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57화 (57/186)

57. 빛의 교단의 신물

57. 빛의 교단의 신물

#

『궁금한 게 뭐지?』

니우다의 목소리에서는 그 어떠한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이미 모든 걸 체념한 상태였다.

그가 믿었던 신에 대한 믿음은 전부 산산조각이 났고, 그는 모든 걸 말하고 편히 쉬고 싶었다.

“아내가 납치됐다, 아내의 행방을 찾고 있다.”

『아내? 네 아내를 찾는다고?』

“그래.”

『그걸 왜 나한테서 찾는 거지? 지금도 나를 시험하는 건가? 그냥 궁금한 게 있으면 말해라, 숨길 생각은 하나도 없으니까.』

“진짜다. 아내가 납치를 당했고, 그 흔적을 찾다가 빛의 교단을 알게 된 거다.”

『하······.』

강하온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깨달은 니우다는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교단과 척을 졌을까 생각했는데, 그 이유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였기 때문이다.

『대체 어떤 미친놈이······.』

니우다의 허탈함은 이내, 분노로 바뀌었다.

물론, 강하온에 대한 분노가 아닌, 강하온의 아내를 납치한 자에 대한 분노였다.

『사진을 보여줘라. 만약 교단에서 납치했다면 내 기억 속에 있을거다, 난 한번 본 것은 절대 잊지 않는다.』

“직접 본 적은 없을 거다, 나도 네 육체가 가졌던 기억을 전부 읽어봤으니까.”

강하온은 고개를 저었다. 그 역시 니우다와 아비네의 기억을 전부 샅샅히 읽어봤다. 하지만 한빛나에 대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아, 그렇겠군. 그러면 납치됐던 상황이나 어떤 연결고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말해라, 혹시 단서가 될 만한 것을 내가 알 수도 있으니까.』

“2년 전, 일산에서 게이트 붐이 일어났을 때였다.”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빛나가 광인 같은 검은 형체에게 납치당한 일부터, 흑룡 길드와 일이 생기면서 닥터 드웰의 연구소를 찾았고, 거기서 납치한 정체불명의 적과 비슷한 빛의 교단을 발견한 것.

그리고 요쿠바의 기억에서 지하 경매장이 빛의 교단과 연결이 돼 있었다는 것까지.

“마침, 드라쿨, 아니 리카르도가 지하 경매장의 참가자라는 걸 알고 찾아온 거다.”

강하온 니우다를 찾아오게 된 경위를 전부 설명했다.

『······지금까지 말한 이유가 전부인가?』

“그래, 전부다.”

『하······.』

니우다는 깊은 탄식을 뱉었다.

황당한 이유를 듣고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역시나 강하온의 아내인 한빛나를 납치한 것은 교단에서 한 일이 아니었다.

자신들은 하지도 않았는데, 강하온이라는 적이 생긴 것이다.

억울함에 짜증이 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너무 어이가 없어서 화도 나지 않았다.

“뭘 억울해하는 거야? 어차피 너희 목적은 지구를 지배하는 거였잖아? 관련이 있든 없든 어차피 내 손에 전부 사라졌을 운명이야.”

강하온은 그런 니우다의 반응에 어이가 없었다.

굳이 한빛나가 납치되지 않았어도, 자신이 지구에 돌아온 이상 빛의 교단은 자신과 대적할 수밖에 없는 집단이었다.

그들은 교단을 믿지 않는 자들을 악으로 규명했으니까.

아직이야 모든 사도가 제대로 된 몸을 구하지 못해서 숨어 행동했지만, 이들은 모든 사도가 육체를 찾으면 지구를 지배하려 하고 있었다.

빛의 교단, 광인들은 그렇게 이미 몇 개의 차원을 자신들의 신력 저장 창고로 쓰고 있는 곳이었다.

강하온과 사도가 전투를 벌였던 버려진 차원은 빛의 교단에게 끝까지 저항하다가 사라진 차원이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말을 했으면······.』

“아직 미련이 남았나? 그게 아니라면 찜질이라도 필요한가? 만약 그런 게 아니라면 그냥 대답해라.”

『암인이다.』

강하온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자, 니우다의 영혼석은 움찔 떨리더니 곧바로 대답했다.

니우다는 한빛나를 납치해간 존재를 알고 있었다.

『아까 말한 우리 아바타와 비슷하지만, 어둠으로 이루어진 존재라면 암인이 맞을 거다.』

“암인?”

강하온은 처음으로 제대로 된 단서에 관심을 가졌다.

『어둠의 신, 테스가 만든 종족이다. 우리 광인과는 대척점에 존재하는 종족이지.』

“그런 건 됐고, 놈들을 어디에 있지?”

