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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67화 (67/186)

67. 함정은 부수는 맛이지

67. 함정은 부수는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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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온은 리차드의 함정이라 읽고, 점심 식사라고 쓰는 곳에 가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나래를 재우는 일이었다.

“나래, 오늘은 아카데미에서 뭐 했어요?”

잠들기 전 나래와 하루 동안 있는 일에 관해서 대화했다.

나래가 아카데미에 들어간 날부터 매일 가지는 시간이었다.

아이와 좋은 관계를 위해서 아카데미에서 권장하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등하교 시간에 한지민 교수를 만나도, 아카데미에 있었던 일은 거의 얘기하지 않는다.

“오늘 학예회 준비했어요!”

“학예회?”

“네! 학예회!”

그러고 보니, 한지민 교수한테 들은 기억이 있었다.

1년에 2번, 전교생을 대상으로 각반별로 학예회가 열린다고 했다.

각성자 아카데미에서 무슨 학예회냐고 할 수 있지만, 아카데미를 설립한 학장이 아주 강력한 의지로 추진된 계획이라고 했다.

아카데미 학생들이 추억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그래? 그래서 학예회에서는 뭘 하기로 했어?”

“백설 공주! 백설 공주 하기로 했어요!”

“연극을 하기로 했구나.”

어린 애들도 뮤지컬을 할 리가 없었고, 어린이반이 준비한 무대가 연극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강하온의 얼굴에서는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나래가 연기하는 연극이라니,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기대가 됐다.

“나래는 어떤 역할 하기로 했어?”

강하온은 궁금한 듯 물었지만, 그는 나래가 당연히 주인공인 백설 공주를 맡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새하얀 피부의 뚜렷한 이목구비,

다른 학부모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나래가 제일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나래는 대답을 바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이 부정에 의미는 아니었다.

나래는 당장에라도 말하고 싶은지, 웃음을 참고 있었다.

대답을 듣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대답이 되는 표정이었다.

“나래가 백설 공주구나?”

“헤헤.”

나래는 강하온의 말에 배시시 웃었다.

“우리 나래가 백설 공주하면 너무 예쁘겠다, 주말에는 정현 이모네 가서 공주 옷 만들러 갈까?”

“네!”

“공주 옷도 만들고 머리도 하고 오자.”

강하온은 나래보다 더 신나서 연극에 준비할 생각을 했다.

아직 학예회는 한 달이나 남았는데 말이다.

그렇게 강하온은 나래가 잠이 들 때까지 연극 얘기를 했다.

“이제 잠들었네.”

강하온은 나래가 잠든 것을 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학예회 얘기 때문에 생각보다 늦어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늦은 점심 약속이라 아직 시간에 여유는 있었다.

『하온, 어디 가냐?』

세상 모르게 자고 있던 바오는 강하온이 일어나자 눈을 떴다.

“마누라 찾으러.”

『그렇군, 힘내라.』

바오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짝을 만나보지 못했지만, 강하온이 얼마나 아내를 그리워하는지는 충분히 알았다.

사실 한빛나를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이미 바오는 한빛나가 친근했다.

대수림에서 질리도록 한빛나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무슨 일이 있으면······.”

『흥, 자존심이 상하는군.』

바오는 강하온의 말을 콧방귀 끼며 끊었다.

『내가 비록 너에게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약한 것은 아니다. 네가 어떤 적을 상대하는지도 몰라도, 내가 곁에 있는 이상 나래한테는 아무런 일도 없을 거다.』

오만하고 자만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이건 자신감이고 확신이었다. 바오는 그만큼 강했으니 말이다.

실제 바오는 강하온이 상대했던 두 사도보다 강했다.

만약에 여러 사도가 온다고 해도 상대가 가능한 정도였다.

“처음 봤을 땐 죽어 가던 놈이 제법 컸네.”

강하온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바오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저 작은 바오가 든든해 보였다.

그는 바오가 있어서 여러모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덩치는 원래 내가 더 컸었다, 그리고 모자라긴 해도 저 녀석도 있으니 네 옆을 제외하면 여기만큼 안전한 곳도 없을 거다.』

바오는 창밖으로 보이는 마당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드라쿨이 있었다.

짝-!

공교롭게도 그 순간, 드라쿨은 모기를 잡고 좋아하고 있었다.

“······.”

그 모습에 강하온은 바오의 말에서 느꼈던 신뢰감이 내려갔다.

『······나 혼자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라.』

바오도 그것을 느꼈는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래, 너만 믿는다.”

강하온은 바오를 믿고, 리차드와 약속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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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런던 외곽에는 거대한 저택이 있다.

