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 호이 축하 파티
114. 호이 축하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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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쿨이 피의 신성을 얻은 직후,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강하온 일행이 도착했다.
"응?"
"······잠깐 사이에 달라졌네."
강하온과 은순이는 드라쿨의 변화를 인지했다.
'블미르의 힘을 흡수했나 보군."
강하온은 드라쿨이 흡혈을 한 것도 알 수 있었다.
허락 없이 흡혈을 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적에 대한 흡혈 행위는 허락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원시의 존재들, 생각지도 못한 적들과 마주했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몰랐다.
한 손으로 여러 손을 감당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강하온 만의 얘기했다.
주의에 올 피해를 막기 위해 강한 존재가 많을 수록 좋았다.
그렇게 볼때, 드라쿨은 아주 좋은 예였다.
어딘가 좀 부족하기는 했지만.
"그나저나 기대 이상이야."
종이야 다르지만, 힘으로 따지면 블미르는 드라쿨의 조상 격이었다.
블미르는 모든 피의 근원이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만족스러운 결과로 다가왔다.
'강력한 신성이네.'
블미르인 당사자보다 강해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강해졌다.
이제는 어디 가서도 맞고 오지는 않을 정도는 됐다.
하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었다.
물론, 그것이 드라쿨에 대한 것이 아닌 바오였다.
『저 녀석 묘하게 달라진 느낌인데, 얼굴도 반들반들해졌고. 혼자 맛있는 거라도 먹었나?』
바오는 강하온과 은순이와 달리, 드라쿨의 변화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이제는 바오가 기감으로 강함을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드라쿨이 강하졌다는 말이었다.
실제 강하온이 느끼기에도 둘의 힘은 엇비슷해진 상태였다.
'누가 이기려나.'
강하온도 두 사람 사이의 의미없는 서열 정리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지금은 그 조차, 정확히 누가 이길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조금 궁금하기는했다.
'그래도 바오 녀석이 이겼으면 하는데.'
강하온도 사람인지라, 정이 더 가는 쪽을 응원했다.
바오는 힘든 시기에 옆에 같이 있어줬던 친구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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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 이 말은 진리였다.
그리고 그러한 진리를 드라쿤은 다시 한 번 느꼈다.
"저런 괴물 같은······."
불과 반나절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 보이는 은순이는 확연하게 달랐다.
이제서야 보이게 된 것이다.
위대한 존재 드래곤, 그 중에서도 천재라 불리는 은순이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
하지만 그보다 그를 놀라게 한 것은 강하온이었다.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강하온의 강함은 그가 인지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막연한 힘, 그냥 우주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자신은 그 우주 속, 티끌 같은 먼지가 된 느낌이랄까?
스스로를 초라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역시 저 둘은 빼길 잘했군.'
드라쿨은 자신의 선택을 칭찬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둘한테는 절대 덤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선을 돌렸다.
"저 죽통밥 녀석."
드라쿨은 시선이 향한 곳은 나래의 품에 안긴 바오였다.
"이제보니 마나가 넘치는 거 말고는 별 것도 없는 녀석이었다."
드라쿨은 바오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쿨이 더 강하다는 것은 아니었고, 피의 신으로서의 권능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별것도 없다고 말한 것 치고는 드라쿨의 표정이 떨떠름했다.
"으음, 그런데 저 녀석 팬더가 맞나? 원래 킹 팬더라는 종족이 그런 건가?"
바로 마나가 넘치는 것 때문이었다.
말은 넘친다고 했는데, 그 정도가 좀 지나쳤다.
냉정하게 말해서 마나를 먹고 산다고하는 드래곤, 옆에 있는 은순이보다 마나가 많았다.
그도 그럴 게, 대수림의 모든 지기를 받고 자라나는 황금 대나무는 판게아에서도 손 꼽히는 영약이었다.
그런데 바오는 대수림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몇 십년을 숨쉬듯 황금 대나무 입을 먹어왔다.
피조차 마나로 이루워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드라쿨은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래도 질 거 같지는 않단 말이지."
