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 숲의 신, 엘디어스
121. 숲의 신, 엘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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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브릿지 상공, 빛이 번쩍했다.
하지만 그 주변에 있는 누구도 그 빛을 인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 빛이 번쩍였던 자리에 있는 하얀 로브을 뒤집어 쓴 존재, 교단의 존재를 알아 보는 인지하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군.』
잠시 주위를 살핀 교단의 존재는 타워브릿지 밑에 흐르는 템즈강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도착한 곳은 정확히 하루 전, 세상을 멸망시킬 뻔했던 악신, 비비가 잠들어 있던 곳이다.
『······.』
남자는 유심히 주변을 살폈다.
그러더니 바닥에 떨어진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아냈다.
아주 작아서 유심히 본다고해도 아주 작은 물체, 가루라고 부를 정도로 작았다.
『다행히 흔적이 남았군.』
그가 찾아낸 것은 비비와 바오의 전투 중, 바오가 겨우 성공했던 공격에 떨어진 비비의 날개 조각이었다.
비비의 날개 조각은 빨려들어가듯, 교단의 존재에게 들어갔다.
『······』
그때였다, 교단의 존재는 황급히 모습을 감췄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교단의 존재가 보이지 않았다.
번쩍-!
그리고 그 근처에서 빛과 함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 악신이 나타나면서 가장 큰 수혜를 얻은 아서와 멀린이었따.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게다가 여긴 어디야? 물 속?"
아서는 파티 중에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며 데려온 멀린을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만 있어봐."
하지만 멀린은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알았어."
그러자 아서도 가만히 지켜봤다.
평소 장난기 많은 멀린이 저런 표정을 짓는다는 건, 뭔가 심각한 일이 있다는 거 였으니 말이다.
"후······."
잠시 주위를 살피던 숨을 크게 내쉬었다.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으음, 뭔가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거든."
멀린은 아발론은 얻은 뒤,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탐지 마법에 뭔가 거슬리는 느낌이 걸린 것이다.
"성에서 여기까지? 그냥 착각한 거 아니야? 어제 하온 님이 말씀 때문에 신경이 예민해진 거 일 수도 있잖아."
"그럴수도 있겠네."
멀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과거, 선조들의 차원을 멸망시키고 지구로 도망치게 만든 존재, 빛의 신 누스와 그를 숭배하는 교단이 지구에도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다.
그로 인해 실제로 쉬지않고 잊혀진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
자신은 선조들처럼 고향을 버리고 도망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만 돌아가자, 전부 놀랐겠어."
"알았어."
아서와 멀린은 놀랐을 원탁의 기사들 생각에 다시 성으로 돌아갔다.
실제로 파티장에 있던 원탁의 기사들은 뭔 일이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전부 무장을 끝낸 상태였다.
『······내 기운을 느낀건가?』
잠시 후, 아서와 멀린이 사라지자, 모습을 감췄던 교단의 존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의념에는 놀라움이 담겨져 있었다.
『······쓸만하겠어.』
교단의 존재는 아서와 멀린이 사라진 장소를 한 동안 지켜보다 번쩍이는 빛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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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오는 비비와의 전투에서 전력을 다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무엇인가? 비비의 날개에 작은 흠짓하나 내는 것이 전부였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말이다.
충분히 절망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바오는 그러지 않았다.
『빌어먹을 모기 새끼, 조금만 더 기다려라.』
절망하기에는 드라쿨한테 졌다는 굴욕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는 드라쿨을 다시 이길 수만 있다면, 지독한 절망감을 몇 번이나 더 느껴도 상관 없었다.
바오는 침대에 몸을 일으켜 밤하늘을 보며 다짐했다.
『거기 팬더, 요 얖에 편의점가서 칠레산 와인 좀 사와봐라. 오랜만에 싸구려 와인이 먹고 싶군.』
『······.』
『안 자는 거 다 안다, 쳐 맞기 싫으면 빨리 사와.』
『······알았다.』
바오는 지독한 굴욕감을 느끼면서 인간 형태로 변해서 와인을 사다줘야했다.