그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스트 길드 마스터, 리차드 헨더슨의 대저택이었다.

그리고 강하온이 도착한 곳이기도 했다.

“생긴 건 그렇게 안 생겨서, 집은 으리으리한 곳에서 사네.”

생긴 건 청렴한 학자처럼 생겨서, 집은 중세의 귀족이 살법한 아주 큰 저택이었다.

“그나저나 준비도 아주 철저하게 했네.”

강하온은 저택을 내려다보면서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혹시 자신이 오해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했다.

사실 리차드는 아무것도 모르고 연구만 한 건 아닐까 했었다.

하지만 지금 도착하고 확실히 함정이고, 리차드가 교단에 속했다는 것을 알았다.

저택에서 느껴지는 수많은 기운, 국가 하나를 무너트려도 이상하지 않은 전력.

단순히 경비라고 보기에는 과했기 때문이다.

“으음.”

저택의 기운을 느끼던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익숙하단 말이지.”

리차드의 묘한 기운도 그렇고, 지금 저택에서 느껴지는 기운들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평범한 마나는 아니었다.

“일단 확인해보면 되겠지.”

강하온은 곧바로 저택으로 입구로 내려갔다.

“안녕하십니까, 강하온 헌터.”

대문을 지키던 경비는 하늘에서 내려온 강하온을 보고 움찔했다.

“뭘 그렇게 놀랍니까? 못 볼 거라도 본 것처럼.”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까지는 없고, 가죠. 배가 고파서.”

“알겠습니다.”

강하온은 경비를 안내를 받아서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먼 길 오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강하온 헌터님.”

저택 안에는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함께 리차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 멀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수식만 외우면 되는 거라.”

“네? 그게 무슨······.”

리차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나저나 배가 고픈데 그 후원해주시는 분은 언제 오십니까?”

강하온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집의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 몇을 제외하면 아무도 없었다.

“아, 죄송합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그분께서는 급한 일 때문에 조금 늦을 거라고 합니다. 식사는 우리 둘이 먼저 시작합시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리차드는 직접 강하온을 자리까지 안내해줬다.

“뭘 준비할지 몰라서 일단 좋아하실만한 건 다 준비했습니다.”

리차드는 준비한 음식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게이트에서 나온 마수를 지구의 마수를 이종교배한 가축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자이언트 화이트 카우와 블랙 앵거스를 교배해서 만든 그레이 카우의 샤토브리앙으로 만든 안심 스테이크.

자이언트 구스와 거위를 교배해서 만든 빅 구스의 간을 이용한 푸아그라.

그 외에도 세계적으로 유명한 요리들이 즐비했다.

“일단 이거부터 먹어보죠, 개인적으로 스테이크를 좋아해서.”

강하온은 가장 앞에 있는 안심 스테이크를 썰었다.

“실력 좋은 요리사가 있나 보네요.”

스테이크의 단면은 선홍빛, 안심은 지방이 없어서 미디움 레어 정도로 굽는 것이 가장 좋은데, 미디움 레어와 미디움 사이로 완벽하게 잘 구워져 있었다.

“맛있네요.”

강하온은 입안에 들어오자마자, 사르륵 녹는 느낌을 받았다.

그 정도로 부드러웠다.

일반적인 소고기로는 낼 수 없는 식감이었다.

이러한 것이 비스트가 세계적인 길드로 발돋움할 수 있는 이유였다.

“그나저나 독은 넣지 않았네요? 그건 너무 식상해서 그런가?”

고기에 준비된 레드와인까지 한 모금 마신 강하온은 리차드를 보며 말했다.

사악-.

순간, 저택 안에 분위기는 찬물이라도 끼얹진 것 마냥 조용해졌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리차드는 뭔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저택 전체에 저렇게 많은 놈을 숨겨놓고, 모를 거라고 생각한 거야?”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겁니까?”

“뭐를? 지금 이곳이 함정이라는 거? 그게 아니면 네가 빛의 교단이라는 거?”

“······.”

한결같은 미소를 짓고 있던 리차드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뭐야? 설마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던 거야? 머리도 똑똑한 양반이 그런 쪽으로는 좀 부족한가 보네. 아니, 네 뒤에 있는 사도라는 놈은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이곳에 없는 거겠지.”

강하온은 현재 이 저택에 사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전부 나오세요.”

리차드는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내려놓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스르륵-.

그러자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검은 옷을 입은 수십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저택 밖에 있는 자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수백이 넘었다.

최소 A급, 그리고 S급도 열 이상 섞여 있는 무시무시한 전력이었다.

