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신 잡고 레벨 업.
106. 신 잡고 레벨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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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끝날 거 같았던 블러드 슬라임 무리와 피의 신, 블미르의 전투는 생각보다 길게 이어졌다.
그 이유는 블러드 슬라임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단점은 바로 지능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블미르의 힘은 가졌지만, 전투 센스를 가지지 못했다. 혹시 또 다른 블미르가 탄생하지 않을까 하는 창조주에 노파심 탓이었다.
『멍청한 새끼들, 그런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지능 탓에 블러드 슬라임의 공격은 지나칠 정도로 단순했다.
그 때문에 블미르는 같은 힘을 가졌어도, 쉽게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지능이 낮다는 게 꼭 좋은 것은 아니었다.
『뀨? 뀨?』
『뀨.』
블미르가 허점을 만들기 위해서 도발을 했지만, 블러드 슬라임들은 도발 조차를 인지하지 못했다.
『개새끼들이······.』
그 때문에 도발하고도, 오히려 자신이 기분 나빠지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는 원래였다면 공격을 굳이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공격해봐야 계속해서 재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스로 도발에 넘어가서 분노한 그는 반사적으로 주먹을 혈기를 모았다.
휘잉-.
블미르의 손에는 엄청난 양의 혈기가 모였다.
스스로 피의 신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의 손에는 여섯 번이나 압축된 강력한 혈기가 둘렀다.
블미르는 그대로 선두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블러드 슬라임의 주먹을 받아쳤다.
쾅-!
결과는 정해져 있었다.
푸드득-!
블러드 슬라임의 팔이 터져나가면서 점액질 액체가 떨어졌다.
당연한 결과였다.
혈기를 순식간에 6번이나 중첩 시킨 것은 전투 센스의 영역이었다. 블러드 슬라임도 혈기를 두르기는 했지만, 고작 3번이 한계였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를 만든 블미르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거지 같은 모습을 또 보겠군.』
팔을 터트리긴 했지만, 몇 초 지나지 않으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거였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겪은 블미르는, 그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치가 떨렸다.
『응? 뭐지?』
하지만, 그가 예상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재생해야 할 팔이 재생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 놀란 것은 블미르 뿐 만이 아니었다.
『뀨?』
『뀨? 뀨? 뀨!』
공격을 당한 블러드 슬라임은 물론, 다른 블러드 슬라임도 전부 놀라고 있었다.
그래도 제일 놀란 것은 이 상황을 만든 당사자, 블미르였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블미르로서는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블러드 슬라임과 전투를 했을 때, 무려 100년을 쉬지 않고 싸웠다.
그 전투에서 그는 블러드 슬라임을 셀 수도 없이 상처를 입혔지만, 전부 말끔히 회복했었기 때문이다.
『설마······.』
순간, 블미르는 떠오른 것이 있었다.
그때와 지금,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드라쿨이었다.
『저 녀석의 피에 담긴 그 힘 때문이군.』
아주 미세한 향기임에도 그를 황홀하게 만들었던 피, 강하온의 피 때문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저 녀석은 놓쳐선 안 되겠어.』
블미르는 드라쿨을 반드시 잡아야 할 이유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사실을 안 것은 드라쿨도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아까 하온의 힘까지 뺏겼구나.’
드라쿨은 절망했다, 그가 기대하던 한 줄기 희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 되겠어.’
원래는 블러드 슬라임을 믿고 기다리던 드라쿨은 생각을 바꿨다.
이대로 있다가는 블미르한테 그냥 흡수당하고 끝날 판이었다.
“블러드 스피어!”
드라쿨의 등 뒤에는 수백 개가 넘어가는 붉은 창이 생겨났다.
힘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최대한 끌어모았다.
“뭐해, 이 새끼들아! 당장 공격해!”
드라쿨은 멍하니 서 있는 블러드 슬라임에게 소리치며, 블러드 스피어를 블미르한테 날렸다.
