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엄마가 아니야.
109. 엄마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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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지구로 돌아온 뒤, 기다리고 있던 세 사람과 간단한 인사를 나눴다.
어차피 왔던 용건은 끝났기 때문에 굳이 더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럼,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스테락 사건 이후, 존경심이 더 많아진 폴은 강하온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작별인사를 했다.
그렇게 강하온은 작별인사를 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혼자서 여기 남아 있어도 괜찮겠어?”
집으로 들어가던 강하온은 옆에서 걷는 레이나한테 말했다
다시 협회로 돌아가는 폴과 데이지와 달리, 레이나는 강하온의 옆에 남아 있었다.
강하온은 그냥 악신의 위치가 파악되거나 하면 그때 연락을 주면 된다니까, 촌각을 다투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며 굳이 머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어차피 저는 가이아님 때문에 협회를 만들기만 했지, 딱히 일하는 건 없어요.”
괜찮다고 말은 안 했지만, 말을 들어보면 괜찮다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아까랑은 다르게 활발하네.’
강하온이 가이아를 만나고 온 사이, 뭔 일이 있었는지 레이나는 예전에 봤을 때처럼 활기찬 모습이었다.
“그 한국말로 바지······, 뭐죠?”
“바지사장.”
“네! 맞아요! 그러니까 제가 굳이 없어도 상관없어요. 그리고 부협회장이 일을 잘하니까 괜찮아요.”
레이나의 말로 추정해볼 때, 헌터 협회의 모든 일은 부협회장이 하는 거 같았다.
“응? 저분은 누구신가요?”
마당을 걷던 레이나는 지붕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녀가 눈이 안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반적인 사람처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외선 탐지기로 보는 것처럼 그녀에게는 세상이 에너지로 느껴졌다.
“인간이 아닌 듯 한데······.”
레이나는 단번에 드라쿨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녀에게는 드라쿨이 혈기, 붉은 에너지로 가득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냐고?”
아직 모기가 사라지지 않아 모기를 잡던 드라쿨은 귀를 쫑긋 세우고는 레이나를 슬쩍 봤다.
‘새로운 식객인가? 내가 제대로 누군지 보여줘야겠군.’
레이나를 식객이라고 파악한 드라쿨은 확실히 자신이 누군지 새겨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몸은 고귀하면서도 위대한······.”
드라쿨은 달빛을 등지며, 혈기를 반짝이처럼 뿌리며 화려하게 소개를 했지만, 그 소개를 끝까지 이어갈 순 없었다.
“이름은 드라쿨, 우리집 경비야, 야간 경비.”
“하온님은 그렇게 강하신데 경비도 두시는군요? 그나저나 경비분이 아주 강하시네요.”
그렇다, 드라쿨은 경비였다.
“······밤의 귀족, 뱀파이어의 수장 드라쿨이다.”
강하온과 레이나가 집 안으로 들어간 뒤에서야 드라쿨은 못다 한 말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괜찮아, 드라쿨.”
혼자 남은 드라쿨은 자신의 삶과는 다르게 밝게 빛나는 달을 보면서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 경비 일도 얼마 안 남았어.”
그는 아공간에 있는 블러드 슬라임과 피의 신, 블미르의 시신을 생각했다.
그는 조만간, 바오와 서열을 정리한 뒤 경비를 떠넘길 생각이었다.
하지만 드라쿨은 흥분한 나머지 잊고 있는 것이 있었다.
강하온의 피를 한 방울 씩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경비 일에 대한 보상이라는 것을.
“앞으로 여기서 지내면 돼, 그리고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하고.”
그 시각, 강하온은 레이나한테 앞으로 지낼 방을 안내해주고 있었다.
“네, 고마워요.”
그렇게 강하온은 방으로 들어갔고, 레이나는 침대에 걸터앉았다.
잠시 후, 방에 혼자 남았던 레이나는 베개를 끌어안고는 얼굴을 붉혔다.
‘어떻게······, 하온 님과 진짜 한 지붕 아래 있게 됐어.’
그녀의 모습은 여타 소녀와 다르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강하온이 말대로, 굳이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는 없었다.
