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4. 은순이는 놀이기구를 좋아해.
124. 은순이는 놀이기구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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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에서 깬 나래는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는 일어나 앉으며, 방 안에 있는 달력을 봤다.
그곳에는 ‘놀이공원 가는 날’이라고 나래가 적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나래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난 이유였다.
“헤헤.”
나래는 놀이공원을 갈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기분이 좋은 나래, 평소처럼 강하온을 깨우려고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평소 하던 것처럼 강하온을 깨우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
“일어났어?”
눈을 뜬 강하온이 먼저 나래를 보고 인사했다.
강하온은 어디를 놀러 가기 전, 나래가 항상 일찍 일어나서 깨우는 것을 알았기에 일찍 일어났다.
“어······.”
나래는 강하온이 먼저 일어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지,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있었다.
강하온은 그런 나래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나래, 아빠가 일어나 있어서 깜짝 놀랐어?”
강하온의 물음에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은 없었다.
“도시락 준비해야 해서 일찍 일어났지, 나래는 조금 더 잘래? 아빠가 준비되면 깨워줄게.”
나래는 고개를 저었다.
“옷, 준비하고 있을게요.”
“알았어, 그럼 아빠는 놀이공원 가서 먹을 도시락 준비할게.”
강하온은 침대에서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했고, 나래는 옷방으로 향했다.
“음냐, 맛있는 거 많이······.”
침대에는 세상모르고 자는 레아만 남게 됐다.
“역시 소풍에는 김밥이지.”
강하온이 준비한 메뉴는 김밥이었다.
그에게 소풍 도시락은 김밥이었다.
어린 시절 그렇게 봤었고, 항상 부러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강하온은 나래의 첫 소풍 때 일을 기억했다.
팬더 모양으로 만든 김밥을 나래가 울면서 먹지 않았던 일이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예쁘고 먹음직스럽게 만들면서 먹을 수 있는 김밥을 만들 생각이었다.
“으음.”
강하온이 열심히 도시락을 만들고 있을 때, 나래도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이제는 가득해진 옷방에서 뭘 입을지 고민됐기 때문이다.
“이거? 이거?”
나래는 옷 방에 앉아서 오랫동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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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도시락 준비를 끝내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나래야, 아빠가 도와줄까?”
먼저 준비를 끝낸 강하온은 나래를 불렀다.
옷을 고르러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는데 아직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요! 다 입었어요!”
안에서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었다.
나래의 관심사였던 화장은 이제는 패션에까지 번져 있었다.
게다가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매주 신상을 만들어 보내다 보니, 옷장에 옷도 가득했다.
그래서 그런지 옷을 고르는 데에는 아주 신중했다.
“알았어.”
강하온은 그러한 나래의 모습에 피식 웃으면서 쇼파에 앉아 기다렸다.
“아빠! 준비 끝났어요!”
잠시 기다리자, 옷방 안에서 나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리고는 나래가 뛰어나왔다.
하얀 블라우스에 청색 멜빵 옷, 케쥬얼하면서도 아주 잘 어울렸다.
“아빠, 예뻐요?”
나래는 모델이라도 된 것처럼 한 바퀴 돌면서 강하온한테 물었다.
“당연히 예쁘지, 너무 예쁘네.”
“헤헤.”
강하온에 칭찬에 나래는 기분이 좋은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았다.
“나는?”
뒤를 이어서 나온 레아도 나래를 따라 한 바퀴 돌면서 물어봤다.
“레아도 너무 예쁘네, 잘 어울려.”
나래와 같은 청색 멜빵에 레아는 노란 블라우스를 입었다.
레아의 머리 색에 맞춰서 한 나라의 코디였는데, 확실히 나래는 패션 쪽으로는 센스가 있기는 했다.
화장은 다른 얘기였지만.
“응!”
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에 기분이 좋았는지, 꼬리를 붕붕 돌렸다.
“그럼, 이제 준비도 끝났으니까 가보자.”
그렇게 놀이공원으로 가려는데, 강하온의 앞에 두 여자가 멈춰섰다.
굳이 놀이공원을 같이 따라가겠다고 고집을 부린 은순이와 레이나였다.
