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 번개의 신, 세주.
127. 번개의 신, 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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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새하얀 공간 곳곳에 우뚝 솟은 거대한 빛의 창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교단의 기둥이자, 세 번째 사도 스테락의 영역이었다.
“그만 일어나지?”
스테락은 자신의 영역에서 오점 같은 구름을 보며 말했다.
『눈치챘나? 내가 오래 잠들었긴 했나 보군, 예전에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았는데 말이야.』
구름 속에서는 장난스러운 의념이 들려왔고, 잠시 후 스르륵 구름이 흩어지며 그 안에서도 의념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발의 푸른 눈동자, 순백의 피부와 탄탄한 몸, 직접 빚어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조각, 그렇다. 남자의 모습은 조각 같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감탄이 나왔다.
“아버지한테 듣던 대로 경박하군, 세주.”
남자의 정체는 번개를 관장하는 신, 세주였다.
세주는 원시의 신이었다.
반면 스테락은 원시의 신인 누스가 만든 존재.
격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스테락이 보이는 행동은 굉장히 무례하며, 세주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으음, 익숙한 기운이네. 네가 말하는 아버지라면 누스를 말하는 건가? 그러고 보니 닮기도 했군.』
하지만 세주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거 아나? 그 녀석은 항상 나한테 열등감을 느꼈지.』
오히려 비아냥거리며 스테락을 도발했다.
하지만 스테락은 교단의 흔들리지 않은 기둥,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세주의 도발에 넘어가지 않았다.
“아비를 잡아먹은 새끼한테 열등감을 느껴? 역시 믿을만한 놈이 못 되는군.”
『······선을 넘는 군, 누스가 그리 가리켰나?』
시종일관 웃던 세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파지직-!
그 순간, 세주의 주위에서 엄청난 양의 번개가 일어났다.
지금 스테락이 말한 것은 세주의 역린이었다.
번개를 관장하는 신, 세주.
그는 원시의 존재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였다.
그는 태초신이 직접 빚지 않았지만, 원시의 신, 태초의 차원 시온의 주민이었던 존재였기 때문이다.
세주는 태초신이 최초로 빚은 열두 명의 신, 그중에서 하늘을 관장하는 코르손이 직접 자신을 본 떠 만든 자식이었다.
하지만 세주는 시온이 사라지고, 얼마 있지 않아서 코르손을 직접 죽이고 그의 모든 신성을 흡수했다.
그 과정에 많은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그가 자신을 탄생시킨 코르손을 죽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그가 가장 경멸하는 놈들과 다른 바 없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역린 중 하나였다
“······역시 대단하군, 듣던 대로 아주 강해.”
스테락의 목소리에서 옅은 떨림이 느껴졌다.
지금 느껴지는 세주의 힘은 그조차 긴장하게 할 정도로 고강했기 때문이다.
최초의 열두 신, 그중에서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강했던 코라손의 신성을 모두 흡수했으니 당연하였다.
『계속할 생각인가? 굳이 싸우겠다면 말리지 않겠지만, 좋은 선택은 아닐 거다.』
하지만 스테락은 굽히지 않았다.
아바타를 사용해 빛의 거인으로 변했다.
『한 번만 그 개념 없는 주둥아리를 놀리면 후회하게 될 거다.』
세주는 잠시 스테락을 바라보다, 번개를 갈무리했다.
세주는 열 명의 악신 중 누구 보다 고강했다.
그 때문에 가이아가 가장 강한 봉인을 걸었고, 그 봉인이 완전히 깨지지 않아서 힘이 완전히 돌아온 상태가 아니었다.
게다가 스테락의 힘도 만만치 않았기에 싸워봐야 좋을 건 없었다.
『잘 생각했다.』
스테락 입장에서도 싸워서 좋을 건 없었기에 아바타를 풀었다.
『그래서 굳이 나를 찾아와서 깨운 이유는 뭐지?』
“당신과 같이 지구에 잠들었던 신들이 모두 죽은 건 알고 있나?”