악신이 완전히 깨어나기 전, 전조 상황이 나타나고, 그때 위치를 파악하면 될 일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일이기는 했겠지만, 굳이 옆에서 하나 협회에서 연락을 주나 큰 차이가 없다는 거 였다.
그런데도 그녀가 이곳에 남은 이유는 데이지의 말 때문이었다.
‘몸이 가까이 있어야 뭔 일이라도 생긴다고?’
데이지의 말을 떠올린 레이나의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렇다, 강하온이 잠시 사라졌던 사이, 데이지는 레이나한테 다가가 말했다.
처음에는 강하온을 좋아하냐는 것이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 레이나는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고 말았다.
그때, 데이지가 조언한 것이다.
그녀가 볼 때, 강하온은 레이나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으니, 이렇게라도 해서 사랑을 쟁취하라는 조언이었다.
남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레이나는 그 말에 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최근에 폴과 데이지가 사귄다는 것도 한몫했다.
물론, 레이나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 폴과 사귀는 것이 데이지의 첫 연애라는 것과 데이지는 19금 로멘스 소설 덕후라는 것을.
‘밤에 찾아올 수도 있다고? 진짜 그러면 어떻게 하지······.’
그렇게 데이지의 꼬임에 넘어간 레이나는 밤새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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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는 원래 자주 꿈을 꿨었는데, 얼마 전 꿈에서 한빛나를 본 이후부터 달리진 것이 있었다.
꿈을 꾸게 되면, 항상 엄마인 한빛나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래는 그 날이 있은 후로 꿈을 꾸는 것을 좋아했다.
‘어!’
나래는 오늘 꿈을 꾼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졌다.
혹시 한빛나를 또 보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빛나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실망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좋아하는 친구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끼우욱-!
에메랄드빛 푸른 바다에서 높이 뛰어오르는 순백의 흰 돌고래.
“호이야!”
여수에서 강하온이 풀어준 흰 돌고래, 호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나래는 한빛나를 볼 수는 없었지만, 반가운 호이를 만나서 행복한 꿈을 꿨다.
“······.”
꿈에서 깬 나래는 눈을 뜨고는 벌떡 일어났다.
꿈 때문일까?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다.
“호이, 보고 싶다.”
나래는 조만간 강하온한테 부탁해서, 호이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쉬이.”
나래는 다시 잠을 자려고 했지만, 급한 일이 생겨 침대에서 내려와 화장실로 향했다.
“헤헤,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해요.”
볼일을 본 나래는 한빛나와 강하온한테 배웠던 대로 혼자서 척척 손을 씻고 화장실을 나왔다.
“응?”
손을 씻고 나와, 방으로 들어가려던 나래는 걸음을 멈췄다.
“누구 있······흡!”
강하온이 손님들이 오면 잘 방이라고 만들어 놓은 곳에 누군가 있었다.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곳인데······.
눈이 휘둥그레진 나래는 재빨리 입을 양 손으로 막았다.
나래는 아직 레이나를 본 적도, 레이나가 집에서 같이 지내기로 됐다는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응?”
두근거리는 심장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있던 레이나는 밖에서 느껴지는 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감각에 어린아이가 잡혔다.
작은 몸이지만 무시무시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아이, 레이나는 실제로 처음 봤지만,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저 아이가 하온님의 딸 아이구나.’
이미 나래가 재능이 있다는 것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다.
‘과연 피는 못 속이는구나.’
그녀는 지금까지 수 많은 재능있는 아이들을 봐왔다.
실제로 아주 뛰어난 아이가 있다면, 세계 헌터 협회에서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래는 지금까지 봤던 또래의 아이들, 심지어는 몇 살 위에 아이들까지 다 합쳐도 나래만큼 어마무시한 힘을 가진 아이들은 없었다.
나래의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기도 했지만, 강하온이 영약을 물 먹듯이 먹인 효과였다.
‘나를 경계하고 하고 있는 건가?’
레이나에게는 눈이 보이지 않지만, 그 힘은 느껴졌다.
현재 나래의 힘은 불안하게 흔들렸는데, 긴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레이나는 오해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일어나서 먼저 인사를 건넸다.
환한 미소로.
