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다시 만난 호이
110. 다시 만난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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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나래를 달래기 위해서 많은 것을 시도했다.
“나래야, 놀이공원 갈까?”
“······.”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
“소꿉놀이할까?”
“······.”
하지만 나래는 상심이 컸는지, 힘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소꿉놀이까지 거절하는 것을 보니, 크게 상심한 게 분명했다.
그러던 중, 강하온은 잠결에 나래가 호이라고 중얼거렸던 생각 났다.
“오랜만에 호이 보러 갔다 올까?”
“······호이?”
꿈에서 봐서였을까? 나래는 호이한테는 관심을 가졌고, 그렇게 호이를 보러 가게 된 것이다.
호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주 멀리도 갔네, 이 정도 위치면 캐나다 정도인가?”
강하온은 당시 호이를 구해줄 때 받은 비늘을 받았다.
그 덕에 호이가 지구에만 있다면 위치를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현재, 강하온 일행은 캐나다 노스웨스트주 이누빅 지방에 있는 뱅크스 섬 인근의 작은 섬에 와 있었다.
“아빠, 호이 없어요?”
막상 도착해서 호이가 보이지 않자, 나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야, 있지.”
그 모습에 강하온은 다급하게 말했다.
이러한 강하온의 모습에 다른 일행들은 미소를 지었다.
세상에 그 누구보다 강한 강하온이 나래한테 쩔쩔매는 모습 때문이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아빠가 신호를 보내면 금방 나타날 거야.”
“······응.”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이는 나래는 보고, 호이한테 신호를 보냈다. 실제로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기에, 금방 나타날 거였다.
혹시라도 그사이, 호이의 성격이 변해서 강하온과 나래를 보고 싫은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러진 않은 거 같았다.
신호를 보내기 무섭게, 호이의 귀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그 소리에 바오와 은순이는 놀란 눈으로 강하온을 봤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해명하라는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게, 그들은 강하온에게 호이가 단순한 돌고래라고 들었다.
그런데 울음소리를 들으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다.
『끼우욱!』
들린다기보다는 머릿속으로 박히는 울음소리, 의념이었다.
즉, 호이라는 돌고래는 종을 초월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바다 쪽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강력한 존재, 아무리 생각해도 단순한 돌고래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잠시 후, 바다를 튀어나오는 순백의 호이를 볼 수 있었다.
“하온, 단순한 돌고래가 아니지 않나?”
『혹시 돌고래가 지구의 관리자 같은 역할을 하나? 용족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한데.』
“그렇다, 바오의 말대로 용족의 기운이 느껴진다.”
은순이와 바오는 높이 뛰어오른 호이의 생김새를 보면서 말했다.
그도 그럴 게, 둘의 말대로 호이의 모습은 돌고래라 보기 어려웠다.
훨씬 더 굵고 길어진 몸통, 몸 전체를 감싼 순백의 비늘과 위력적으로 보이는 머리의 뿔, 돌고래라고 말하기보다는 해룡이라 말하는 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귀여운 얼굴과 나래가 선물로 줬던 분홍색 헤어밴드가 꼬리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면 호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저렇게 강한 돌고래도 있나요?”
순수하게 가진 힘을 볼 수 있는 레이나도 놀랐다.
호이의 힘이 S급 헌터의 힘을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많이 달라지기는 했네.”
이러한 모습에 놀란 것은 강하온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지금은 그 정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지금의 호이는 영물을 뛰어넘어, 완전히 종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대체 뭘 먹은 거야? 레비아탄의 내단을 먹기는 했지만, 그 정도로 종을 초월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강하온은 아마도 바다에 있는 영약이란, 영약은 전부 먹었을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호이야!”
나래는 호이를 보며 소리쳤다.
호이의 모습이 달라졌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얼굴과 꼬리 쪽에 있는 분홍 헤어밴드를 보고 호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나래야!』
호이는 종을 초월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는 하듯, 완전히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호이는 어느새 나래의 앞으로 다가와서는 볼을 비비면서 애교를 부렸다.
