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 세계 헌터 협회장을 만나다.
93. 세계 헌터 협회장을 만나다.
#
강하온이 세계 헌터 협회에 도착했을 때, 이미 폴과 스테락의 전투가 한창 이어지고 있었을 때다.
“저놈이 네가 말한 세 번째 사도인가?”
『스테락이다, 사도 중에서 가장 호전적인 성격을 가진 놈이기도 하지.』
영혼석 안에 있는 니우다가 대답했다.
“그래? 지금 볼 때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니우다의 말과 달리, 스테락는 호전적인 성격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그거야 아직 본심을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광인들 사이에서 저 녀석의 별명은 야차였다. 아주 개차반 같은 놈이지.』
니우다는 과거에 무슨 억울한 일이라도 당했는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래? 그건 지켜보면 알겠지, 그나저나 저 녀석, 묘하게 이질감이 있단 말이지.”
강하온을 스테락을 보면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알맹이는 없는 깡통 같은 느낌이랄까?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
“일단 확인해봐야겠군.”
강하온은 짐작 가는 것이 있었지만, 일단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 전에 그는 폴의 전투를 지켜봤다.
“강해졌네?”
폴의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
원래 사선을 넘을수록 강해지는데, 특히 천살기를 가진 존재는 훨씬 더 그 효과가 좋았다.
“엘릭서가 효과가 좋긴 좋아.”
괜히 전설의 비약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단순히 먹는 것만으로 폴은 배 이상 강해져 있었다.
“하지만 한계가 있네.”
강해졌다고 해도, 폴과 스테락의 절대적인 힘 차이는 존재했다.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폴이 스테락을 이길 수는 없었다.
번쩍-!
스테락이 아바타를 사용한 시점에 그 힘 차이는 더 명확해졌다.
확실히 스테락은 지금까지 만난 사도들과 격이 달랐다.
피부가 저릿할 정도의 힘, 강하온은 오랜만에 강하온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응? 설마 저 녀석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슬슬 움직이려 했던 강하온은 지독할 정도의 천살기를 끌어올리는 폴을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폴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아바타를 사용한 스테락과 비교하기에는 우스웠다.
말 그대로 지금 둘의 차이는 격이 다르다는 말이 어울렸다.
강하온은 지금 폴의 행동을 단 한 단어로 정의했다.
“만용.”
그렇다.
누구는 용기 있는 행동이라 하겠지만, 그건 힘이 있을 때나 적용되는 말이다.
힘도 없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은 만용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폴을 보는 강하온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보면 볼수록 호감이네, 새끼.”
강하온은 만용이라고 해도 용기 있는 자를 좋아했다.
스테락이 찌른 빛의 창과 폴이 부딪히기 직전에 강하온의 연길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폴의 옆이었다.
“자살 특공대야 뭐야? 여전히 무식한 놈이네.”
강하온은 폴의 천살기를 전부 흩어지게 만든 뒤,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 아니 손가락으로는 거대한 빛의 창을 막아냈다.
“강하온 헌터님?”
“그래, 나다. 그나저나 너 누가 마음대로 죽어도 된다고 했냐? 아직 엘릭서 값도 못 받았는데.”
“네?”
폴은 어안이 벙벙해서 눈만 깜빡거릴 뿐이었다.
“됐다, 지금은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 하니까 아래로 내려가 있어라.”
“네! 알겠습니다!”
강하온은 폴을 지상으로 던지고, 스테락을 쳐다봤다.
“그대가 강하온이군, 직접 보니 훨씬 대단한 인간이야.”
스테락은 자신의 공격이 한 손에 막혔다는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애초에 그의 전력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신 강하온을 흥미롭게 바라봤다.
처음에만 해도 대체 어떤 인간이기에 자꾸 사도를 처치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직접 보고나니 당연히 그럴 자격이 있는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강하온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가 스테락한테 느꼈던 묘한 이질감의 느낌이 뭔지 알았기 때문이다.
“분신이었나”
그렇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스테락은 본체가 아니었다.
묘한 이질감의 정체가 바로 그거였다.
『눈치가 빠르군, 아쉽지만 우리 만남은 다음으로 미루자고.』
애초에 스테락은 끝장을 내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두 가지 목적 때문에 움직였고, 현재 그것을 둘 다 이룰 수 있었다.
목적을 달성한 스테락의 몸은 빛으로 흩어지면서 사라졌다.
“빌어먹을 새끼군.”
강하온은 사라지는 스테락을 보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하긴 그 새끼들이 이렇게 대놓고 모습을 드러낼 리가 없지.”
강하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와! 단번에 적을 물리쳤다!”
“강하온!”
하지만 이러한 상황을 모르는 지상의 사람들은, 전부 강하온을 보고 환호했다.
#
교단의 신전에 있는 스테락의 본체가 눈을 떴다.
“오래간만에 붙어 보고 싶은 자였는데······.”
눈을 뜬 스테락은 강하온을 생각하며 아쉬워했다.
강하온을 보는 것만으로 그의 호승심이 들끓었다.
“과연 그자와 전투를 벌인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는 강하온과의 전투를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선뜻할 수 없었다.
질 자신 없었지만, 그렇다고 이길 자신도 없는 상대, 강하온은 승부를 확신할 수 없는 존재였다.
“다음에는 꼭 붙어보고 싶군.”
하지만 스테락은 그대로 붙어보고 싶었다.
물론, 그게 지금은 아니었다.
그는 교단의 세 번째 사도, 개인의 욕망보다는 교단을 위해야만 했다.
‘나중에는 제대로 붙어 보자.’
