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네 번째 사도, 데카
84. 네 번째 사도, 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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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육체를 찾은 건가······.』
니우다의 영혼이 담긴 영혼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었다.
“그 거물이라는 놈, 저기 가운데 있는 놈을 말하는 건가?”
강하온은 하늘에 떠 있는 세 명의 광인, 그중에서 명치에 교단의 문양이 있는 가장 강한 광인을 가리켰다.
니우다의 혼잣말로 추측해보는바, 원래는 육체가 없던 강력한 사도가 분명했다.
『네 번째 사도 데카다.』
말을 하는 지금도, 영혼석은 거칠게 떨렸다.
강하온은 그 모습에 조금 이해가 가지 않은 것이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거지?”
같은 사도였다.
열두 번째 사도, 바루스 때는 이렇게 겁을 먹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마치, 보면 안 될 존재를 본 것처럼 무서워하는 거 같았다.
『기본적으로 사도는 수평관계지만, 네 번째부터는 다르다. 그들은 강한 순으로 정해진 자들이야. 데카 혼자서 남은 여덟 사도를 상대하는 것도 가능한 정도로 강해.』
그나저나 사도 여덟보다 강할 정도라면 상당히 강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다.
강하온은 어쩐지 느껴지는 힘이 지금까지 만난 사도와는 확연히 다른 이유을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단순히 강하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겁을 먹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니우다, 그대는 역시 살아 있었구나.』
하늘에서 들리는 데카의 목소리.
『아비네와 바루스와는 달리, 그대의 탄생석에 빛이 꺼지지 않아서 의아해하던 참이었지. 그런데 이제 보니 적한테 굴복하고 믿음을 저버렸구나. 그 타락한 정신은 내가 직접 교화시켜주마.』
“으음, 배신자 처리반 그런 건가?”
『맞아, 데카는 교단 내에서 배신자를 처리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강하온의 생각이 맞았다.
어느 집단을 가도 존재하는 자였다.
세계 헌터 협회로 따지면 집행부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그 역할은 무력이 강한 존재가 맡게 된다.
『개 같은 미친놈이······, 정작 내가 위험했을 때는 꼬리를 자르고 사라졌으면서 타락?』
두려워하던 니우다는 분노했다.
영혼석 안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에, 버티다 버티다 안 돼서 항복한 것뿐인데 자신을 나쁜 놈으로 만드니 화가 날만 했다.
『하온! 당장 저 새끼들 죽어줘라!』
니우다가 이렇게 화를 낼 수 있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강하온의 옆, 지금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니까, 이 성전인가 하는 막을 부수는 방법이나 말해봐.”
『성전을 없애려면, 데카를 포함한 예비 사도 두 놈을 전부 죽이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
“예비 사도? 저 뒤에 두 명을 말하는 건가?”
『맞다, 아직 신물을 회수하지 못해서 정식 사도가 되지 못한 존재들이다.』
“그렇군, 하여튼 저놈들을 전부 없애면 이 막을 없앨 수 있다는 거지? 쉽네.”
강하온 니우다를 안 주머니에 넣으면서 검을 휘둘렀다.
목표는 사도 데카의 목이었고, 정확하고 빠른 속도로 검은 움직이고 있었다.
『내게 그딴 검은 통하지······.』
데카는 강하온의 검을 보고 말했지만,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서걱-!
강하온의 검이 데카의 목을 그대로 베어버렸다.
“······.”
하지만 강하온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찝찝하군.”
분명 목을 베었고, 손에 느껴지는 감각도 그렇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베인 데카의 머리도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니우다가 말한 것에 비하면 너무나 약했기 때문이다.
『죽지 않았다.』
“응?”
니우다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순간, 떨어지던 머리가 빛의 입자가 되어 사라졌다.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데카의 비어있던 머리 부분에 빛이 생겨나면서, 머리가 다시 생겨났다.
“뭐지?”
『성전이 존재하는 한, 신물의 주체가 된 저들은 죽지 않아.』
“죽지 않는다고? 대체 누스라는 놈은 별 개 같은 신물을 잘도 만들어내는군.”
강하온은 인상을 찌푸렸다.
