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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97화 (97/186)

97. 꿈속에 한빛나

97. 꿈속에 한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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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뜬 나래는 주위를 둘러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응?”

분명 집에서 잠을 잤는데, 눈을 뜨니 새하얀 찔레꽃으로 가득한 꽃밭에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 예뻐!”

나래는 꽃을 보고는 환하게 웃었다.

향기도 좋았고, 보는 것만으로 엄마인 한빛나가 생각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 어?”

나래는 지금 자신이 혼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래의 머릿속에는 예전 기억이 떠올랐다.

나래에게 가장 무서웠던 기억, 엄마인 한빛나가 사라지고 잠시 집에 혼자 남아있던 시간이다.

“······.”

나래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아빠? 아빠!”

나래는 뛰어다니면서 다급하게 강하온을 불렀다.

하지만 강하온은 나타나지 않았고, 나래의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그때였다.

“나래야.”

나래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췄다.

강하온의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나래한테는 그 어떤 목소리보다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목소리였다.

그렇다, 지금 나래의 귀에 들린 목소리는 한빛나의 목소리였다.

나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엄마?”

나래의 눈에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엄마 한빛나였다.

사진이 아닌, 실물로 한빛나를 보자, 나래는 그동안 참았던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흐아아앙! 엄마!”

나래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며 한빛나한테 뛰어갔다.

“나래, 엄마가 보고 싶었구나.”

한빛나는 우는 나래를 따뜻한 미소로 안아줬다.

“엄마가 말해준 대로 아빠는 엄청 멋있는 사람이에요! 매일 나래 밥도 맛있게 해주고, 나래가 해달라고 해주는 것도 다해줘요! 그리고 엄청 대단한 헌터에요!”

잠시 후, 진정이 된 나래는 한빛나한테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을 쉬지 않고 쏟아냈다.

물론, 대부분은 강하온 자랑이었다.

“바오도 있어요! 나래 친구인데 말할 수 있는 팬더인데 매일 나래랑 재밌게 놀아주고 있어요. 그리고 동생도 생겼어요! 레아인데 꼬리랑 귀가 있고, 먹을 걸 엄청 좋아해요.”

새로운 가족들의 얘기도 했고.

“엄마, 나래도 헌떠가 됐어요! 그래서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어요. 친구들이 나래 엄청 좋아해요! 그리고 하늘이가 있는데······.”

나래는 신화 아카데미에 관한 얘기도 꺼냈다.

한빛나는 그런 나래의 얘기를 웃으면서 들어줬다.

“그런데······.”

그때, 신나서 얘기하던 말을 이어가던 나래가 머뭇거렸다.

“나래, 말하고 싶은 거 있어?”

한빛나의 물음에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뭘 까? 엄마한테 말해줄까?”

“······엄마, 언제 와요? 보고 싶어요······.”

나래를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했다.

나래는 이 모든 게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빠가 자신을 이렇게 혼자 둘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

찰나였지만, 나래의 팔을 잡은 한빛나의 손끝이 떨렸다.

물론, 나래는 그것을 느낄 수 없었다.

“나래야, 엄마가 약속은 뭐라고 했지?”

한빛나는 우는 나래를 지켜보며, 대답을 기다렸다.

“······꼭 지켜야 하는 거요.”

잠시 후, 나래는 조금 진정이 됐는지 눈물을 닦으면서 말했다.

“맞아, 약속은 꼭 지키는 거지. 엄마도 꼭 지킬 테니까, 나래가 조금만······.”

나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던 한빛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리고 지금까지 여태까지 미소를 잃지 않던 그녀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눈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 수 있을까? 엄마가 아직은 갈 수가 없어······, 미안해.”

한빛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나래를 안았다.

그렇게 두 모녀는 눈물을 흘리며 서로를 껴안았다.

“엄마랑 꼭 다시 만날 거니까 그때까지 아빠 말 잘 듣고, 건강하게 있어야 해. 알았지?”

“네!”

나래는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엄마가 아빠한테 전해줄 말이 있는데, 전해줄래?”

“전해줄 말? 네!”

“엄마는 아픈 곳도 없고, 아주 건강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전해줘. 그리고 곧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고.”

“네! 아빠한테 전해줄게요.”

나래는 한빛나가 한 말을 기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 아빠한테 흘리지 말고 다니라고도 전해줄래?”

“흘리지 말고?”