“크흠. 이건 어때? 별건 아니고, 그냥 물어본 거다. 예전에 선물 받은 옷이라 입어봤다.”
“저도! 저는······어때요?”
은순이는 헛기침을 물었고, 레이나는 머뭇거리더니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사실대로 말해?”
둘의 행동에 강하온은 멈칫했다.
“그럼 거짓으로 말할 이유라도 있나?”
“네! 사실대로요!”
은순이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 원한다면.”
강하온은 둘이 원하는 대로 진실을 말해주기로 했다.
하지만 강하온보다 먼저 대답한 사람이 있었다.
“이상해요!”
바로 나래였다, 나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
나래의 명쾌한 답에 둘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했는지 움찔했다.
그런 둘을 보며 강하온도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강하온이 멈칫한 이유는 둘의 옷 때문이었으니까.
“둘이 어디 파티가? 아니 좀 있다 놀이공원에서 있을 페스티벌에 알바라도 하나?”
둘은 대체 어디서 저런 옷을 구했나 싶을 정도로 화려한 옷을 입고 있었다.
중세에 귀부인이 파티할 때 입으면 딱 어울릴 옷이었다.
최소 백작 부인 이상의 귀부인이.
“······.”
“······.”
대체 무슨 대답을 듣고 싶어 기대했는지 모르겠지만, 잔뜩 기대하고 있던 은순이와 레이나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들도 강하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진짜 그렇게 입고 갈 생각이라면 따로 다니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솔직한 말로 할로윈 파티도 아니고 같이 다니기 창피했다.
“······무슨 소리, 금방 갈아입고 오겠다. 그냥 아공간에 있기에 입어본 것뿐이다.”
“저도요, 빨리 갈아입고 올게요.”
은순이와 레이나는 곧바로 옷을 바꿔 입고 나왔다.
“진작 그렇게 입고 나오지, 훨씬 좋네.”
은순이는 레아랑 비슷한 청바지에 노란 블라우스, 레이나는 나래와 비슷한 청바지에 하얀 블라우스로 조금 전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
강하온의 혼잣말에 둘은 미소를 지었다.
『대체 나는 왜 가는 것이냐?』
물론, 나래의 품 안에 안긴 바오는 무조건 놀이공원 참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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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실에 있는 놀이공원, 한국을 대표하는 곳답게 항상 사람으로 북적거렸다.
게다가 오늘은 주말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여긴 여전히 사람이 많네.”
잠실 놀이공원, 강하온도 과거 한빛나와 온 적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도 사람으로 북적거렸지만, 오랜만에 와도 여전히 북적거렸다.
“마법을 걸어 놓길 잘했네.”
현재 강하온 일행에게는 인식 장애 마법이 걸려 있었다.
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현재 그들은 수많은 인파에 둘러싸였을 게 분명했다.
“우와! 대따 크다!”
“먹을 거 많다, 저거 먹고 싶어.”
잠시 놀이공원을 처음 와 본 나래와 레아는 좋아했다.
물론, 둘의 관심사가 조금 다르기는 했다.
“여기가 놀이공원이라는 곳이군요, 뭔가 설레네요.”
강하온의 옆에 있는 레이나도 좋아했다.
그녀는 살면서 놀이공원은 처음이었고, 남들과 다른 어린 시절을 살아온 그녀에게 놀이공원을 와 보는 것은 꼭 이루고 싶은 일 둘 중 하나였다.
심지어 그녀는 강하온과 옴으로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 두 가지를 동시에 이뤘다.
“왜들 저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군.”
반면에 은순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은순이는 원래가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데다, 쇠로 된 이상한 기구를 타면서 좋아하는지도 말이다.
“싫으면 집에 먼저 가 있을래? 아마, 일찍 집에 가긴 그른 거 같아서 말이야.”
강하온은 두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말했다.
아주 의욕이 넘쳤다.
게다가 두 아이는 일반 아이들과 달리 체력도 좋았다.
장담컨대 폐장 시간까지 놀 확률이 50000%가 넘었다.
“누가 싫다고 했나? 그냥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했지.”