『모기 새끼······, 죽통밥 매일 먹을거야.』
나름 배려한다고 일 주일에 한 번씩 밖에 시키지 않았던 바오는 다시 서열이 정리되면, 그때부터는 매일, 아니 하루에 2번 씩 시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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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많은 악신이 깨어났다.
거대한 폭풍을 만들어냈던 폭풍의 신, 전 세계에 있는 화산을 터트릴 뻔 했던 용암의 신, 다시 빙하기가 도래하게 할 뻔 한 얼음의 신, 전 세계를 폭염으로 전부 녹여버리려고 했던 폭염의 신.
그 외에도 많은 악신이 깨어났다.
하지만 인류는 그러한 사실이 있다는 것 조차 알지 못했다.
강하온이 그들이 깨어나는 순간, 붙잡아서 영역 안으로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죽을 각오로 싸워, 달라지는 게 없다면 살려줄 생각은 없어."
『나도 바라는 바다, 단 한번도 너를 믿고 싸운 적은 없어.』
그들은 바오의 수련 상대가 되었다.
그리고 결과는 당연했다.
바오의 패배, 바오는 빈사 직전까지가서 강하온의 도움으로 목숨만 건졌다.
매 악신을 상대할 대 마다 바오도 강해졌지만, 공교롭게도 깨어나는 악신들은 점점 더 강했다.
당연히 바오가 이길 수 없는 상대였던 것이다.
그 때문에 악신들은 강하온의 소중한 경험치가 되어 전부 사라졌다.
"으음, 슬슬 형태가 잡히고 있긴한데."
그래도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 곱번 째 악신을 상대할 때, 바오는 거의 영역을 구축하기 전 단계까지 도달했다.
강하온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성장이었다.
그만큼 바오가 절박하기도 하다는 말이었다.
"지금부터는 꽤 오래 걸리겠어."
하지만 강하온은 생각보다 이 구간에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현재 바오는 영역에 도달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것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금방 원하는 걸 이룰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모든 악신을 처리할 때,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봤던 레이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녀가 보기에 바오는 처음 비비와 싸울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힘을 볼 수 있는 레이나에게는 보였다.
바오의 힘은 처음보다 더 커지고 짙어졌다.
"아니, 녀석한테는 가장 중요한 게 빠졌거든."
강하온은 고개를 저었다.
영역,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작은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즉, 권능이라 불러도 부족하지 않은 힘이었다.
그런 힘을 단순히 힘의 덩치만 키운다고 해서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랬으면 바오는 진작에 영역의 단계에 도달했을 것이다.
실제로 바오의 마나는 무식할 정도로 많았다.
반면에 그가 만난 신들 중에는 바오보다 마나가 적지만, 영역을 전개하는 신도 있었다.
즉, 영역은 단순히 힘이 중요한 것이 아닌, 정신적인 깨달음을 필요로 하는 힘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근간을 표현하는 힘이기도 했다.
강하온 자신의 경우 황폐한 황무지,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투쟁의 삶이 담겨 있었고, 드라쿨의 경우는 오만함이 담겨 있었다.
물론, 드라쿨이 그 정도 고차원의 깨달음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원시의 신, 블미르의 신성과 강하온의 피에 담긴 힘, 그리고 그의 타고난 성정이 만들어낸 우연한 결과로 영역이라는 단계에 도달했다.
뭐든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그건 드라쿨만 가능한 일이었고, 바오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여튼 바오는 아직 마나의 자신의 근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근간은 강하온 역시 확실히 파악할 수 없었다.
'내가 잘못 생각했나?'
강하온은 바오의 근간이 되는 힘은 야성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야성이 깨어난 바오는 빠른 성장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었다.
마나가 단단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주 중요한 것이 생겨나지 않았다.
