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다시 뒤바뀐 서열, 그리고 놀이공원.
123. 다시 뒤바뀐 서열, 그리고 놀이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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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를 끝낸 바오의 얼굴에는 웃음으로 가득했다.
『하온, 보았느냐? 이 몸의 신성이 그 오만한 신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아직 몸의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았음에도 바오는 조금 전 상황을 떠들고 있었다.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는 거로 보아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그래, 봤다. 아주 훌륭하더군.”
평소였으면 무시하거나, 오히려 심술궂게 대답했을 강하온이었지만, 이번만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바오가 영역을 깨달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게다가 신성마저 집어삼키는 영역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아주 특별하면서도 강한 영역이었다.
『그렇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강하온이 칭찬할 거라고 생각 못 했는지, 바오는 잠시 움찔하더니 이내 웃으면서 좋아했다.
“맞아요, 바오 씨. 엄청 대단했어요.”
『인간 여자, 네가 봐도 그랬나?』
“네, 저야 잘 모르지만, 엄청 대단한 건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 네가 보는 눈은 아주 좋았지.』
바오는 레이나의 칭찬에 기분이 좋았는지, 강하온의 어깨에서 내려와서 레이나의 품에 안겼다.
『그래, 어떤 부분이 그렇게 대단했나?』
그리고는 레이나에게 칭찬을 강제로 요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착한 레이나는 죽을 뻔한 바오한테 칭찬을 해줬고, 그러한 칭찬은 집에 도착해서 나래의 품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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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쿨이 바오와의 서열 정리에서 승리한 지도 얼추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그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한때를 보냈다.
귀찮은 일이 있으면 바오를 시켰고, 특히 그가 좋아하는 달을 보며 바오가 사 온 싸구려 와인을 먹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였다.
만약 판게아에 뱀파이어를 본다면 꼭 추천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언제나 너무 행복하면 불안한 법이었다.
“······요새 좀 달라진 거 같던데.”
사실 드라쿨은 바오가 강하온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보고 비웃었다.
자신처럼 피의 힘을 흡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악신과 전투로는 자신이 도달한 경지에 오를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역에 오른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생각은 점점 더 확고해졌다.
실제로 처음에 바오는 반병신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었다.
조금 기세가 달라진 것은 있었지만, 자신의 적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급격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 며칠 전에는 다시 바오한테서 아무런 힘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 뭐가 달라졌겠어? 그냥 잔재주나 배웠겠지.”
드라쿨은 자신이 너무 예민했다고 생각하고, 기분 전환이나 할 겸 하늘을 달을 바라봤다.
오늘은 특히, 그가 가장 좋아하는 만월이 뜬 밤이기도 했다.
“······재수 없게 시리.”
드라쿨은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달이나 보려고 하니, 갑자기 구름이 달을 가렸기 때문이다.
“와인이나 먹어야겠다,”
이런 날에는 약간은 떫은 싸구려 와인이 제격이었다.
『야, 일어나.』
드라쿨은 당연하게 바오를 불렀다.
싸구려 와인은 바오가 사와야 제맛이었다.
“오늘은 빠르군.”
드라쿨은 재빨리 지붕 위로 올라온 바오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평소처럼 뭉그적거리지 않고, 곧바로 나왔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은? 이 시간에 내가 왜 불렀겠어?”
드라쿨은 당연하다는 듯 말도 하지 않고, 턱 끝으로 멀리 보이는 편의점을 가리켰다.
『그렇군, 오늘도 그 싸구려 와인을 먹는 건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군, 뭐해?”
드라쿨은 바오한테 눈짓을 줬다.
당장 안 가고 뭐 하냐는 표현이었다.
『그 전에 해야 할 것이 있다.』
“해야 할 거? 뭐지?”
『벌써 한 달이 지났더군, 오늘 다시 한번 붙자.』
“뭐, 굳이 겪어봐야 알겠다면 원하는 대로 해야지.”
드라쿨은 흔쾌히 바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질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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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던 강하온은 강렬한 기운에 눈을 떴다.
익숙한 기운들의 충돌, 드라쿨과 바오였다.
“후······.”
강하온은 긴 한숨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미 둘이 너무 강해진 여파로, 둘의 서열 정리에는 심판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역할은 강하온이었다.
“서열을 정해서 뭐 하겠다는 건지.”
강하온은 드라쿨과 바오, 둘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서로 시킨다고 해봤자 죽통밥과 싸구려 와인을 사 오라는 심부름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면서 저렇게 비장하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 웃기기까지 했다.
“뭐, 그래도 당분간은 안 하겠지.”
강하온은 귀찮기는 했지만, 오늘 이후로 당분간 서열 정리는 일어나지 않을 거란 생각에 편안하게 마당으로 걸어갔다.
그는 이미 누가 이길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바로 시작할래?”
둘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하온은 안전하게 결투를 벌일 수 있는 영역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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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환경이 바뀌는 것을 인지한 드라쿨은 곧바로 영역을 전개했다.
그의 몸에서 붉은빛이 뻗어 나오면서 바오를 집어삼켰다.
그리고 드라쿨은 드높은 권좌에서 무심한 눈으로 바오를 쳐다봤다.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라는 것을 확실히······.”
말을 하던 드라쿨은 멈칫했다.
바오의 얼굴에 지어진 편안한 미소, 그것은 여유였다.
이미 겪어 본 영역 안에서 여유를 부리는 모습은 그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
“······느끼게 해주마.”
『그게 가능하면 해봐.』
귀까지 파며 여유를 부리는 바오의 모습에 드라쿨은 대답을 피의 말뚝으로 대신했다.
투드득-!
땅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피의 말뚝이 뽑혀 나오더니, 이내 바오를 향해 빠르게 쇄도했다.
번쩍-!