“안녕? 네가 나래구나? 나는 나래 아버지의 손님이야.”
레이나는 이렇게 말하면 나래가 경계를 풀거라고 생각했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데이지한테 듣기로 자신의 미소는 상대방의 경계를 풀게 할 정도로 아릅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래의 반응은 레이나의 예상과 달랐다.
‘내가 실수했나?’
나래의 힘이 불안한 것을 넘어서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레이나가 자신이 잘못했나?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어, 엄마? 엄마! 흐아아앙!”
나래의 감정이 요동친 이유는 바로, 레이나의 외모 때문이었다.
한빛나와 레이나, 둘은 가이아의 파편으로 가이아의 외모를 닮았다.
물론, 머리 색이나 세세한 부분을 본다면 조금 다른 점이 있기야 하겠지만, 나래는 어린아이였다.
게다가 집 안은 아직 어두웠다, 이제 막 뜨는 새벽 여명에 비취는 레이나의 모습은 영락없는 엄마, 한빛나의 모습으로 보였다.
“엄······마?”
갑자기 나래가 울자 레이나는 당황했다.
“울지마렴.”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그녀는 나래를 안아주면서 등을 도탁여줬다.
나래가 말하는 것처럼, 진짜 엄마가 된 마음으로.
“나래야!”
잠을 자던 강하온은 서럽게 우는 나래의 울음에 재빨리 일어나서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레이나의 품에 안겨서 엄마라고 부르는 모습에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아······, 놀라겠네.”
그 모습에 강하온은 나래를 진정시키고 상황을 말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여자가 네가 말한 한빛나인가?』
“······네 말대로 아름다운 여자구나.”
그리고 어느새 그의 옆으로 다가와있는 바오와 은순이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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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해가 뜨기 시작한 새벽, 강하온네 집은 때 아닌 집안 회의가 열렸다.
처음에는 그냥 간단하게 오해만 풀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집에 있는 모두가 궁금한 지 모였기 때문이다.
드라쿨도 궁금했는지, 아닌척 베란다에 앉아서는 귀를 쫑긋하고 있었다.
결국, 강하온은 모두가 있는 앞에서 나래가 오해한 것에 대해서 말해주고, 앞으로 레이나가 잠시 동안 집에서 같이 지내게 됐다는 것을 말해줘야했다.
“그러니까 저 인간 여자는 하온, 네 아내인 한빛나가 아니라는
건가?”
얘기를 전부들은 은순이가 레이나을 슬쩍 보면서 말했다.
“그래, 빛나가 아니고 레이나지.”
강하온은 외모가 닮은 이유는 전부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나래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였기에 생략했다.
“그렇군.”
그렇게 갑작스럽게 생겨난 오해는 전부 풀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끝이 아니었다.
“······나래 엄마가 아니에요?”
바로 나래였다.
아직도 진정되지 않았는지, 레이나의 품에 안겨있던 나래는 울먹이며 말했다.
“······.”
나래의 질문에 레이나는 당황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나 힘의 상태를 봤을 때, 나래가 슬퍼하고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강하온이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가 강하온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래, 나는 나래 엄마가 아니고, 레이나라고 해.”
레이나는 마음이 아프지만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한빛나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
그러자 나래는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레이나의 품에서 떨어져서 방으로 뛰어갔다.
“상심이 컸나보네.”
강하온은 나래를 보자 마음이 아팠다, 게다가 당장 해결해 줄 수 없는 문제였기에 더욱 그랬다.
“괜히 저 때문에 미안해요······.”
옆에 있던 레이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만약, 자신이 이곳에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어차피 한 번은 설명해줬어야 할 일이었어.”
강하온은 레이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다.
어차피 학예회에서 받은 상으로 세계 헌터 협회를 견학 가게 되어 있었다.
그곳에 간다면 당연히 세계 헌터 협회장을 만나는 코스도 있었다.
“빨리 기분 풀일 일이나 찾아봐야겠어.”
강하온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나래의 우울한 기분을 풀어줄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었다.
그날 점심, 강하온 일행은 캐나다 뱅크스 섬 인근에 있는 섬으로 이동했다.
나래가 꿈에서 본 친구, 흰 돌고래 호이를 보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