『뀨? 뀨!』
드라쿨의 외침에 정신을 차렸는지, 멍하니 있던 블러드 슬라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덤벼봐라.』
사방에서 블러드 슬라임이 달려들었지만, 블미르은 여유로웠다.
블러드 슬라임에게 재생능력이 없다면 그저 인형일 뿐이었다.
수백, 아니 수천 마리가 덤벼도 상관없었다.
『버러지 같은 놈들, 존재 자체를 지워주마.』
블러드 슬라임이 블미르의 지척까지 접근했을 때, 블미르의 주위에서 혈기로 이뤄진 폭풍이 생겨났다.
이제 블라드 슬라임이 재생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기에, 굳이 힘을 아낄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생겨난 피의 폭풍은 단번에 블러드 슬라임과 드라쿨이 날린 블러드 스피어를 전부 집어삼켰다.
투둑-, 투둑-, 투두둑-.
잠시 후, 혈기 폭풍이 가라앉고, 슬라임이라고 추정할 수 있는 점액질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점액질은 다시 뭉치기 위해서 꼬물꼬물 움직였지만, 다시 원래 형태로 돌아가지는 못하고 풀어졌다.
『크하하하!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곳에서 나갈 수 있구나!』
회복 불능 상태로 빠진 블러드 슬라임.
블미르는 광소를 터트렸다.
그는 절대로 풀리지 않을 것 같은 족쇄가 풀린 기분을 느꼈다.
『아직 할 일이 남았군.』
블미르는 웃음을 그치고는 드라쿨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놈을 마지막으로 이곳과도 안녕이군.』
“······새끼, 그냥 기분 좋게 나가지.”
혹시라도 기분에 취해서 그냥 갈까 하는 생각에, 조용히 숨죽이고 있던 드라쿨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벅-! 저벅-!
블미르는 천천히 드라쿨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드라쿨의 심장은 점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가 가까워질수록 그는 죽음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네놈의 힘을 전부 흡수한 뒤에 아버지를 찾으러 가야겠구나.』
“······끝이구나.”
드라쿨은 자신의 목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블미르의 손을 보고는 체념했다.
그리고 그 체념은 곧바로 분노로 이어졌다.
“강하온 개새끼······.”
그 분노의 대상은 블미르가 아닌, 강하온이었다.
“경비가 도망갔는데 찾으러 안 온다고? 빌어먹을 새끼······, 죽어서도 저주하겠어.”
그는 그렇게 죽음을 직감하고, 눈을 감았다.
“응? 빨리 안 죽이고 뭐 하냐?”
드라쿨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자 짜증을 내면서 눈을 떴다.
블미르가 자신을 가지고 장난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하지만 눈을 뜬 드라쿨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확인했다.
『······.』
그의 눈에는 보이는 것은 훌쩍 뒤로 물러난 블미르와 자신을 보고 서 있는 강하온이었다.
“와, 와줬구나!”
평소, 꼴도 보기 싫은 강하온이었지만, 드라쿨은 강하온이 너무도 반가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반가움은 공포로 바뀌었다.
“뭘 그렇게 기뻐하는 거지? 이제 빌어먹을 개새끼를 저주할 수 없을 텐데.”
언짢다는 표정으로 말하는 강하온을 본 드라쿨은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렸다.
“그, 그게 무슨 말인가?”
“······.”
드라쿨은 일단 발뺌부터 했지만, 강하온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쳐다봤다.
드라쿨은 이미 변명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언제부터 온 거냐?”
강하온이 언제부터 이곳에 왔는지다,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녀석이 붉은 폭풍을 만들 때부터?”
“······.”
대답을 들은 드라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바로 구하지 않고, 일부러 지켜보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드라쿨은 어이가 없어서 바로 욕을 한 바가지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삼켰다.
그랬다가는 진짜 죽을지도 몰랐다.
“잘못······.”
“사과는 됐고, 오랜만에 진솔한 대화나 좀 하자고.”
강하온의 말에 드라쿨의 몸이 반사적으로 부르르 떨렸다.
그동안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일단 나래 화장 상대가 필요한 데, 그걸 잘하면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고.”
