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 동맹하지 않을래?
130 동맹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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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령왕, 그들은 정령계의 왕이었다.
한 차원의 왕을 자처하는 그들의 격은 절대 낮지 않았다.
초월자와 신, 그 사이에 있는 존재들이 그들이었다.
바오는 어떠한가, 비록 한 차원의 왕을 자처하는 존재는 아니었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대수림을 지배하던 제왕이었다.
게다가 최초의 12신 중 말석이기는 하지만, 숲의 신 엘디어스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
사실상 숲의 신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바오였다.
그런 존재 셋이 어린아이 하나, 나래를 지키기 위해서 전력을 드러냈다.
일순간 일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그들의 힘으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현상이었다.
이 와중에도 나래에게는 어떠한 영향도 가지 않은 것으로, 그들이 나래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런, 이런, 분위기가 아주 살벌하네.』
반면에 세주는 여전히 여유로웠다.
애초에 나래에게 어떤 위협을 가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세주의 존재만으로 셋은 위험하다고 판단하에 움직인 것이었다.
그만큼 세주와 셋의 힘이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다.
나래를 최우선으로 한다.
실제로 이러한 세주의 태도는 셋을 더욱 긴장하게 했다.
셋 모두, 이 상황에도 나래의 안전을 생각했다.
『깨어나길 잘했네, 오랜만에 반가운 존재? 아니 그들의 힘이라고 해야 하나? 하여튼 반갑네.』
세주는 싱글벙글한 미소를 짓고는 바오한테로 시선을 돌렸다.
『어째서 처음 보는 너한테서 엘디어스 그 천박한 년의 힘이 느껴질까? 엘디어스의 힘을 흡수한 건가?』
세주는 단번에 바오한테서 숲의 신, 엘디어스의 힘을 느꼈다.
『······.』
바오 여유로운 세주의 태도에 위화감을 느꼈다.
지극히 여유로운 모습, 강하온이 얼핏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둘은 글로시안님과 무슨 관계지? 그분의 힘이 느껴지는데.』
『······.』
세주의 말을 들은 노아스와 엘라임의 표정이 굳었다.
둘은 앞에 있는 세주가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정령신 글로시안, 태초신이 최초로 빚은 열둘의 신 중 하나로, 정령계에서도 왕이 아닌 존재들은 그 이름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런데 글로시안은 알고 있다는 것은 보통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직도 낚시하시는 걸 좋아하시나? 예전에는 종종 같이 뒀던 기억이 있는데.』
세주는 확실히 글로시안을 알고 있다는 듯, 친분을 과시했다.
노아스와 엘라임, 그들이 정령계의 왕이라고는 하나, 글로시안은 그들에게 창조주였다.
그 때문에 곤란해하고 있었다.
“······.”
그렇게 셋은 순식간에 세주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이름이 나래라고 했지? 그 아이를 해하려고 온 것은 아니야, 이건 내 존재를 걸고 맹세하지.』
세주는 천천히 나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셋도 지금 상황에 경계만 할 뿐, 선뜻 공격하지 못했다.
점점 가까워질수록 세주의 힘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온! 대체 뭐 하고 있는 거냐!’
셋의 속마음은 같았다.
지금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강하온이 오기만을 기도했다.
대신 그가 늦을 것을 생각해서 죽음을 불사하고 시간을 끌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 이상 다가오지 마라.』
바오가 앞으로 나서며, 황금 죽창을 당장이라도 쏘아낼 것처럼 잡고는 세주를 멈춰 세었다.
『······.』
그러자 실제로 세주는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그것이 바오 때문은 아니었다.
세주가 걸음을 멈춘 것은 순전히 뒤에서 자신을 목을 겨눈 검 때문이었다.
『이런, 내가 그렇게 나쁜 놈처럼 보였나? 이래 봐도 호감 가는 외모인데.』
세주는 검을 봤음에도 여전히 웃으면서 말을 했고, 곧바로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렸다.
“움직이면 죽는다.”
싸늘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강하온이었다.
“나래야, 괜찮아?”
