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 나래를 찾아온 번개의 신.
129. 나래를 찾아온 번개의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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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새끼들! 그때 전부 죽여버렸어야 했는데······.』
데카의 허탈함은 분노로 바뀌었다.
『이건 전부 암인 놈들의 계략이다, 네 아래를 이용해서 우리와 너를 싸우게 만드는 거다.』
이내 분노는 억울함으로 바뀌었다.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어?』
데카는 강하온의 싸늘한 반응에 멈칫했다.
“그래서 달라지는 게 있나? 어차피 너희들도 지구를 침략하러 온 침략자 아니야?”
그렇다.
저렇게 분노하지만, 굳이 한빛나가 납치되지 않았어도, 교단은 무조건 지구를 노리고 있었기에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암인보다 나을 것 없는 놈이 저렇게 분노하며 허탈해한다고?
강하온으로서는 웃길 뿐이었다.
『······.』
데카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강하온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그들은 정확히 말하면 태초신의 파편, 가이아를 사로 잡아야만 했으니 말이다.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들어 주겠나?』
잠시 조용히 있던 데카가 말했다.
“제안? 어디 한 번 해봐.”
강하온 정중한 데카의 정중한 데카의 태도에 들어는 보기로 했다.
『우리의 목적은 가이아다, 가이아만 사로잡게 도와준다면 조용히 떠나도록 하겠다. 그리고 암인이 납치해간 너의 아내를 찾은 것도 도와주도록 하지.』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
강하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당연히 거절이었다.
가이아는 지구의 성계신, 그녀가 사라진다면 지구가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으로 이런 놈들이 그냥 떠날 리가 없었다.
오히려 놈들의 배만 불려주고, 귀찮은 상황이 생겨날 수 있었다.
“괜히 짱구 굴리지 말고, 그냥 대교주를 만날 방법이나 말해. 그리고 원래 했던 부탁대로 깔끔하게 끝내줄 테니까.”
『······알았다.』
데카는 체념했다.
더 말해봐야 강하온한테는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가는 길, 명예롭게 자신의 최후를 선택했다.
『현재 대교주를 비롯한 교단은 차원의 틈새에 만든 은신처에 있다.』
데카의 손에서 작은 빛의 구체가 생겨났다.
『이 구체가 그곳의 좌표다.』
데카는 일반적인 광인과는 다른 존재였다.
빛의 신, 누스가 최초로 빚은 광인 중 하나, 당연히 다른 광인들과 달리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었기에 언제든 돌아갈 방법은 있었다.
빛의 구체는 두둥실 뜨더니 강하온에게 전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빌어먹을 곳에 숨어있네.”
강하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기본적으로 차원을 넘어가는 것만으로 육체에 부담이 생긴다.
이 그 이유가 차원의 틈새 때문이었다.
모든 차원은 연결된 데, 그 차원을 이어진 길이 차원의 틈새였다.
그렇다 보니 모든 차원의 압력을 받는 곳이었고, 자연스레 육체에는 엄청난 부담을 주게 된다.
강하온이 지구로 넘어오면서 많은 마나를 소모하게 된 이유도 차원의 틈새 때문이었다.
『의심하지 않은 건가?』
데카가 강하온을 보며 물었다.
“의심? 설마 네가 말하는 거짓도 구분할 힘이 없는데 제안을 했을까 봐?”
데카의 앞에 있는 강하온은 투신이었으며, 은순이는 드래곤이었다. 둘 다, 거짓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 정도는 있었다.
게다가 차원의 틈새는 강하온도 생각하던 후보지 중 하나였다.
육체가 없는 정신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아마 육체가 있어도, 누스의 괴상한 신물로 뭔가 편법을 쓰고 있을 게 분명하지만 말이다.
『그렇군.』
데카는 자신이 괜한 것을 물었다는 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앞에 있는 둘은 오랜 시간 살아온 그의 상식으로 재단할 수 없는 존재들이었다.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해도 되겠나?』
“말해봐.”
