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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07화 (107/186)

107. 딱 셋 센다.

107. 딱 셋 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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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이 전직 퀘스트 메시지를 누르자, 퀘스트의 내용이 나타났다.

『전직 퀘스트』

당신의 지구의 수호자가 될 기회를 얻으셨습니다.

지구의 위협이 되는 존재를 처치해주세요.

(초월자 이상의 존재를 잡아야만 합니다.)

진행 현황: 0/10

완료 보상: 수호자로 전직

실패 조건: 없음

*이 퀘스트는 거절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아주 간결하면서도 친절한 퀘스트 내용이었다.

강하온은 읽으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이가 없군.”

그렇다, 어이가 없다는 말이 어울리는 퀘스트였다.

아니, 퀘스트라고 하는 것이 맞을까? 사실 족쇄라고 보는 게 맞았다.

“그때 매가 부족했던 건가?”

강하온은 가이아를 떠올렸다.

애초에 이런 행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가이아뿐인 것도 있었지만, 퀘스트 내용도 가이아의 짓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지구의 위협, 인류를 지키라는 말은 전혀 없이, 지구라는 말만 있었다.

지구를 끔찍이 사랑하는 가이아의 성격과 일맥상통했다.

“조만간 찾아가 봐야겠어.”

강하온은 그냥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버릇을 고칠 생각이었다.

부탁해도 모자란 판에 이런 행동을 한 가이아를.

“가자.”

강하온은 구석에 쭈구리처럼 있는 드라쿨을 보며 말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집에서 화장하고 싶어하는 디자이너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잠깐만!”

“또 왜?”

다급하게 말하는 드라쿨을 보며, 강하온은 귀찮다는 듯 쳐다봤다.

“저것 좀 챙겨가도 되나?”

드라쿨은 바닥에 꾸물꾸물 기어 다니는 블러드 슬라임의 잔해를 가리켰다.

강하온의 힘이 미약하게 작용해서일까? 슬라임은 완전히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다시 몸을 재생시키지 못하는 걸 보니, 놔둔다면 그대로 죽을 운명이었다.

“······,”

강하온은 드라쿨을 말없이 쳐다봤다.

‘뭐지? 내가 나쁜 놈이 된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드라쿨은 불안한 얼굴로 눈치를 보며 말하고 있었다.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더 창백한 피부에다, 기운도 없어 보이는 게 꼭 비 맞은 강아지처럼 보였다.

“아, 아니다! 당장 가자!”

드라쿨은 강하온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화가 났다고 생각했는지 재빨리 움직였다.

“휴······.”

그 모습에 강하온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조금 전까지는 자신이 나쁜 놈일까? 하는 생각만 들었다면, 조금 전 모습으로 진짜 나쁜 놈 같았다.

“챙겨라.”

“고, 고맙다!”

강하온의 말이 떨어지자, 불안한 표정으로 있던 드라쿨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생겼다.

드라쿨은 신나서 바닥에 떨어진 블러드 슬라임의 잔해를 병에 담기 시작했고, 모든 슬라임 잔해를 수거한 드라쿨은 강하온을 불렀다.

“하온.”

“또 왜?”

“겸사겸사 저것도 챙겨도 되겠나? 굳이 이런 곳에 놔두고 나는 것은 환경오염일까 싶어서······.”

드라쿨은 언제부터 그렇게 환경을 생각했는지 몰라도, 바닥에 쓰러진 블미르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

죽은지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블미르의 몸은 뜨끈뜨끈했다.

“빨리 챙겨.”

“고맙다!”

드라쿨은 조금 전, 슬라임을 챙기라고 했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짓더니, 재빨리 아공간에 블미르의 시신을 넣었다.

“전부 챙겼다, 가자.”

드라쿨은 원하는 것을 모두 챙기고는, 해맑게 웃으면서 강하온에게 달려왔다.

“······그래, 가자.”

그 모습에 강하온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드라쿨 삼촌!”

집에 도착하자마자, 드라쿨은 반갑게 맞이하는 나래를 봐야 했다.

“안녕하세요, 지금 가게 열었나요?”

드라쿨은 강하온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는, 알아서 손님 역할에 충실하게 행동했다.

“네! 손님! 들어오세요.”

나래는 열심히 상황극을 해주는 드라쿨이 마음에 들었지만,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생겨났다.

그렇게 드라쿨은 나래가 잠들 때까지 소꿉놀이했다.

다행인 것은 그 노력이 가상하여, 강하온과 진솔한 대화 시간은 사라졌다.