말뚝이 바오의 몸의 닿으려는 순간, 초록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는 울창한 수림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난 수림은 피의 말뚝을 가볍게 막아냈다.
그 모습에 드라쿨은 자신이 느낀 불안감의 이유가 이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이거였나? 허나 이제 막 영역에 들어선 네 놈은 내 상대가 되지 못한다.”
드라쿨은 조금 당황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겁을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이번 결투의 승리는 자신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수준의 차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겠구나.”
힘은 마약과 같았다.
영역이라는 미개적치를 발견한 드라쿨은 쉬지 않고 영역을 갈고 닦는 데 열중했다.
그리고 불과 한 달이었지만, 드라쿨의 영역은 훨씬 더 강해졌다.
완벽히 흡수하지 못했던 블미르의 힘을 일부 깨운 것이 주요했다.
휘리릭-!
드라쿨이 손가락을 튕기자, 그의 앞에 작은 바람이 일었다.
작은 바람은 곧 붉은 폭풍으로 변화했다.
피의 폭풍은 엄청난 속도로 바오의 대수림을 강타했다.
“······.”
자신만만하게 공격했던 드라쿨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당장에라도 바오의 대수림을 전부 날려버릴 거 같았던 붉은 폭풍이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다.
정확히는 바오의 대수림이 폭풍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것이다.
『이봐, 목 아픈데 좀 내려오지? 우리 눈높이가 좀 달라진 거 같은데.』
“······.”
바오의 도발에도 드라쿨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단 한 벅의 격돌로 수준의 차이를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괴물 같은 영역이야.”
전투를 지켜보던 강하온은 바오를 보며 말했다.
지금까지 봤던 어떤 영역보다도 위협적인 영역이었다.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베란다에 두 그릇 갖다 놔.』
“······알았다.”
바오는 오랜만에 죽통밥을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드라쿨이 만끽한 행복한 시간은 한 달 만에 막을 내렸다.
“이해할 수 없군.”
강하온은 그런 둘을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렇게 먹고 싶으면 배달을 시키면 되지, 굳이 둘이 왜 저러는지 이해가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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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아카데미 어린이반 학부모 사이에서는 요새 아주 핫한 주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나래 아빠, 강하온에 관한 얘기였다.
정확히는 강하온의 여자들이었다.
“영기 엄마, 이번에 나래 아빠랑 같이 온 여자분 봤어요?”
“봤지, 글쎄 보고 깜짝 놀랐다니.”
“맞아요, 난 같은 샵이여서 주지현, 이태희도 다 봤는데, 그 여자분한테는 상대도 안 되던데요.”
학부모, 정확히는 엄마들 사이에서 핫한 주제가 된 인물은 레이나였다.
마지막 남은 악신 때문에 한 시도 떨어질 수 없다고 해서 나래와 레아의 하원까지 따라 왔고, 그때 학부모들 사이에서 보인 것이다.
“그 여자분이 나래 엄마겠지?”
“그럼, 나래랑 아주 쏙 빼다 닮았더구먼.”
학부모들은 전부 레이나가 나래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게, 한빛나와 레이나는 가이아의 파편이었다.
정확히는 가이아를 닮았고, 그러다 보니 모르는 사람 눈에는 레이나가 나래의 엄마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래 엄마는 그 여자분이고, 레아 엄마는 그때 학예회 때 본 여자인가?”
“맞다, 맞아. 그 여자도 있었다.”
“그 여자도 엄청 예쁘던데, 나래 아빠는 능력도 좋네.”
어느새,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은순이와 레이나가 자연스럽게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강하온의 아내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하원을 하러 온 강하온은 그 얘기들 듣게 됐다.
“뒤에서 떠드는 걸 참 좋아하는 아줌마들이야.”
강하온은 굳이 저런 행동으로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다.
없는 데서는 나라님 욕도 한다는 데, 당연히 궁금해할 수 있는 것을 저렇게 수군거렸다고 뭐라 할 생각은 없었다.
“그나저나 레이나는 좀 불쾌하지? 지금 가서 말해야겠네.”
강하온이야 괜찮았지만, 레이나는 순수한 처녀였다.
그런데 애 엄마 취급을 받다니,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었다.
그는 괜한 오해를 풀 생각이었다.
“······괜찮아요.”
레이나는 걸어가는 강하온의 팔을 붙잡았고,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네, 괜히 저 때문에 얼굴 붉히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기분 나쁘거나 하지 않아요.”
“그래? 그럼, 알았어.”
강하온은 레아나가 괜찮다는데, 굳이 가서 말할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저 사람들이 악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말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사람이 모이면, 이런 저런 얘기들이 나오는 법이었다.
실제 강하온의 여자들에 대한 주제는 금방 지나갔고, 다른 주제로 말하기 시작했다.
“현수가 다니는 영어 학원은 어때요?”
“이번 주말은 어떻게 하기로 하셨나요?”
“이번 주요? 아마 놀이공원에 갔다 올 거 같아요,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방 BJ도 온다고 해서요.”
애들 학원 얘기며, 주말에 뭘 할지 등등.
대부분이 아이들에 대한 주제였다.
“으음, 놀이공원이라.”
학부모들의 얘기를 듣던 강하온은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그 어린 시절, 부러웠던 것 중 하나였다.
강하온은 부모님과 놀이공원을 가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부러웠었다.
“애들한테 물어봐야겠네.”
강하온은 아이들이 나오면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빠!”
잠시 후, 사랑스러운 나래와 레아가 달려 나오면서 강하온에 품에 안겼다.
“나래야, 레아야. 내일 놀이공원 갈까?”
“놀이공원? 좋아!”
“맛있는 거 많으면 좋아!”
그렇게 강하온의 주말은 아이들과 놀이공원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