『대교주를 만난다면 그냥 대화로 넘어갈 수는 없겠나?』
데카는 처음 강하온을 봤을 때도 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강하온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자신보다 상위 사도들과 빛의 신 누스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뭐, 그쪽에서 대화를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지.”
『고맙다.』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 모습에 데카는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게 데카의 마지막이었다.
강하온의 손에서 생겨난 진홍빛 마나가 그대로 데카의 가슴을 꿰뚫었고, 데카는 빛 입자가 되어 물방울처럼 사라졌다.
“많이도 오르네.”
수많은 차원을 정복한 빛의 교단, 그곳의 기둥 중 하나인 네 번째 사도 데카는 강하온의 경험치로 최후를 맞이했다.
“바로 갈 생각이지?”
실험실에 둘밖에 남지 않은 은순이가 강하온을 보며 물었다.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줘봐.”
은순이는 강하온의 손에 들린 빛의 구체를 보며 손을 내밀었고, 강하온은 빛의 구체를 은순이한테 건넸다.
은순이는 유심히 좌표를 살피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차원을 넘는 것과 달리, 그 틈새가 목적지였기에 그녀 역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보통 차원의 틈에 빠지면 미아가 되는 것이 정설이었기 때문이다.
“얼마나 걸릴 거 같아?”
강하온도 차원의 틈이 미지의 공간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물어봤다.
“으음, 사실 좌표를 얻었으니 여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대신 차원을 열 정도의 많은 양의 마나가 필요해.”
강하온처럼 무작정 차원을 찢어버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은순이가 하려는 것은 달랐다.
특정 좌표를 찾아서 차원을 여는 것은 마법이었고, 마법은 당연히 마나를 필요로 했다.
문제는 차원을 여는 마법은 상당한 마나가 필요하다.
그래서 판게아에서도 마나가 폭발하듯 많아지는 세 개의 달이 직선을 이루는 날에 사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현재 지구는 판게아보다 마나가 적었다.
그렇기에 차원을 열라면 그만한 마나를 대체할 것이 필요했다.
“그건 문제없어.”
강하온의 아공간에는 차원을 여는 데 필요한 마나를 대체할 것이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여러 개, 바로 악신들의 시신이었다.
“그렇다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은순아, 조금만 더 고생해줘.”
“······알았어.”
은순이는 강하온의 부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하온은 한빛나에게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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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아카데미 어린이반 아이들이 교실은 시끌벅적했다.
그림을 그리는 아이도 있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소꿉놀이였다.
“손님, 500원입니다.”
“여기 있어요, 맛있겠다.”
오늘은 마트 놀이인지, 아이들은 가짜 돈과 음식을 교환하면서 놀았다.
그 중심에서는 어린이반의 인기 스타, 나래가 있었다.
나래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은, 행복 바이러스라도 전염이 됐는지 즐거워하며 재밌게 놀았다.
드르륵-.
그때, 교실의 문이 열리며 어린이반 교사 한지민이 들어왔다.
“영기랑 지호 나오세요.”
그리고 몇몇 아이들을 불렀다.
하원 때문에 아이들의 부모님이 온 것이다.
“······나 가볼게.”
“······애들아 안녕.”
나래 옆에서 소꿉놀이를 즐겁게 하던 남자아이 둘이 일어났다.
둘은 무척이나 아쉬운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 교실을 나갔다.
“이건 얼만가요?”
“그거요? 500원이요.”
하지만 두 아이가 나가도 아이들은 여전히 소꿉놀이에 열중했다.
그렇게 하나둘, 아이들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넓은 교실에는 어느새 두 명의 아이만 남게 됐다.
나래와 레아였다.
항상 어린이반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두 아이였다.
이유는 배려 때문이었다.
강하온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사람들이 적은 시간대로 조금 늦게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마침, 나래와 레아, 그리고 바오까지 항상 같이 있다 보니 강하온도 수락했다.
“이제 나래랑 레아만 남았네.”
조금 전, 아이를 보낸 한지민은 교실 안을 봤다.
언제나 마지막까지 남은 두 아이를.
“참,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한지민은 레아를 보며 처음 레아가 왔던 날을 생각했다.
