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여수 밤바다
47. 여수 밤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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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긴급 게이트 관리과 대리 이미소.
그녀는 이번에 이레귤러 제로, 강하온을 찾아내고 협회와 연결 시킨 실로 엄청난 실적으로, 바로 과장으로 진급을 하게 됐다.
그렇게 헌터 협회 최연소 과장이 된 이미소는 오랜만에 휴일을 만끽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직속 상사인 부장의 호출에 협회로 들어왔다.
“네, 여수에 있는 게이트요. 조금 전에 확인했고, 곧바로 지원 병력 출발했습니다.”
“일단은 주변에 민간인부터 대피 부탁드립니다.”
“네, 지금 게이트 열리는 곳을 찾았다고요? 여수 돌산 대교 앞이요? 제보 감사합니다.”
이미소가 들어간 긴급 게이트 관리과는 정신이 없었다.
직원들은 전화기를 붙들고 쏟아지는 연락을 받으면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었다.
“하······, 대체 또 무슨 일이야.”
이미소는 한숨을 내쉬면서 직원들 사이를 지나쳐, 가장 안쪽에 있는 거대한 모니터 앞에 섰다.
“······.”
그리고 거대한 모니터에 떠 있는 붉은 글씨를 보고 멈칫했다.
『CODE-ZERO』
그곳에는 위험을 알리는 코드 제로가 적혀 있었다.
한 국가는 물론, 세계가 궤멸할 수도 있는 비상사태였다.
이미소는 화면에 떠 있는 절망의 글씨를 보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곧바로 깨달았다.
그녀는 스마트 폰을 꺼내서 곧바로 단축번호 1번을 눌렀다.
『위대하고 훌륭하신 나래 아버님』
그러자 절망을 희망으로 바꿔줄 사람에게 전화가 연결됐다.
이미소, 그녀는 역할 중 하나는 이레귤러 제로, 강하온의 전담 직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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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게이트가 처음 생성되는 경우에는 몬스터가 밖으로 나오지 못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간혹 나오는 일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 일은 극히 들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극히 드물게 나타나는 방출형 게이트, 인류에게 재앙이라 불리는 게이트였다.
게이트 생성과 동시에 몬스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지금 여수에 생긴 게이트는 방출형 게이트였다.
쿠웅-!
게이트에서 나오는 뱀 대가리의 존재감에 일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강하온은 그런 뱀 대가리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봤다.
써 시펜트, 해룡이라 불리는 몬스터였다.
“제법 오래 살았나 본데?”
그런데 일반적인 ‘씨 서펜트’와는 확연하게 다른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판게아에서 강하온이 잡았던 ‘씨 서펜트’보다 5배 이상은 컸다.
단순히 머리만 나왔음에도 돌산 대교를 전부 가릴 정도였다.
“못해도 천 년은 가뿐히 살았겠어.”
게다가 등장하는 것만으로 폭풍우가 몰아치려 하고 있었다.
판게아에 내려오는 전설에 ‘씨 서펜트’는 천 년 이상 살면 날씨마저 조종할 수 있는 권능이 생긴다고 했다.
“거기에 종까지 다른 거 같네.”
보통의 ‘씨 서펜트’는 푸른색인데, 지금 나오는 ‘씨 서펜트’는 검붉은 색의 비늘을 가지고 있었다.
“괴, 괴물이다!
“저, 전부 도망쳐!”
“꺄아악! 살려줘!”
갑작스러운 게이트, 그곳도 재앙이라 불리는 방출형 게이트에 포차 거리에 있던 사람들은 물론이고, 여수에 있던 사람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과 달리, 강하온 부녀는 자리를 꼿꼿이 지키고 있었다.
“아빠, 30초 남았어요······.”
나래는 시계를 보면서 울먹였다.
“나래, 아빠 믿지?”
“네.”
“그러면 눈 감고 딱 서른까지만 세고 있어, 그러면 아빠가 다 보이게 해줄 게.”
“서른까지요?”
“응, 서른까지. 나래 셀 수 있지?”
“네!”
“그럼 지금부터 시작.”
“하나, 두울······.”
나래는 곧바로 눈감고 숫자를 세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본 강하온은 혹시 모를 일을 대비하기 위해서 노아스를 소환했다.
『뭐냐? 저 갯지렁이는?』
노아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씨 서펜트’를 봤다.
‘씨 서펜트’는 어느새 몸통의 반 정도까지 나오고 있었다.
“나도 몰라, 그런데 저 뱀 대가리 때문에 나래가 슬퍼했다는 거지.”
『뭐! 저놈을 확 그냥! 당장 처리할까?』
노아스는 옆에서 숫자를 세고 있는 나래를 슬쩍 봤다가, ‘씨 서펜트’를 보며 이를 갈았다.
