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한 투신은 초보아빠-56화 (56/186)

56. 전설의 이단심문관

56. 전설의 이단심문관

#

콰앙-!

강하온의 집에서 다시 한번 폭탄 터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다.

조금 전 보다 더 큰 소리였다.

물론, 폭탄이 아니라 강하온의 딱밤이었다.

『커억!』

이번에는 아비네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더욱 커졌다.

그래도 강하온의 예상보다 훨씬 잘 버텼다.

“대단하네, 나였다면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을 텐데.”

강하온은 손에 든 영혼석을 던졌다 받았다 하며 웃었다.

『닥쳐라!』

그때, 신음이 아닌 처음으로 아비네의 분명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비네에게 몸 전체가 울리는 고통은 끔찍하기는 했지만, 못 버틸 정도는 아니었다.

그는 빛의 교단의 방패, 수많은 공격을 막아내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인 통증을 참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강하온의 비아냥거림은 참기가 힘들었다.

보통이었다면 그냥 무시했을테지만, 상황이 그의 정신을 흔들리게 만들었다.

“오호, 드디어 무거우신 입을 열었군. 내 질문에 대답할 생각이 생긴 건가?”

『닥쳐라!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거다.』

목소리만으로도 아비네의 짙은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을 뿐이었다.

“그래? 그런데 저 녀석도 같은 생각일까?”

강하온은 바닥에 떨어진 니우다의 영혼석을 보며 말했다,

“너는 어때?”

영혼석을 허공으로 띄운 강하온은 자신의 앞으로 이동시키며 물었다.

『니우다라고 다를 거로 생각하지 마라! 절대로 우리에게서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거다!』

『······.』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하는 아비네와 달리, 니우네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대답을 안 하는 걸 보니까, 이 녀석은 생각이 다른 가보네?”

『니우다!』

『······저런 허접한 도발에 넘어가지 마라, 지금 우리를 가두고 있는 물건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을 뿐이다.』

‘전투 때문인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고 있네.’

강하온은 니우다의 목소리에서 미세한 떨림을 느꼈다.

그는 니우다의 굳건한 믿음에 균열이 갔다는 것을 눈치챘다.

『봐라, 인간.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럴까?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강하온에게 말해줄 사도는 한 명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그 사도는 니우다로 정해졌고, 강하온은 본격적으로 믿음을 깨트리기로 움직였다.

“그럼 이번에는 이쪽 차례인가?”

강하온은 니우다가 있는 영혼석으로 손가락을 장전하자, 니우다의 영혼석이 부르르 떨렸다.

『······』

『니우다, 충분히 버틸 수 있는 통증이다. 참아라.』

니우다의 떨림을 느꼈는지, 아비네가 진정시키는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렇다고 영혼석의 떨림은 줄어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니우다는 먼 거리에서 활을 가지고, ‘누스’한테 받은 눈으로 약점을 공략하며 싸우는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든든한 방패인 아비네가 딱 버티고 있으니, 이러다 보니 상처를 입을 일 없었다.

그 때문에 아비네와 달리, 니우네의 고통에 대한 면역은 현저히 낮았다.

그런데 자신보다 훨씬 맷집 좋은 아비네의 고통스러운 신음, 땅에 떨어질 때 몸 전체에 느껴졌던 묵직한 느낌.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니우다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공포에 스스로 무너지는 거다.’

이 모든 건 강하온의 의도였다.

“셋 하면 때리지.”

강하온은 이번에 숫자를 딱밤을 때리기 전 숫자를 셌다.

“하나.”

원래 맞기 전이 제일 긴장되는 법이었다.

“둘.”

숫자를 셀수록, 영혼석은 더욱 격하게 떨려왔다.

니우다는 자신을 덮쳐올 끔찍한 고통을 대비했다.

하지만 그가 준비한 숫자 셋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다른 소리가 들렸다.

콰앙-!

조금 전, 자신을 공포로 떨게 한 소리였다.

강하온은 둘을 외치고 나서 바로 딱밤을 날렸다.

『크아아악!』

그리고 고통에 찬 끔찍한 비명이 들렸다. 비명의 주인은 니우다가 아닌 아비네였다.

자신이 맞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던 아비네였다.

그런데 허를 찔렸고, 안 그래도 끔찍했던 고통은 배로 다가왔다.

『······.』

반면에 거칠게 떨리던 니우다의 영혼석은 미세한 떨림으로 바뀌었다. 자신이 맞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 것이다.

하지만 니우다는 맞지 않았지만, 맞은 기분을 느꼈다.

『인간! 왜 또 나를 때리냐!』

아비네는 거친 숨소리를 내면서 항의하듯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억울함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도 빗맞았던 거 같아서,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나 보군.”

강하온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

아비네는 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얼마나 분노한 지 알려주듯, 영혼석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런데 네가 맞아서 억울한 거 같네? 친구 대신에 맞은 거 같아서 억울한가?”

『······.』

‘그래, 그렇게 서로에 대한 믿음부터 깨 가는 거다.’

강하온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는 두 사도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콰앙-!

그때, 다시 한번 강하온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때린 것은 니우다의 영혼석이었다.

