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대수림의 제왕, 바오
62. 대수림의 제왕, 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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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학부모들 사이에는 공통적인 관심사가 있었다.
그건 바로 나래가 데려오는 팬더, 바오에 대한 것이었다.
“엄마! 나도 바오 키우고 싶어요!”
“나래가 키우는 팬더 사주세요!”
“바오 갖고 싶어! 나도 바오!”
그 이유는 전부 바오를 보고, 반 아이들이 전부 바오 같은 팬더를 키우고 싶다고 졸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히 이런 아이들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전 세계에 있는 팬더는 중국의 소유였다.
세계 각국에 퍼져 있는 팬더 역시, 전부 중국의 소유였다.
잠시 대여해준 것뿐이었고, 대여해준 팬더가 번식을 해도 전부 중국에게 돌려줘야 했다.
이러한 이유로 아이들의 부탁은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가 없었고, 이 때문에 요새 바오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골칫덩이였다.
그렇다고 나래가 바오를 아카데미에 데려오는 것을 항의하는 학부모도 없었다.
그럴 용기도 없거니와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
각성자 중에서는 소환 관련 힘을 사용하는 각성자도 있었고, 그러한 이유로 아카데미 교칙에 반려동물을 데려와도 수업에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 팬더가 바오인가 보네요.”
“전 처음에 나래가 항상 데리고 다니는 팬더 인형인 줄 알았어요.”
“저도요, 그래서 아들이 말할 때 인형을 사다 줬지 뭐에요.
파티장 내에 있는 모든 학부모의 시선은 바오에게로 꽂혔다.
원망이나 그런 시선은 아니었다.
단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바오의 존재는 듣고 보기는 했지만, 그건 전부 나래의 품에 안겨 있는 것이 전부였다.
실제로 바오가 걷고 움직이는 것은 보지 못했다.
“어머머, 진짜 걸어 다니네.”
“그러게요, 민호 말만 들었을 때도 뭔가 했는데.”
“그냥 팬더는 아니겠죠?”
“당연하죠, 아마 게이트 안에서 데려온 거겠죠.”
“귀엽긴 하네요, 그런데 구할 수가 없느니······.”
바오를 본 학부모들은 신기해했다.
인형 크기만 한 작은 팬더가 두 발로 걸어 다니니 당연했다.
그리고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들이 보기에는 바오는 귀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귀엽고 신기하긴 하지만, 복길이처럼 늠름한 멋은 없어. 결국, 저 팬더도 다른 동물처럼 복길이한테 굴복하겠지.’
바로 파티의 주인공인 복길이의 주인인 영기 엄마였다.
물론, 영기 엄마가 강하온이나 바오한테 적의를 가진 건 아니었다. 오히려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단지, 자식이 잘됐으면 좋았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오늘의 주인공은 복길이었으니까.
바오보다, 복길이가 더 주목받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같은 것이었다.
‘재밌네.’
강하온은 단번에 영기 엄마의 속셈을 읽어냈다.
하지만 화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안타까웠다.
‘저놈 성격상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텐데.’
강하온은 바오가 자신의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다. 사실, 전날에도 드라쿨과의 모든 대화도 다 듣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냥 놔두는 것은 바오의 심성 자체가 나쁘지 않고, 그에게 가장 힘든 시기에 도움이 됐던 친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바오가 천천히 반려동물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가자, 알 수 없는 긴장감과 함께 모두 조용히 집중하며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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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가는 바오는 늑대만 한 거대한 크기의 하얀 개, 복길이를 쳐다봤다.
『저놈이 우두머리인가?』
바오는 단번에 복길이가 저 무리 속에 우두머리라는 것을 파악했다.
이 모든 건 대수림의 제왕이었던 감각은 당연히 아니었고, 이미 복길이를 지키듯 둘러싸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재미있는 놈이군.』
바오는 피식 웃었다.