『······』

니우다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그도 암인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기 때문이다.

“빨리 대답해라.”

『그게······, 나도 어디 있는지는 모른다.』

“······.”

『진, 진짜다! 암인은 우리와 전쟁에서 패배했고, 그 뒤로는 소수만 살아남아 우리한테서 도망치며, 여러 차원은 전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 외에 내가 아는 사실은 진짜로 없다.』

니우다는 강하온의 표정이 좋지 않자, 다급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강하온에게는 그런 변명 따위는 통하지 않았다.

“그건 네 사정이고, 어딘지 모르면 찾아내라. 찾아낼 수 없다면 찾아낼 방법을 생각하든지, 그게 싫다면 몸으로 때우면 된다. 마침 연못이 아직 녹지 않았더군.”

『······.』

“머리가 차가워지면 생각이 잘 나겠지.”

강하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니우다는 얼음 연못에 있었던 시간이 떠올 났는지, 식탁 위에 있는 영혼석이 바르르 떨렸다.

그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한빛나를 납치해간 암인을 찾아낼 방법을.

“아무래도 머리를 좀 식혀야 할 거 같네.”

『교주! 교주라면 알고 있을 거다!』

강하온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본 니우다는 다급하게 외쳤다.

“교주? 그 금색 이 장식된 옷을 입은 놈을 말하는 건가?”

『맞다! 교주가 누스 신께 받은 오른쪽 눈은 대상의 흔적만 있다면 어느 차원에 있어도 그 위치를 볼 수 있다. 교주는 암인의 전리품이 있을 테니, 찾을 수 있을 거다. 만약에 네 아내의 흔적이 남아 있으면 더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그래? 그럼 교주는 어디 있지?”

강하온은 듣던 중 반가운 소리에 미소를 지었다.

『그, 그게······ 나도 모른다.』

원하던 대답이 나오지 않자, 강하온은 눈을 찌푸렸다.

짜증이 난 것이다.

“내 인내심은 그리 넓지 않다, 평생을 불 속에서 지내고 싶지 않으면 말하는 게 좋을 거야.”

『지, 진짜다! 빙의한 육체가 죽는 순간 빛의 각인이 사라지면서 교주한테 알려졌단 말이다.』

강하온의 목소리 톤이 차가워진 것을 파악한 니우다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는 진심으로 억울해했다.

“빛의 각인? 그건 뭐지?”

『교주가 우리의 육체에 새기는 각인이다, 일종의 위험 신호탄 같은 거지. 그리고 이미 차원석으로 모든 것을 지켜봤으니 남아 있을 리가 없다.』

“역시 연락한 수단이 있었군,”

강하온은 어째서 교단의 모든 건물이 귀신같이 비어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반짝이는 돌이 없어졌군, 그 반짝이는 돌이 차원석이었나?”

『그래, 교단의 신물이지. 차원을 이동하는 것은 물론, 돌이 있는 장소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리고 교주에게 각인 된 물건이라 전투가 끝날 시점에 회수했을 거다.』

차원을 열 수 있는 신물, 강하온은 빛의 신 누스가 상당히 강한 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차원을 베어버리는 것과 달리, 원하는 차원을 열어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그냥은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강하온이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역대 드래곤 중 가장 뛰어난 재능을 타고났다고 평가받은 은순이와 마법의 신의 도움을 받아서였다.

그것도 트리플 문으로 마나 스트림 현상을 이용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네 말에는 이상한 게 있군.”

『뭐, 뭐가 말이냐?』

니우다는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그는 거짓을 말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오해를 받아서 끔찍한 고통을 겪는 일은 당하고 싶지 않았다.

“정신체로 살아 돌아가는 일도 있을 텐데, 그러면 교단으로 어떻게 돌아가지?”

만약 강하온이 아니었다면, 두 사도는 살아 돌아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말은, 말이 되지 않았다.

『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군.』

니우다는 말도 안 되는 오해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는 강하온이 충분히 오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건 인간과 우리 광인과의 가치관 차이다. 우리 광인은 개인보다 교단의 안위를 더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사도를 대체할 광인은 많으니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 돌아온다면 좋고, 그게 아니라도 상관없다.』

“그 말은 사도든 교주는 찾을 수 없다는 말이군.”

『그렇지, 나는 맹세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강하온이 확실히 이해한 것을 느낀 니우다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너는 쓸모가 없다는 말이군?”

『······.』

니우다는 말 문이 턱 막혔다. 강하온의 말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아는 것은 다 말했고, 자신은 강하온이 원하는 사도나 교주의 위치를 말해줄 수 없었다.

“딱 5초 주지, 교주를 찾아낼 방법을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넌 생각이 날 때까지 불구덩이에 있어야 할 거다.”

