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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101화 (101/186)

101. 사이펜

101. 사이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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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순이의 실험실.

강하온은 눈을 감은 채 서 있었고, 은순이는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만나러 간 거구나.”

은순이는 강하온이 말하지 않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 혼란스러웠다.

“진짜 광증일까?”

암인의 힘 분석을 끝냈을 때, 찰나였지만 망설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감정은 질투였지만, 은순이는 알지 못했다.

감정이란 지식적으로 아는 것과 실제 겪어보면 달랐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심해야겠어.”

은순이는 혹시라도 실수하지 않게, 마음을 다잡았다.

잠시 후, 강하온이 눈을 떴다.

“······.”

강하온을 눈을 본 은순이는 멈칫했다.

시리도록 차가운 눈, 판게아에서 자주 봤던 눈이었다.

진정으로 분노했을 때 보였던 눈이었다.

“고마워.”

하지만 그것은 찰나일 뿐, 강하온은 금방 웃으면서 은순이한테 감사를 표했다.

“고맙기는,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라. 우리는······친구지 않느냐.”

은순이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굳이 강하온이 숨기려는 분노를 알은 채 하기 싫었다.

“맞아, 너는 내 제일 소중한 친구야.”

“소중한 친구······, 그렇지.”

“은순이 나는 애들 때문에 먼저 가볼게, 아침에 보자.”

그렇게 강하온은 은순이의 실험실을 떠나, 아이들이 자는 숙소로 떠났고, 은순이는 강하온이 떠난 자리를 멍하니 바라봤다.

“부럽네.”

그러나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일이었어도······, 그랬을까?”

은순이는 생각했다.

만약,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지금처럼 화를 내줄지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네······.”

물론, 그런 일이 생길 확률은 거의 없겠지만, 은순이는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래 줬으면 했다.

지금처럼 화를 내줬으면 말이다.

“아, 빨리하던 거 해야지.”

은순이는 잠시 미뤄뒀던 일이 생각났다.

『크아악! 그만! 그만!』

그녀의 실험실 안은 광인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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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나는 정신과 육체가 분리된 괴리감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눈을 떴다. 그녀의 앞에는 그녀의 키보다 두 배 이상 큰 거대한 거울이 보였다.

그녀가 강하온과 한빛나를 만나게 해준, 어둠의 신, 테스의 신물이었다.

“다시 만나기 전까지는 못 보겠지······.”

한빛나는 아련한 눈으로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아니 그 너머에 있을 강하온과 나래를 생각했다.

이번에 한빛나가 이 신물을 사용해서 나래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암인의 배려였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꿈의 거울을 작동시키기 위해서는 암인의 희생해야 했기 때문이다.

광인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하는 교단의 성전처럼, 꿈의 거울 역시 암인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해야 했다.

그런데 암인은 한빛나의 힘듦을 모른 척할 수 있었음에도 꿈의 거울을 사용한 것이다.

심지어 암인은 광인과 다르게, 그 수가 현저히 적었다.

사실 납치한 입장에서 배려라는 말이 우습기는 하지만, 하여튼 암인 입장에서는 그랬다.

“크아아악!”

그때, 한빛나의 뒤에서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고풍스러운 방 안에서 고통스러워하며 바닥을 구르는 암인, 꿈의 공간에서 강하온에게 공격을 당했던 암인이었다.

꿈속에서는 소리를 내는 기관까지 전부 난도질당해서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지만, 현실에서는 달랐다.

그의 육체는 더없이 건강했다.

덜컥-!

그때, 방문이 열리며 바닥에 쓰러진 남자와 비슷한 모습을 한 여자가 들어왔다.

그녀 또한 남자와 같은 암인이었다.

막 방 안으로 들어온 여자는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보고는 놀라서 소리쳤다.

“사이펜!”

사이펜, 남자 암인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어둠의 신 테스를 모시는, 열두 명의 사도 중에 여덟 번째 사도이기도 했다.

“빛나, 대체 사이펜이 왜 그러는 거야?”

여자 암인, 그녀의 이름은 로즈였다.

열두 명의 사도 중에서 아홉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했다.

로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한빛나에게 물었다.

“그게······, 꿈속에서 하온을 만났어.”

잠시 고민하던 한빛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로즈는 자신한테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몇 안 되는 암인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꿈의 거울을 이용할 수 있었던 것은 로즈의 입김 덕이기도 했다.

물론, 이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어차피 사이펜의 입으로 밝혀질 사실이라는 것도 있었다.

“하온이라면······. 네 남편인 절대자?”

“맞아.”

“어떻게······.”

살짝 멈칫했던 로즈는 한빛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꿈의 공간을 강제로 열고 들어왔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녀의 상식으로는 불가능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커억! 쿨럭······.”

그때였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사이펜이 숨을 크게 내쉬면서 기침을 토했다.

정신을 차렸는지, 초점이 없던 눈동자에도 빛이 돌아왔다.

“사이펜, 괜찮아?”

“빌어먹을! 빌어먹을 새끼!”

사이펜은 로즈의 물음에 대답이 아닌, 열분을 토해냈다.

그가 증오 가득한 분노를 쏘아 보내는 대상은 강하온이었다.

“······.”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빛나는 움찔했다.

갑자기 사이펜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향했기 때문이다.

“안돼! 빛나에게 해코지할 생각 하지 마, 이건 교주님의 명이야.”

로즈는 그런 사이펜을 보고, 재빨리 한빛나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말대로, 교주는 모든 암인에게 명했다.

광인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절대 한빛나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말라는 명이었다.

“······나도 안다, 그럴 생각 없으니까 쓸데없는 걱정하지 마라.”

사이펜은 잠시 한빛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대로 방을 나갔다.

“사이펜.”