#

집으로 돌아온 강하온은 퀘스트 창을 지켜봤다.

가이아가 괘씸하기는 했지만, 강하온은 어차피 레벨을 올릴 생각이었기 때문에 할 생각이기는 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초월자 이상이라······.”

그렇다, 초월자 이상의 존재를 찾기가 쉽지는 않았다.

판게아였다면 열 정도는 찾는 것이 쉬운 일이었지만, 지구는 달랐다.

그가 지금까지 지구에서 만난 초월종은 전부 광인, 혹은 저번 광인의 습격 때 나타났던 SSS급 게이트에서 나온 신화 속 괴수들이었다.

그 외에 본 적이 있다면.

“그때 본 아라크네 퀸이 전부군.”

나래의 교복을 만들 때 잡았던 아라크네 퀸, 당시 S급 게이트였는데 반쪽짜리 초월자였다.

즉, 초월자를 잡으려면 최소 SS급 게이트 이상은 되어야 한다는 거였는데, 그가 알기로 대중에게 알려진 SS급 게이트는 없었다.

“괘씸하네.”

강하온은 순간 짜증이 솟구쳤다.

귀찮은 감투를 떠넘길 거라면 게임처럼 보스 위치라도 밝혀주던가, 이건 너무 무책임한 짓이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정신교육을 해야겠어.”

세계 헌터 협회로 찾아가서 레이나를 통해서 가이아를 만날 생각이었다.

강하온의 우선 목표가 바뀌는 순간이었다.

“응?”

텔레포트를 사용하려던 강하온은 멀리서 느껴지는 기운에 행동을 멈췄다.

지독한 살기, 익숙한 기운이었다.

“폴?”

바로 세계 헌터 협회의 3 인자이자, 블러드 스타의 운명을 타고난 집행부장 폴 데이비스였다.

번쩍-!

강하온은 곧바로 텔레포트를 사용했고, 매번 볼 때마다 적응되지 않은 폴을 만났다.

“안녕하십니까! 강하온 헌터님!”

폴을 강하온을 보자마자, 고개를 90도로 숙여서 깍듯하게 인사했다.

세계 헌터 협회에서 본 이후보다, 훨씬 깍듯해져 있었다.

“오랜만이네, 두 사람도 안녕.”

강하온은 폴의 인사를 받고는, 뒤에 있는 두 사람한테도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강하온 헌터님.”

한 명은 폴의 비서, 데이지였다.

데이지는 로봇같이 기계적인 인사를 뱉었다.

그리고 강하온의 시선은 다른 한 명에게 향했다.

“건강이 많이 좋아졌네.”

강하온을 레이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말 그대로 건강이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일단은 가장 먼저 바뀐 것은 바로 서 있다는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고, 가는 두 다리로 서 있었다.

그다음으로 눈에 띈 것은 혈색이었다.

송장이라 말해도 이상하지 않았던 창백한 피부에 혈색이 돌아서, 활기가 보였다.

거기에 푸석했던 머리카락도 조금은 윤기가 돌아와 있었다.

무엇보다.

“······안녕, 하세요.”

이제는 의념이 아닌 말로 했다. 오감이 거의 전부 돌아왔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연습을 한 것인지, 어눌한 한국말로 인사했는데 그 모습이 보기 좋았다.

“확실히 엘릭서가 좋긴 좋네.”

강하온은 다시 한번 엘릭서의 위대함을 느꼈다.

그는 천천히 레이나한테 다가갔다.

“말했던 대로 매일 아침 물에 한 방울씩 타서 먹고 있는 거지?”

강하온은 재차 확인했다.

한빛나와 외모가 닮은 것도 있었지만, 가이아에게 이용당한 불쌍한 인간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네.”

“그래, 혹시라도 빨리 건강해지고 싶다는 생각에 욕심부리지 마. 그랬다가는 몸이 터져버릴지도 모르니까.”

레이나의 몸은 정상적인 일반인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반인이었다면 엘릭서를 그냥 먹어도 괜찮았지만, 그녀의 몸은 미래를 보는 부작용으로 인해서 엄청난 균열이 가 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태에서 엄청난 생명력이 담긴 엘릭서가 들어온다면 육체가 버티지 못하고 붕괴해버릴 수도 있었다.

“······네, 매일 데이지가 아침마다 챙겨주고 있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그나저나 눈은 아직인가 보네?”