“뭐, 그렇다면 다행이고.”
은순이는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말했고,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굳이 싫다면서 남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냥 놔뒀다.
옆에 있단다고 해서 도움이 되면 됐지, 문제가 될 건 없었으니 말이다.
“일단 가볍게 저기부터 가볼까?”
강하온은 두 아이의 옆으로 가서 한쪽을 가리켰다.
각종 기념품과 먹을 것을 파는 장소였다.
원래 놀이공원을 오면 놀이기구를 먼저 타는 게 맞겠지만, 두 아이한테는 놀이기구보다 기념품과 음식이 먼저였다.
“응!”
강하온의 생각이 적중했는지, 두 아이는 좋다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바오 머리띠!”
나래는 팬더 머리띠를 골랐다, 패션에 관심이 생겼어도 나래의 팬더 사랑은 여전했다.
그리고는 다른 사람의 머리띠도 전부 하나씩 골라줬다.
그렇게 나래가 한창 쇼핑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 한쪽에서는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맛있어!”
바로 테이블에 앉아서 핫도그를 먹고 있는 레아 때문이었다.
“이야, 저 아이 좀 봐.”
“대단하다, 마술 보는 거 같아.”
“먹방 bj인가? 어린데 신기하네.”
레아가 핫도그를 먹는 모습 때문이었다.
벌써 레아의 앞에는 나무젓가락이 10개가 넘게 있었다.
그렇게 간단한 쇼핑과 식사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놀이기구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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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물론, 은순이와 레이나도 놀이기구를 타본 적이 없었다. 이럴 때는 가장 무난하고 위험하지 않은 게 좋았다.
“말이다!”
“말 맛있어?”
“저게 회전목마군요.”
가장 무난한 놀이기구는 역시 회전목마였다.
다행히 대부분은 회전목마를 좋아했다.
“쇠로 된 말을 타는 건가? 저런 걸 왜 타는 거지?”
반면에 은순이는 툴툴거렸다.
여전히 저런 놀이기구를 타는 것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 타려고?”
“난 안 탄다고 한 적 한 번도 없어.”
은순이는 툭툭거리면서도 안 타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바로 탈 수 있겠다, 타자.”
확실히 다른 놀이기구에 비해 인기가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런지, 줄을 서지 않고 바로 탈 수 있었다.
그렇게 강하온 일행은 회전목마를 탔다.
“헤헤.”
“재밌다!”
“재밌어요.”
강하온이야 지루했지만, 나래와 레아, 레이나는 즐거웠는지 좋아했다. 그리고 은순이는.
“놀이기구라는 것도 재밌구나.”
누구보다 좋아했다.
처음에 쇠로 된 기구에 타면서 좋아하는 인간들이 이해 안 간다고 한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다음에는 저걸 타보는 게 어때? 저건 무슨 놀이기구지?”
심지어는 다음에 날 놀이기구까지 직접 정하고 있었다.
“저거? 바이킹이라고 하는 거야.”
그 모습에 강하온은 절로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 바이킹을 타러 가볼까?”
“네!”
“응!”
아이들도 좋아했고, 다음 놀이기구는 바이킹이었다.
“꺄르르.”
애들이 무서워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전부 즐거워했다.
“좋구나.”
이번에도 역시, 은순이는 아주 좋아했다.
이제 보니 은순이는 그냥 놀이기구가 다 재밌고 좋은 게 분명했다.
바이킹을 탄 이후로도, 은순이의 리드에 따라서 놀이공원에 있는 기구들은 전부 한 번씩 타보기 시작했다.
은순이는 여기서도 자신의 넓은 시야를 사용해서 최대한 줄을 서지 않고 탈 수 있는 동선을 짜냈다.
그야말로 재능 낭비의 최고봉이었다.
“슬슬 점심 먹을 때가 된 거 같은데.”
정신없이 놀이기구를 타다 보니, 어느새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됐다.
“나도 저거!”
그렇게 먹을 장소를 찾는데, 갑자기 레아가 강하온을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는 한 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하나의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제2회 잠실 놀이공원 배, 푸드 파이터 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