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일일 교사 강하온
48. 일일 교사 강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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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세계는 강하온과 여수에 있던 일로 떠들썩했다.
코드 제로.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한 게이트가 나타났고, 마침 자리에 있던 지구 유일의 EX급 헌터 강하온이 게이트를 처리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냥 띄어주기 아님? 세계 멸망급 게이트가 나타났는데, 아무런 피해도 없이 끝난 게 말이 된다고 생각? 애초에 그런 위험한 게이트가 아니었겠지.
-ㅇㅈ, 게다가 방출형 게이트였는데 아무런 피해도 없이 끝난 건 말이 안 되지.
-맞아, 그냥 띄어주기 맞을 듯. 애초에 EX급이라는 데 제대로 된 모습도 안 나왔잖아, 그냥 스타 만들기인 듯.
처음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영상 하나가 등장하면서 여론은 완전히 달라졌다.
당시 현장에서 도망가지 않고, 카메라로 찍은 사람이 올린 영상이었다.
강하온과 나래는 인식 장애 마법으로 제대로 화면에 찍히지 않았지만, 머리 크기만 해도 웬만한 빌딩 크기인 레비아탄의 머리가 단숨에 구멍 나는 것은 찍혔기 때문이다.
-ㅁㅊ, 뭘로 공격을 했는데 머리에 저만한 구멍이 생김? 그것보다 한 방에 죽인 거야?
-ㄷㄷ 원킬맨이네.
-대가리 크기만 해도 저 정도면, 진짜 지구 멸망할 뻔한 거 맞네.
-EX급 확실하네, 하온 님을 믿습니다! 지구를 지켜주세요!
-뱀 새끼 얼굴 내밀고 헬로 했는데, ‘헬’로 갔네.
그렇게 강하온의 강함은 세계에 제대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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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강하온에게 관심이 있을 때, 그는 나래의 등교를 위해서 아카데미에 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선생님!”
“안녕하세요, 나래 아버님. 나래도 안녕.”
강하온은 건물 앞에서 마침 출근하는 한지민 교수를 볼 수 있었다.
“오늘 아침에 기사 봤어요. 대단하세요.”
“아, 감사합니다.”
강하온은 한지민 교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그런데 놀라지는 않으셨나 보네요?”
강하온은 의외라는 듯 물었다.
한지민은 자신이 EX급 헌터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전혀 놀란 기색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조금 놀라기는 했죠.”
“조금이요?”
“네, 사전에 김규일 학과장님한테 들어서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소풍에서 보여주신 모습도 있었고요.”
강하온은 한지민 교수가 왜 놀라지 않았는지 알 수 있었다.
“참, 그래서 말인데 다음에 어린이반 아이들한테 일일 교사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일일 교사요? 아침에 문자를 보니까 취소됐다고 하던데. 정확히 뭘 하는 겁니까?”
강하온은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도 아침에 ‘오늘 일일 교사는 취소됐습니다.’라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기기만 했지, 정확히는 뭘 말하는지 몰랐다.
“제가 제대로 설명을 안 드렸구나. 죄송해요.”
한지민 교수는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 일일 교사에 관해서 말했다.
“초등부랑 어린이반에서는 하는 건데, 매달 한 번, 학부모님들이 직접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 교육을 해보는 거예요.”
“뭘 가르쳐도 상관없습니까?”
“그럼요. 그냥 종이접기나 요리 시간을 가져도 되고, 아이들한테 교훈 있는 동화를 읽어주셔도 돼요. 어떻게 해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나래도 분명 좋아할 거에요, 그치, 나래야?”
한지민 교수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래한테 물었다.
“네! 아빠가 선생님 해주면 좋아요!”
나래는 강하온이 해줬으면 하는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강하온은 그 모습에 웃으면서 대답했다.
“좋습니다, 해보죠.”
강하온은 한지민 교수의 제안을 수락했다.
나래가 저렇게 좋아하는 데, 한 번 정도는 해도 좋을 거 같았다.
“진짜요?”
한지민 교수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강하온이 제안을 수락하리라는 것을 전혀 예상 못 했기 때문이다.