『자, 잠깐! 얘기가 다르지 않으냐! 나는 아는 것을 다 말했다.』

“하나.”

니우다는 억울함을 토해냈지만, 강하온은 듣지도 않고 숫자를 셌다.

“둘.”

『빌어먹을!』

강하온의 입에서 숫자가 나올수록, 니우다의 영혼석은 거칠게 떨렸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은 수천 년이 넘었지만, 오늘 하루 동안 겪은 고통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공포였다.

『교주를 찾는 방법······.』

그는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며 화를 냈지만, 이내 그것이 어차피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셋, 넷.”

『인간! 숫자를 멈춰라! 생각났다! 사도와 교주를 찾을 방법이!』

1초가 남았을 때, 니우다의 머릿속에는 방법이 생각났다.

“만약 거짓이라면 후회하게 될 거다.”

『거, 걱정하지 말아라. 나도 금방 거짓말을 할 정도로 바보는 아니니까.』

니우다는 몸서리치며 대답했다.

“말해라.”

『권능! 권능이다!』

“권능? 네놈의 눈과 덩치가 사용하던 주먹에 있던 방패를 말하는 거냐?”

『맞다, 교주는 모든 사도의 위치를 알 수 있다. 보통 사도가 죽게 되면 교단에서 나서서 곧바로 신이 내려주신 권능을 회수하러 온다. 이번에도 그럴 테니, 기다리고 있으면 사도가 찾아올 거다.』

“그런데 왜 아직 오지 않고 있지? 분명, 네가 말하기를 곧바로 회수하러 온다고 하지 않았나?”

『솔직히 그건 나도 모르겠다, 그런데 추측하기로는 네가 너무 강해서가 아닐까 생각 중이다. 교주는 모든 것을 보고 있었으니, 아마도 제대로 준비를 하고 보낼 거 같다.』

“그렇군.”

강하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사도가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당장에 찾을 수 없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범인을 찾고,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런데 그 덩치의 권능은 어떻게 된 거지? 정신체 자체가 소멸했는데, 그렇다면 사라지는 건가?”

『나도 처음 겪는 현상이라 제대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영혼석이라는 것 안에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영혼석 안에?”

『아, 아니 모르겠군. 너라면 방패조차 없애버렸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영혼석을 확인해봐라.』

니우다도 말을 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다. 그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은 신의 방패가 베인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기 때문이다.

“뭔가가 있군, 이건가?”

강하온은 니우다의 말대로 아비네가 있던 영혼석을 확인했고, 그 안에 뭔가가 남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곧바로 그 안에 남은 것을 꺼냈다.

파지직-!

하지만 영혼석 안에 있는 방패는 강하온을 거부했다.

그렇지만 그냥 순순히 넘어갈 강하온이 아니었다.

강하온은 자신을 막는 힘을 강제로 풀어버렸다.

번쩍-!

그 순간, 강하온의 앞에는 문양이 그려진 빛의 방패가 생겨 있었다.

『어, 어떻게!』

니우다는 그 모습을 보고 놀랐다, 누스 신의 권능은 광인족의 신물이었다.

광인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데, 그것을 강하온이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냥 하면 돼, 그나저나 마나를 상당히 먹네.”

방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마나는 엄청났다.

강하온이야 괜찮았지만, 평범한 인간이 소환했다면 몇 초도 되지 않아서 생명력까지 전부 빨려 미라가 될 정도였다.

번쩍-!

강하온이 방패를 회수하자, 강하온의 손등 위에는 교단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뭘 말이냐?』

“전부 들어보니까, 어차피 넌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

『그,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나는 앞으로 올 사도의 모든 정보도 알고 있고, 내가 있으면 교주를 찾은 데 훨씬 더 수월할 거다.』

강하온의 말에 니우다는 화들짝 놀라서는 자신을 필요 있음을 어필했다.

“농담이다.”

강하온은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는 니우다를 굳이 죽일 생각이 없었다, 그의 말대로 앞으로 빛의 교단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수단이었으니까.

『무슨 농담을······.』

니우다는 살벌한 농담에 욕을 하고 싶었지만, 애써 억눌렀다.

괜히 말했다가 강하온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분간은 아공간에 들어가 있어라.”

『고맙다.』

아공간 안에 들어가 있으면 아무것도 없는 어둠밖에 없었지만, 그대로 니우다는 아공간이 좋았다.

강하온을 보지 않고, 마음을 졸이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평생 아공간에서 자신을 꺼내주지 않았으면 했다.

“오랜만에 힘을 써서 그런지 좀 피곤하군.”

강하온은 곧바로 나래의 옆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 강하온은 오랜만에 꿈을 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