마나가 많은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드라쿨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이번에는 확실히 서열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나저나 또 누가 왔군."
드라쿨의 시선은 자연스레 나의 옆으로 향했다.
바다의 파도 결을 나타나는 것 같은 푸른 머리, 백옥같은 새하얀 비푸, 몸매와는 상방되는 앳된 얼굴, 바다의 여신이 된 호이였다.
공교롭게도 드라쿨이 이상형으로 생각했던 모습과 부합했다.
"크흠, 아름답군."
드라쿨의 심장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붉어졌다.
사실 드라쿨의 이상형이어도 그럴 수 있었지만, 그의 심장이 두근거린 이유는 트라이던트 안에 남겨져 있던 노디소프의 신성 때문이었다.
호이와 달리, 드라쿨은 블미르의 힘을 거의 대부분 흡수했고, 그러한 이유로 드라쿨이 가진 피의 신성이 반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막 피의 신이 된 드라쿨이 그러한 사실을 알리가 없었다.
"시간이 되면 이름이라도 물어봐야겠군."
드라쿨은 호이를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늦은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바오와의 제대로 된 서열을 정리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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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파티해요!"
집으로 돌아온 나래는 갑자기 파티 얘기를 꺼냈다.
"파티?"
"네! 호이가 우리 집에 왔으니까 축하 파티!"
호이를 위한 축하파티, 강하온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호이 덕분에 우울해하던 나래의 기분도 다시 좋아졌으니 말이다.
"그럼 오늘 저녁은 호이 축하 파티로 하자."
그렇게 저녁은 급격하게 호이의 축하 파티로 바뀌었다.
그런데 웃긴 것은 파티가 열려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호이가 아니었다.
"좋아! 맛있는 거 먹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레아였다.
레아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모두들 웃을 뿐이었다.
"그럼,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야겠네."
강하온은 두 팔을 걷고, 음식 준비에 들어갔다.
이미 그의 아공간은 훌륭한 식품 창고였다, 없는 조미료와 양념이 없었고, 재료가 없었다.
순식간에 식탁 위에 음식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금방 가득차버렸다.
"자, 그럼 파티 시작해볼까?"
"잠깐."
그렇게 파티를 시작하려는데, 베란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드라쿨.
'왜 저래? 뭔 일 있나?'
평소 날카로운 인상을 편하게 해주는 가르마 셋팅, 칙칙한 검은 정장은 어디가고 푸른 정장까지.
평소와 달리 꽃단장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파티에는 와인이 빠질 수 없지, 내가 특별히 아끼는 와인이나, 레이디를 위해서는 기꺼이 선물하도록 하지."
드라쿨은 혼자 한 잔씩 먹으려고 아껴뒀던 와인을 꺼내면서 말했다.
"파티에 참여하겠다는거지?"
"그렇다."
그렇게 평소에는 이런 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드라쿨까지 포함해서 강하온의 집에 사는 모두가 참여하는 파티가 열렸다.
"맛있어!"
맛있는 음식 덕분에 파티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강하온의 마음 한 켠에는 미안함이 있었다.
이런 행복한 상황을 한빛나와 같이 지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시 한빛나를 만날 날이, 그리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은순이의 실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이의 방은 어디로 할 거지?"
한창 파티가 진행 되던 중, 은순이가 갑작스러운 화제를 건넸다.
호이가 앞으로 지낼 방을 말하는 것이었다.
현재 강하온의 집에는 남는 방이 두 개가 있기는 했지만, 전부 옷방이나 창고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거야 방 하나를 치우던지, 새로 하나 만들면······."
"정 방이 없다면 내가 머무는 창고, 아니 별채로······."
"하온이랑 나래랑 같이 잘래!"
강하온과 드라쿨이 말하는 데, 가만히 있던 호이가 말을 끊고 말했다.
당연히 그에 대한 반박이 나왔고, 드라쿨은 누구보다 아쉬워했다.
"그건 안돼!"
"맞아요! 그럴 수는 없어요."
은순이와 레이나가 반사적으로 말했다.
"차라리 그럴거라면 호이 씨가 제 방에서 지내고, 제가 그쪽으로 가는게······."
