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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16화 (116/186)

116.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116.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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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쿨과 바오를 집어 삼긴 거대한 혈기 구체, 강하온은 그것이 뭔지 알고 있었다.

"영역을 전개를 해냈군."

영역이라 부르는 일종의 경지였다.

시전자의 근원으로 이루어진 공간으로, 자신은 몇 배나 강한 힘을 적은 약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하긴, 그런 녀석의 힘을 흡수했는데 해내지 못하면 이상한 거지,"

블미르는 원시의 신이었다.

비록 영역을 전개하기 전 강하온에게 죽어서 그랬지만, 블미르 역시 영역을 전개할 수 있는 신이었다.

게다가 드라쿨은 좀 모자란 부분이 있어도 드래곤의 피로 재능 하나는 확실한 존재였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바오의 패배가 되겠어."

영역이 전개 된 이상, 승부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 없었다.

영역이라는 변수 때문에 강하온은 드라쿨의 승리를 예상했었다.

혹시나 바오도 영역을 전개한다면 모르겠지만, 아직 바오는 그 정도의 경지가 아니었다.

"녀석의 영역은 어떤 모습이려나."

영역은 전개를 하는 존재마다 전부 제각각이다.

그도 그럴 게, 영역은 자신의 근원, 그 근원을 이루는 것은 힘도 있었지만 시전자의 성격이나 마음의 형태, 모든 것이 고려되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궁금했다, 과연 드라쿨의 심상은 어떤 모습일지.

"한 번 구경이나 해봐야겠군."

그 순간, 강하온의 눈이 황금색으로 바뀌었고, 그는 붉게만 보이는 드라쿨의 영역 안을 꿰뚫어봤다.

강하온의 시선을 빼앗은 것은 거대한 성이었다.

화려한 모습의 성과 조각성, 성 주변에는 무시무시한 말뚝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리고 드라쿨은 성의 꼭대기, 붉은 색의 화려한 왕좌에 앉아서 거만한 눈으로 바오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참, 녀석다운 영역이네."

강하온은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지금까지 몇 번의 영역을 봤지만, 드라쿨 같은 영역은 처음봤기 때문이다.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면, 황금의 신과의 전투에서였다.

온통 황금으로 이루어진 광산, 하지만 그의 영역도 드라쿨에 비할바는 되지 못했다.

"바오가 어떻게 나오려나?"

강하온은 이 상황을 과연 바오가 어떻게 헤처나갈지 지켜봤다.

『······이번에는 무슨 개수작을 부른거지?』

바오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침착하게 드라쿨을 올려다 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있었다.

『모기 새끼, 또 무슨 짓을 벌인 거지? 환영 마법은 아닌 거 같은데.』

그는 이 영역 안에 들어왔을 때부터 왕관의 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관의 힘이 통할 리가 없었다.

이 영역이라는 것은 정신마법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권능에 가까운 힘이었다, 바오의 왕관으로 해제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개수작?』

성의 꼭대기, 화려한 왕좌에 앉은 드라쿨은 피식 웃으면서 무료한 표정으로 바오를 쳐다봤다.

『네놈이 이해할 수 없는 힘은 모든 것이 개수작인가? 그거 참 짐승 대가리에서 나오는 아주 편협한 논리가 아닐 수 없군.』

드라쿨은 이 와중에도 상대의 신경을 거스르는 것을 기깔나게 잘해냈다.

『저 모기 새끼가······.』

그런 드라쿨의 말에 바오는 이를 갈뿐 딱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드라쿨의 언행이 좀 거칠기는 했지만, 자신의 생각과 얼추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개 수작이 아니고, 네놈과 나의 눈높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 높이의 차이를 보여주마."

드라쿨은 그렇게 말을 하고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땅에 박혀 있던 말뚝이 뽑아져 올라오면서 전부 바오를 조준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온은 움찔했다.

"저 놈은 저런 오글거리는 말을 잘도 하네."

바로 드라쿨이 뱉는 말 때문이었다.

