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은순이의 실험 성공.
126. 은순이의 실험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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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실버 일족의 아이실라스 라이제르.
은순이는 천재로 태어났다.
간혹 인간들 사이에서 태어나는 천재도 삶이 무료한데, 안 그래도 무료한 삶을 사는 드래곤인 은순이에게 세상은 지루한 삶, 그 자체였다.
그러다 처음 찾은 흥미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식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낼 때 재밌고 기분이 좋았다.
그때부터 은순이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냈다.
‘모든 현상에는 정답이 있다, 단지 그 과정을 모르는 것뿐이지.’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었다.
세상에 과정이 없는 결과는 없었다.
심지어는 태초신이 했다는 창조도 그러했다.
단지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고차원적이라 이해를 할 수 없을 뿐이었다.
이런 은순이었기에 광인, 정신체의 기억 읽기나 세뇌하기에 대해서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강하온과 시간을 보내는 것을 제외하면 모든 시간을 연구에 열중했다.
“으음.”
은순이는 연구실 중앙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영혼석을 재현한 거대한 플라스크가 있었고, 그 안에는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 광인이 있었다.
탁-.
잠시 플라스크를 보던 은순이는 자신의 앞에 있는 수정구에 손을 올렸고, 마나를 흘려보냈다.
파지직-!
그러자 플라스크 안에서 푸른 플라즈마가 생기면서 광인을 공격했다.
『크아악! 당장 멈춰라!』
광인은 고통스러워했지만, 은순이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 생각만 이어갔다.
“분명 기억이 있다는 건, 기억하는 장치가 있다는 말인데.”
사람에게 뇌가 있듯, 정신체에게도 뇌를 대체할 것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계속 걸리고 있었다.
“육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찾을 방법이 없네.”
광인의 육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녀석들은 빛으로 이루어진 존재, 그 때문에 뇌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려나.”
은순이는 고민에 빠지자, 잠시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허억······.』
그러자 플라즈마 공격에서 벗어난 광인은 거친 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분명 존재는 하는데.”
은순이는 그런 광인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자기 생각만을 이어갔다. 형광등에서 나오는 빛을 보고, 손으로 쥐었다 폈다는 반복했다.
“없단 말이지.”
그러다 갑자기 수정구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는 반복했다.
그 와중에 당연히 마나를 흘려보냈다.
그녀는 지금 상당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아악! 그만, 이 정신 나간 년아! 멈춰라!』
그 때문에 플라스크 안에 있는 광인은 간헐적으로 나오는 플라즈마에 고통받아야 했다.
물론, 집중 상태에 빠진 은순이한테 광인의 절규는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는 음악 소리같이 느껴졌다.
“마나는 이렇게 변화를 시킬 수가 있는데.”
은순이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검지를 내밀었다.
쩌쩌적-!
그러자 그녀의 손끝에서 머물던 푸른 마나가 순식간에 얼음 장미로 변화했다.
화르륵-! 파지직-! 휘익-!
그러다 갑자기 불로, 번개로 변했다가 바람이 되어 사라졌다.
이렇듯 마나 역시 물질이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했다.
“어째서 빛은 물질화가 되지 않는 걸······까?”
잠시 생각을 이어가던 은순이는 멈칫했다.
“왜 그런 생각을 못 했지?”
너무 단순한 생각인데, 그걸 이제야 생각했다는 것이 어이가 없었다.
물론, 단순한 생각이지만, 그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는 것은 은순이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빛이나 어둠을 다루는 마법은 일반적인 마법 중에서도 아주 복잡하면서도 고차원적인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번쩍-!
은순이는 일단 라이트 마법을 시전했다.
“물질화······.”
그리고는 그대로 빛 덩어리로 형태를 고정하기 시작했다.
빛은 퍼져나가려는 성질이 있는 파동이었지만, 그 형태를 고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았다.
라이트 에로우, 라이트 스피어 등등.
수많은 빛의 마법이 존재했다.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빛의 형태를 고정하는 방법은 학문이 되어 내려오고 있었다.
지잉-.
은순이의 손끝에서 빛의 장미 하나가 피어났다.
아주 고차원적인 기술이었지만, 은순이는 가볍게 해냈다.
괜히 신의 두뇌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고정된 빛에 실체화시킨다.”
지금 상태에서 빛을 실체화만 시킨다면 물질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은순이는 곧바로 자신의 가진 지식으로 그것을 시도했다.
쩌저적-.
놀랍게도 빛의 형태인 장미는 점점 굳어가기 시작했다.
질량, 물리력을 가지는 신비로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녀가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쨍그랑-!
빛의 장미는 더 변화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깨지더니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
은순이는 자신의 의지와 달리 흩어지는 빛의 입자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이마에는 그녀의 하얀 피부 때문인지 혈관이 튀어나온 것이 도드라지게 보였다.
짜증이 난 것이다.
탁-.
그녀는 반사적으로 수정구에 손을 올려서 마나를 흘려보냈다.
『끄아악! 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것이냐!』
잠시 방심하고 있던 광인은 사방에서 덮쳐오는 플라즈마에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
그는 너무 억울했다, 이미 아는 것을 다 말했는데도 자신한테 이렇게 하는 것이 말이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비명을 더욱 크게 지르는 것뿐이었다.
은순이는 자신이 고통스러워할수록 금방 마나를 회수했기 때문이다.
“후······.”
잠시 후, 진정이 된 은순이는 조금 전 마법의 문제점을 되짚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많은 양의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하나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불가능은 아니야.”
지금까지 누구도 하지 않은 생각, 빛의 물질화.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당장에 과정을 모를 뿐, 그 결과는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빨리하자.”