"······."
레이나는 다른 대첵을 말하다, 말 없이 섬뜩하게 쳐다보는 은순이 때문에 말을 멈춰야했다.
"굳이 안 될거 있나? 나래가 좋아하는데."
애초에 호이를 자신이 구해줬던 돌고래로 밖에 보지 않은 강하온이었기에 별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굳이 안 된다."
"맞아요, 다 큰 처자가 어디."
"당연히 안 되지, 그런데 별채에 자리를 만들면······."
은순이, 레이나, 드라쿨이 반대했다.
"그냥 내 방에서 같이 지내는 걸로 하지. 어차피 방도 넓고, 나는 요새 실험 때문에 방에서 잘 안자니까."
"당분간은 그러는 게 좋겠네, 조만간 마당에 별채 하나를 만들테니까 그때까지만 그렇게 지내자."
그렇게 호이가 지낼 방 문제는 깔끔하게 해결됐다.
은순이와 레이나는 마음에 들어했다.
"히힝······."
당사자인 호이만 아쉬워했다.
"그러니까 내가 머무는 창고, 아니 별채도 있는데······."
드라쿨은 계속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면서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파티는 늦은 밤까지 이어지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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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벌레 소리와 창 밖에서 비춰지는 달빛만이 있는 늦은 밤, 바오는 눈을 떴다.
『이 모기 같은 놈이 정신이 나갔다.』
바오가 눈을 뜬 이유는 조금 전 부터 계속해서 자신을 부르는 드라쿨 때문이었다.
『이 죽통밥에 삶아 먹을 놈아, 일어나라! 일어나!』
조금 전부터 알람 시계가 된 것 마냥 계속해서 떠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라쿨은 알람처럼 꺼버릴 수도 없으니, 아주 죽을 맛이었다.
『모기 녀석, 이번에는 다시는 못 덤비게 확실히 교육을 시켜주마.』
바오는 지금까지는 드라쿨의 처지가 안쓰러워 살살했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저 녀석이 죽통밥 얘기를 하는까 먹고 싶어지네, 빨리 끝내고 심부름이나 시켜야겠군.』
바오는 뜨끈뜨끈한 죽통밥을 생각하며, 침대에서 폴짝 뛰어 내렸다.
그는 간단하게 몸을 풀고는 마당으로 나갔다.
『일어나! 일어나!』
『빌어먹을 놈아! 나왔으니까 그만 닥쳐라.』
밖으로 나온 것을 확인했음에도 드라쿨의 의념이 계속 들리자, 바오는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드디어 나왔군? 난 또 무서워서 도망간 줄 알았다."
『확실히 느끼는 군, 내가 그간 너무 헤이했다.』
그제서야 웃으면서 말하는 드라쿨의 모습은 바오의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네놈에게 대수림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왜 대수림이 초월자들조차 들어오기를 꺼려했지 말이다.』
순간 바오의 기세가 바뀌었고, 초록색 마나가 대기에 유형화되서 퍼져나갔다.
그 마나가 얼마나 많은지, 일순간 일대가 푸른 숲 속으로 바뀐 거 같았다.
판게아의 금지, 대수림의 제왕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대수림의 무서움이라? 마치, 대수림이 뭐라도 되는 것 마냥 말하는 군."
생각보다 많은 양의 마나 때문에 살짝 움찔하기는 했지만, 드라쿨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초월자들이 꺼려했다고? 그 이유가 뭔지 아느냐? 벌레들이 꼬일까 귀찮아서다. 네놈은 그런 벌레들의 왕일 뿐이고."
그 순간, 드라쿨의 몸에서도 새로 얻은 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매력적인 짙은 붉은 색 혈기는 붉은 안개처럼 퍼져나갔다.
둘의 힘은 푸른 숲속에 붉은 안개가 펼쳐진거 같은 묘한6 풍경을 만들어냈다.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래, 어디 한 번 제대로 해봐라. 매달 밤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바로 강하온이었다.
딱-!
강하온이 손가락을 튕겼고, 그 순간 거대한 결계가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