“네, 진짭니다. 너무 급한 일이 생기면 모르겠지만, 웬만하면 괜찮으니까 필요할 때 불러주세요.”
강하온은 말하면서도 웃겼다.
EX급 헌터나, 세상이 멸망할 정도의 게이트를 없앤 것보다 일일 교사를 한다는 말에 저렇게 놀라는 것을 보고.
“그럼 오늘 당장도 해주실 수 있나요?”
“오늘이요?”
“네, 마침 오늘 오시기로 했던 하늘이 아버님이 급한 일이 생겨서 못 오게 돼서요.”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너무 급작스럽기는 했지만, 강하온은 오히려 좋았다.
안 그래도 오늘 강하온이 하려고 했던 일은 나래가 아카데미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볼 생각이었으니까.
“진짜죠? 그러면 지금 당장 준비해놓겠습니다.”
“나래랑 천천히 오고 계세요. 저는 학부모님들한테 연락부터 돌리겠습니다.”
한지민 교수는 다급하게 아카데미 건물로 들어갔고, 강하온과 나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으면서 걸었다.
“아빠가 오늘 선생님이에요?”
“응, 그러니까 오늘은 선생님이라 불러요. 나래 학생.”
“아빠 이상해요.”
강하온이 목소리를 굵게 하고 말하자, 나래는 재밌었는지 까르르 웃으면서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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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나래 왔다!”
“나래야, 안녕!”
교실 안에는 꽤 많은 아이가 있었다.
그런데 나래가 온 것을 보고는 놀던 행동을 멈추고, 나래한테 다가와서 인사했다.
나래는 입학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귀엽고 예쁜 외모와 주변을 밝게 만드는 분위기로 순식간에 반 아이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나래 아빠, 엄청 강한 헌터 맞았어! 나 어제 집에서 봤어!”
“나는 나래가 거짓말 안 했다고 생각했어!”
“나래, 아빠 엄청 멋있다!”
“맞아! 슈욱! 펑! 하니까 사라졌어!”
아이들은 부모님이 보여줬는지, 강하온에 관해 얘기했다.
“얘들아, 안녕?”
잠시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강하온은, 아이들의 칭찬에 민망해서 안으로 들어가며 인사했다.
“어, 어!”
“우와! 나래 아빠야!”
“아저씨, 저 어제 그거 봤어요! 슈욱, 펑이요!”
“아저씨, 엄청 강한 헌터죠?”
강하온을 확인한 아이들은 아주 격한 반응을 보였다.
마치 영웅을 보는 것처럼 눈을 반짝이며 강하온을 쳐다봤다.
“우리 아빠야.”
나래는 강하온을 좋아하는 반 친구들을 보고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저기 있네.’
강하온은 많은 아이와 인사를 하면서, 교실 한쪽에 앉아 있는 아이를 봤다.
나래와 다툼이 있었던 영기였다.
영기는 강하온이 있는 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래야, 오늘 아카데미에 오면 뭐부터 해야 한다고 했지?”
강하온은 뿌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나래한테 다가가서 속삭였다.
“아! 사과요!”
그러자 나래는 기억이 났는지, 혼자 있는 영기한테도 다가갔다.
“영기야.”
“나, 나래야.”
불안한 표정으로 있던 영기는, 나래가 오자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래가 저번에 미안······.”
“미안해! 나래한테 거짓말했다고 한 거.”
나래가 사과하려 했지만, 먼저 사과를 한 쪽은 영기였다.
‘엄마가 시켰나 보네.’
강하온은 그런 영기의 모습을 보며 혀를 쳤다.
잘못도 없지만 고아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과하는 과거의 자신을 보는 거 같아서 안타까웠다.
물론, 영기는 다른 상황이지만 부모 등쌀에 밀려서 억지로 사과하는 거였다.
“아니야, 영기는 잘못한 거 없어. 나래가 잘못 알고 말한 거야, 미안해.”
나래는 영기한테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사과했다.
‘그래, 그렇게 사과해야지.’
강하온은 나래를 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흐아아앙!”
그때였다, 사과를 받던 영기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주말 동안 엄마한테 혼난 기억 때문이었다.