지금까지 누스의 신물이라는 것을 보면, 전부 위협은 되지 않지만. 전부 하나같이 거슬리는 물건들이었다.
“방법은 당연히 있겠지?”
『신물의 주체가 되는 셋을 동시에 죽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신물의 힘이 사라진다.』
“······.”
강하온은 멈칫했다.
“설마, 죽여야 한다는 게 정신체까지 완전히 죽여야 하는 건 아니지?”
셋을 죽이는 거야 어렵지 않지만, 그러면 별다른 단서를 얻을 수가 없었다.
『아니다, 누스의 신물은 육체가 있어야만 사용할 수 있다.』
“다행이군.”
강하온은 안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전의 비밀을 알았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데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아바타 상태인 데카의 몸에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덩치가 지금보다 2배는 커졌고, 꼭 빛의 갑옷을 입은 형태로 변해 있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넌 죽는다.』“하하하.”
강하온은 데카의 말에 크게 자리에 멈춰서 크게 웃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강하온은 판게아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그거 아나? 나한테 그 말을 했던 사람들이 전부 어떻게 됐는지?”
『뭐, 전부 말을 지키지 못했다는 개소리를 하려는 건가?』
“그래, 그 개소리가 맞아. 전부 죽었어, 너도 곧 그렇게 해주지.”
강하온이 검을 휘두르려는 그때, 니우다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저 갑옷 조심해라, 공격한 대상에게 똑같이 상처를 돌려주는 갑옷이야.』
“하······.”
말도 안 되는 신물의 능력을 들은 강하온은 어이가 없었다.
“누스라는 놈, 꼭 보고 싶군.”
강하온은 이상한 신물을 만들어내는 누스를 꼭 만나서 진솔한 대화를 하고 싶었다.
대체 어떤 생각으로 저런 물건을 만들었는지.
“어느 정도로 돌아오지?”
『100%, 다친 만큼 상대한테 똑같은 상처를 입힌다.』
“참, 개 같은 물건이군.”
들으면 들을수록 어이가 없는 물건이었다.
결국, 자신이 죽으면 상대도 죽는 자살 특공대 같은 물건이라는 거였다.
문제는 성전, 이 빛의 돔 안에서 세 명의 광인은 동시에 죽지 않는 이상 무적이라는 거였다.
“재밌겠네.”
강하온은 막막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그는 위기에 더 강한 남자였다.
『뭐, 뭐 하는 거냐!』
니우다는 갑작스러운 강하온의 행동에 놀라 소리쳤다.
그도 그럴 게, 강하온은 니우다의 말을 분명 들었음에도 데카를 공격했다.
서걱-!
그리고 데카의 왼쪽 팔을 정확하게 베어버렸다.
데카의 팔이 툭 떨어지는 순간, 강하온의 왼팔도 똑같이 상황으로 변했다.
푸슉-!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빛의 형태인 아바타와 다르게 육신만 존재하는 강하온의 팔에서는 피가 솟구쳐 나왔다.
하지만 경이로운 재생력으로 강하온의 팔은 원상태로 돌아갔다.
『괴, 괴물······. 인간이 맞는 거냐?』
니우다는 눈을 의심했다.
분명히 잘렸던 팔이, 그대로 달라붙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바닥에 떨어진 피가 그 증거였다.
그가 알던 인간에 대한 상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직 까지는?”
강하온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나저나 꽤 귀찮은 물건이네.”
강하온이 니우다의 말을 듣고도, 공격한 이유는 한 가지 실험 때문이었다.
과연 어떤 원리로 저 갑옷이 작동하냐는 것이었다.
아비네의 100% 반사하는 빛의 방패처럼, 모든 물건이 작동하는데에는 원리가 있었다.
강하온은 당시에도 무식하게 공격만 한 것이 아니었다.
방패가 되돌릴 수 있는 한계치가 있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고, 그 한계를 부수기 위해 공격을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빛의 갑옷은 달랐다.
“당장에 파훼할 수 있는 원리는 아니군.”
빛의 방패와 달리, 상당히 복잡한 고차원적 원리였다.
지력보다는 무력이 앞서는 강하온이 지금 당장 파훼할 수 있는 원리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이럴 때마다 은순이가 생각난단 말이지.”