“이곳이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도 오신 것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리차드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강하온을 쳐다봤다.

지금 이곳에 있는 헌터는 자신의 평생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었다.

그는 EX급 헌터라도, 지금 전력이라면 강하온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가? 그런데 그거 알아?”

“······뭘 말입니까?”

리차드는 지나치게 여유로운 강하온의 태도에 불안감을 느꼈다.

“함정은 부수는 맛이라는 거.”

“저, 전부 뒤로 물러서!”

순간적으로 강하온에게 느껴지는 살벌한 기운에 리차드는 뭔가가 오히려 함정에 빠진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강하온은 손가락을 튕겼다.

서걱-!

보이지 않은 바람의 칼날은 주위에 있던 검은 복면인들의 목을 전부 베어버렸다.

간단한 바람계 마법이었지만, 투신의 마법은 달랐다.

투둑-, 투두두둑-.

검은 복면인들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얼굴을 감싸고 있던 검은 복면과 두건이 전부 풀어졌다.

그리고 강하온은 복면인들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왜 익숙한 느낌이 들었는지도.

“설마 했는데, 수인이었군.”

머리 위로는 동물의 귀가 달려있고, 전부 조금씩은 다르기는 하지만 얼굴에 동물의 특징이 남아 있었다.

불안전한 수인 같은 느낌이었다.

“직접 연구를 해서 만든 것인가? 대단하긴 하네.”

강하온은 연구의 결과물을 보고 감탄했다.

리차드는 순수한 자신의 연구로 하나의 종족을 탄생시킨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이건 강하온이라도 불가능한 영역이었고, 마법이 발달한 판게아에서도 쉽게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강하온의 말은 리차드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부 공격해라! 저놈을 당장 죽여!”

연구의 결과물이 쉽게 쓰러지는 모습에 리차드는 침착함을 잃었다.

서걱-!

하지만 본격적으로 적들이 공격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상대는 투신, 지금 있는 불안전한 수인이 수백만, 아니 수천 많이 있다고 해도 이길 수 없는 존재였다.

하지만 리차드도 가만히 있지만은 않았다.

“테이밍한 마수인가?”

강하온은 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강한 힘에 자리를 피했다.

콰앙-!

조금 전 강하온이 있던 자리에는 거대한 뱀이 모습을 드러냈다.

덩치가 얼마나 큰지, 등장만으로 대저택을 무너트렸다.

“바실리크스? 그게 네가 테이밍한 마수였군.”

거대한 뱀의 정체는 바실리스크였다.

바실리스크는 지금 이곳에 있는 그 어떠한 수인보다 강했다.

게다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샛노란 파충류의 눈과 갈라진 혀, 몸 전체에 돋아난 비늘.

바실리스크의 머리 위에 있는 리차드의 모습도 달라져 있었다.

“직접 자기 몸에 실험한 건가?”

강하온은 리차드의 기운이 이질적이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노력이 가상하긴 한데, 상대를 잘못 만났어.”

그 순간, 강하온으로부터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리차드와 그의 부하들에게는 전혀 선선하지 않았다.

서걱-!

바람이 불었을 때, 남아 있는 것은 오로지 리차드 하나였다.

수백이 넘어가는 수인도, 그가 테이밍한 마수인 바실리스크 또한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었다.

“상황 파악이 빠르군, 그럼 사도가 어디 있는지 얘기 좀 해주겠나?”

강하온은 힘없이 고개를 숙인 리차드에게 다가갔다.

“크크큭, 크하하하!”

공포에 질려 체념한 줄 알았던 리차드는 갑자기 광소를 터트렸다. 뱀 인간으로 변한 부작용인지, 리차드의 목소리를 소름끼치는 쇳소리로 변해 있었다.

“네가 그리 찾는 사도께서 어디에 있을 거로 생각하나?”

“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 내가 궁금해서 물었는데, 나한테 물어?”

“지금 즈음 도착했겠구나, 네놈의 집에.”

리차드가 애초에 노린 것은 이거였다.

여기에 강하온을 묶어두고, 그의 집에 있는 바오와 나래를 노리는 것이었다.

“그래? 마침 잘됐네, 굳이 찾지 않아도 되겠어.”

강하온은 씨익 웃었다, 그곳에는 바오와 드라쿨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래의 방에 있는 결계에 아무런 신호가 없는 것을 보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

리차드는 자신의 진짜 노림수를 듣고, 오히려 좋아하는 강하온을 보자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궁금한 게 많은 표정이네? 일단 나도 많으니까 천천히 얘기 좀 들어보자고, 시간은 많으니까.”

강하온은 씨익 웃으면서 리차드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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