영기는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말했지만, 영기 엄마는 자꾸 먼저 사과하라고 다그쳤다.
영기는 싫다고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엉덩이를 맞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나래를 속으로 원망했는데, 정작 나래만 자신이 잘못이 없다고 해주니 서러움이 폭발한 것이다.
“흐윽, 고, 고마워. 나래야.”
서럽게 울던 영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나래한테 다가갔다.
그리고는 양팔을 들어서 나래를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영기는 그 뜻을 이룰 수 없었다.
“지지.”
나래가 영기의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을 보고는 염동력으로 다시 영기를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미안한 거는 미안한 거고, 더러운 것은 더러운 것이 확실한 나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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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일일 교사를 시작하는 시간은 10시부터였다.
그래서 그때까지, 오늘 해야할 수업 준비를 해야했다.
“으음, 무슨 수업을 해야 좋을까.”
강하온은 고민 중이었다.
아이들한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지 감이 안 왔기 때문이다.
“한 번 확인이나 해보자.”
강하온은 한지민 교수가 건네준 서류를 읽었다.
서류에는 여태까지 학부모들이 어떤 수업을 했는지 적혀 있었다.
“종이접기나 요리를 해도 된다고 하지 않았나?”
서류를 읽어본 강하온은 피식 웃었다.
한지민의 말과는 다르게, 대부분, 아니 모든 수업은 각성자 관련 수업이었다.
『진호 아빠가 알려주는 기초 이능 사용법』
『혜리 엄마의 효율적인 이능 사용하는 법』
하긴 당연했다.
각성자 아카데미에서 각성자 수업을 하는 거였으니까.
“이 양반은 뭘 준비했으려나.”
강하온은 원래 오늘 일일 교사였던 마석도가 준비했던 수업을 확인하기 위해서, 서류 맨 마지막 장을 확인했다.
『건강한 육체에 올바른 정신이 깃든다! 올바른 정신은 강한 이능을 발휘한다! 마석도의 사랑스러운 육체 만들기!』
강하온은 마석도의 수업 제목을 확인하고 움찔했다.
“틀린 말을 한 건 아닌데······.”
제목만 보면 틀린 내용은 없었다.
강하온 역시, 아무리 정신적인 힘을 쓴다고 해도 육체 단련을 게을리한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는 판게아에서 누군가를 가르칠 때,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강조했다.
마법사한테는 육체 훈련을 시켰고, 검사한테는 정신적인 수련을 꼭 같이 시켰다.
그런데 마석도의 울퉁불퉁한 몸이 문제였다.
그 몸과 수업의 제목을 같이 매치해서 생각하면, 아주 위험한 수업이었다.
“뭔 일인인지는 몰라도, 급한 일이 생겨서 잘됐네.”
강하온은 마석도의 일일 교사가 취소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린아이들은 올바른 판단을 하기 힘들었다, 괜히 이상한 교육을 들었다가 어린이반 아이들이 이상한 꿈을 가질 수도 있었다.
“다음에 혹시라도 다시 하면, 그날은 나래를 보내면 안 되겠어.”
강하온은 나래한테 마석도의 수업을 듣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나저나 요리는 안 되겠군.”
과거에 초등부를 상대로 하기는 했지만, 요리 교실 아르바이트도 했던 경험이 있어서 자신 있었다.
하지만 요리는 포기하기로 했다.
각성자 아카데미인데 요리를 수업으로 한다는 것도 웃기기는 했다.
“그냥 간단하게 상담해주고, 지도나 해줘야겠다.”
강하온도 결국 각성자로서 도움이 되는 수업으로 결정했다.
“그나저나 제목은 뭐로 지으려나.”
강하온은 수업 제목을 두고 고민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전부 눈에 확 띄는 제목을 지은 것을 보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으음, 그게 좋겠다.”
강하온은 고민 끝에 제목을 결정했다.
그는 한지민 교수가 준 수업 계획서에 제목을 적었다.
『강해지는 법 어렵지 않아요, 내 말만 들으면 강해질 수 있어요. 참 쉬운, 나래 아빠의 족집게 이능 수업』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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