스테락은 속으로 다음을 기약하며, 교주가 사도들이 있는 원탁으로 향했다.
『그래, 어떤 거 같으냐.』
교주의 물음, 교주는 현재 강하온과 지구 성계신의 신물에 대해 묻고 있는 거였다.
“일단 신물은 세계 헌터 협회 안에 있었어, 하지만 소문대로 협회장이 가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렇다.
하나는 성계신의 신물을 가진 존재, 혹은 신물이 세계 헌터 협회에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은 달성했다.
잠깐이지만 아이기스 시스템이 흐트러졌을 때, 신물로 추정되는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하온, 그자는 어떠했지?』
다른 하나는 강하온이 강함이었다.
그들은 현재까지 강하온의 강함을 제대로 파악할 길이 없었다.
전부 전투를 했던 사도들이 사로잡혔으니 말이다.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더군.”
스테락의 말에 몇몇 사도가 움찔했다.
전부 스테락보다 약한 사도들이었다.
그 말은 자신들은 강하온과 전투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고생했다.』
반면에 교주를 비롯한 상위 두 사도는 덤덤했다.
그들은 전부 스테락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준비가 끝나는 대로 협회를 다시 노린다.』
#
강하온은 원래라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현재 집에는 은순이와 두 아이가 케이크를 만들고 있을 텐데, 뭔가 모르게 불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럴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강하온 헌터님!”
“감사는 말로 하지 말고, 조금 전처럼 교단의 정보를 물어봐.”
“알겠습니다!”
“그럼, 난 이만 간다.”
“잠깐만요!”
떠나려던 강하온을 데이지가 붙잡았다.
“뭐지?”
“지금 협회장님이 뵙기를 원하십니다.”
“미안, 내가 급한 일이 있어서 다음에 보도록 하지.”
세계 헌터 협회 협회장, 강하온도 조금 궁금하기는 했다.
세계 헌터 협회장이 누구인지는 어떠한 정보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궁금할 뿐, 굳이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정보처로 사용하기에는 폴 정도면 차고도 넘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은순이 녀석······, 뭔 짓을 저지를 거 같단 말이지.’
강하온은 시키고 나서 생각난 것이지만, 큰일이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유독 작은 일에는 큰 실수를 했기 때문이다.
“자, 잠시만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협회장님입니다!”
그때, 집행부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앞으로 튀어나오면서 말했다. 마치, 협회장이 부르면 강하온은 그냥 봐야 한다는 말 같았다.
이러한 집행부원의 해동은 강하온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내가 협회장이 오고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는 사람인가?”
순간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강하온은 호의는 호의로, 적의는 적의로 돌려주는 사람이었다.
지금 그에게 집행부원은 적의를 드러낸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싸늘한 눈으로 집행부원을 쳐다봤고, 집행부원은 죽음의 공포에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넌 이 녀석한테 감사해라.”
다행히 폴이 재빨리 대처한 덕에 누군가 죽거나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강하온은 폴을 잠깐 보고는 집행부원한테 집중했던 기운을 풀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보지.”
강하온이 텔레포트를 사용하려는 그때, 그의 발걸음을 붙잡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잠시만 봤으면 해요! 제가 직접 움직이고 싶지만, 그럴 처지가 되지 못해요.』
“초월자?”
누군가 그에게 의념을 보낸 것이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 같은 의념이었다.
그리고 강하온은 자신에게 의념을 보낸 자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협회장인가?』
강하온은 의념을 보낸 곳을 추적해서 의념을 보냈다.
『맞아요, 잠시만 시간을 내주실 수 없을까요? 아니면 제가 그쪽으로 가도록 하겠습니다.』
『조금 전까지 움직일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
『······도움을 받으면 가능해요, 데이지의 도움을 받아서 그쪽으로 갈 수 있을 거 같아요.』
『휴······, 됐다. 내가 가도록 하지. 데이지의 안내를 받으면 되는 건가?』
잠시 짜증 났던 기분 때문에 협회장이 직접 찾아오게 하려던 강하온은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
곤란해하는 의념을 듣자, 괜히 마음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고마워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아주 발랄한 의념, 강하온이 생각했던 협회장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그가 생각하는 협회장은 박노식 같은 인물이었으니까.
“데이지.”
“네!”
데이지는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안내해라.”
“네?”
“협회장한테 안내하라고, 싫은 건가? 싫으면 말해라.”
“아닙니다!”
잠시 놀랐던 데이지는 금방 정신을 차리고, 강하온을 헌터 협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도 같이 가.”
폴도 늦을세라 바로 따라붙었다.
“이봐, 협회장이라는 사람 대체 어떤 사람이지? 듣기로는 직접 움직일 수 없다고 하던데.”
“그걸 어떻게······.”
“······어떻게 아셨습니까?”
강하온의 앞을 걷던 두 사람은 동시에 놀란 토끼 눈이 돼서 강하온을 쳐다봤다.
협회장을 아는 인물은 수뇌부 몇을 제외하면 아무도 알지 못했고, 협회장에 관한 얘기는 모두 철저한 비밀에 부쳐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긴 어떻게 알아, 자기 입으로 직접 나한테 말하던데.”
“아······.”
두 사람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나 비밀이 퍼졌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인데?”
“그게······ 직접 보이시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막 도착했으니까요.”
데이지는 거대한 철문 앞에 멈춰 서며 말했다.
끼익-!
거대한 철문이 열리기 시작했고, 철문 안에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방안을 확인한 강하온은 눈동자는 거칠게 흔들렸다.
“······빛나?”
그곳에는 한빛나를 똑 닮은 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