“······.”

로즈는 사이펜이 걱정 돼서 붙잡았지만, 사이펜은 무시한 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빛나, 미안. 나도 이만 가볼 게, 조용한 녀석이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니까 걱정이 돼서.”

로즈는 미안한 표정으로 한빛나한테 말했다.

“괜찮아.”

“고마워, 꿈속에서 있었던 일은 나중에 말해줘.”

로즈는 환하게 웃으면서 방을 나갔다.

“으윽.”

로즈마저 방에 나가고 방에 혼자 남은 순간, 한빛나는 갑작스러운 두통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아, 안돼······.”

잠시 후, 미래의 한 장면을 본 한빛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 미래에는 강하온이 없었고, 자신과 나래, 그리고 전에 봤던 미래에도 있던 여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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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온 사이펜의 표정을 흉악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악귀를 보는 거 같았다.

“빌어먹을 개······.”

강하온을 떠올렸던 그는 멈칫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자연스레 몸이 떨렸기 때문이다.

그 짧은 사이, 강하온이 영혼에 새겨 넣은 공포의 흔적이었다.

그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끔찍한 고통이 다시 떠오르는 거 같았다.

“······개자식, 반드시 후회하게 해주겠어.”

이러한 공포는 오히려 그를 더 분노케 했다.

암인, 그들 역시 태생이 초월자인 존재였다.

당연히 그들의 자존감은 하늘을 찔렀고, 이러한 자존감이 좋지 않게 작용한 것이다.

상대가 고작 인간, 자신이 하찮게 여기는 인간이라는 것도 한몫했다.

그는 어떻게든 강하온에게 복수를 할 생각이었다.

물론, 그 방법이 강하온이나 한빛나를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교주의 말을 어길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만 건들지 않으면 되는 거잖아······.”

교주의 명은 강하온과 한빛나를 건들지 말라고 했지, 주변 사람에 대한 말은 없었다.

그의 생각은 궤변이었지만, 이미 분노로 눈이 돌아간 그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줄 동료도 없었다.

“그때 챙겨두길 잘했어.”

사이펜은 자신의 손에 들인 검은빛 구슬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과거, 광인을 피해서 도주하던 도중, 우연히 다른 차원에서 얻은 던전이었다.

그 차원의 괴수가 잠든 던전이었는데, 혹시 써먹을 수 있는 곳이 있을까 해서 챙겨둔 것이었다.

“피를 탐하는 원시 괴물이 잠든 곳이라고 했지.”

사이펜은 손에 힘을 줘서 그대로 구슬을 깨트렸다.

“과연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새끼를 원망해라.”

깨진 구슬에서는 검은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어딘가로 사라졌다.

“사이펜!”

그때, 뒤에서 로즈가 다가왔지만, 이미 모든 흔적은 사라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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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 휘황찬란한 보름달 세상을 비췄고, 새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의 남자, 드라쿨이 강렬한 붉은 눈동자로 둥근 황금빛 달을 운치 있게 바라봤다.

그의 고귀한 외모 덕분인지 마치 한 폭의 명화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와 달리, 그는 야간 경비일 뿐이었다.

위이잉-.

그때, 어디선가 모기 한 마리가 나타나 드라쿨의 귓가에 맴돌았다.

짝-!

드라쿨은 그림 같은 자세에서 곧바로 양 손바닥을 이용해 모기를 잡아냈다.

“이놈의 모기 새끼들은 대체 언제까지 나오는 거야?”

드라쿨은 곧 8월이 넘어가는데도 나오는 모기를 징글징글하다는 듯 쳐다봤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봤다.

혹시 모기가 더 남았나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주변에 더 모기가 없다는 것을 파악한 드라쿨은 다시금 달을 바라봤다.

“이제 3일 남았구나.”

드라쿨의 입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곧 있으면 두 번째 월급날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얼마나 강해질까?”

이미 한 방울로 엄청난 변화를 느낀 드라쿨이었다.

남들이 볼 때는 고작 한 방울일지 모르지만, 그 한 방울의 위대함을 아는 드라쿨은 흥분됐다.

“이참에 팬더 녀석이랑 다시 서열을 정리해야겠어.”

그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서열 정리를 생각했다.

강하온이야 당연히 제외였고, 나래와 레아도 제외였다.

그렇게 생각하면 은순이와 바오만 남았는데, 당연히 은순이는 제외였다.

지독한 냉기의 후유증으로 그는 아침마다 뼈가 시린 거 같은 느낌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이유도 있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오한테 쌓인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뭐, 죽통밥? 아오!”

그는 3주 전에 있던 일을 생각했다.

그 어느 날보다 태양 빛이 뜨거운 날이었다.

이제는 거의 장식으로 쓰는 스마트 폰에 역대 최악의 폭염주의보라고 뜬 것을 보면 확실히 더운 날이었다.

그런데 바오가 갑자기 죽통밥이 먹고 싶다고 사 오라고 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거절했지만, 황금 대나무 죽창에 맞고, 심부름했었다.

“다음에는 그냥 죽통을 때려주마.”

그는 그때 다짐했다, 죽통밥의 죽 짜만 꺼내도 바오의 죽통을 갈겨 버리겠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했다.

“응? 저건 뭐야?”

밤공기를 안주 삼아서 바오를 씹고 있던 그때, 드라쿨의 눈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숙소 입구 쪽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드라쿨은 야간 경비답게, 곧바로 연기가 나오는 쪽으로 움직였다.

항상 투덜대도, 자신이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드라쿨이었다.

“뭐, 뭐야······.”

드라쿨이 다가가자, 갑자기 검은 연기가 그의 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검은 연기는 순식간에 덩치를 키우더니, 드라쿨을 그대로 집어삼키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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