복길이가 매서운 눈동자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모습에 바오는 떠오르는 말이 있었다.
『우물 안에 팬더가 따로 없군.』
바오가 항상 강하온한테 듣던 말이었다.
『오늘 우물 밖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걸 보여주지.』
바오는 당당하게 걸어가서 복길이의 앞에 섰다.
바오와 복길이는 서로 마주 보며 노려봤다.
한눈에 봐도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물론, 위험해 보이는 것은 바오였다.
복길이가 마음만 먹으면 한입에 바오를 삼킬 정도로 크기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불상사가 날까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이유는 복길이가 비스트 길드에서 분양받은 마수였기 때문이다.
비스트 길드, 테이밍 능력을 갖춘 각성자가 모여 만든 길드였다. 그 때문에 비스트 길드에서 분양받은 마수는 주인의 명령에 절대복종했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강하온과 나래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지만, 그대로 걱정하지 않았다.
강하온은 바오의 정체를 알았고, 나래 역시 동물원에서 바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 몸은 위대한 대수림의 제왕이다, 당장 고개를 조아리지 못할까.』
바오는 복길이 뿐만 아니라,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동물들을 보며 위엄있는 의념을 보냈다.
“개깽······.”
그러자 모든 동물이 꼬리를 말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가운데 있던 복길이는 천천히 걸어 나와서, 머리를 숙여 내밀었다.
자신에게 타라는 표시였다.
『녀석, 마음에 드는군. 좋다.』
바오는 웃으면서 복길이의 머리에 올라탔다.
『크크큭, 그래 이 기분이다.』
바오는 오랜만에 군림하는 기분에 덩실덩실 춤을 췄다.
“어, 어떻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영기 엄마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머, 역시 평범한 팬더가 아닌가 봐요.”
“그러게요, 복길이면 비스트에서 A급 애완동물이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전부 놀라고 있었다.
그렇게 파티의 주인공은 어느새 바오로 바뀌었고, 복길이의 생일파티는 끝이 났다.
『이 녀석! 멈춰라! 자꾸 왜 핥는 거냐!』
그리고 바오가 잘못 안 사실이 있었는데, 복길이는 암컷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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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헨더슨.
그를 지칭하는 수식어는 많았다.
테이머의 아버지, 테이밍 마스터 등등 그는 세계 제일의 테이머였다.
그와 동시에 테이밍 관련 능력을 갖춘 각성자가 모인 세계적인 길드, 비스트의 길드 마스터였다.
처음 그가 테이밍 관련 각성자들만 모아서 길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는 조롱과 무시뿐이었다.
“뭐? 테이머들이 모인 길드를 만들겠다고?”
“괜히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짐꾼이나 하지그래?”
“맞아, 소 정도는 테이밍 할 수 있다며. 게이트에서 소 끌고 짐꾼 하는 건 어때?”
당연했다.
게이트 시대가 열린 초창기, 각성자들 사이에서 테이머의 위치는 맨 밑바닥이었다.
그도 그럴 게, 테이머는 능력 자체가 너무 애매했다.
소환계열처럼 강한 환수나 정령을 소환하는 것도 아닌 데다, 전투에 필요한 몬스터를 테이밍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시간과 정신력이 소모됐다.
게다가 테이밍한 동물을 넣어둘 아공간 계열의 능력이 없으면 직접 데리고 다녀야 했다.
그 때문에 돈이 없고, 뛰어난 정신력이 없는 자들은 몬스터를 테이밍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쉽게 테이밍할 수 있는 동물을 데려갈 수도 없었다.
호랑이 같은 맹수를 테이밍한다고 해도,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 나는 틀리지 않았어. 딱 2년 안에 테이머의 위상은 달라질 거다.”
하지만 리처드 헨더슨은 다른 헌터들의 무시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이 갈 길을 갔다.