'뭐, 맞다보면 되겠지."
고민하던 강하온은 고민을 접었다.
이렇게 고민해봤자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차피 깨닫는 것은 바오가 직접해야했고,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다.
"하온님, 악신이에요."
그렇게 며칠 후, 다시 악신이 깨어났다.
아홉 번째 악신이었다.
"어디지?"
"아마존입니다."
"그래? 뭔가 느낌이 좋은 곳이네."
아마존 열대수림, 지구의 허파라 불리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곳은 바오가 제왕으로 군림했던 대수림과도 비슷한 곳이었다.
번쩍-!
강하온과 레이나, 바오는 곧바로 아마존으로 이동했다.
"저 쪽이에요."
이미 레이나는 강하온과 많은 악신을 처리하고 다녀서 그런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악신의 위치를 찾아냈다,
강하온은 그런 그녀를 보며 흐믓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런 강하온의 시선에 레이나는 얼굴을 붉혔지만, 강하온은 훌륭한 네비게이션이라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깊숙히도 숨겨놨군."
악신이 잠든 곳은 아마존의 중심, 그곳에서도 땅 속 깊숙히 있었다. 그렇게 땅 안으로 들어간 강하온 일행은 아주 거대한 공간을 맞이했다.
그 안에는 거대한 나무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성이 느껴지는 나무였는데, 강하온은 비슷한 나무를 본 적이 있었다.
"세계수?"
그렇다, 그것은 엘프들이 모시는 세계수와 비슷했다.
"왜 여기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들어가자."
강하온은 곧바로 세계수와 비슷한 악신을 끌고, 영역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으로 오기 전, 나무들이 살아있는 것 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 재앙을 세상을 퍼트릴 수는 없었다.
특히, 나래가 꽃을 좋아하기에 집에도 꽃은 많았기 때문이다.
강하온의 영역으로 들어간 이후, 얼마 있지 않아서 거대한 나무에서 초록빛이 번쩍하더니 모습이 바뀌었다.
그리고 그 변한 모습은 강하온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으음, 엘프?"
뾰족한 귀에 아름다운 외모, 그 모습은 엘프와 똑 닮아 있었다.
『그대가 나, 숲의 신 엘디어스를 깨운 자인가?』
숲의 신, 엘디어스는 지금까지 만난 악신과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강하온을 보며 말했다.
『옆에 가이아의 파편이 같이 있다니, 혼란스럽구나.』
레이나를 봤음에도 여전히 침착했다.
강하온은 엘디어스를 보고, 그녀가 엘프들의 신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사실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그딴 가면을 쓰고 있을 거지?"
강하온은 귀찮다는 듯 말하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강하온 일행의 뒤에서 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끼에엑!』
그러자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들려오면서 투명한 식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눈치채지 않을까 생각은 했지만, 막상 눈치채는 것을 보니 놀랍구나.』
숲의 신, 엘디어스 그녀가 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인자해 보였지만, 그녀 역시 악신이었다.
『역시 그대는 강해.』
"그건 네 쪽에서 할 말이 아니고, 내가 할 말 아닌가? 내가 강자니까."
『······오만하기까지 하구나, 시온이 사라지면서 생긴 여파로 태어난 부산물이.』
여유로움을 유지하던 엘디어스의 표정에 균열이 생겨났다.
드디어 가면을 벗어던진 것이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주위에서는 푸른 싹이 트면서, 순식간에 숲을 이루기 시작했다.
숲의 신에 어울리는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악신보다도 강한 존재임이 확실했다.
"어때? 이번에는 좀 힘들 거 같은데 내가 할까?"
『아니다,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하겠다.』
강하온이 말하기도 전에 바오는 인간 형태로 변해 있었다.
그는 전날에 한 와인 심부름을 생각하면, 도저히 가민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숲의 신 엘디어스와 대수림의 제왕 바오가 맞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