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교단의 습격
83. 교단의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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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게이트가 생겨난 이후로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상 현상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당연했다.
몬스터가 나올 게이트가 존재하는데, 또 다른 끔찍한 것이 생기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신화 아카데미 전체를 감싼 노란 빛으로 이루어진 돔 형태의 막.
이 역시, 지금까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이상 현상이었다.
“저, 저게 뭐야? 전부 도망쳐!”
“일단 이곳에서 벗어나자!”
“제길, 이게 갑자기 무슨 일이야······.”
당연히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전부 신화 아카데미에서 멀어지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신화 아카데미에 정체불명의 막이 생겨났습니다, 근처에 있는 시민 여러분들은 대피해주시기 바랍니다.』
서울시도 비상상황임을 인지하고는, 시민들을 대피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서울시와 서울 시민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때,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곳이 있었다.
“부장님, 현재 위기관리 1팀이 현장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2팀도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마석도 헌터가 안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서, 태산에서도 독자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바로 한국 헌터 협회였다.
“에너지 수치는 어떻게 잡히고 있어?”
긴급 게이트 관리과, 우영민 부장은 빠르게 상황을 지휘해 갔다.
“현재 계속해서 빠른 속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코드 제로 수준의 에너지를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우명민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제길······, 대체 왜 한국에만 이런 일이 생기는 거야······.”
코드 제로라는 것 자체가, 지구의 존망을 알 수 없을 때 나오는 상황이었다.
1년에 한 번만 일어나도,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데 그런 코드 제로가 벌써 올해만 들어도 3번째였다.
그것도 전부 한국에서만 일어나고 있었다.
“각국의 헌터 협회랑 세계 헌터 협회에 지원 요청은?”
우 부장은 당연한 매뉴얼이었지만, 재차 물었다.
원래 기본적인 것이 실수하기 쉬웠기 때문이다.
“그게······, 지금 당장은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이 왔습니다.”
“뭐?”
우 부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확인하고자 했던 질문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부정적인 답변이 들려왔기 때문이다.
우 부장이 이러는 것은 당연했다.
코드 제로, 세계의 존망을 위협할 만한 상황으로 발생한 국가만 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서 당연하게 법으로 주변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원을 해야만 했다.
“뭐 때문인데?”
“지금 일본, 중국은 물론, 도움을 줄 수 있는 12개국에서 코드 트리플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미친······.”
우 부장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욕이 나왔다.
코드 트리플.
코드 제로의 전 단계로, SSS급 게이트가 등장한 상황이다.
게다가 코드 트리플이 발생했다는 것은 방출형 게이트라는 말이었다.
현재까지는 이론적으로만 존재했고, 실제로 나타난 적은 처음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라 사과나무라도 심어야 하는 건가······.”
우 부장은 세계가 진짜로 멸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세계가 멸망한다면 사과나무를 심고 싶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부장님?”
“아, 아니야.”
우 부장은 자신의 볼을 때리면서 정신을 차렸다.
아직 희망을 버리기에는 자신의 남은 인생이 너무 아까웠다.
늦게 결혼해서, 쌍둥이 아들이 생겼는데 인생을 포기할 순 없었다.
“이미소 과장!”
우 부장은 현재 상황을 유일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이미소를 불렀다.
정확히는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이 되어 있는 이미소였다.
“네! 부장님!”
“강하온 헌터는?”
“현재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
순간, 시끌벅적하던 관리실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귀신이 지나가도 이러기는 쉽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전부 하나 같이 희망을 잃은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유일한 희망이었던 강하온이 연락이 안 된다? 지구까지는 몰라도 지금 나타난 돔이 코드 제로급의 게이트라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은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신화 아카데미와 헌터 협회는 1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이미소 과장, 다시 한번 자세히 좀 말해주겠어?”
그나마 빠르게 정신을 수습한 우 부장이 재차 물었다.
“그게 지금 강하온 헌터가 신화 아카데미에 계십니다, 오늘이 딸 아이의 학예회라서요.”
“후······.”
그 순간, 관리실에 있던 모든 사람은 안도했다.
“그런 거였으면 진작 말해야지, 바로 도망갈 뻔했잖아.”
우 부장에 말에 전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는 건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울 시민을 대피시키고 저 정체불명의 돔을 조사하는 거밖에 없겠군. 전부 빨리 움직여.”
“네!”
한국 헌터 협회는 강하온을 믿고, 자신들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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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돔 밖에 있는 사람도 비상이었지만, 가장 놀라고 혼란스러운 것은 돔의 내부였다.
“저, 저기! 이상한 막이 생겼어요!”
“완전히 밖으로 나가는 길이 막혔어.”
“엄마······, 무서워요.”
비각성자인 학부모와 학생들은 처음 보는 현상에 겁을 먹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화 아카데미의 교수진인 뛰어난 실력을 갖춘 헌터라는 것과 학부모 사이에서도 뛰어난 헌터가 있다는 거였다.
“여러분! 전부 진정하세요!”
“맞습니다!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움직여야 합니다.”
그들 역시 혼란스럽기는 했지만, 금방 정신을 추스르고 혼란은 진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물론, 이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었다.
아니, 오히려 반기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놈들이군.”
강하온이었다.
아카데미 전체를 감싼 막, 그 막에서 교단의 힘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광인의 힘이.
‘인질을 써먹겠다는 건가?’
강하온은 생각보다 빨리, 교단이 습격한 이유를 생각해봤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봤지만, 그것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거대하게 외부와 완전히 차단할 이유가 없었다.
‘사람을 잘못 파악했군, 나를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다고 생각한 건가?’
만약 교단에서 그렇게 생각해서 지금 습격을 한 것이라면? 그것 크나큰 실수였다.