『크아아악!』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맞을 때만큼 아픈 것도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니우다의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영혼석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격한 진동과 처절한 비명이 들렸다.

“언제 맞을지 모르니까 항상 대비하고 있으라고, 쉽게 포기하면 재미없으니까.”

강하온은 판게아에서 그의 별명 중 하나는 ‘전설의 이단심문관’이었다.

#

강하온은 애당초 이런 쪽으로 전문가였다.

그는 하루면 자신의 부모도 부정하게 할 자신이 있었다.

어떤 방법을 써야 상대가 고통스럽고 괴로워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음, 다음에는 뭘 해볼까나?”

『······.』

마치 점심 메뉴를 고르는 듯 것은 편안한 혼잣말이었지만, 그 말을 들은 두 사도의 영혼석은 미세하게 떨렸다.

“일단 고민 좀 해봐야겠군.”

강하온은 의자를 꺼내서 앉으면서 두 영혼석은 한 손에 잡았다.

까득-, 까드득-.

그리고는 손안에서 돌을 부딪치며 돌리자, 소름 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꼭 끔찍한 고통만이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끔찍한 고통보다,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이 더 힘들 때가 있었다.

『크윽······.』

『그, 그만······.』

일반적인 사람이 듣기만 해도 신경을 자극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였다. 그런데 두 사도의 감각은 안 그래도 뛰어난데, 지금은 감각을 훨씬 더 증폭시키는 영혼석 안에 있었다.

지금 둘에게 이 소리는 신경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것이다.

“참, 이제 포기하고 말할 사람 없지?”

『대체 뭘······.』

『무엇이······.』

“맞아, 없을 거야. 천천히 생각해.”

두 영혼석에서 대답이 들렸지만, 강하온은 가볍게 무시하고는 듣지 않았다.

“잠을 안 자서 그런지 피곤하네, 잠깐 자고 오지. 그 전까지 몸 좀 식히고 있어. 아플 텐데 냉찜질이 최고거든.”

강하온은 마당에 있는 작은 연못에 영혼석을 던졌다. 그리고 연못의 범위만 지정해서 마법을 사용했다.

후우욱-!

연못을 범위로 눈보라와 얼음 조각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극한의 추위를 느끼게 할 생각이었다.

블리자드만으로도 강력한 마법인데, 감각이 증폭된 두 사도에게 블리자드의 추위는 지금까지 느껴볼 수 없었던 추위였다.

강하온은 추위 속에서 벌벌 떠는 두 영혼석을 그대로 두고 침실로 향했다.

오랜만에 낮잠이나 잘 생각이었다.

#

낮잠을 자고 일어난 강하온은 시계부터 확인했다.

“슬슬 끝날 시간이네.”

어느새 나래를 데리러 갈 시간이 돼 있었다. 강하온은 아카데미를 가기 전, 마당의 연못부터 확인했다.

“어때? 찜질하니까 딱밤 충격이 싹 가졌지?”

강하온은 여전히 눈보라가 치고 있는 연못을 보면서 말했다.

『인, 인간 우리가 고작 이런 추위에 굴복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아비네는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하지만 떨리는 목소리와 달리, 그는 1도 굴복하지 않았다.

‘역시 생긴 것처럼 믿음이 굳건한 녀석이네.’

강하온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아비네 같은 스타일은 전형적인 기사 스타일이라 단순히 고통으로 굴복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김복남처럼 부족한 점을 채워주지 않으면 안 됐다.

『······.』

하지만 니우다는 달랐다.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는 것에 강하온은 알 수 있었다.

‘슬슬 끝났군.’

그는 니우다의 믿음이 이미 깨졌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하네, 그럼 더 버텨보라고. 나는 잠깐 밖에 할 일이 있어서 갔다 올 테니까.”

『자, 잠깐! 기다려라! 인간!』

뒤에서 절박한 니우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강하온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잠깐이 아니라, 먼저 아는 걸 말했어야지.”

강하온은 묻는 말이 아닌, 모든 것을 알아서 말할 때까지는 대답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번쩍-!

강하온은 곧바로 나래를 데리러 아카데미로 향했다.

#

“응? 오늘 뭔 날인가?”

아카데미에 도착한 강하온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린이반 건물 앞에 이미 많은 학부모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하온은 항상 일찍 도착하는 편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학부모가 기다리고 있던 적은 없었다.

“어머, 나래 아버님 왔네!”

“안녕하세요, 나래 아버님.”

“나래 아버님 오셨네요. 반가워요.”

학부모들은 강하온을 발견하고는, 전부 다가와서 반갑게 인사했다. 그리고는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강하온한테 선물 공세를 하기 시작했다.

“이것 좀 드셔보세요, 이번에 헌터 제약에서 나온 신상 비타민인데 아이들한테 좋데요.”

“이번에 최고급 설향이 들어와서 딸기 잼 좀 만들어봤어요, 나래가 토스트를 좋아한다고 해서요.”

“해남 꿀 고구마에요, 이번에는 날이 좋아서 아주 풍년이었다고 하네요. 저번에 나래가 급식으로 나온 고구마를 잘 먹었다고 해서요.”

