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집행부
74. 집행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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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세계 헌터 협회에서 나왔다는 두 명의 헌터를 봤다.
꽤 강한데? 초 고위급 헌터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지구의 수준은 알려진 것과 다르게 꽤 강했다.
불과 5년 만에 강해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말이다.
확실히 지구의 신은 판게아의 신하고는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그나저나 별로 좋은 일로 찾아온 것은 아닌가 보군.’
확실히 한국 헌터 협회의 직원하고는 태도가 달랐다.
뭔 일이 있는 거 같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세계 헌터 협회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콧대가 높아 보였다.
“강하온 헌터, 맞으십니까?”
세계 협회 직원은 다시 한번 재차 물었다.
대답하라는 말이었다.
“알고 찾아온 거 아닌가?”
당연한 말이지만, 강하온이 좋은 태도로 대답할 리가 없었다.
강하온은 전형적으로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운 스타일이었다.
그것도 아주 심할 정도로.
그가 한국 헌터 협회장 박노식을 대우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
남자의 표정은 싸늘하게 굳었다.
그도 그럴 게, 세계 헌터 협회는 이름 그대로 전 세계의 헌터를 관리하는 곳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그 권력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게다가 남자는 세계 헌터 협회에서 엘리트만 모인다는 집행부 소속이었다.
헌터계의 경찰, 그러니 권력이 강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남자는 S급 헌터였고, 집행부 소속은 최소 S급 헌터였다.
이러다 보니, 집행부 소속의 직원은 어디를 가도 지금 같은 대우를 받는 경우가 없었다.
그것이 세계 10대 길드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EX급 헌터 평가를 받았지만, 그대로 고작 개인인 헌터가 무시하니 기분이 좋을 수 없었다.
“세계 헌터 협회, 집행부에서 나왔습니다. 강하온 헌터 맞습니까?”
집행부 직원은 다시 한번 말했다.
혹시라도 제대로 듣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에 단어 하나하나에 힘을 줘서 말이다.
비각성자, 아니 웬만한 각성자도 움츠러들 기세를 담아서 말이다.
“알아, 그런데 무슨 일이지?”
하지만 강하온이 누구인가, 그는 판게아에서 혈혈단신으로 투신의 위치에 오른 자였다.
집행부 직원의 기세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는, 오히려 압박하며 물었다.
“······.”
강하온의 강력한 기세에 두 집행부 직원은 표정이 굳었다.
그렇게 분위기 이상해지려는 찰나, 강하온의 집 앞에 차 한 대가 멈춰섰다.
그리고 그 안에서는 귀엽게 생긴 여자, 한국 헌터 협회 직원인 이미소가 내렸다.
“이런······, 조금만 기다려달라니까 벌써 와 계셨네.”
이미소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보고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하온 헌터님! 안녕하세요!”
이미소는 강하온한테 먼저 다가갔다.
이런 상황은 해결되려면 강자의 배려가 필요했고, 이미소는 객관적으로 주관적으로나 강자가 강하온이라 생각했다.
“······.”
이미소가 강하온한테 먼저 인사를 하며 다가가자, 집행부는 일그러졌다.
세계 헌터 협회가 모든 것을 총괄한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세계에 있는 모든 헌터 협회는 독립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일개 헌터 협회 직원마저 자신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흥, 이 사람들이 미쳐서 도와주는 사람한테 인상을 써? 나중에 나한테 고맙다고 느낄 거다.’
이미소는 집행부를 보고 콧방귀를 꼈다.
물론, 속으로다.
그녀도 세계 헌터 협회, 그중에서도 집행부가 얼마나 대단한 위세를 가진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하온에 비하면 태양 앞의 반딧불이었다.
집행부의 뒤에 있는 세계 헌터 협회도 상관없었다.
그녀에게 강하온은 신이고 무적이며, 절대 놓아서는 안 될 동아줄이었다.
“이미소 씨, 오랜만이군요.”
강하온은 집행부를 봐서, 일부러 더 반갑게 인사했다.
‘눈치가 빠르네.’
이미소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는 정확히 몰라도, 눈치가 빠르다고 생각했다.
“아, 이분들은 세계 헌터 협회에서 나오신 집행부에요. 이번에 리차드 박사님 일로 조사할 것이 있다고 나오셨습니다.”