그녀는 머리를 차갑게 식히고 연구에 들어갔다.
“······.”
본격적인 연구를 들어가려 했던 은순이는 멈칫했다.
“내가 방법을 찾아낸다면······.”
은순이는 실험이 성공하고 나서를 떠올렸다.
지금 하는 실험은 네 번째 사도, 데카에게 정보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정보는 강하온의 아내 한빛나를 찾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게 한빛나를 찾게 된다면, 지금 같이 강하온의 옆에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
생각을 이어가던 은순이는 자신의 양 볼을 때렸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광인은 움찔했다.
은순이가 미쳤다고 확신한 것이다.
“······아이실라스, 진짜 미쳤구나.”
아직도 질투, 사랑이라는 감정에 미흡한 은순이는 자신이 미쳤다고 생각했다.
지식과 실제 겪는 것은 달랐고, 특히나 지식에 많은 것을 의존하는 은순이였기에 겪는 상황이었다.
“최대한 빨리 해결한다.”
생각을 정리한 은순이는 가능한 노력하기로 했다.
다른 걸 떠나서 강하온과 나래가 행복했으면 하는 은순이의 마음 때문이었다.
은순이는 정신이나 집중할 겸, 수정구에 마나를 흘리며 생각을 정리했다.
『크아악! 대체 왜······.』
이러한 생각을 모르는 광인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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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보낸 후, 간단한 집안일을 마친 후에 점심을 준비했다.
항상 맛있는 음식이었지만, 오늘은 특히 식탁을 가득 채울 정도로 음식을 차렸다.
요 며칠, 바다에 급한 일이 있다고 다녀온 호이가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평소에는 식사에 참여하지 않는 드라쿨까지 식사에 참여했다.
녀석은 밥도 먹지 못하면서, 억지로 앉아서 대낮부터 와인을 들이켰다.
거기에 레이나까지 있다 보니 사람은 많았지만, 강하온은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은순이 언니가 바쁘신가 보네요.”
그때, 강하온의 감정을 느꼈는지 레이나가 말했다.
같은 동질감 때문인지 레이나와 은순이는 금방 친해졌고, 언니 동생하는 사이가 됐다.
“그러게 요 며칠 많이 바쁜가 보네.”
강하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바빠도 항상 식사는 참여했던 은순이였지만, 며칠 전 갑자기 뭔가 좋은 결과가 생길 거 같다고 연구에 몰두했다.
평소에는 안 그러다 갑자기 그러니, 괜히 신경이 쓰였다.
“워낙 똑똑하신 분이니까 금방 해결하실 거에요.”
“그렇겠지, 녀석은 진짜 천재니까.”
강하온도 레이나의 말에 동의했다.
지금까지 어떤 문제도 은순이는 척척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은순이는 누구보다 믿을 수 있는 존재였다.
『하온, 잠깐 내려와라.』
그때였다.
힘없는 은순이의 의념이 들렸고, 강하온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일이세요?”
“잠깐 아래 좀 갔다 올게, 밥 먹고 있어.”
강하온은 그대로 은순이의 연구실로 향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어?”
연구실로 들어간 강하온은 멈칫했다.
은순이의 눈 밑에 짙게 생긴 다크서클이 보였기 때문이다.
드래곤인 은순이한테 다크서클이라니, 그녀 스스로 얼마나 혹사했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됐어.”
은순이는 강하온을 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응?”
“여기.”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고, 은순이는 그런 강하온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곳에서는 무지개색을 내는 주먹만 한 금속 물체가 있었다.
“나 피곤해서 조금만 잘게.”
은순이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앞으로 픽 쓰러졌다.
“고생했어.”
강하온은 그런 은순이를 받아서 품에 안았다.
“그리고 고맙다.”
그는 잠든 은순이를 보면서 고마움을 느꼈다.
정확히 말은 안 했지만, 그녀가 연구를 해결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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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원의 틈새, 그곳에는 거대한 신전이 존재했다.
빛의 교단, 강하온이라는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든 새로운 은신처였다.
“마지막 놈의 위치는?”
신전 안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로브로 가렸지만 가려지지 않은 거대한 덩치와 근육.
교단의 기둥이자 세 번째 사도 스테락이었다.
“찾았어요.”
스테락의 물음에 고운 목소리를 가진 사도가 답했다.
열 번째 사도, 엘리제였다.
“제법 쓸모가 있군.”
“너는 죽어 나간 머저리들과 다르게 쓸모가 있군.”
“······.”
모욕적인 말을 들었지만, 엘리제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같은 사도라고 하지만, 그들의 위치가 같은 것은 아니었다.
스테락은 교단의 기둥이자, 빛의 신 누스의 직계였다.
즉, 인간의 기준으로는 왕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위치가 어디지?”
“지금 그곳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엘리제의 말에 스테락은 고개를 끄덕였고, 빛과 함께 사라졌다.
그렇게 스테락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드넓은 하늘이었다.
“저것인가?”
스테락의 시선은 구체를 이루고 있는 구름으로 향했다.
직격 3M 정도 되는 원형 구체의 구름, 절대 자연적으로 생겨날 수 없는 구름이었다.
“눈앞에 있는 데도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참, 귀찮은 힘이군.”
스테락은 다시 한번, 가이아가 가진 태초신의 파편을 빼앗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한 스테락은 천천히 구름 앞으로 걸어갔다.
“지구의 잠든 마지막 신이여, 이만 잠에서 깨어나라.”
그리고는 그의 몸에서 빛이 뿜어나오면서 구체 형태의 구름을 집어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