덩치가 커졌지만, 행동하는 것은 여전했다.
하긴 대여섯 살 정도 되는 여아의 목소리를 보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그러한 호이의 행동에 상심했던 나래의 기분이 완전히 풀렸는지, 나래는 꺄르르 웃으면서 좋아했다.
“호이도 말할 수 있어?”
『응! 호이도 말할 수 있어! 나래랑 만나면 말하고 연습했어!』
호이도 나래가 보고 싶었는지, 쉴 새 없이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종을 초월한 두 친구는 서로 보고만 있어도 좋은지,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첨벙-!
그때, 가만히 크라켄 다리를 뜯고 있던 레아가 둘 사이로 뛰어들었다.
“언니, 나도!”
레아는 나래와 호이의 품을 비집고 들어갔다.
항상 자신과 놀아주던 나래가 다른 돌고래아 안고 있는 것을 보니 질투를 느낀 것이다.
『언니?』
“응! 나래 동생이야, 이름은 레아야.”
『레아? 안녕! 나는 호이야.』
호이는 레아도 반가운지, 꼬리를 감싸 안으면 인사를 했다.
“······레아야.”
『나 먹어? 고마워.』
레아는 호이가 마음에 들었는지, 침이 잔뜩 묻은 크라켄 다리를 건넸고, 다행히 태생이 돌고래였던 호이는 불편하지 않게 선물을 받았다. 그렇게 셋은 금방 친해졌다.
『하온, 안녕.』
나래랑 레아와 인사를 끝낸 호이는 강하온을 보며 인사했다.
“그래, 그 동안 잘 지낸 거 같네.”
『응! 하온이 치료해줘서 잘 지냈어! 이거 선물! 하온 만나면 주려고 가지고 있었어!』
호이는 입속에서 뭔가를 게웠고, 입에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꺼내는 모습 때문에 꺼림칙하기는 했지만, 선물을 확인한 강하온의 얼굴은 밝아졌다.
무지개색 진주, 저번에도 호이가 선물한 마나 보석이었다.
“고마워, 잘 쓸게.”
안 그래도 이번에 은순이가 하는 실험 때문에 필요한 재료였기에 강하온은 더욱 고맙게 받았다.
그리고 단순히 한 개도 아니고, 열 개가 넘어가는 양이었다.
『응! 하온이 좋아해서 모아놨어. 다음에도 찾으면 또 줄게.』
호이는 생명의 은인인 강하온이 좋아하자, 꼬리를 흔들면서 좋아했다.
생김새는 해룡에 가까웠지만, 행동은 영락없는 강아지였다.
바다에서 사니 물강아지라고 말하는 것이 옳았다.
『하온! 나도 친구 많아졌어!』
호이는 강하온 주변에 있는 은순이, 바오, 레이나를 보고는 말했다.
“친구? 저기 있는 애들을 말하는 건가?”
강하온은 바다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보이지는 않지만, 수 많은 기척이 느껴졌다.
『응! 친구들 보여줄게!』
호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특유의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첨벙-!
엄청난 양의 돌고래와 고래들이 점프하며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호이의 울음 소리에 맞춰서 돌고래와 고래 무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마치 공연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멋있네.”
강하온은 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런데 사실 보면서 친구보다는 왕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돌고래와 고래들이 호이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존경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치, 왕을 지키려는 기사의 눈빛 같았다.
‘그나저나 역시, 이 녀석이 한 짓이었구나.’
엄청난 양의 돌고래를 보자, 강하온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돌고래 실종 사건이었다.
최근 세계 각국의 거대 수족관에서 고래류 어종이 실종되는 사건이었다.
인제 보니 그 범인은 앞에 있었다.
그리고 다른 어류들이 호이를 저런 눈으로 보는 것도 이해가 갔다.
“전부 호이, 네가 구해준 거야?”
『헤헤, 응!』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확인해봤지만, 호이가 한 행동이 맞았다.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지?”