스테락의 물음에 세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도 봉인이 완전히 깨지지 않았을 뿐이지, 강하온과 블미르의 전투 여파로 봉인에 균일이 생겨난 상태였다.
세주는 그 상태에서 세상을 둘러 볼 수는 없어도 힘을 느끼는 것은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깨어난 신들이 바로바로 소멸한 것은 느꼈다.
“한 인간 때문에 벌어진 일이지.”
『인간 때문이라고?』
세주는 눈이 커졌다.
믿어지지 않았다.
그 역시도 오랜 시간 잠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그가 아는 인간이 신들을 없앴다니? 전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지금까지 신을 없앤 존재가 다른 신, 혹은 원시의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다른 신들이야 모르겠지만 숲의 신 엘디어스,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나 빛의 신 누스와 마찬가지로 최초의 12신 중 하나였다.
비록 말석이기는 했지만, 인간이 그녀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했다.
물론, 세주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세상에 절대라는 것은 없었다.
바오의 비상식적인 영역으로 인한 우연의 결과였으니, 세주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렇다, 아마 당신도 그대로 깨어났다가는 바로 그 인간의 손에 죽었을 것이 분명하지.”
『······.』
확신의 찬 스테락의 목소리에 세주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역시, 블미르의 힘과 잠깐 느꼈던 힘의 주인이 그 인간이라면 이기지 못할 거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지?』
“잠시 손을 잡았으면 한다.”
『인간 하나를 잡자고 동맹을 제안한다고? 순 겁쟁이 새끼였군.』
“······.”
도발적인 언사였지만, 스테락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지금 교단의 상황으로 강하온을 혼자 상대하기에는 위험 요소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자존심이 조금 상하긴 하지만, 눈앞에 세주의 도움을 받는다면 교단이 받는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교단의 안위는 누스를 위한 일이었기에 스테락은 참을 수 있었다.
『후······, 진짜 그 인간이 한 짓이 맞나 보네.』
스테락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참자, 세주는 자신이 추측하던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재미있네.』
세주에게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혼란스러웠고, 또한 호기심도 생겨났다.
“그래서 대답은?”
『거참, 성격 급하기는. 이런 부분은 누스랑 안 닮았어, 녀석은 항상 침착하고 느긋했는데. 그 동맹이라는 거 하도록 하지.』
세주는 스테락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 역시, 죽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는 꼭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잘 생각했다.”
스테락은 고개를 끄덕이며, 샛노란 보석 하나는 건넸다.
“때가 되면 연락하지.”
『이게 연락하는 수단인가? 안 본 사이에 별 신기한 걸 다 만들어 놨군.』
보석을 건네받은 세주는 신기한 듯 쳐다봤다.
“참, 혹시라도 힘은 드러내지 말아라. 그랬다가는 그 인간은 만나게 될 테니까.”
『날 걱정하는 건가?』
보석을 보던 세주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걱정이 아니라 충고다, 지금까지 나타난 놈들은 자기 위치를 밝히려는 건지 힘을 과시하다 전부 뒤졌거든. 물론, 그중에는 자신의 힘을 갈무리조차 할 수 없었던 녀석도 있었겠지만.”
『충고 고맙군, 그런데 그런 일은 없을 거야. 적어도 숨는 거 하나는 잘하거든.』
“그럼 다행이군.”
『난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도록 하지, 다음에 보자고.』
그 말을 끝으로 세주는 번쩍이는 번개와 함께 사라졌다.
파지직-!
그가 남은 자리에는 스파크만 남아 있었다.
“그새 힘을 찾은 건가?”
스테락은 아직도 남아서 튀는 스파크를 보며 웃었다.
자신의 영역을 강제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는 세주가 자신과의 힘 차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괜히 걸작이 아니군.”
그의 아버지, 누스는 항상 말했다.