"그런데 묘하게 잘 어울리네."

다른 사람이 했다면 아주 오글 그 차체였을 대사였지만, 지금 드라쿨의 모습과는 아주 잘 어울렸다.

병신같지만 멋있다? 그말이 딱 어울렸다.

"마지막 기회를 주지. 꿇어라, 그러면 힘을 거둬주지."

드라쿨은 손가락 하나 핀 손을 머리 옆으로 올리며 말했다.

『닥쳐라! 죽을지언정 네놈한테 굴복하는 일은 없을 거다.』

바오는 창을 쥔 손아귀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의 모습는 사방에서 자신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말뚝을 봤지만,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과연 그럴까? 어디 한 번 지켜보지."

드라쿨은 바오의 말을 믿지 않았다.

굴복하지 않는다? 자신도 처음 바오한테 서열 정리에서 지기 전까지는 그렇게 말했었다.

하지만 매 앞에서는 장사가 없었다.

실제로 그는 바오가 강하온의 몽둥이에 맞으면서 눈물을 쏙 빼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본 적이 있었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 지 말이야."

드라쿨이 손가락을 내리자, 강력한 혈기로 이루어진 말뚝은 바오에서 쏟아져 내렸다.

『하압!』

바오는 날아오는 말뚝을 보며 황금 죽창을 휘둘렀다.

하지만 공격을 막는 바오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쾅-! 쾅-!

공격을 막을 때마다 들려오는 거대한 폭발 소리와 손에서 느껴지는 반탁력, 지금까지 상대했던 드라쿨의 어떤 공격보다도 강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바오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갔다.

『내가 저딴 놈한테······, 질수 없다!』

하지만 바오는 포기하지 않고, 모든 마나를 터트렸다.

그의 방대한 마나가 퍼져나가면서 푸른 대나무 숲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했다.

전투를 시작하기 전, 보였던 대나무보다 훨씬 더 구체화된 못흡이었다.

실제로 대나무 형태를 이룬 마나가 말뚝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얼추 보기에는 바오 역시 영역을 전개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강하온은 고개를 저었다.

"반쪽짜리 영역으로는 이길 수 없지."

지금 바오가 보여준 모습은 제대로 된 영역이 아니었다.

깨달음보다는 단순히 무식한 마나의 양으로 흉내를 낸것 뿐, 진정한 영역에게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그러한 사실은 평온한 드라쿨과 달리, 힘겨워하는 바오의 표정에서도 보였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타나기도 했다.

쩌저적-!

영원히 드라쿨의 말뚝을 막아줄 거 같았던 바오의 푸른 숲이 일순간 깨져나갔다.

『······.』

바오는 작은 입자가 되어 사라지는 자신의 마나를 허망하게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래, 그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 아주 보기가 좋군."

드라쿨은 언제 왕좌에서 내려왔는지, 바오의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

하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한 바오는 반항조차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저 녀석, 이번에는 좀 타격이 크겠는데?"

강하온은 그런 바오를 안타까운 눈으로 봤다.

원래의 바오, 대수림의 여러 왕 중에서 말석을 겨우 차지하던 바오였다면 이런 패배를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진다면, 다시 이길 때까지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의 바오는 달랐다.

대수림의 제왕으로 군림해온 시간이 너무 길었다.

제왕으로 있던 그에게 패배는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 올 게 분명했다.

특히, 그 상대가 자신이 항상 깔보던 드라쿨이라는 것도 큰 이유 중 하나였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뭐 하는 거야?"

강하온은 혼자서 중얼거리는 드라쿨을 봤다.

"이런 힘이라면?"

분노로 인해서 자신의 아주 깊숙한 곳에서 깨어난 자신도 모르는 힘이었다.

하지만 영역의 힘을 느낀 드라쿨은 지금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것이 강하온이던, 은순이던, 이 영역 안에서는 이길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생각과 동시에 사라졌다.

쩌저적-!

그가 만든 영역이 일순간 깨지면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를 만든 사람은 찾기가 쉬웠다.