“처리는 됐고, 혹시 모르니까 나래 좀 지키고 있어 봐.”
『별걸 다 시키는군.』
노아스는 말과 달리, 어느새 나래의 옆으로 가 있었다.
그리고 노아스는 미소를 지으면서 나래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참······.”
강하온은 그런 노아스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과연 저 바보 같은 놈이 자신이 아는 노아스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열다섯.”
“이제 15초 남았나? 슬슬 지렁이를 치워버려야겠네.”
강하온은 테이블 위에 있는 나무젓가락을 하나 챙기고, 슬슬 움직였다.
“오호, 제법이네.”
강하온은 ‘씨 서펜트’에게 가까이 다가오면서 힘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고룡급은 되겠어”
고룡.
5,000년 이상 살아온 드래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혼자서 지구를 멸망시킬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였다.
『미개한 인간 주제에 누구 보러 지렁이라는 거!』
그때, 강하온의 머릿속에 분노한 목소리가 들렸다.
‘써 시펜트’의 목소리였다. 아라크네 퀸과 달리 목소리에 의지를 담고 있었다.
종의 한계를 뛰어넘고, 초월했다는 증거였다.
“지렁이를 지렁이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냐?”
하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강하온에게는 지렁이, 그 이하 이상도 아니었다.
『이 몸은 마계의 일곱 마왕 중 하나인 레비아탄······.』
지금 모습을 드러낸 ‘씨 서펜트’는 마계의 일곱 마왕 중 하나인, 질투의 마왕 레비아탄이었다.
하지만 레비아탄은 자신의 말을 끝까지 이어갈 수 없었다.
“몸뚱이가 길어서 그런지 말도 길게 하네.”
강하온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각종 마법은 물론이고, 마력을 담은 나무젓가락을 날렸기 때문이다.
『막아라!』
레비아탄은 비늘이 떨릴 정도의 강력한 공격을 보고, 다급하게 의지를 담아서 말했다.
그의 검붉은 마력과 바닷물이 뭉치면서 거대한 방패를 만들었다.
쩌저적-!
하지만 레비아탄의 방어는 강하온의 힘이 담긴 나무젓가락을 막을 수 없었다. 방어막은 쉽게 부서졌고, 나무젓가락은 레비아탄의 턱 아래에 정확히 적중했다.
레비아탄의 비늘은 마계의 최강 광물이라 불리는 아다만티움보다 단단했지만, 나무젓가락은 두부를 공격하는 것처럼 가볍게 뚫고 들어갔다.
『대체 무슨 신기를 사용······, 커억!』
“나무젓가락한테 신기는 개뿔.”
레비아탄은 자신의 비늘을 가볍게 뚫어버리는 공격에 당황했고, 그게 레비아탄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잠시 뒤, 레비아탄은 머리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채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확실히 상황을 끝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있었다.
『칠최종, 질투의 레비아탄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
『레벨이 올랐습니다!』
강하온의 눈에 시스템 창이 나타난 것이다.
“그냥 몬스터가 아니라 강한 몬스터를 잡아야 하는 거였나?”
강하온은 안 그래도 레벨 업에 대해서 궁금했었다.
시스템을 이용한 육체 능력치를 올리는 것이, 인간의 육신을 버리지 않고도 한계치를 올릴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몬스터를 몇 번이나 잡았지만, 레벨은 오르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많이도 올랐네.”
강하온은 30까지 오른 레벨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레비아탄의 시체를 아공간에 넣었다.
그렇게 게이트와 먹구름은 전부 사라졌다.
“······.”
도망가던 사람들은 나타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레비아탄과 게이트가 사라지자, 귀신이 홀린 것처럼 멍하니 서서 눈을 깜빡였다.
“스물다섯.”
그렇게 정적 속에서 나래의 숫자 세는 소리가 들렸다.
강하온이 레비아탄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10초였다.
마계의 일곱 마왕이자, 칠최종의 질투를 담당하는 자에 허무한 최후였다.
“아직 5초 남았네.”
강하온은 아직 숫자를 세는 나래를 보고 옆으로 다가갔다.
『지독한 녀석, 더 강해진 거냐?』
노아스는 강하온을 보고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더는 강해질 수 없다고 생각한 강하온이 더 강해진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게 그게 되네?”
강하온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그 역시도, 각성하기 전까지는 인간의 몸으로 더는 강해질 수 없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서른!”
그때였다, 어느새 나래가 숫자를 끝까지 다 셌다.
“아빠, 이제 나래 눈 떠도 돼요?”
“응, 한 번 눈 떠봐.”
“우와! 엄청 예뻐요!”
눈을 가리고 있던 양손을 치운 나래는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보고, 행복하게 웃으면서 감탄했다.