이미소는 괜한 오해가 더 생기기 전에 집행부가 강하온을 찾아온 이유를 말했다.
“그리고 집행부는 세계 헌터 협회 중에서도 권력이 강한 곳 중 하나에요.”
이미소는 강하온이 조금 배려해줬으면 하는 마음에 집행부가 어떤 곳인지도 작게 속삭였다.
하지만 그런 게 통할 강하온이 아니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죠?”
“······.”
강하온은 일부러 집행부가 들으라는 식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
이미소의 표정은 하얗게 질렸고, 집행부는 이제 강하온한테 적대감을 대놓고 들어냈다.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겠군요, 거기 있는 여자가 말한 것처럼 리차드 박사 때문에 왔습니다.”
집행부는 역시, 대놓고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래서?”
“당신은 리차드 박사 살해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 잠시 조사에 협조해야 할 거 같습니다.”
말은 살해 용의자였지만, 집행부, 아니 세계 헌터 협회는 강하온이 리차드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세계 10대 길드는 위성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다.
당시 상황이 전부는 아니지만, 저택이 사라진 뒤부터는 전부 영상으로 찍힌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용의자라고 한 이유는 세계 헌터 협회의 나름 배려였다.
집행부야 강하온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세계 헌터 협회는 강하온을 마음에 들었다.
“그건 좀 힘들겠는데?”
“······조사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스스로 죄를 인정한다고 봐도 되겠습니까?”
“이미 알고 있으면서 뭘 물어? 그리고 조사를 안 받겠다는 건 아니고, 그것보다 선약이 있어서 그러니까 기다려.”
강하온은 이상하다고 생각한 것이 있었다.
세계 10대 길드의 마스터가 죽었는데, 전 세계가 조용했다.
하다못해 10대 길드의 마스터가 다치거나, 간단한 경조사만 있어서 전 세계에 알려지는 판국에 말이다.
그런데 지금 대화를 하면서 알 수 있었다, 세계 헌터 협회에서 자신이 리차드를 처리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강하온 헌터! 지금 세계 헌터 협회가 동네 구멍가게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리고 당신이 지금 제안할 처지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당신은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리차드 박사를 말입니다!”
결국, 참다못한 집행부의 직원은 폭발했다.
강하온이 지금 하는 행동은 명백하게 세계 헌터 협회를 무시하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힘을 강하온을 제압하기 위해서 힘을 끌어 올렸다.
너무 수준이 차이가 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집행부 헌터 둘은 강하온에게서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모든 소문은 과장됐다고 생각했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무기를 꺼내는 순간, 죽어도 후회하지 마라. 무기를 든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한다는 거니까.”
시종일관 미소를 짓고 있던 강하온의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는 무기를 꺼내려는 두 헌터를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헌터에게는 순간,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의 싸늘함을 느꼈다.
“그리고 뭔가 오해하는 거 같은데, 내가 말한 건 제안이 아니고 명령이다. 그게 불만이면 덤벼, 세계 헌터 협회도 같은 뜻이라고 보고 받아주지.”
오만하기 그지없는 말, 하지만 강하온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는 지구 전체가 덤빈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말을 들은 셋, 이미소와 집행부 헌터 둘은 강하온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느꼈다.
“······.”
포식자 앞에 있는 피식자의 마음이 이러할까?
특히, 강하온의 기운을 정면으로 받은 집행부 헌터는 몸이 굳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제야 말귀를 알아먹었나 보네, 할 일이 끝나면 알아서 연락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으라고. 원한다면 내가 세계 헌터 협회로 갈 수도 있고.”
강하온은 세계 헌터 협회를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냥 허울뿐인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집행부긴 하지만 특별한 직급도 없는 직원이 이렇게 강하다면 뭔가 얻어 낼 게 있었다.
없어도 있게 만들면 됐다.
“가만히 잘 기다렸어, 이제 갈까?”
강하온의 싸늘했던 표정이 풀렸다.
그는 옆에서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는 레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응!”
강하온은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는 레아를 품에 안았다.
“이미소 씨, 뭐해요? 갑시다.”
강하온은 이미소의 차에 타면서 불렀다.