뒤를 이어 나타난 은순이는 나래를 안으면서, 나래부터 챙겼다.
“응! 그런데 레아가 아파요······.”
나래는 울먹이면서 레아를 가리켰다.
레아는 세주의 번개 때문에 여전히 몸이 마비된 상태였다.
“이제 괜찮아졌지?”
은순이는 곧바로 레아를 치료했다, 사실 치료라 할 것도 없었다.
전기를 이용한 간단한 마비, 애초에 상대를 해하겠다는 의도가 없는 공격이었기 때문이다.
“응!”
나래는 괜찮아진 레아의 모습에 그제야 표정이 밝아졌다.
그 사이, 강하온은 엄청난 분노를 가라앉히며, 세주에게 말하고 있었다.
“네가 마지막 악신인가?”
『악신? 설마 가이아가 그 아이가 나를 그렇게 부르는 건가? 하긴, 그때를 생각하면 당연히 그럴 수 있겠어.』
위험한 상황임에도 세주는 여전히 입가의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그러한 세주의 태도에 강하온은 은순이와 눈을 마주쳤고, 은순이는 곧바로 두 아이를 안아서 강하온을 못 보게 했다.
『참,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내가 이곳에 온 것은······.』
세주는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강하온이 곧바로 검을 휘둘렀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분노하고 있었다, 세주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어울려줄 생각이 없었다.
서걱-!
강하온의 검은 가볍게 서주의 목을 베어버렸고, 세주의 머리는 몸과 분리되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파지직-!
그때였다, 세주의 몸이 번개로 변하더니, 강하온의 뒤쪽으로 움직였고, 다시 사람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그렇게 멀쩡한 모습을 한 세주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진짜 위험할 뻔했네, 생각보다 성격이 급하구나.』
세주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태도로 자신의 목을 쓰다듬었다.
“······.”
멀쩡한 세주를 확인한 강하온은 멈칫했다.
분명 손에는 베는 느낌이 있었는데, 세주는 멀쩡히 살아있었다.
게다가 일시적으로 기운이 사라진 것도 느꼈다, 찰나지만 분명 눈앞에 있는 악신은 죽었던 게 분명했다.
“누스라는 그놈처럼 이상한 능력이 있군.”
『에이, 그런 놈이랑 모욕하는 건 실례라고. 뭐, 하긴 그 빌어먹을 놈도 같은 놈이나 다름없으니 할 말이 없긴 하네.』
현재 세주가 사용한 힘은, 태초의 12신 중 하나이자 그를 만든 아버지, 하늘의 신, 코라손의 힘을 활용한 것이다.
그가 증오하는 코라손이었지만, 힘은 꽤 쓸모가 있었다.
『아,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일단 내 말······.』
세주는 말을 이어가려 했지만, 이번에도 그럴 수 없었다.
서걱-!
강하온이 휘두른 검에 목을 베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아닌 나래를 노렸다는 것을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파지직-!
이번에도 세주는 다시 원 상태로 돌아왔지만, 강하온은 신경 쓰지 않았다.
죽어도 살아난다면, 죽을 때까지 죽으면 됐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시는 살아날 수 없도록 번개를 가둬버리면 됐다.
『일단 내······.』
원상태로 돌아온 세주는 계속해서 말을 했지만, 강하온은 여전히 들을 생각이 없었다.
서걱-! 파지직-!
그렇게 같은 상황이 반복됐다.
하지만 몇 번이 상황이 반복됐을 때, 다른 결과가 나왔다.
파지직-!
이번에 원상태로 돌아온 세주의 손에는 황금빛 창이 들려 있었다. 번개의 신답게 창 주위에는 푸른 번개를 두르고 있었다.
툭-.
세주는 창을 이용해서 강하온의 검을 흘려냈다.
『무식하게 강하네······.』
힘겹기는 했지만, 성공적으로 검을 흘려낼 수 있었다.
그리고 곧바로 창을 한 바퀴 돌리더니, 강하온을 겨눴다.
하지만 잠시 멈칫하더니 공격을 더 이어가지는 않았다.