레이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시력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네, 시력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 다른 감각이 다 돌아온 거 보니까 금방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괜히 미래를 보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라, 지금부터는 그 가이아의 인형이 아니라 너의 삶을 살아.”

“······네.”

강하온의 말에 잠시 멈칫했던 레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너 열이 있는 거 같은데? 괜찮아?”

강하온은 조금 전부터 붉게 올라온 레이나의 얼굴을 보며,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

역시, 약간의 미열이 있었다.

“괘, 괜찮아요.”

레이나는 그런 강하온의 행동에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강하온은 그래도 혹시 몰라, 치료 마법을 레이나한테 사용했다.

단순히 걱정되서 한 행동이었지만, 레이나의 얼굴을 더 붉어졌다.

“고맙습니다······.”

그녀는 그걸 숨기고 싶은지, 고개를 푹 숙였다.

“······.”

데이지는 그러한 레이나의 모습을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이야? 안 그래도 찾아갈 생각이기는 했는데.”

“가이아님이 보내셨어요.”

“가이아?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가이아 때문에 세계 협회로 가려고 했거든.”

“다행이네요, 저희가 조금만 늦었어도 길이 꼬일 뻔했네요.”

“그러니까, 그럼 지금 당장 가이아가 있는 곳으로 이동시켜줄래?”

강하온은 그래도 조금은 정상참작을 하기로 했다.

레이나를 시켜서 직접 보내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네? 가이아님이 있는 곳이요?”

레이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야?”

강하온도 그런 레이나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그는 가이아를 만날 생각이었다.

“저는 가이아님이 강하온 헌터한테 전하신 말씀을 전하기 위해서 왔는데요?”

“아······.”

강하온은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나의 말은 가이아가 자신을 만날 생각이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누구 마음대로.”

순간 강하온의 표정이 바뀌었다.

아주 괘씸하다는 표정, 이 표정은 앞에 세 사람이 아닌 가이아로 인한 것이었다.

이로써 정상을 참작하려는 마음은 전부 사라졌다.

“그래, 일단 들어나 보자. 가이아가 뭐라고 전하래?”

“지구에 위협하는 존재를 찾는 것은 저가 대신 도와줄 테니, 저를 그동안 옆에 두고 계시라고 했어요.”

적어도 양심은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강하온이 혼잣말을 들은 것인지 보스 탐지기를 보내줬다는 거였다.

“그 외의 말은?”

“지금 자신은 급한 일이 있어서 만날 수 없다고 했어요.”

급한 일은 개뿔, 그냥 만나기 싫다는 뜻이었다.

“그게 끝인가?”

“네? 이게 끝인데요.”

“사과의 말이라거나 그런 건 없나?”

“사과요? 그런 말은 없었는데요.”

“그렇군······.”

강하온은 철두철미하지 않은 자신을 탓했다.

만약, 자신이 철두철미했다면, 저번에 정신교육에서 확실히 교육했을 것이고,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레이나, 가이아랑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거지?”

“그렇긴 한데······, 조금 전에 전한 말을 끝으로는 아무런 말이 없으세요.”

레이나는 곤란하다는 듯 말했지만, 강하온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지금 가이아한테 전해줄래? 개 짓거리 하지 말고, 당장 대답하라고.”

“네?”

“그냥 내가 부른다고 말하면, 대답할 거야.”

“알겠어요.”

레이나는 이해가 안 갔지만, 일단 강하온이 시킨 대로 가이아한테 말을 전했다.

『······.』

“아무런 대답이 없으신데요?”

하지만 가이아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그럼 언제까지 그럴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강하온은 씨익 웃었다.

“그 말도 전할까요?”

레이나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강하온을 보며 말했고, 강하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 어차피 보고 있을 테니까.”

강하온은 이번에 레벨 업을 하면서 얻은 포인트를 육체에 전부 투자하면서 감각이 확실하게 강화됐다.

그의 강화된 감각에 초조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지 확실히 알 수는 없어도, 충분히 추측은 갔다.

“이봐, 가이아. 지금 당장 나오지 않으면 지구는 그 어떤 존재보다 위협적인 적을 만들게 될 거다. 앞으로 딱 셋 센다. 하나.”

강하온은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앞에 있는 세 사람은 어떤 상황인지 몰랐기에 그냥 눈을 깜빡일 뿐이었다.

“둘, 세······.”

『잠깐!』

숫자 셋을 외치려는 그 순간, 강하온의 귀에 익숙한 의념이 들렸다.

지구의 성계신, 가이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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