“아, 알겠습니다!”
이미소는 재빨리 운전석에 올랐다.
이미소가 온 이유는 집행부 때문도 있었지만, 원래 오늘의 기사 역할이었다.
겸사겸사 레아의 신분도 처리해주면서 말이다.
“······우리 큰일 난 거 같지?”
“······빨리 보고나 하자.”
강하온과 이미소가 사라지고, 그제야 몸을 섬뜩한 기운이 사라진 집행부 헌터 둘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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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출발하자, 레아는 신기한지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위험······?”
위험하다고 말하려던 강하온은 멈칫했다.
사실상 사고가 난다고 해도, 레아한테는 위험할 게 없었기 때문이다.
“으음, 레아야. 차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는 거야.”
“응!”
레아는 강하온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껌딱지처럼 강하온의 옆에 딱 붙어 앉았다.
“그런데 어디가?”
“레아, 옷 사러 가지.”
“옷? 여기 나래 옷 있는데?”
레아는 입고 있는 나래의 옷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뭐, 그렇긴 한데. 레아 옷도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응!”
레아는 그냥 강하온과 있는 것이 좋은 건지, 그게 아니면 옷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좋은 건 확실했다.
귀랑 꼬리를 쉴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수인의 특징은 이미소한테 보이지 않았다.
‘진짜 딸인가?’
운전석에 있는 이미소는 백미러로 힐끗힐끗 강하온과 레아를 쳐다봤다. 강하온과 크게 닮은 점은 없었지만, 나래와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았다.
‘설마 외국에 숨겨둔?’
이미소의 머릿속에는 갖갖은 생각이 떠올랐다.
새하얀 머리에 노란 눈, 레아의 외모는 오해하기 충분했다.
그렇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을 때, 강하온이 이미소를 쳐다봤다.
“이미소 씨,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네?”
이미소는 화들짝 놀라서 대답했다.
“계속 웃고 있어서요, 좋은 일이라도 있나 했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이미소는 상상했던 것을 입 밖으로 꺼낼 생각이 없었다.
궁금하긴 했지만, 괜히 강하온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다.
“괜찮을 겁니다.”
강하온은 단번에 집행부 헌터와 트러블을 말하는 걸 알아차렸다.
“오히려 걱정할 건 내가 아니라 그 사람들일 수도 있죠.”
“네?”
이미소는 강하온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닙니다.”
강하온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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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헌터 협회에서 준비한 최고급 숙소, 집행부 헌터는 곧바로 숙소로 돌아왔다.
강하온의 예상한 대로 둘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그냥 말한 대로 기다릴까? 알아서 연락한다고 했잖아.”
“······그랬다가는 부장님이 우리를 죽이지 않을까?”
“지금 보고 해도 죽일 텐데?”
“······.”
두 헌터는 서로를 보면서 긴 한숨만 내쉬었다.
사실, 원래 강하온을 만나기로 예정되어 있던 헌터는 집행부 부장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고, 쉬고 있던 직원 둘이 급하게 파견된 거였다.
가기 전, 강하온 헌터의 심기를 거스르지 말라는 집행부 부장의 신신당부가 있었지만, 이미 모든 게 망한 것이다.
간단하게 주도권만 잡아 와서 칭찬을 받겠다는 게, 괜한 기 싸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띠링-! 띠링-!
그때였다, 그들의 손목에 있는 시계에서 알람이 울렸다.
『부장님』
연락이 온 사람은 그들이 두려워하던 집행부 부장이었다.
“······받지 말까?”
“그래도 죽을걸?”
결국, 그들은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받는 순간, 손목에서는 홀로그램과 함께 꼭 불독같이 생긴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실제, 집행부 부장의 별명은 미친개였다.
-그래, 강하온 헌터는 잘 만나봤고?
하지만 미치기 전까지는 그냥 푸근한 불독이었다. 집행부 부장은 웃으면서 물었다.
“······.”
두 헌터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고, 부장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일이 이상하게 됐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런 개xx들이! 내가 분명히······.
그 순간, 부장의 입에서는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욕설이 흘러나왔다.
-내가 당장 거기로 갈 테니까, 딱 기다리고 있어.
그렇게 세계 헌터 협회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권력자인 집행부 부장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