"뭐해? 그 안에서 살래?"

들려오는 목소리, 강하온이었다.

'······드라쿨아,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드라쿨은 전생에 자신이 왜 죽었는지 다시 한 번 기억을 상기했다.

"하하, 안 그래도 나오려고 했다."

드라쿨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그나저나 이제 내가 저 죽통밥, 아니 팬더 녀석보다 서열이 높아졌다."

드라쿨은 신나서 멍하니 있는 바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서?"

"그야, 이제부터 경비는 내가 아닌 저 녀석을 시키면 될 거 같다."

드라쿨은 이제 지긋지긋한 경비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응? 그게 무슨 소리지?"

강하온은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기는, 굳이 나보다 서열이 낮은 놈이 있는데 내가 경비를 설 필요는 없잖아."

"으음, 그럴수도 있군."

강하온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래도 진짜 상관 없어?"

"그야 당······,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려던 드라쿨은 멈칫했다.

이대로 고개를 끄덕였다가는 안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경비를 바오한테 맡기는 거야 상관 없지만, 그러면 네 월급도 사라지는 거야. 네가 월급 받는 조건은 경비 일에 대한 댓가니까."

"······."

드라쿨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잘못 말했다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아다만티움알을 낳은 거위의 배를 가를 뻔 했다.

"원하면 경비 일을 제외시켜주지, 대신에 앞으로 다시는 경비일을 할 수 없을거야."

강하온은 드라쿨에게 선택의 기회를 줬다.

정답이 정해진 선택의 기회였다.

"하하하, 그게 무슨 소리냐? 나는 내 천직이 경비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드라쿨은 정답을 선택했다.

"앞으로 날! 경비의 드라쿨이라 불러주길 바란다. 내가 죽기 전까지는 계속 할테니, 절대로 날 해고해서는 안 된다."

드라쿨은 큰 소리로 대답하면서 지붕 위로 올라갔다.

지붕 위로 올라간 그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짝-!

그 와중에도 옆을 지나가는 모기를 잡은 것은 잊지 않았다.

천직이 경비인 드라쿨이었다.

#

드라쿨과 바오, 둘 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서열 정리가 끝난 후, 둘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었다.

항상 바오의 심부름을 피하기 위해서 낮에는 잠을 자던 드라쿨은 잠을 안 잤다.

"하하하, 뭐 드시고 싶은 것이 없소? 말만 하면 내가 다 사다 드리겠소."

호이의 옆에 딱 달라 붙어서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반면에 바오는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완전한 저기압으로 바뀌었다.

"팬더, 요 앞에 편의점에서 파는 와인이 먹고 싶군. 당장 사와라."

『······알았다.』

바오는 드라쿨의 심부름에만 가끔 반응할 뿐, 진짜 팬더 인형처럼 지내고 있었다.

"으음, 생각 이상으로 충격이 컸나보네."

그런 모습을 지켜보는 강하온의 마음은 좋지 않았다.

바오야 어떨 지 모르지만, 강하온은 그를 진심으로 몇 없는 친구 중 하나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단은 조금 더 기다리자."

바오한테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바오의 자존심을 위해서 조금 참기로 했다.

아마, 녀석도 도움이 필요하면 직접 부탁할 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을 때, 강하온에게 바오가 찾아왔다.

『하온······, 나를 도와주라.』

대수림의 제왕답게 자존심이 강한 바오가 직접 무릎까지 꿇으면서 강하온에게 부탁했다.

"포기는 없는데 괜찮나?"

『물론이지.』

바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성이 게으른 바오였지만, 그는 이번 만은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을 깔보듯 내려다보는 드라쿨의 눈빛이 절대로 잊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때마침 바오를 수련시킬 좋은 기회가 생겼다.

"하온님."

레이나가 다급하게 강하온을 불렀다, 잠들었던 악신이 깨어난 것이다.

"잘 됐네, 따라와라."

강하온은 바오를 데리고 악신이 깨어난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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