강하온이 나래면 껌뻑 죽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엄마들이 주는 선물은 전부 나래를 위한 선물이었다.

“아니, 갑자기 왜들 이러시는지······.”

쉽사리 당황하지 않는 강하온조차, 갑작스러운 선물 공세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영기가 힘을 사용하는 데 아주 능숙해졌어요.”

“맞아요, 우리 민기도 그날 이후부터 점점 힘이 세지고 있다니까요.”

“바쁘시겠지만, 다음에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부탁드려요.”

저번에 강하온이 일일 교사로 참여하면서, 아이들을 지도해준 덕분이었다.

“뭐, 그런 거라면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유를 안 강하온은 사양하지 않고 선물을 기쁘게 받았다.

그렇게 선물과 함께 나래와 집으로 온 강하온은 곧바로 저녁 준비를 시작했다.

“아빠, 오늘은 뭐 먹어요?”

“오늘은 군고구마나 먹을까?”

“군고구마? 고구마에요?”

“그럼, 불에 직접 구워서 먹는 고구마야. 엄청 맛있어.”

“먹을래요!”

“그럼 나래가 아빠 도와줄래?”

“네!”

“여기 고구마가 타지 말라고, 이렇게 호일을 감싸주는 거야. 나래 할 수 있어?”

강하온은 상태 좋은 고구마를 호일로 감싸면서 나래한테 보여줬다.

“할 수 있어요!”

나래는 자신 있게 대답하고는 고사리 같은 작은 손으로 호일을 감싸기 시작했다.

손재주가 좋아서 그런지, 제법 잘하고 있었다.

화르륵-!

강하온은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마당 한쪽에다가 장작을 지폈다.

“아빠! 다 했어요!”

“잘했어요, 그러면 이제 이 고구마를 저기 불 안에 넣고 기다리면 되는 거야.”

강하온은 고구마를 불타는 장작 안에다 넣고, 나래와 집으러 들어가서 기다렸다.

“아빠, 잠깐만요!”

집으로 들어오자, 나래는 뭔가가 생각났는지 갑자기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는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공책을 하나 들고 왔다.

“여기요!”

“이게 뭘까?”

“주말 계획서요!”

“주말 계획서?”

“네! 선생님이 쉬는 날에 하고 싶은 거를 적으라고 했어요!”

“그래? 우리 나래가 뭘 하고 싶은지 한 번 볼까?”

강하온은 기대하는 나래를 보며, 공책을 펼쳤다.

공책에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강하온하고 나래가 동물원에 간 그림이었다. 그림에는 나래가 좋아하는 팬더가 유독 크게 그려져 있었다.

“나래, 동물원 가고 싶어?”

“네! 진짜 바오 보고 싶어요!”

나래는 항상 품에 안긴 팬더 인형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래, 그러면 주말에 동물원이나 갈까?”

“네! 약속!”

나래는 늦을세라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약속에 사인, 도장까지 전부 받아냈다.

“나래야, 슬슬 다 익었겠다. 아빠가 고구마 가져올게. 나래는 컵에 우유 따라주세요.”

“헤헤, 네!”

강하온은 먹을 생각에 신난 나래를 보고 웃으면서 마당으로 나왔다. 강하온은 다 익은 군고구마를 챙기고, 마당 한쪽에 있는 연못으로 향했다.

“거기 좀 춥지?”『······.』

두 사도는 강하온이 없는 사이 무슨 작당을 했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추워서 입이 얼었나? 금방 따뜻하게 해주지.”

강하온은 대답하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연못에 있는 두 영혼석을 꺼냈다.

그리고는 조금 전, 고구마를 구웠던 장작불이 있는 곳으로 아비네의 영혼석을 던졌다.

『으아아악!』

조용히 있던 아비네의 비명이 울려 펴졌다.

그리고 곧바로 니우다의 영혼석을 던지려던 강하온은 행동을 멈췄다.

『나는 아홉 번째 사도 니우다 바말리다, 그리고 교단의 목적은 전 인류를 신도로 만드는 거다.』

알아서 대답하는 니우다의 영혼석을 본 강하온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잘 생각했어. 네가 믿던 그 잘난 신은 이렇게 고통을 받는 데도 도움조차 주지 않잖아.”

『······.』

니우다는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긍정의 침묵이었다.

『니우다!』

그때, 장작 속에서 불타는 아비네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짙은 배신감이 느껴졌다.

“넌 이제 필요 없으니까, 그만 꺼져라.”

강하온은 영혼석을 끌어 당긴 후에 곧바로 내부에 있는 아비네의 정신체를 파괴했다.

어차피 대답할 놈은 하나면 충분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레벨이 올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죽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레벨이 상승했다.

“좋아, 잠깐 쉬고 있어. 이따가 얘기하지.”

『······알았다.』

강하온은 니우다의 아공간에 넣어두고, 집으로 들어갔다.

“우와! 엄청 맛있어요!”

“맛있지?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네!”

강하온은 나래와 맛있는 저녁 식사를 끝내고, 늦은 밤에 다시 영혼석을 꺼냈다.

『궁금한 게 뭐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