나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음식을 먹는 게 아닌 데, 흘리지 말라는 말이 뭔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말하면 아빠가 알 거야.”

한빛나는 귀여운 나래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게 나래는 꿈에서 깨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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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래, 레아, 얼른 일어나. 밥 먹어야지, 그래야 빨리 바다 놀러 가지.”

아침밥을 준비한 강하온은 두 아이를 깨웠다.

둘 다 한창 성장기였기에 아침을 거르게 할 수는 없었다.

오늘의 아침은 치즈 계란말이 김밥이었다.

“밥!”

잠을 자던 레아는 벌떡 일어났다.

눈은 감았지만,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우고는 아주 신기한 모습으로 식탁에 앉았다.

“······.”

나래 역시 눈을 떴다.

평소였으면 레아와 같이 눈을 비비면서, 비몽사몽 한 채로 식탁으로 걸어가야 했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안방에 걸린 강하온과 한빛나의 웨딩 사진을 멍하니 쳐다봤다.

『무슨 일 있나?』

나래의 품에 있는 바오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래를 쳐다봤다.

평소였으면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텐데, 오늘은 아주 말똥히 눈을 뜨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래야, 밥 먹어야지.”

“네.”

그때, 강하온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들렸고, 나래는 침대에서 내려와 식탁으로 앉았다.

“밥 먹고 있어, 아빠는 필요한 거 준비하고 있을 게. 응? 나래 무슨 일 있어?”

강하온은 움직이려다, 나래의 얼굴을 보고 멈췄다.

나래의 눈이 약간 부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요!”

나래는 해맑게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래? 으음, 벌레라도 물렸나? 잠깐 기다려봐.”

강하온은 나래의 부은 눈에 손을 올리고, 회복 마법을 사용했다.

그의 손에서는 따뜻한 초록빛이 나오더니 순식간에 부기를 없앴다.

“이제 괜찮네, 얼른 밥 먹고 있어.”

“네!”

나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하온이 아침 일찍부터 정성 들여 만든 김밥을 입에 넣었다.

“맛있어요!”

강하온은 맛있게 먹는 나래를 보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미소 가득한 얼굴로 여행 준비를 하기 위해 움직였다.

“······.”

나래는 김밥을 먹으면서 눈치를 봤다.

“레아야.”

그러다 강하온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을 보고는, 조용히 레아에게 속삭였다.

“으응? 어니 왜?”

눈을 감은 채, 입으로 계속 김밥을 넣고 있던 레아는 나래를 쳐다봤다.

“조용히 말해야 해.”

나래는 깜짝 놀라서 주위를 보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에 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손과 입은 쉬지 않았다.

여전히 김밥을 계속 먹고 있었다.

“우리 친하게 지내면 안 돼.”

나래는 누가 들을까, 조용히 레아의 귀에 속삭였다.

“은순 이모?”

레아의 말에 나래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이는 처음에 은순이를 처음 봤을 때부터 경계했다.

나래는 엄마인 한빛나 때문이었고, 레아는 다른 이유였지만, 하여튼 둘은 경계했다.

그런데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고기만 먹으면 안 돼.”

레아가 갈비찜에 정신이 팔려서 약속과 다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응? 그런데 언니도 같이 케이크 재밌게 만들었잖아.”

“······.”

순진무구한 레아의 말에 나래는 멈칫했다.

레아의 말이 맞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오지 탐험 셰프에 나온 케이크 만들기에 홀려서 은순이에 대한 경계를 풀었다.

“너! 언니 말 안 들을래?”

나래는 눈에 힘을 주고, 레아를 보며 말했다.

“아니, 들을게.”

“꼭 그래야 해, 알았지? 이번에는 먹을 거에 정신 팔리면 안 돼.”

“응.”

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쉬지 않고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

나래는 그 모습을 보고,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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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 일행의 여행지는 제주도였다.

“아빠, 엄마가 사진 찍은 여기 가고 싶어요!”

강하온과 한빛나의 몇 장 없는 신혼여행 사진을 보고, 가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나도 거기가 가보고 싶다.”

은순이도 평소와 다르게 열의를 보이면서 동의했다.

“문어라면? 나도! 먹고 싶어!”

레아는 뭘 봤는지 모르겠지만, 좋은 듯했다.

“너는?”