“하겠다! 잘 하겠다! 아니, 잘 할 수 있다! 내 얼굴이 또 화장이 잘 먹히는 얼굴이잖아.”
강하온은 이마를 까면서 다급하게 말하는 드라쿨을 보고 피식 웃고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기다려 주기까지 하고,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는 건가?”
그곳에는 강하온을 경계하며 쳐다보는 블미르가 있었다.
『네놈, 정체가 뭐냐?』
강하온은 여유로운 얼굴로 미소까지 지었지만, 블미르는 그러지 못하고 잔뜩 굳어있었다.
지금 강하온에게서 느껴지는 존재감이 자신의 아버지, 창조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지금 자신을 이 지옥 같은 참회동에서 꺼내준 힘의 주인이라는 것도 눈치챘다.
“내 정체? 뭐, 이름을 말해줘야 하는 건가? 그런데 내 정체가 굳이 필요하겠어?”
『그건 무슨 의미냐.』
“어차피 죽어야 할 건데, 굳이 내가 누군지 알 필요가 있냐는 거지.”
강하온은 눈앞에 있는 블미르를 가만둘 생각이 없었다.
드라쿨의 복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바로 레벨 업 때문이었다.
블미르는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적보다 강했다.
굳이 비교할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판게아를 멸망시키려고 했던 마신룡인데, 마신룡보다도 강했다.
그 말은, 녀석을 잡으면 많은 레벨이 올라간다는 말이었다.
『······.』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지만, 블미르는 반박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그가 보는 강하온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벽 같았기 때문이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는 관계로 빨리 끝내야겠어, 우리 미래의 디자이너 선생님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거든.”
강하온 말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
그는 처음부터 블미르의 앞에 있었던 것처럼, 이동해 있었다.
『!!!』
블미르의 눈동자가 커졌다.
움직인다는 것을 인지하는 순간, 이미 지척에 있는 강하온 때문이었다.
하지만 블미르는 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그는 원시의 존재,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이 몸은 신들의 왕이 될! 피의 신, 블미르다!』
블미르는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의 몸을 중심으로 엄청난 양의 짙은 혈기가 터져 나왔으며, 거대한 피의 폭풍을 만들었다.
아까 슬라임을 상대할 때 만든 피의 폭풍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크기였다.
물론, 위력도 훨씬 강했다.
“굳이 쓸데없는 짓을 하네.”
강하온은 코앞에 생겨난 피의 폭풍을 보고 귀찮은 표정을 지으면서 손을 뻗었다.
파바박-!
강하온의 팔과 피의 폭풍이 닿자, 거친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강하온의 표정은 편안했다.
블미르의 혈기는 강하온의 마나를 전혀 뚫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무슨······.』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본 블미르는 놀라 소리쳤지만, 그게 블미르의 마지막이었다.
우드득-!
강하온의 손이 블미르의 목을 움켜쥐었고, 그 순간 피의 폭풍이 그쳤다.
원시의 존재, 최상위 신 중 하나였던 블미르는 그렇게 허무한 죽음을 맞이했다.
그와 동시에, 강하온의 눈앞에는 기다리던 글씨가 보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하온은 감탄했다.
레벨 업이 무려 스무 번이 넘게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 제법 강한 녀석이었구나.”
강하온은 바닥에 쓰러진 블미르의 시신을 보면서 웃었다.
“하긴, 그러니 내 팔이 이렇게 됐지.”
강하온은 그리고 자신의 팔을 쳐다봤다.
푸슉-!
그 순간, 그의 팔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블미르의 공격에 의한 상처는 아니었고, 그의 마나 자체를 감당하지 못해서 신체에 부하가 온 것이었다.
“빨리 레벨 업을 해야겠네.”
강하온은 레벨 업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응? 이건 또 뭐야?”
레벨 업이 메시지가 다 끝났을 때 쯔음.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레벨 200을 달성했습니다.』
『전직 퀘스트를 시작합니다.』
메시지를 확인한 강하온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직? 게임이야,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