강하온은 영웅도 선한 사람도 아니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극히 이기적인 쪽에 가까운 사람이었다.
단지, 자신의 사람이라 생각한 사람들한테만 지극히 따뜻한 사람일 뿐.
“응?”
그때, 강하온의 손가락에서 작은 악력이 느껴졌다.
“아빠······
강하온은 이런 상황에 괜찮았지만, 나래는 아니었다.
나래는 사람들이 혼란스러워하자, 무서웠는지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크르르······.”
나래의 손을 잡은 레아는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우고는 완전한 경계태세를 하고 있었다.
레아 역시, 자신을 괴롭혔던 교단의 힘을 느낀 것이다.
‘너무 흥분했군.’
강하온은 이번에 교단의 꼬리를 완전히 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순간이지만,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
“괜찮아, 나래야. 아빠가 있으니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아빠 믿지?”
강하온은 나래를 보고, 환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네!”
나래는 그제야 환하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래에게 강하온은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며, 영웅이나 다름없었다.
강하온은 곧바로 레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면서 흥분을 가라앉히는 마법을 사용했다.
겉으로 볼 땐, 레아가 자신을 괴롭혔던 교단에 분노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강하온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레아야, 그렇게 겁먹을 필요 없어.”
레아는 겁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방어기제로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거였다.
“······응.”
침착해진 레아는 강하온의 웃는 얼굴을 보자, 확실하게 안도할 수 있었다.
레아가 모르는 것이 많아도 하나는 확실하게 알았다.
강하온이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거였다.
“레아야.”
그리고 강하온은 레아한테는 한 가지를 당부했다.
“응.”
“아빠는 잠시 나쁜 사람을 혼내줘야 하니까, 그때까지 레아가 언니를 지켜줘야 해. 알았지?”
“응! 레아가 언니 지킬게!”
강하온은 환하게 대답하는 레아를 보자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하지만 그에게는 나래가 우선이었다.
아무래도 친딸인 나래한테 마음이 더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레아를 딸처럼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그래, 그리고 이건 선물.”
강하온은 레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힘을 봉인하는 목걸이를 풀었다.
그리고는 다른 목걸이를 하나 채워줬다.
“어! 언니랑 똑같은 거다!”
레아는 해맑게 웃으면서 좋아했다.
며칠 전부터 강하온이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들었던 목걸이다. 나래의 목에 있는 절대 방패 마법이 내장된 아티펙트랑 똑같은 디자인의 목걸이었다.
정신을 맑게 해주는 것은 물론, 절대 방패 마법도 내장된 아티펙트였다.
“아빠, 금방 갔다 올게. 나래도 레아 잘 챙기고.”
“네! 나래가 언니니까 잘 챙기고 있을게요!”
강하온은 서로의 손을 꼭 잡은 두 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하늘이 아버님.”
강하온은 근처에 있는 마석도를 불렀다.
“네, 나래 아버님.”
끔찍한 분장에서 벗어나, 평소의 패션으로 돌아온 마석도가 강하온에게 다가왔다.
“잠시 아이들 좀 부탁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마석도는 강하온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무슨 의미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잘 부탁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아이들은 꼭 지킬 테니까.”
강하온은 마석도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그냥 우락부락한 조폭 같았지만, 지금은 그 모습이 꽤 믿음직스러웠다.
“전 일 좀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애들아 갔다 올게.”
강하온은 아이들한테 인사를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애들 잘 부탁한다.』
『쓸데없는 걱정이군, 너 같은 놈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내 상대는 없다. 나래나 저 수인 꼬맹이나 다칠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강하온은 툴툴거렸지만, 바오 덕에 안심하고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냥 떠나지는 않았다.
딱-!
마지막으로 강하온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람들이 전부 모여있던 곳에 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반투명한 막으로 이루어진 작은 돔, 절대 방패였다.
혹시나 자신의 공격으로 인한 여파를 막기 위한 것도 있었고, 적의 침임을 막기 위함도 있었다.
“애들도 있는 데 그냥 갈 수 없지.”
강하온은 이기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피에 미친 살인귀는 아니었다.
살기 위해 살인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지.
그리고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다른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저것부터 바로 없애야겠어.”
강하온은 자신의 애검을 소환했다.
빛의 막, 그것은 생긴 이후부터 강하온에게 꺼림칙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 때문에 빨리 없앨 생각이었다.
휙-.
강하온은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검에 담긴 힘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 어떤 것이라도 베어버릴 수 있는 신의 권능과 다른 바 없는 위력이었다.
서걱-!
선명하게 들리는 소리, 분명 빛의 막을 베어냈다.
하지만 아무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빛의 막은 여전히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또 이상한 신물인가 뭔가 하는 그거군.”
강하온은 지금 빛의 막이 일반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니우다.”
강하온은 아공간에 있는 영혼석을 꺼냈다.
『습격이 시작됐군.』
니우다는 말하지 않았음에도 곧바로 상황을 파악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거냐?”
『성전이다.』
“성전?”
『그래, 신을 위한 성스러운 전쟁이지. 그리고 이곳은 누스의 신물로 만든 전쟁터지.』
“미친 소리를 하고 있군, 저 막을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돼?”
강하온은 확실히 광신도는 미친놈들이라고 생각했다.
성스러운 전쟁이라니, 성스러운 전쟁 따위는 없다.
전쟁은 잔혹할 뿐이었으니까.
『신물을 파괴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이 공간을 벗어날 수 없다. 나를 부른 것을 보니, 이미 해봤겠지?』
니우다는 강하온이 막을 공격했다는 것도 유추하고 있었다.
『슬슬 놈들이 올 때가 됐다.』
니우다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늘에서는 세 명의 빛으로 이루어진 광인이 내려왔다.
『······거물이 납셨군.』
그리고 니우다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