‘제법인데?’
자신의 공격을 흘려낸 세주를 본 강하온 겉으로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내심 놀랐다.
그도 그럴 게, 블미르를 포함한 악신들과 세주는 달랐다.
그들 중 세주처럼 제대로 무기를 다루는 신은 없었다.
즉, 세주는 무기술을 수련했다는 말이었다.
『이봐, 적당히 좀 하지? 내가 오해를 사게 한 것은 사실인데,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서 말이야.』
세수의 얼굴에 웃음기가 싹 사라진 상태였다.
그런데도 아직 적대하는 태도를 보내지는 않았다.
강하온은 검을 내리면서, 나래가 들을 것을 생각해서 의념으로 대답했다.
『뭔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쓸데없는 얘기를 꺼낸다면 진짜 죽일 수도 있다.』
적의가 없는 것도 그랬지만, 강하온이 대화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조금 전 세주의 태도 때문이었다.
조금 전, 세주 입장에서는 강한 공격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겼었다.
그런데 세주는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공격하는 곳의 뒤쪽에 나래가 있어서 멈췄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삶을 살았는데 그리 의심이 많은 거야?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세주는 다시 얼굴에 미소를 찾으면서 장난기 어린 말투로 돌아왔다.
『아, 그리고 미안하다. 그런데 아까 말 한대로 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칠 생각은 없었다, 단지 저 아이들과 있으면 네가 나와 대화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어, 바보 같은 생각이지.』
“······.”
강하온은 세주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경계를 조금은 풀었다, 눈앞에 있는 세주가 지금까지 만난 악신, 아니 신들과는 조금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내 이름은 번개의 신, 세주라고 한다.』
세주는 반갑게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이상한 놈이네, 강하온이다.”
강하온도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호의를 보내는 대상이 싫지는 않았다.
그 역시,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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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착한 강하온은 세주를 보고 확실히 지금까지 봤던 원시의 신들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거 먹을래? 아저씨가 옛날에 살던 곳에 자라는 열매로 만든 사탕인데, 엄청 맛있어.”
세주는 아공간에서 사탕을 꺼냈다, 정확히 뭘로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품고 있는 마나를 보면 영약으로 만든 사탕 같았다.
심지어는 군침이 돌 정도로 맛있는 냄새도 나는 사탕이었다.
“······.”
나래는 먹고 싶은지, 강하온을 쳐다봤다.
뚝-, 뚝-.
나래는 아까 몸이 마비됐던 것은 이미 잊었는지, 세주의 손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래도 그간 교육 때문인지, 모르는 사람 음식이라 선뜻 달라고 말하지 않고 있었다.
『이봐, 거기 보호자 양반? 아이들이 먹고 싶은 거 같소만? 물론, 독은 들어 있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세주는 특유의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으면서 강하온을 쳐다봤다.
덩달아 나래와 레아의 시선도 강하온에게 향했다.
“휴······, 먹어.”
강하온 결국 허락했다.
『여기, 깨물지 말고 천천히 녹여 먹어야 한다.』
“네!”
“응!”
허락이 떨어지자, 세주는 곧바로 사탕을 줬고, 나래와 레아는 바로 입에 사탕을 넣었다.
그리고는 맛이 있는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
강하온은 아이들과 금방 친해지는 세주를 보고 뭔가 얄밉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그쪽도 이미 느꼈겠지만, 오해가 생길까 봐 미리 말할 게.
사탕은 영악으로 만든 거라 곧 아이들이 잠들 거야, 자고 일어나면 더 건강해질 테니까 괜한 오해하지 말라고.』
은밀하게 전해진 세주의 염원에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아이는 사탕을 다 먹을 때 즈음, 잠이 들었다.
“이제 말해봐, 나랑 하고 싶다는 대화가 뭐지?”
잠든 아이들을 방에 데려다 놓고, 강하온은 본격적으로 세주와 대화를 시작했다.
세주는 그런 강하온을 보면서 씩 웃었다.
『나랑 동맹할 생각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