나무젓가락의 여파로 인해서 밤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고, 그 때문에 가려져 있던 달과 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달과 별은 바다에 비쳤고, 돌산 대교에 들어온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조화를 이루면서 그림 같은 여수 밤바다가 보였기 때문이다.
『······정신이 없군.』
나래는 얼마나 집중했는지 노아스를 보지 못했고, 노아스는 나래가 자신을 보지 않자 내심 아쉬워했다.
“나래야, 사진 찍을까?”
강하온은 집중하고 있는 나래를 안으면서 물었다.
“네! 어! 노아스 삼촌, 안녕하세요!”
나래는 그제야 노아스를 발견했는지, 곧바로 인사했다.
『그래, 안녕이다.』
노아스는 그런 나래를 보며 무심하게 인사했다.
“마침 잘됐다, 사진을 셀카보다는 누가 찍어주는 게 잘 나오지. 노아스, 여기.”
강하온은 아공간에서 카메라를 꺼내서 노아스한테 건넸다.
『이건 뭐냐?』
카메라를 건네받은 노아스는 이곳저곳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뭐긴, 카메라지, 사용법은 이렇게 하는 거야.”
강하온은 친절하게 카메라 찍는 법을 설명해줬다.
『그런데 이걸 왜 나한테 설명해주는 거냐?』
“왜긴, 나랑 나래 찍어달라는 거지.”
『······나는?』
“너는 왜? 너도 찍고 싶었냐?”
『······됐다.』
노아스는 나래와 같이 사진이라는 것을 찍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그놈의 자존심이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빨리 저쪽으로 가서 사진이나 찍어줘.”
『······알았다.』
강하온은 힘없이 걸어가는 노아스의 뒷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나래야, 노아스 삼촌도 사진 같이 찍을까?”
“네.”
“그러면 나래가 말해봐, 삼촌도 사진 같이 찍자고.”
“노아스 삼촌!”
나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아스를 불렀고.
『불렀나? 무슨 일이지? 말할 거라도 있나?』
노아스는 기다렸다는 듯 곧바로 몸을 돌리면서 대답했다.
“삼촌도 나래랑 아빠랑 사진 같이 찍어요!”
『크흠, 그럼 어쩔 수 없이 그래야겠군.』
노아스는 나래의 말을 듣고, 헛기침하면서 강하온과 나래가 있는 쪽으로 다가왔다. 다가오는 그의 입꼬리는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참, 그러면 사진은 누가 찍나?』
“누가 찍긴 네가 찍어야지, 얼른 골렘이나 소환해.”
『아, 그런 방법이 있었군.』
노아스는 인간처럼 정교하게 생긴 땅의 골렘을 만들어서 카메라를 건넸다.
그리고 강하온과 나래의 곁으로 다가왔다.
찰칵-!
그렇게 두 사람과 하나의 정령은 여수 밤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또 찍나?』
노아스는 사진을 찍는 것이 재밌었는지, 은근히 기대하면서 강하온한테 물었다.
“잠깐만 기다려봐.”
강하온은 일단, 헌터 협회 이미소한테서 온 전화부터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강하온 헌터님. 저 이미소입니다.
스마트 폰 너머에서는 다급한 이미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아, 그게······.
이미소는 현재 상황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수에 코드 제로가 발생했고, 그 게이트를 없애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냐는 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어디에 계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저 지금 여숩니다.”
-네?
“저 지금 여수고, 말해준 코드 제로라는 게이트는 제가 조금 전에 없앴습니다.”-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미소는 믿을 수 없는 말에 놀라서 말 문이 턱 막혔다.
“말한 그대로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아시고 저는 바빠서 이만 전화 끊겠습니다.”
강하온은 곧바로 전화를 끊고, 노아스를 봤다.
『찍는다?』
“그래, 찍어라.”
강하온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묻는 노아스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강하온은 수백 장이 넘은 사진을 찍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나래야, 그런데 아까 뱀이 나왔을 때 안 무서웠어?”
집으로 돌아온 강하온은 문득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나래는 레비아탄이 나타났을 때, 무서워하지 않았었다.
“무서웠는데, 아빠가 같이 있어서 괜찮았어요. 아빠는 엄청 강한 헌터니까요!”
나래는 강하온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헌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하온이 직접 말했으니까.
“맞아, 아빠는 엄청 강한 헌터니까. 아빠랑 있을 때는 무서운 거 없을거야.”
강하온은 나래를 안아주면서 말했다.
“나래, 이제 얼른 자자. 내일 아카데미 가야지.”
“네!”
“내일 아카데미가면 뭐부터 해야한다고 했지?”
“영기한테 사과해야해요!”
“그래, 꼭 기억하고 해야돼.”
“네.”
그렇게 강하온 부녀는 여수 여행을 끝내고, 잠자리에 들었다.
선작과 추천은 큰 힘이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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