세주는 코라손의 걸작이라고, 그리고 교단의 첫 번째 기둥, 누구보다 누스를 닮은, 교단의 진정한 검인 첫 번째 사도와 비견 될만한 존재라고 말이다.
그런데 직접 보니 그 말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아쉽군.”
스테락은 세주와 조금 전, 붙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물론, 자신이 졌겠지만, 그래도 그는 강자와의 전투를 좋아했다.
“기회가 되면 꼭 붙어보고 싶군.”
스테락은 세주와의 전투는 나중으로 미뤘다.
지금은 자신의 즐거움보다 교단의 안위가 먼저였다.
그렇게 스테락은 영역을 없앤 뒤, 빛과 함께 교단의 은신처로 향했다.
파지직-!
잠시 후, 스테락이 사라진 곳에서 스파크가 생겨나며 번개가 사람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번개가 완벽한 형상을 이뤘을 때, 사라졌던 세주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으음, 이 녀석들 과연 꿍꿍이가 뭘 까나.』
세주는 스테락이 사라진 곳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분명, 구린내가 나는데 뭔지 짐작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뭐, 뭐가 됐든 너희가 원하는 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세주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파지직-!
그러자 작은 스파크가 스테락이 사라진 곳에서 생겨났다.
잠시 후, 스파크가 사라지고 세주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시 모습을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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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은순이를 침대에 눕히고, 옆에 앉았다.
“대체 얼마나 무리를 했길래 드래곤이 과로로 쓰러지는 거지?”
은순이가 걱정되는 것도 있었지만,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다른 존재도 아닌 드래곤이었다.
게다가 은순이는 드래곤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했다.
그런 은순이가 기절하다니, 대체 무슨 일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고맙다.”
강하온은 그저 은순이한테 고마웠다.
굳이 수락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의 부탁을 받아서 이리 고생을 했으니 말이다.
“이 돌, 특이하네.”
강하온은 은순이가 마지막을 건넨, 무지개색 돌을 봤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수많은 색이 나타났다.
“대체 무슨 돌이려나.”
순간, 강하온의 눈이 황금빛으로 변했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볼 수 있는 투신의 눈이었다.
투신의 눈은 돌의 구조를 단번에 확인했다.
“······.”
돌을 확인한 강하온의 눈동자가 커졌다.
지금 자신이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 진짜인지 의심 갔기 때문이다.
“진짜 빛으로 만든 돌이라고?”
그렇다, 눈앞의 돌은 빛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때, 강하온이 본 게 진짜라는 확답이 들려왔다.
“맞아.”
그새, 정신을 차린 은순이의 목소리였다.
은순이는 아직 피곤해 보였지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진짜 빛을 물질화시킨 거야?”
강하온은 놀라서 다시 한번 물었다.
빛의 물질화, 그것은 지금까지 막혔던 은순이의 실험이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즉, 그 말은 이제 끝까지 닥치고 있었던 네 번째 사도, 데카의 입을 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맞아, 이름은 엘시디움이야. 빛으로 만든 광물이지.”
은순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하온은 그런 은순이에게 손에 들린 엘시디움을 건넸다.
“그런데 아직 완벽하지는 않아, 보다시피.”
은순이는 건네받은 엘시디움을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서 가볍게 눌렀다.
쩌저적-, 챙-!
그러자 엘시디움은 가볍게 깨져나가면서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아직 불안정하거든.”
은순이의 말대로, 그녀가 해낸 빛의 물질화는 아직 미완성이었다.
그래도 강하온은 실망하지 않았다.
은순이의 표정이 밝았기 때문이다.
“며칠 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을 거 같아.”
은순이는 자신 있게 말했다.
그리고 실제로 3일 뒤, 은순이는 완벽히 빛을 물질화해낼 수 있었다.
“이제 시작하자고.”
은순이는 곧바로 광인에게 마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정신체로 이뤄진 광인에게 육체가 강제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광인의 강력한 천적이 생기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