는 강하온이 가만히 있자, 기세를 타고는 더욱 강하게 몰아붙였다.

그 모습에 다른 세 정령왕은 안타깝게 그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할 말은 다 끝났지?”

강하온은 지금까지 이그니스를 굳이 부르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조금만 봐도 알겠지만, 지극히 폭력적인 놈이었다.

게다가 녀석이 분노한 이유는 세피로스와 달랐다.

나래가 궁금한 것도 있었지만, 그가 분노한 이유는 한동안 부르지 않아서 뭔가를 불태우지 못해서였다.

지금 당장도 사방으로 화염을 뿜어내는데 강하온이 마나를 사용해서 전부 막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말로 이런 것을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말해봐야 들어 처먹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다만티움 몽둥이를 꺼냈다.

말을 듣지 않을 땐, 아다만티움 몽둥이만 한 게 없었다.

『······그, 그건 왜 꺼내냐? 잘못은 하온, 네가 하지 않았나?』

조금 전까지 기고만장하던 이그니스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그런데도 왜 자신이 이런 처지를 당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

이그니스는 눈치가 더럽게 없었다.

다른 정령왕들보다 늦게 탄생한 것도 있었지만, 강력한 힘으로 인해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

“······.”

강하온은 대답 대신에 아다만티움 몽둥이를 휘둘렀다.

어차피 대답해봤자 못 알아들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빡-!

뼈에 제대로 맞았는지, 강하온의 저택에 경쾌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꾸웨에엑!』

돼지 멱따는 소리 같은 처절한 비명도 덤이었다.

세 정령왕을 그런 이그니스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저 녀석은 기억을 전부 태워버리는 게 분명해.』

『그건 저도 동감해요, 그렇지 않고서 매번 저렇게 덤빌 수가 없으니까요.』

『그러게 벌써 저런 적이 다섯 번째지? 대략 10년 주기로 저러는 걸 보면 저 녀석은 어쩌면 변태일지도 몰라.』

이미 이런 광경을 수 차레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그니스가 오늘 이후로 한동안 조용해지리라는 것을.

잠시 후, 이그니스는 그들의 예상대로 마당에서 무릎을 꿇고 손을 번쩍 들고 있었다.

사방으로 뿜어내는 불꽃도 전혀 볼 수 없었다.

『그나저나 무슨 일로 부른 거야?』

꼴통 하나가 정리되자, 세피로스가 강하온에게 물었다.

“그 전에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

강하온은 곧바로 방 안으로 들어가서, 아직도 잠든 나래와 레아를 데리고 나왔다.

“이쪽은 내 친딸 나래, 이쪽은 내 수양딸 레아야.”

강하온은 네 정령왕에게 두 아이를 소개했다.

“이 아이들한테 축복 좀 내려줘.”

그렇다.

혹시나 이번 같은 일이 또 일어날까, 네 정령왕의 축복을 두 아이에게 걸어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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