『가고 싶지 않으면 안 가도 되나? 나는 대나무 숲에서 그냥 쉬고 싶다.』

“글쎄? 나래한테 허락받아 봐.”

“바오야! 거기 가면 예쁜 바다가 있어.”

『이미 가서 수영까지 하고 있나 보네.』

바오도 동의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지만, 체념하고 동의했다.

“드라쿨, 짐 챙겨.”

물론, 드라쿨은 선택권이 없었다.

다른 사람은 놀러 가는 거지만, 드라쿨은 일을 하러 가는 거였기 때문이다.

“잠깐! 나한테는 왜 의견을 묻지 않는 거냐?”

그런 게 싫었는지, 드라쿨은 발끈하며 물었다.

“굳이 물어야 하나?”

강하온은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도 그럴 게, 다른 사람 놀러 가는 거지만, 드라쿨 경비였다.

일하러 가는 거였다.

“당연하다! 나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기 바란다.”

강하온은 잠시 고민했다.

과연 뱀파이어에게 인격적 존중이 필요할까 고민했다.

“그래, 안 갈 거야?”

강하온은 드라쿨에게 의견을 물었다.

사실, 강하온을 만나기 전까지 마약왕 리카르도로서 저지른 범죄와 흡혈 행위를 생각하면, 인권은 개나 줘버리고 싶지만, 그대로 집으로 온 뒤 경비 일을 열심히 해준 대가였다.

덕분에 여름임에도 모기 한 마리 집으로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으음, 너도 알다시피 집을 지켜야 할······.”

드라쿨은 고민하는 척 말했다.

대충 싫다는 것을 그럴싸하게 말하는 거였다.

“뭘 선택하든 상관없지만, 우리 잘 때 누가 지켜? 안 오면 근무 태만이다. 이번 달 월급은 없는 거야.”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할 생각으로 신나있던 드라쿨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말만 마음대로지, 사실상 정답이 정해져 있는 선택이었다.

“······생각이었지만, 역시 가서 일하는 게 좋은 거 같다.”

“나도 그럴 거 같아서 안 물어본 거야, 빨리 준비해.”

“······알았다.”

드라쿨은 터벅터벅 걸어서 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놈, 나보다 강하면서 왜 지키라고 하는 거야.’

드라쿨은 억울했다.

강하온은 물론, 은순이, 바오, 전부 자신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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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매번 느끼지만, 오늘도 역시, 마법이 참 편리하다고 느꼈다.

그도 그럴 게, 텔레포트가 없었으면 아침 일찍부터 운전을 하거나 버스를 타서 공항까지 가야 했고, 긴 줄을 서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에 도착해서는 숙소까지 또 찾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법은 이러한 과정을 단 한 번에 끝내줬다.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갈까?”

은순이가 준비할 게 있다고 해서, 여행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점심 먹을 시간이 됐다.

“먹고 싶은······.”

“문어라면! 문어 들어간 라면 먹고 싶어!”

점심 메뉴를 정하려는 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아가 말했다.

얼마나 먹고 싶은지 침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점심 메뉴가 문어 라면으로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그래, 가자. 어차피 한 번은 가보려고 했으니까.”

강하온은 어차피 나래를 데리고 꼭 가려고 했던 곳이다.

강하온이 신혼여행 첫날, 길지 않은 추억에서 한빛나와 밥을 먹었던 곳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직접 주인장이 문어를 잡아서, 자리에서 라면을 끓여주는 가게였다.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게 딱 맞았다.

“네? 장사 안 하신다고요?”

마침, 간 날에 문을 닫았다.

“죄송합니다, 요즘 뭔 일인지 통 문어가 안 잡혀요. 먼바다까지 나가도 씨가 말랐는지 안 보인다니까요.”

당연히 가게를 닫을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문어 라면인데, 문어가 없으니 말이다.

“······못 먹어요?”

“허억! 문어 없어? 문어가······.”

두 아이는 아쉬워했다.

나래는 강하온과 한빛나의 추억이 있는 곳에서 밥을 못 먹는 것이 아쉬웠고, 레아는 나라를 잃은 표정을 지었다.

“꺄아악!”

그때였다, 라면 가게 앞에는 해수욕장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쿠오오오!』

그리고 소름 끼치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렸다.

바다에는 빌딩 높이의 파도와 거대한 문어, 아니 크라켄이 보였다.

“재료를 구해오지.”

그 순간, 은순이가 눈을 반짝이며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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