리차드는 당시에도 최고의 테이머이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노벨상 후보자로 거론이 될 정도로 유전공학 박사였다.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게이트 안에서 데려온 몬스터, 마수와 동물을 이종 교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들어가는 실험이었지만, 그는 전 재산을 쏟아부어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호언장담했던 것처럼 2년 되는 시점에 성공시켰다.
온순한 마수, 쉽게 테이밍을 할 수 있는 마수를 만들어낸 것이다.
“테이밍 관련 능력이 있는 자들은 비스트로 오라, 힘을 펼칠 기회를 제공하겠다.”
실험에 성공한 리차드가 가장 먼저 한 것은 평판이 바닥을 치던 테이밍 각성자들을 챙기는 것이었다.
그는 길드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값비싼 마수를 무료로 지원했다.
당연히 헌터로서 살아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던 대부분의 테이밍 각성자는 전부 비스트에 가입했다.
마수가 S급 수준의 절대적인 강함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평균적으로 D급 정도의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비스트는 단번에 엄청난 수의 D급 이상 헌터를 얻은 것이다.
그 덕에 비스트는 단일 규모로는 제일 많은 길드원을 거느린 길드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비스트는 성공 가도를 달렸다.
단순히 사냥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종 교배를 계속해서 농업, 축산업 같은 일차 산업부터 마수의 부산물로 제조업까지 영역을 넓혀 가면서 불과 3년 만에 세계 10대 길드 중 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리차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아직도 현역으로 일을 하며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스터,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새로운 마수를 발견해서 연구하고 있던 리차드에게 비서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
리차드는 실험을 멈추고, 연구실을 나왔다.
연구를 하는 것을 아는데도 비서가 찾아올 정도라면,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지부에서 좀 특이한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그런데 그 사안이 좀 까다로워서, 일단 마스터께 허락을 내려주셔야 할 거 같습니다.”
“나한테 결제를 받아야할 정도로 특이한 보고라? 무슨 내용이지?”
리차드는 궁금했다.
평소 알아서 일 처리를 잘하기로 소문난 비서가 저렇게 까지 말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게 요새 한국 지부에서 킹팬더라는 마수를 찾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킹팬더? 그건 뭐지?”
“크기는 작은 인형 정도의 팬더인데, 머리에 왕관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마수도 있었나? 아니 그것보다, 그런 마수가 있는 데 보고까지 할 일인가?”
리차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생각할 때, 지금까지 들은 얘기로는 굳이 자신에게 보고를 하지 않아도 될 내용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킹팬더가 저희 비스트의 A급 애완동물인 화이트 울프 독을 기세만으로 제압했다고 합니다. 마스터께서 찾는 아주 강한 마수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 그럼 당장 찾으러 가야지, 왜 보고를 하고 있어?”
리차드의 표정은 밝아졌다.
그는 강한 마수를 찾고 있었다.
그런데 헌터 등급으로 따지면 C급에 근접하는 화이트 울프 독을 기세만으로 제압했다면, 그건 적어도 두 등급 이상 높은 마수일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게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 비스트의 힘으로도 해결이 안 될 문제인가? 어디? 다른 10대 길드 중 한 곳이라도 연결이 된 건가? 한국이라면 마석도가 있는 태산이겠군. 거긴가?”
“아닙니다.”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닌 데 비스트의 힘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문제라고? 대체 무슨 문제인가?”
리차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들과 같은 10대 길드가 아닌데 막을 수 있는 곳은 없다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헌터 협회라도 마수 한 마리를 데려오는 것이라면 할 수 있었다.
“그게······, 이번에 세계 협회에서 공표한 EX급 헌터 강하온의 딸이 데리고 있는 마수라고 합니다.”
“······강하온?”
순간 리차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단순히 그들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상이라는 것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일단 양해를 구하고 만나 볼까요?”
“됐어, 지금 당장 전세기 준비시켜. 내가 직접 가지.”
세계적인 길드 비스트의 마스터, 리차드 헨더슨은 곧장 강하온이 있는 한국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