강하온과 나래의 말 외에는 듣지 않은 까칠한 소녀, 실제로 사고 한 번 나지 않을까 했다.
실제로 학예회 때 큰 사고를 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뒤로는 사고 하나 없이 잘 지내고 있었다.
지내다 느낀 거지만, 원래 레아가 까칠한 것이 아니라 그저 모르는 것뿐이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을.
“천천히 배워가자.”
한지민은 레아를 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동안 레아는 자신의 의사 표현도 많아졌고, 아이들과도 잘 지내고 있었다.
“응? 누구시죠.”
그때였다, 한지민은 갑자기 옆에 누군가 나타났다.
금발의 조각 같은 잘 생긴 남자, 여자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외모였지만 한지민은 그러지 않았다.
‘대체 언제 온 거지······.’
한지민, 그녀의 나이가 어렸지만 A급 헌터였다.
어디 가서 빠지는 헌터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남자가 다가오는 그 어떠한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
한지민이 경계하는 남자, 그의 정체는 번개의 신 세주였다.
세주는 말 없이 한지민을 보고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지금 당장 정체를 밝히지 않으시면 즉각 조치 들어가겠습니다, 당장에 아카데미의 경호 인력이 찾아올 겁니다.”
평소에 미소 천사라고,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비장했다.
그녀는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들어가기 위해 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넌 착한 인간이구나? 영혼이 맑아.』
그 순간, 조용히 한지민을 보던 세주가 입을 열었다.
물론, 세주의 말은 의념으로 한지민에게 전해졌다.
“어······.”
머릿속으로 바로 전해지는 의념, 한지민은 의념에서 위엄을 느겼다.
그 순간, 그녀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미안, 그런데 잠시 저 아이들이 필요해서 말이야.』
“안······.”
툭-.
한지민은 당장에 아이들을 지키려 움직이려 했지만, 그의 정신은 세주의 위엄을 버티지 못하고 쓰러졌다.
드르륵-.
세주는 쓰러진 한지민을 한쪽으로 치우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크르릉······.”
그 순간, 놀고 있던 레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나래의 앞을 막아섰다. 꼬리와 귀를 잔뜩 세우고,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을 드러냈다.
세주를 보고,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것이다.
“레아야, 왜 그래.”
놀란 나래가 레아를 안으면서 말했지만, 레아는 여전히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레아의 본능이 세주가 위험 대상이라 경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호, 타락한 신수의 피를 이은 수인인가? 제법 이빨이 날카롭기는 하지만 아직 너무 어려.』
세주는 레아를 흥미롭게 봤다, 하지만 레아 역시, 조금 전에 한지민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한껏 세워져 있던 레아의 태도가 일순간 누그러졌다.
원시의 신,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생겨난 12신의 힘을 가진 세주의 위엄을 이기지 못하고 의식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언니······.”
하지만 레아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옆에 있는 나래를 생각하고는 입술을 깨물면서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유지해? 일반적인 신수의 피를 이은 것이 아니구나, 이런 백호라면······, 잘하면 내가 아는 존재일지도 모르겠어.』
레아가 버티지 못할 거로 생각했던 세주는 더 흥미롭게 레아를 바라봤다.
『그래도 위험하니 조금만 진정하렴, 따끔할 수도 있다.』
세주의 손에서 빛이 번쩍했고.
파지직-.
레아의 몸에는 푸른 스파크가 생겨나며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안돼요! 레아 괴롭히지 말아요!”
그 모습에 나래가 레아의 앞에 뛰쳐나가면서 말했다.
『으음, 괴롭힌 거 아닌데.』
나래의 모습에 세주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나래에게 다가갔다.
번쩍-!
그 순간, 나래한테서 빛이 번쩍했다.
『더는 다가오지 마라.』
『이봐, 당신 누군데 우리 귀여운 나래한테 접근하는 거야?』
『더 다가오면 좋은 꼴 못 볼 거에요.』
나래의 주변에는 수인 형태로 변한 바오와 거대한 망치를 어깨에 멘 땅의 정령왕 노아스, 날카로운 검과 방패를 든 물의 정령와 엘라임이 세주를 노려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