강하온은 그때, 은순이한테 같이 가자고 하지 않은 것이 후회로 남았다.
은순이, 그녀는 머리가 좋기로 유명한 드래곤 중에서도 천재라 불리는 두뇌의 소유자였다.
『······미친, 지금 원리를 파악하려고 그런 짓을 한 거야?』
“뭐든 직접 확인하는 것보다 확실한 건 없으니까.”
『만약 데카가 움직여서 목이라도 베었으면?』
“그런 일은 없지, 내 검은 빠르고 정확하거든.”
『······.』
니우다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강하온이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돌 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돌 아이한테 덤빈 자신이 멍청하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당연히 방법은 있는 거겠지?』
“당연한 소리, 귀찮을 뿐이지 위협적인 건 아니야.”
강하온은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말 그대로, 귀찮을 뿐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내가 상처를 입혀서 다치는 거라면, 내가 직접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 그만이잖아.”
정답이었다.
빛의 갑옷은 상처를 입힌 대상에게만 작용했다.
그 말은 직접 공격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아주 훌륭한 꼭두각시가 있었다.
“저기 저놈들을 잠시 써야겠군.”
그것도 둘이나 있었다.
강하온은 데카 뒤에 서 있는 두 명의 광인을 봤다.
스르륵-!
강하온의 모습이 일순간 사라졌다.
『······전부 경계해라.』
그 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데카도 잠시지만 사라졌다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투신의 은신술, 백 살이 넘어가던 판게아의 그랜드 어쌔신 마스터조차 제자가 되어 배우고자 했던 은신술의 극의였다.
『항상 뒤를 조심해, 이건 적으로서 주는 충고다.』
데카를 비롯한 예비 사도 둘한테 강하온의 의념이 들려왔다.
『······.』
의념은 들려왔지만, 여전히 그 어떤 기척도 느껴지지 않는 상황.
그들은 혼란스러웠다.
“뒤를 조심하라니까.”
강하온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예비 사도의 뒤였고.
『크윽······.』
강하온의 손은 광인의 가슴을 꿰뚫었다.
『소용없다!』
데카와 다른 예비 사도는 곧바로 강하온을 공격했지만, 강하온은 다시 모습을 감췄다.
그 사이, 가슴을 꿰뚫렸던 사도는 모든 상처가 회복됐다.
『보았느냐? 어차피 그깟 공격을 한다고 해도 나를 없애지 않는다면 소용없는 짓이다. 당장 모습을 드러내고 교단의 심판을 받아라. 그렇다면 다른 인간들은 모두 살려주지.』
데카는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큰 소리로 말했다.
강하온이 하는 행동이 가사롭다는 듯 하는 거 같았다.
“······.”
하지만 데카의 말에 돌아오는 대꾸는 없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흐르다, 강하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뒤를 조심하라니까.”
다시 강하온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른 예비 사도의 등 뒤, 이번에도 심장이 있는 곳을 꿰뚫었다.
“혓바닥이 길어진 것을 보니까, 겁을 먹었나보네?”
강하온은 이번에는 바로 모습을 감추지 않고, 데카를 보고 씨익 웃었다.
『······.』
데카는 반박하지 못했다.
강하온의 강함은 그의 예상을 한참 벗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종일관 여유로운 강하온의 모습은 그에게 알 수 없는 불길함을 주고 있었다.
『그래 봤자, 달라지는 건 없을 거다. 결국, 승자는 내가 우리 교단이 될 것이다.』
하지만 데카는 금방 마음들 가다듬었다.
성전은 광인에게 무한한 체력을 제공했다.
반면에 강하온은 인간, 체력이 정해져 있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전투였다.
“그런가?”
강하온은 여전히 웃을 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대답을 보여줬다.
쑤욱-!
데카의 가슴을 빛으로 이루어진 손이 꿰뚫고 나왔다.
『크윽, 어째서······.』
데카를 공격한 것은 강하온한테 처음 공격당했던 예비 사도였다.
“아, 실수했네. 동시에 공격하게 했어야 했는데.”
강하온은 심장이 터진 두 광인을 보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