강하온은 호이의 행동을 나무라 하지 않았다, 애초에 호이를 도와주면서 이런 일이 생길 거라고 어느 정도는 예상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조금은, 나래 때문에 아주 조금은 이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 역시도, 수족관이 돌고래들에게 무덤이라는 기사를 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호이가 사람들을 다치게 하면서까지 이러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호이가 진짜 사람들에게 괴물로 인식될 테니 말이다.
『응! 아무도 다치게 하지 않았어! 그리고 반짝이는 것도 놔두고 왔어!』
다행히 강하온이 걱정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나저나 수족관 측에서 그냥 넘어간 것을 보니, 호이가 말한 반짝이는 것이 꽤 값어치가 있는 거 같았다.
공교롭게 최근 돌고래 실종 사건이 일어난 수족관들은 새로운 시설을 만들기도 했다.
“그래, 잘했어.”
『응!』
강하온의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호이는 나래와 레아를 등에 태우고 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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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아가 악신이라 규명한 존재, 그들은 원시의 신이었다.
그중에서도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들이었다.
블미르가 참회동에 갇히기 전에도 비슷한 힘을 가졌던 그들은, 그 뒤로 훨씬 더 강해졌으니 블미르보다 훨씬 강력한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가 깨어난다? 그것은 지구의 인류에게는 엄청난 재앙이었다.
단순히 그들이 깨어나는 것만으로 거대한 자연재해가 일어나게 되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강하온 일행이 캐나다의 뱅크스 섬 주위에서 놀고 있는 이때, 악신 중 한 존재가 깨어나기 시작했다.
악신의 이름은 노디소프, 드넓은 바다를 지배하는 바다의 신이었다.
그는 북극의 빙하, 그 아주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었다.
최근, 강하온과 블미르의 전투 여파로 조금, 아주 조금 깨어나기는 했지만, 그는 여전히 잠이 들어 있었다.
『이, 힘, 은······.』
하지만 자신의 잠을 잠시 깨웠던 강하온이라는 존재가 가까이 다가온 그는, 다시금 눈을 떴다.
『······.』
노디소프는 아무런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
그리고 이내, 그의 정신도 또렷해졌다.
완전히 잠에서 깨어난 노디소프는 가이아를 생각했다.
그 감정이 당연히 좋거나 한 것은 아니었다.
『빌어먹을 년, 감히 나를 이딴 곳에 잠재워?』
증오였다.
그 순간, 아주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그의 힘이 폭발하는 터져나왔다.
가이이가 태초신의 파편이 아닌, 완전한 힘을 가졌다면 힘을 완전히 봉인시켜둘 수 있었겠지만, 파편에 불과했다.
재우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기에 오랜만에 힘을 사용한다고 해서, 노디소프에게 제약 따위는 없었다.
쩌저적-!
노디소프를 중심으로 거대한 물회오리가 생겨나더니, 거대한 빙하의 감옥을 부서졌다.
그를 가두고 있던 감옥은 단순한 빙하가 아니었다, 북극에 존재하는 모든 빙하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는 일종의 사슬이었다.
그런 감옥이 무너졌으니, 그 결과는 당연히 끔찍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쩌저적-! 쿠쿵-!
북극에 있든 모든 빙하가 갈라지며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빙하는 단순한 얼음 덩어리가 아니었다.
지금 인류가 살아가는 지구를 유지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장치였다.
“미친······, 대체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당연히 이러한 상황에 전 세계는 난리가 났다.
모든 빙하가 사라져도 세상이 멸망한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코드 제로까지 같이 발생했다.
그 근원지는 북극이었고, 역대 최고치의 수치가 나타났다.
“이번에는 진짜 세상이 멸망할지도 모르겠군.”
세계 각국에서 긴급상황을 감지한 그들의 얼굴에는 허탈함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진짜 세상이 멸망할 수도 있겟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온님, 악신입니다.”
“알고있어.”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한창 놀고 있던 강하온 일행도 느꼈다.
특히,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더욱 선명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